Hold your breath
2023-07-21
깜빡, 깜빡.
오래 감겨있던 듯 뻑뻑한 눈을 뜨면, 흐릿한 눈앞에 세계가 천천히 펼쳐집니다.
온통 하얀 사방과 정면에 보이는 열린 검은색 문, 본래보다 한참이나 높은 시야…
모든 것이 이질적일 뿐입니다.
목을 조르는 손길마저 그렇습니다.
…숨이 조여옵니다. 도대체 누가?
피부에 선연하게 닿는 폭력적인 감각… 매끄럽고 단단한 촉감에 점차 질려가는 숨.
그 질식의 근원지를 향해 시야를 내리자….
당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어쩐지 낯선 모습의 윤리온과 눈이 마주칩니다.
오래 감겨있던 듯 뻑뻑한 눈을 뜨면, 흐릿한 눈앞에 세계가 천천히 펼쳐집니다.
온통 하얀 사방과 정면에 보이는 열린 검은색 문, 본래보다 한참이나 높은 시야…
모든 것이 이질적일 뿐입니다.
목을 조르는 손길마저 그렇습니다.
…숨이 조여옵니다. 도대체 누가?
피부에 선연하게 닿는 폭력적인 감각… 매끄럽고 단단한 촉감에 점차 질려가는 숨.
그 질식의 근원지를 향해 시야를 내리자….
당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어쩐지 낯선 모습의 윤리온과 눈이 마주칩니다.
감독: 윤리온
출연: 정희원
July 14, 2023 7:05PM정희원:65
≪SECTION 1≫: 하얀 방
깜빡,
깜빡.
오래 감겨있던 듯 뻑뻑한 눈을 뜨면,
흐릿한 눈앞에 세계가 천천히 펼쳐집니다.
온통 하얀 사방과 정면에 보이는 열린 검은색 문,
본래보다 한참이나 높은 시야… 모든 것이 이질적일 뿐입니다.
목을 조르는 손길마저 그렇습니다.
도대체 누가?
떨쳐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해도,
어째서인지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겨우 그 감각의 근원지를 향해 시야를 내리면,
당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어쩐지 낯선 모습의 리온과 눈이 마주칩니다.
당신과 리온을 둘러싸고,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 차림의 사람들이 여럿 서 있습니다.
자신이 쥐고 있는 당신의 목을 한 번,
자신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을 한 번 바라본 리온이.
떨리는 목소리로 희미하게 웃으며 묻습니다.
July 14, 2023 7:11PM윤리온:정희원, 날 알아보겠어?
그는 목을 조르는 힘을 덜지도 않은 채,
숨이 졸린 목으로 무슨 말이라도 뱉어보라는 듯 당신을 채근합니다.
July 14, 2023 7:18PM정희원:(자신의 목이 졸린다고 인지했을 때, 막혀가는 숨통은 산소를 갈구하느라 헐떡이기 시작했다. 육체를 살게 하려고 핏대가 선 목은 소리를 내뱉으려고 작게 진동한다.) 윽...
(이내 네 얼굴을 살피면 본능적인 발버둥을 그만둘 이성을 되찾는다. 더이상 숨을 갈구하지 않고, 네 말에 대답하듯 옅게 웃는다.)
July 14, 2023 7:20PM윤리온:(네 목을 조르던 힘을 풀며.) 말해 봐. 무슨 말이든 하라고. ...
그딴 웃음 말고.
July 14, 2023 7:22PM정희원:(콜록 콜록, 작게 기침한다. 뜨겁게 파고들던 손가락이 떨어지면 그제서야 주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한다. 눈동자를 한바퀴 굴리고 다시 널 본다.)
너무하네... 목을 쥐면 제대로 대답해줄 수 없는 거 알면서. (웃는다.)
July 14, 2023 7:25PM윤리온:... ...!
... ... (웃고있던 표정이 금세 어그러지더니 네게서 완벽하게 손 떼어내고 물러난다. 물러나는 걸음이 약간 비틀거리기도 했다.) ... 어떻게, ... ...말을.
... (진짜 하네...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다가.)
... ... 그 재수없는 발언도, 짜증나는 얼굴도... ...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손에 들고 있던 총으로 방호복 입은 사람 한 명을 그대로 쏴버린다.)
하하... ...아하하... ...대단하네.
July 14, 2023 7:27PM연구원2: 뭐야, 이건 이야기가 다르잖아…!
July 14, 2023 7:27PM윤리온:어쩔 수 없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이거라도... ...
그 말을 끝으로,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총을 난사합니다.
두 명이 총에 맞아 쓰러지고,
나머지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칩니다.
리온은 도망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당신에게 다가갑니다.
July 14, 2023 7:29PM윤리온:하... ... (한숨을 내쉬며 네 어깨를 잡아 그대로 의자에 바르게 앉힌다.) 일어나기 힘들지? 무슨 일인지도 모르겠고. ...
몸은 좀 괜찮아? 괜찮아야 될 텐데... ... (히죽거리며 웃고 있다가.)
한 번 더 말해 봐, 응?
July 14, 2023 7:31PM정희원:... (그 광경을 가만히 보고는, 앉혀지면 사지가 뜻대로 움직이는지, 몸에 얼마나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사지는 뜻대로 움직이긴 하지만,
당신이 기억하는 것보다는 뻐근합니다.
July 14, 2023 7:34PM윤리온:음, ... ... 뭐...
말 안 해줄 거라면야. (쪼그려 앉아있다가 그대로 일어나며.)
일어나기 힘들 테니까 천천히 나와. 정리하고 있을게.
나한테 돌아온 걸 환영해. 진심으로.
그리곤 리온은 문을 통해 방을 나갑니다.
활짝 열린 검은색 문과,
총에 맞아 쓰러진 사람 둘….
당신은 이 방에 남겨집니다.
July 14, 2023 7:35PM정희원:
기준치: | 30/15/6 |
굴림: | 37 |
판정결과: | 실패 |
1
저린 온몸에 아주 느리게 피가 돕니다.
머리에도 그제야 피가 도는 것 같습니다.
잘 생각해봅시다.
무언가 이상해요.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
…어제?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요.
리온의 모습은 당신이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던 모습과 다릅니다.
'외관'은 당신보단 분명 한참이나 어릴 텐데,
지금은 얼추 보면 당신과 차이가 얼마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당신에게만 그렇게 보이는 걸 수도 있겠지만요.
July 14, 2023 7:38PM정희원:(하얀 천장을 보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뱉는다.)
환영이라...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총에 맞아 쓰러진 연구원들에게로 향한다. 연구원들을 살핀다.)
…어느 정도 진정하면,
상황이 비로소 눈 안에 제대로 들어옵니다.
당신은 흰 독실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등을 깊게 기대고 앉아있었습니다.
바닥이며 벽은 모두 정갈한 하얀색이어야 했을 테지만,
시체 두 구 때문에 피가 잔뜩 튀어 붉은색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연구원 하나는 미동이 없고,
하나는 꿈틀거리는 것 같습니다.
July 14, 2023 7:40PM정희원:(꿈틀거리는 연구원의 눈동자를 살핀다. 턱을 집어들고 아직 살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등빛을 비춘다.)
금방이라도 눈이 뒤집힐 것 같지만,
살아는 있습니다.
July 14, 2023 7:50PM연구원1: 허억, 헉… 도와… 도와줘….. ...
July 14, 2023 7:50PM정희원:왜요?
July 14, 2023 7:51PM연구원1: 제, 제발... ... 살려줘... 죽, ... 죽어가는 사람을 그냥 보고 있을 정도로... 제정신이 아닐 리는 없잖아. ... 젠장, ...그 녀석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
July 14, 2023 7:53PM정희원:뭐 하시는 분이시길래. (빤히 보다가 총상을 입은 곳에 손가락을 비집어넣는다.)
(상처를 손가락으로 쑤시다가, 총알을 끄집어낸다.)
July 14, 2023 7:55PM연구원1: 아악!!!!!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흘렸다.) 살, ...살려 줘... (끄윽... ...) 제, ...제발...
July 14, 2023 7:57PM정희원:그러니까, 제가 왜 그래야 하는 거죠? (이성적인 대화가 되지 않을 상황임을 알고 있어도 꿋꿋이 묻는다. 꺼낸 총알을 연구원의 가운에 닦아 제 주머니에 넣는다.)
July 14, 2023 8:00PM연구원1: 마땅한, 사... 사람이라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거품이 입가에 올라온다.) 이, 이런 짓을, ...해서는 안돼. ... 제발... 방호복, ..만은 벗기지 마...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 악마, 같은...새끼,들아...
July 14, 2023 8:02PM정희원:(방호복에 닦았다.) 안타까워라, 이미 그 옷엔 구멍이 뚫리고 말았어요.
고통스러우신가요? 어차피 죽음은 목전에 있는데, 호소하면 더 아프실 거예요. 그대로 눈을 감는게 더 편하지 않겠어요?
(벗기지말래면 벗겨야지 방호복을 벗긴다.)
방호복을 벗기면… ...
... 그러고 보니,
방호복은 보통 위험 물질에 노출되어 있을 때 입는 옷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여기에 맨몸으로도 있는데…
방호복이 벗겨진 사람의 살점이 순식간에 뭉개지고,
허연 뼈가 드러나더니.
그것마저 재로 흩어져 바닥에 가라앉습니다.
옷가지만 남았네요.
비과학적인 상황입니다.
July 14, 2023 8:08PM정희원:이정도 위력인가...
(옷가지를 살핀다. 신원이나 기관을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은 없을까?)
증명할 수 있는 물건들은 없으나,
품 안에 있던 총이 보입니다.
챙겨갈 수 있겠군요.
July 14, 2023 8:10PM정희원:(챙겼던 탄환과 비교해 총의 구경을 확인한다. 윤리온이 사용하던 것과 같은 총인가?)
July 14, 2023 8:10PM정희원:
기준치: | 65/32/13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리온이 사용하던 것과 같은 모델입니다.
공포탄 5발이 들어있네요.
July 14, 2023 8:12PM정희원:(그렇다면 윤리온은 이들과 함께 일하다 통수를 때린 게 확실하구나. 총과 공포탄을 챙긴다.)
공포탄과 총을 얻었으니, 어떤 게 나타나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아도 될 겁니다.
그것보다도,
어디선가...
...툭,
툭...
하고.
계속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July 14, 2023 8:14PM정희원:(소리가 의식되기 시작하면, 근원지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July 14, 2023 8:14PM정희원:
기준치: | 50/25/10 |
굴림: | 1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천장에서 들리는 소리입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
높은 천장이 마치 밤하늘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무수한 별들을 흉내 내는 작은 전등이 아름답게 빛나는,
아득한 밤하늘이네요.
툭,
툭.
하는 소리에 맞춰 하늘의 한쪽이 꺼졌다가,
다시 켜지기를 반복합니다.
...기이합니다.
July 14, 2023 8:16PM정희원:(큰 감흥 없이 다시 내려다본다.)
(이 방은 무슨 용도인 거지? 의문은 들었으나.)
(방에 스위치가 있는지 살핀다.)
따로 스위치 같은 건 없어 보입니다만, ...
천장에서 종이 한 장이 팔랑팔랑 떨어져 내립니다.
종이는 작은 쪽지처럼 생겼습니다.
July 14, 2023 8:18PM정희원:(주워서 읽는다.)
쪽지는 그저 다른 말 하나 없이,
라고 적혀져 있습니다.
동그라미 하나입니다.
맞다는 표시 같기도 하고,
0이라는 숫자 같기도 합니다.
이래서야,
이 방 안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당신뿐인 것 같네요.
열려있는 검은색 문이 눈에 띕니다.
온통 흰 방에 핀 튀 조금...
그리고 검은색 문뿐이라니.
이질적인 상황이지만,
저기로 나갈 수 있겠습니다.
July 14, 2023 8:20PM정희원:(상처를 들쑤시느라 손에 남아있던 피를 연구원의 옷에 닦고는 나간다.)
July 14, 2023 8:20PM정희원:
기준치: | 75/37/15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걸음을 옮기며 본 문패에는 <판별실>이라고 적혀져 있었습니다.
≪SECTION 1-1≫: 거울 복도
문을 나서면,
바깥은 사방의 벽이 전부 거울로 이루어진 거울 복도입니다.
난잡하게 반사하는 광경 탓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거울이고 벽인지,
시작이고 끝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천장의 밝은 조명이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선명하게 비춥니다.
눈에 띄는 것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복도에는 조형물들이 주르륵 세워져 있습니다.
몸은 하얀 정장에,
머리에는 투구를 쓰고 있는 마네킹입니다.
긴 복도의 끝에는 다시 검은색의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July 14, 2023 8:23PM정희원:(거울을 짚으며 문을 향해 걷는다.)
단순히 곧은 직선의 복도임에도 불구하고,
거울로 이루어진 탓에 곳곳으로 사물들이 반사되어 보입니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어쩐지… 이질적입니다.
남의 옷인 듯 품이 미묘한 하얀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도 그러니와.
목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으니까요.
손자국 모양입니다.
아까 리온이 조르면서 생긴 걸까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아프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지금도 통증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거울에 비친 당신의 모습은 목을 거의 죽기 직전까지 졸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렇게 한참 거울을 바라보면…
이 손자국의 주인이 리온이라는 것이 더욱 명백해집니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가 뭘까요?
July 14, 2023 8:26PM정희원:(상의를 벗고 다른 곳에도 멍이 있는지 확인한다.)
기이할 정도로 다른 곳들은 깔끔합니다.
목에만 그저 심하게 멍이 들어있을 뿐입니다.
다른 곳은 건드리지 않은 걸까요?
July 14, 2023 8:28PM정희원:원한이 있다면 이걸로 끝나진 않았을텐데... (고개 기울이며 다시 상의 입는다.)
(그러고는 마저 문을 향해 걷는다.)
(지나가며 마네킹을 눈으로 살핀다.)
총 10개의 마네킹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습니다.
모두 턱 끝부터 발끝까지 단정하게 가린 하얀색의 정장을 입고 있습니다.
체구는 약 5.8피트 정도입니다.
July 14, 2023 8:32PM정희원:
기준치: | 75/37/15 |
굴림: | 3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눈부신 조명에 투구의 하단 부분이 반짝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마네킹에게 씌워진 투구에 금박으로,
이라고 적힌 것이 눈에 띕니다.
July 14, 2023 8:33PM정희원:흐음. (마네킹의 투구를 벗겨본다.)
투구를 벗긴다면,
그 안에는 놀랍도록 당신과 유사한 얼굴이 들어 있습니다.
July 14, 2023 8:34PM정희원:
기준치: | 29/14/5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당신의 얼굴을 마주했다는 것과는 별개로,
마주친 그것은 이목구비,
머리 색과 길이,
홍채마저 당신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것만 같은 훌륭한 예술품입니다.
투구를 벗겼음에도 요동 없이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그냥 당신의 본을 딴 마네킹인 걸까요?
이런 곳에 왜?
July 14, 2023 8:38PM정희원:(마네킹을 살피는 동시에 마네킹 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함께 본다. 기이한 곳이다.)
(내가 이렇게 많아져서는 무슨 소용이지?)
이걸 내게 보여주는 이유가 뭘까... (투구를 옆에 내려놓고, 마저 걷는다.)
문은 아주 단단해 보입니다.
잠금장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문에는 고급스러운 명패가 달려있네요.
라고 적혀져 있습니다.
July 14, 2023 8:41PM정희원:(입으로 그 글자를 소리내 읽고, 문고리를 잡아당긴다.)
≪SECTION 1-2≫: 거대한 서재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눈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거대한 서재가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는 대체 어디인 걸까요?
기묘한 공간들만 이어진다는 의문이 머리에 스치는 순간,
방의 정 가운데에 마구잡이로 흩어진 처참한 시체 더미를 밟고서,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서 있는 리온을 발견합니다.
July 14, 2023 8:43PM윤리온:(눈을 느리게 깜빡, ...) 뭐야?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달려오기라도 했나? (뺨에 튄 피를 손등으로 닦으며.)
July 14, 2023 8:44PM정희원:그럼... 마저 천천히 감상하다 올 걸 그랬나? (다가가서 책의 표지에 시선을 둔다.)
검은색 책 표지에는 그저 아무것도 적혀져 있지 않습니다.
July 14, 2023 8:46PM윤리온:그러라고 준비해둔 건데... ... 구경 안 하고 오니까 섭섭하네... 당신이라면 흥미를 가질 줄 알았거든. (책으로 입가를 가린 채 웃음 소리를 내며 웃었다.)
정희원, 나 기억하고 있지? 그때처럼 기억도 안 나는 되도 않는 연기는 하지 말고.
July 14, 2023 8:47PM정희원:글쎄, 난 내 몸에는 흥미가 없어서...
오히려 일찍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네. 난 이 곳이 더 좋아. (서재를 가볍게 훑고는 옅게 웃는다.)
그래, 연기는 안 해. 그런 허물 갖출 입장도 안 되는 것 같고.
July 14, 2023 8:51PM윤리온:가증스럽게 웃지 마, ...죽여버리고 싶으니까... 아니. ...아니지...
죽이면 안되지. 응...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다행이네 연기는 안 해서. 5년이나 지났으면 달라질 때도 됐지...
July 14, 2023 8:53PM정희원:(중얼대는 말을 들으며 피식 웃곤, 책장에서 책 하나를 끄집어낸다.) 5년동안 뭘 했어?
July 14, 2023 8:57PM윤리온:음... 뭐했냐면... 아주 많은 일들을 했지. 다 말해줄 수는 없고... 보이는대로만 생각해... 당신 그거 잘 하잖아?
착각하기도 그렇고... 이런 이상한 상황에 처하면 누구보다 흥미 있는 사람이니까. 안 그래?
잘 생각해 봐. 시간이 얼마 안 남았거든. 아, 너랑 내 시간 말한 거야.
July 14, 2023 8:58PM정희원:(꺼낸 책을 읽어본다.) 글쎄, 잘 모르겠네.
시간? 또 무슨 일을 하려고?
당신이 꺼내든 책은 공교롭게도 <데미안> 입니다.
당신에겐 익숙한 책이죠.
July 14, 2023 9:04PM윤리온:그것까지 말해주면 재미없지. 물어봐도 답 안 해줄 거란 건 알잖아? (책을 닫은 채, 간헐적으로 소리 내서 웃다가. ...) ... (급작스럽게 정색하며.)
그러고 보니 일이 생각났어... ...오랫동안 지켜온 시체가 사라졌지 뭐야? 네가 있으니 괜찮긴 하겠지만... 준비는 덜 됐으니까 가봐야 할 것 같네.
천천히 와. 몸 성히.
리온은 순식간에 읽던 책만 움켜쥐고서,
곧장 등 뒤에 있던 다른 문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찰칵.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 문도 검은색이네요.
...당신은 또다시 이 거대한 서재에 혼자 남겨집니다.
... ...아니죠,
시체 더미와 함께입니다.
July 14, 2023 9:08PM정희원:잘 아네. (중얼거리곤, 데미안을 다시 책장에 집어넣는다. 여기도 하나의 세계일까? 나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파괴해야 할까?)
(그러고는 여유로운 걸음으로 책장 사이를 거닌다. 이렇게 아늑한데 밖으로 깨고 나갈 이유가 있단 말인가.)
(글쎄... 예전이라면 당연하게 그러길 바랐겠지만, 지금은 의문 투성이의 손아귀 안에서도 난 자유롭다.)
(오른쪽으로 걷고, 왼쪽으로 꺾어 다시 걷는다. 그러면 다시 시체 더미와 마주한다.)
(시체 더미를 살핀다.)
시체 더미를 살피며, 주변을 살펴보고 있자면...
당신의 키의 몇 배에 미치는 책장들이 즐비하고,
바닥에는 고급스러운 검은색의 러그가 깔려있습니다.
당신이 서 있는 서재 입구의 맞은편에는,
사무실을 연상시키는 책상들이 보입니다.
높은 천장의 벽에는 큰 시계가 붙어있습니다.
돌아가며,
차칵,
차칵 소리를 냅니다.
시체들은 하나같이 방호복을 입고 있습니다.
여긴 도대체 뭘 하는 곳일까요?
July 14, 2023 9:15PM정희원:(빠짐이 없네. 시체 더미에 특별한 점이 없으면 다시 시선을 돌려 벽시계를 향한다. 현재 시각은?)
금색의 거대한 시계는,
시침, 분침과 초침 구분 없이 오직 한 개의 바늘만이 정각을 향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바늘은 현재는 숫자 11을 한참 지나는 중입니다.
아주 미세하게,
조금씩 숫자 12를 향해 나아가고 있네요.
숫자 12 아래에 작은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July 14, 2023 9:17PM정희원:(의미가 궁금해지는 문장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 이 시간을 뜻하는 거였을까.)
(책장의 책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건들이며 걷는다. 사무실을 연상시키는 책상들을 살피러 간다.)
아주 높은 책장들입니다.
책장의 구석구석 방향제가 놓여있지만,
아무 향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것도 감각이 무뎌진 탓일까요?
책은 의학,
생명공학,
화학 전공 서적부터 시작해서,
신화, 업무 서류 파일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입니다.
살피다 보면,
중간중간에 튀어나온 책들이 보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본 책일까요?
July 14, 2023 9:23PM정희원:(손가락으로 건드리다 튀어나온 책에 툭 걸리면 발걸음을 멈춘다. 붙잡아서 끄집어낸다.)
주로 생명공학,
혹은 Myth라는 단어가 앞머리에 붙은 책들이네요.
유난히 두꺼운 [Myth of ■҉̨̘̟͙̲̥̗̩̰̀̓̐̕■̶̪̥͉̤̲̠̬͕̎̔̂͂́͜͞■̵͙͚͚҇̇̅̊͜■҈̡̱͓̯̐̅͠ͅ]라는 책이 눈에 띕니다.
Myth 이후의 언어는 읽을 수가 없습니다.
내용 역시 세계의 각개 국어와 더불어 짐작조차 가지 않는 언어가 섞여 있습니다.
서재를 둘러보면 읽을 방법을 찾을 수도 있겠죠.
우선 책을 챙깁시다.
July 14, 2023 9:25PM정희원:(ㅇㅅㅇ)
(챙기고 책상으로 간다.)
사무실의 파티션처럼 책상들이 구획을 나누고 놓여있습니다.
책상에 앉아있다가 살해 당한 사람들도 있군요.
공통적으로는 책상 위에 저마다 작은 액자가 놓여있습니다.
July 14, 2023 9:26PM정희원:(사람 치움)
아,
저기 리온의 책상도 보이네요.
사람이 툭, ...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깔끔해졌네요!
July 14, 2023 9:26PM정희원:: )
(리온의 책상으로 간다.)
다른 책상들과 비슷합니다만,
이름표가 놓여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정신 사납게 붙여진 메모지들과 함께,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그리고 책상의 하단에 커다란 서랍이 하나 보입니다.
July 14, 2023 9:30PM정희원:(메모지 내용을 살핀다.)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습니다.
옆에 특이사항도 함께 메모되어 있네요.
대충 보면 세계에서 권위적인 과학자, 수학자, 의사, 생명학자, 천문학자 등등...
다양한 직종의 지식인들입니다.
그리고,
모두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고 합니다.
July 14, 2023 9:31PM정희원:(음 그렇구나)
(노트를 펼친다.)
July 14, 2023 9:33PM정희원:
기준치: | 70/35/14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행깎할래요)
이것은… 일기장일까요?
아니,
그보다는 무언가의 정보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둔 것 같습니다.
눈에 띄게 많이 살펴본 페이지가 저절로 펴집니다.
그리고 얼떨결에 페이지가 뒷장까지 넘어갑니다.
July 14, 2023 9:36PM정희원:: )
외로워 하기는... 가엾기도 하지.
(기계 장치를 살핀다.)
당신을 향한 알 수 없는 집착과 약간의 광기까지 느껴지네요.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의 기계입니다.
투명한 원 모양의 유리가 기계의 중심이고,
그 뒤로 금속 휠들이 잔뜩 달려 있습니다.
기계 장치에는 메모지가 한 장 붙어있습니다.
July 14, 2023 9:39PM정희원:(크기는 얼마정도 되는지 가늠해보고, 메모지를 확인한다.)
당신의 상체만한 크기네요.
메모지를 확인하면,
라고 적혀 있습니다.
마침 알 수 없는 종이 한 장이 밑에 깔려있네요.
시험해볼까요?
July 14, 2023 9:40PM정희원:(해본다.)
금속 휠들이 끼릭끼릭 돌아가면서,
정말로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원 안의 글자가 바뀝니다.
번역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July 14, 2023 9:42PM정희원:(챙긴 책들도 기계를 사용해 읽어본다.)
읽을 수 없던 책을 기계 장치로 비추어 보면,
책장의 글씨들이 저절로 사라지더니,
새로운 글씨가 쓰입니다.
...오른쪽 페이지가 대답을 기다리듯 비어있네요.
기계 옆에 놓여있는 펜을 사용해서 대답을 적을 수 있겠습니다.
July 14, 2023 9:45PM정희원:(가만히 보다가, 펜을 사용해 종이에 적는다.)
'왜 이 답변을 수집하려고 하는 거지?'
책에 다시금 새로운 글자가 떠오릅니다.
July 14, 2023 9:47PM정희원:(그럼 다시 답변을 적는다.)
' 내 삶에는 의미가 없어. '
July 14, 2023 9:49PM정희원:'그래, 의미가 없는 한, 난 살고 싶지 않아.'
당신이 대답을 적으면,
책에 또다시 알 수 없는 글자가 떠오릅니다.
July 14, 2023 9:50PM정희원:(글자가 번역되면 고개를 숙이고 발 밑을 바라본다.)
당신의 발밑을 확인하면,
발밑에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스위치가 보입니다.
눌러볼까요?
July 14, 2023 9:50PM정희원:(누른다.)
그것을 누르면,
덜컹.
소리와 함께 러그 아래에서 비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 아래로 내려가라는 뜻일까요?
통 이상한 일투성이입니다.
열린 비밀 문 아래로 칠흑 같은 공간이 보입니다.
폭이 좁고 단이 높은 계단이 펼쳐져 있습니다.
July 14, 2023 9:53PM정희원:... (열린 곳을 한번 보더니, 마저 책상 하단 서랍을 살핀다.)
서랍에는 펜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아까 기계 옆에 있던 펜이 여기에서 나온 건가 봅니다.
July 14, 2023 9:53PM정희원:(...펜만?)
오로지 펜만!
July 14, 2023 9:54PM정희원:(더 할 이야기가 있다면 다시 와서 하면 되니 챙길 이유는 없겠지. 닫고 열린 문으로 내려간다.)
≪SECTION 1-3≫: 바닥의 통로
계단을 따라 컴컴한 어둠 속을 향해 들어가면,
당신의 걸음을 따라 양옆에서 등불이 차칵이는 소리를 내며 켜집니다.
약간의 눅눅한 공기.
어째서인지 약간 오한이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양옆의 벽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아가지 않은 저 너머는 아직 불이 들어오지 않은 탓에 끝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벌레 기어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오직 서늘한 적막만이 유지되는 어둠.
이 어둠 속을 벽을 더듬으며 나아가노라면,
…어느 순간부터 손에 닿던 고른 금속의 느낌 대신에 우둘투둘한 쇠창살이 손에 닿기 시작합니다.
July 14, 2023 9:56PM정희원:... (쇠창살을 본다.)
흐릿한 형체들이 쇠창살 너머에 가득합니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는군요.
천장에 당겨서 불을 켤 수 있는 스위치가 길게 내려와 있습니다.
July 14, 2023 9:56PM정희원:(당긴다.)
찰칵,
소리와 함께 쇠창살 너머의 공간에 불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쇠창살 너머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불빛이 비추어진 그 너머에는...
벌거벗은 인간들이 동산을 이루듯 쌓여있습니다.
July 14, 2023 9:57PM정희원:
기준치: | 28/14/5 |
굴림: | 52 |
판정결과: | 실패 |
July 14, 2023 9:57PM정희원:(뭔가 이상한데.)
기준치: | 75/37/15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니,
자세히 살펴보면,
저건… 정말 인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미(dummy)에 가깝습니다.
엉성하게 마감된 손가락 부분이나 얼굴이 없는 것을 보면 눈치챌 수 있는걸요.
하지만 저렇게 많은 더미가 왜 저 너머에 쌓여있나요…?
더미의 조금 옆에,
커다란 흰 침대가 하나 놓여있는 것이 보입니다.
흰 침대는 기계 장치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침대 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July 14, 2023 9:59PM정희원:흐음... (기계 장치를 관찰한다.)
생전 한 번도 본 적 없는 의료 장치들입니다.
굉장히 많습니다.
단순히 창고에 물건을 한데 모아둔 것이 아니라,
실사용을 위해 배치해두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July 14, 2023 9:59PM정희원:
기준치: | 75/37/15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가만히 기계 장치를 살펴보자면,
저것들은 생명을 유지하는 장치라기보다는 시체를 보존하는 장치에 가까워 보입니다.
문득,
‘오래 지켜온 시체가 사라졌다’던 리온의 말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어디로 간 걸까요?
July 14, 2023 10:01PM정희원:(조만간 알 수 있겠지.)
(아닐 수도 있고.)
(잠시 잊으면 그대로 사라질 호기심 하나가 생겨났을 뿐이다.)
(불이 비치는 방 안으로 더 들어가본다. 말고 특별한 것은 없나?)
쇠창살은 몇 미터를 더 이어지다가 이내 다시 금속 벽으로 돌아옵니다.
차칵이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등불이 켜지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July 14, 2023 10:03PM정희원:(망설임 없이 올라간다.)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검은색 문이 보입니다.
잠겨 있지 않고,
너머에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요?
July 14, 2023 10:03PM정희원:(문은 늘 검은색이구나.)
(문을 연다.)
≪SECTION 1-4≫: 윤리온의 방
검은 문을 활짝 열면,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내내 어둡던 통로에 있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반짝이는 조명의 불빛,
은은하게 풍겨오는…
____의 향기.
이게 무엇의 향기였죠?
이곳은...
삭막하기 그지없는 방입니다.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꾸며져 있지 않습니다.
방금 당신이 열고 나온 바닥의 문을 제외하면,
왼쪽 벽에 하나,
오른쪽 벽에 하나씩 문이 있습니다.
July 14, 2023 10:07PM정희원:(익숙한 느낌이 든다. 책장을 살핀다.)
깔끔한 검은색 책장입니다.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으며,
한 권의 책만이 가로로,
책장의 왼편 칸쯤에 비스듬히 올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이 읽을 수 없는 제목이거나,
생명 과학과 공학,
혹은 신화서입니다.
서재와 비슷한 구성이군요.
모든 책이 한참을 읽은 듯 책의 끝부분이 너덜거리고 손이 탄 흔적이 있습니다.
July 14, 2023 10:11PM정희원:이런 걸 읽었나... 후후. (책등을 부드럽게 쓸고, 비스듬히 눕혀져있는 책을 꺼내본다.)
표지의 어느 면에도 제목이 없습니다.
그저 검은색 책이네요.
July 14, 2023 10:12PM정희원:(펼쳐서 읽어본다.)
펼쳐보면,
이 문단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July 14, 2023 10:15PM정희원:(읽고 나면 제 호흡을 의식한다.)
그 두 개의 숨이...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재밌어라. 운명도 참 장난을 좋아해...
(책상을 살핀다.)
책을 읽으면, 어쩐지 정신이 어지러워집니다.
책이 덮어지기 전, 메모지 하나가 팔랑거리며 떨어집니다.
July 14, 2023 10:19PM정희원:(살핀다.)
회색 모노톤의 딱딱한 철제 책상입니다.
모니터가 놓여있고,
비스듬하게 내려놓아진 책 한 권과 깔끔하게 정리된 필기도구가 보입니다.
July 14, 2023 10:20PM정희원:
기준치: | 75/37/15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행깍할래요 )
July 14, 2023 10:21PM▶: 확인 했습니다...
서재에서 리온이 사라지기 전,
손에 쥐고 있던 책인 것 같습니다.
검은색 하드커버이며,
책의 제목은 ‘일기장’입니다.
일기장이라는 제목의 책도 있나요?
그게 아니라면...
저자인 리온,의 일기장이겠습니다.
July 14, 2023 10:21PM정희원:(ㅋㅋ 읽어본다.)
(ㅋㅋㅋ)
(재밌다. 재밌는 내용 더 있나?)
그는 어째서인지 당신의 죽음을 몇 번이나 되짚고,
추모와 먼 집착을 토해냅니다.
글은 몇 장 넘겨 이어집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장에, 잉크가 마르지 않은 문장이 쓰여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말이 휘갈겨진 낱장을 마지막으로 기록이 끊깁니다.
책 밑에는 CD 2장이 깔려있습니다.
이곳에 CD 플레이 기기는 보이지 않으므로,
챙겨두었다가 다른 곳에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July 14, 2023 10:30PM정희원:(웃는다. 마지막 글씨를 손가락으로 쓸어 잉크를 번지게 한다.) 허물만 남아버린 인격을 5년 동안 찾아다녔다니... 정말 미련하고 가엾어.
결국 손에 넣었으면서, 바로 날 시험에 들게 할 작정이라니...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판단할 정신은 있겠지?
(CD를 챙기고, 모니터를 본다.)
July 14, 2023 10:33PM정희원:
기준치: | 75/37/15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지하통로에서 보았던 빈 침대에 당신의 시체가 누여 있었을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건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고 했죠.
...당신은 정말 윤리온이 창조해낸,
정희원의 모조품에 불과할까요?
더 알아보아야겠습니다.
8개 구역의 상황을 비추고 있는 CCTV입니다.
첫 번째 화면에서는 탐사자가 처음 깨어났던 하얀 방을,
두 번째 화면에서는 벽이 모두 거울이었던 복도를,
세 번째 화면에서는 서재를,
네 번째 화면에서는 서재의 시계를,
다섯 번째 화면에서는 지하통로를,
여섯 번째 화면에서는 화원처럼 보이는 곳의 입구를,
일곱 번째 화면은 검은색으로 가득 메워져 있고,
여덟 번째 화면에서는,
…하얗게 눈이 내리는 하늘이 보입니다.
벌써 겨울이던가요.
그때,
여섯 번째 화면에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리온의 모습입니다.
화원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모니터에 잡힙니다.
안에 들어간 이후의 동선이 파악되지는 않네요.
July 14, 2023 10:36PM정희원:(흐음, 화원 안으로 갔나.)
(마저 방 안을 살핀다. 옷장 문을 연다.)
검은색 옷장입니다.
열어보면,
리온의 체격에 맞는 옷들이 걸려 있습니다.
July 14, 2023 10:37PM정희원:
기준치: | 75/37/15 |
굴림: | 7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차곡차곡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걷으면,
옷장의 벽에 붙어 있는 사진 컬렉션이 보입니다.
당신이 찍은 기억이 있는 사진부터,
찍은 기억이 없는 사진까지.
웃고,
울고,
잠들고,
숨쉬는 당신의 모습이 옷장 벽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July 14, 2023 10:38PM정희원:
기준치: | 27/13/5 |
굴림: | 36 |
판정결과: | 실패 |
July 14, 2023 10:40PM정희원:후후... 누굴 찍어서 걸어둔 거람.
(다시 되돌려놓고, 침대를 살핀다.)
흰색 침구가 가지런히 정리된 1인용 침대입니다.
사용감이 꽤 있습니다.
은은하게 리온의 체향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July 14, 2023 10:42PM정희원:(자세히 살펴본다. 여기도 뭔가 있지 않을까?)
이불의 안,
시트 아래,
침대 아래를 살펴보아도 아무것도 없지만,
베개 아래를 들춰 본다면 식칼을 발견합니다.
무기로 소지 가능합니다.
July 14, 2023 10:43PM정희원:(챙긴다.)
(식칼을 주머니에 넣고서, 왼쪽 문을 열어 바깥 풍경을 살펴본다.)
서재로 이어집니다.
아까 리온이 들어가선 문을 걸어 잠궜던 방이 이 방이겠군요.
July 14, 2023 10:45PM정희원:흐음. (그럼, 오른쪽 문을 살핀다.)
오른쪽 문을 열어보면,
다음 장소로 나가는 통로입니다.
이곳을 통해서 나가면 되겠습니다.
July 14, 2023 10:46PM정희원:(나간다.)
문을 열고 나오면,
탁 트인 홀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또다시 피냄새가 흥건합니다.
바닥에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습니다.
전부 죽었습니다.
서재와 같습니다.
바닥에는 붉은 융단이 깔려있고,
벽에는 고급스러운 그림들이 몇 점 걸려 있습니다.
높은 벽의 상단은 스테인드글라스입니다.
바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따라 홀의 바닥에 아름다운 색색의 형상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정면에 검은색의 정문이 있습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문입니다.
저 문은 화원과 이어지겠지요.
7:05PM정희원:(이런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 낸걸까.. 생각하며 그림을 확인한다.)
세 점의 그림이 있습니다.
양팔을 벌려도 잡기 어려울 만큼 커다란 그림입니다.
지나가듯 그림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7:06PM정희원:(확인한다.)
첫 번째에 걸려있는 그림은,
물컹물컹한 점액질에 선명한 분홍빛 색감의 뇌가 담겨 있습니다.
극사실주의 화풍입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두 번째에 있는 그림은,
단 하나의 인간만이 위에 올라서 하늘을 향해 양팔을 뻗고 있는 그림입니다.
추상주의 화풍입니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세 번째 그림은,
당신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입니다.
그런데,
화폭 안에 담긴 당신의 얼굴이 한 명이 아닙니다.
무려 11명입니다.
같은 얼굴이 11개씩이나 그려져 있다니,
과하네요.
모두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어쩐지 으스스합니다.
7:09PM정희원:(많아...)
(스테인드글라스를 올려다본다.)
바닥에 비추어진 스테인드글라스의 형상은 세 쌍의 연인을 황홀하고,
또 기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 연인은 키스를 나누고 있고,
두 번째 연인은 서로를 꼭 껴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연인은… …아니,
저게 연인이 맞던가요?
단순히 사람 둘을 짝지어 놓은 것은 아닐까요.
세 번째 연인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에 올라타 목을 조르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 형상이 색유리에 잘게 반사된 빛으로 바닥에 그려집니다.
지워지지 않는 자국 같습니다.
7:10PM정희원:
기준치: | 26/13/5 |
굴림: | 1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7:11PM정희원:(화원으로 간다.)
≪SECTION 2-1≫: 화원
정문을 활짝 열고 바깥으로 나서면,
회색빛의 하늘 아래 바깥에는 한창 눈이 내리는 중입니다.
햇살은 밝고 따사롭… ...
나?
…날씨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여간,
시야에 보이는 것은 아름답게 꾸며진 넓은 화원입니다.
분명 리온은 이 안으로 들어갔죠.
화원은 대부분 키가 높은 나무와 덤불 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디가 이 화원의 끝이고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합니다.
날씨에 맞지 않게 만개한 검은 튤립이 당신을 유혹하듯 살랑거립니다.
7:15PM정희원:(일반적인 현실의 범주에서 벗어난 공간이구나. 눈으로 훑고서는 천천히 검은 튤립에게로 간다.)
검은 튤립은 화사하게 만개해 있습니다.
7:16PM정희원:
기준치: | 75/37/15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멀리 있을 때는 못 봤는데... ...
검은 튤립 사이사이 하얀 튤립이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거네요.
7:17PM정희원:(하얀 튤립만 꺾어내려다, 다시 손을 거둔다.)
그대로인 편이 좋아.
(그러고는 검은 튤립 한 송이만 꺾어, 화원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화원의 입구로 들어서면,
몇 걸음 떼지 않아도 삽시간에 주변이 푸르른 꽃과 높게 자란 나무로 가득찹니다.
코너마다 오래되고 기괴하게 보이는 조형물들도 잔뜩 놓였고요.
7:19PM정희원:(좌수법 고고)
(왼쪽으로 간다.)
한참을 걷다 보면,
꽃들 사이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놓여있습니다.
아주 정밀하고 자세하게 세공되어 있지만,
그 형상이 소름 끼치도록 생생하고 기분 나쁩니다.
조형물이 내뻗은 촉수에 책 한 권이 들려 있습니다.
읽어보나요?
7:21PM정희원:(가만히 조형물을 보다가, 책을 집어들고 읽습니다.)
7:21PM정희원:2
7:22PM정희원:(ㅇㅅㅇ)
마저 걸을 수 있겠습니다. 다시금 갈림길이 눈에 보이네요.
7:22PM정희원:(왼쪽으로 간다.)
또 한참을 걷다 보면,
아주 커다란 나무 두 그루가 보입니다.
아니.
한 그루인가요?
두 그루가 서로 아주 가까이 붙어 자라,
마치 한 그루인듯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7:23PM정희원:
기준치: | 75/37/15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비슷한 키를 하고 있지만,
한 그루는 아주 비쩍 말라 드문드문 썩어들어간 부분마저 있습니다.
마치 다른 한 그루에게 모든 영양분을 뺏겨 버린 듯한 형상입니다.
두 나무가 함께 붙어 있기 때문일까요.
그리고 다시금 당신 앞에 갈림길이 보입니다.
이번에는 어느 쪽으로 향하나요?
7:24PM정희원:(왼쪽으로 간다.)
계속 걷다 보면,
꽃잎이 하늘하늘 떨어지는 꽃밭에 다다릅니다.
…떨어진다고요?
눈이 내리는 이 상황에,
떨어질 꽃들이 이렇게나 만개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만개한 꽃들 가운데 여러 송이가 불특정하게 툭툭 그 꽃송이를 바닥으로 떨굽니다.
마치,
인간의 머리가 떨어지는 것만 같아요.
7:26PM정희원:(꽃나무를 올려다 본다.)
꽃나무는 여전히 한 송이씩 똑, 똑,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참이나 보고 있었을 때였을까요.
≪SECTION 2-2≫: 이상한 남자
누군가 어깨를 붙잡습니다.
7:28PM이상한 남자:길을 잃으셨나요?
뒤를 돌아보면,
유들유들하게 웃는 호감형의 남자가 언제부터인지 당신의 뒤에 서 있습니다.
어깨에 닿았던 손길을 거두고 사람 좋게 웃는 남자의 모습을 보니 어째선지 마음이 안정됩니다.
7:29PM이상한 남자:윤리온이 제법 잘 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최근에는 통 실패작 뿐이라고 투덜거리던데 말이에요.
몇 년 만에 눈을 뜬 기분은 어떤가요?
7:30PM정희원:(대답 안 하고 심리학 판정 하겟습니다)
7:31PM정희원:(어떤 의도로 다가왔는지 파악하려고 합니다.)
7:31PM정희원:
기준치: | 40/20/8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남자는 당신이 의중을 관찰하고 있음에도,
그저 유들거리며 웃고 있을 뿐입니다.
확실한 건, ...
적어도 지금은 당신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당신의 반응을 유독 궁금해 하는 것 같군요.
7:34PM정희원:... (다시 고개를 돌려 꽃잎더미를 바라본다.) 글쎄요. 아무런 기분도 안 드네요.
다만 이 공간은 제법 재미있어요. 무엇을 보든 절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거든요.
당신은... 리온 씨와 일했나요?
7:38PM이상한 남자:흠, ... 윤리온과 일했냐고 물어본다면... ... 아니라고 답해둘까요. 그저 저는 구경을 했을 뿐이거든요.
그야 당연하죠. 이 세계가 멀쩡한 세계는 아니니까요... 이곳에 살아있는 사람이라고는 당신과 윤리온 밖에 없기도 하고...
윤리온이 당신을 제법 좋아했나 봐요? 아, 사랑했나? 그것도 아니면... 증오했나... ...궁금하네요.
7:40PM정희원:복잡하죠. 지금은 그걸 전부 집착으로 덧씌운 모양이지만...
그럼, 당신은 뭐 하는 분이시죠?
7:42PM이상한 남자:그러는 당신은 누구인지, 스스로를 알고 계십니까? 지금 남이 누구인지를 질문할 때가 아닐 텐데요. ... 굳이 말하자면 죽은 이를 살려내길 바라는 사람들의 욕망을 지켜보기 좋아하는 조수입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걸 염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재밌는지 아시나요?
7:44PM정희원:조수라... 조수라기엔, 당신도 제법 그 행위를 열망하시는 것 같네요.
재미있죠. 그렇다면 윤리온은 염원을 이루었을까요?
7:45PM이상한 남자:열망보단... 즐거운 거죠. 그 반응을 보는 게. (입 가리고 작게 웃다가.)
이루었는지 안 이루었는지는 당신이 직접 보면 될 거 같은데. ...
지금 하늘에서 내리는 게 뭔지 아나요?
7:47PM정희원: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야말로 어떤 욕망보다 쉬이 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둘도 없는 열망이라 생각해요.
글쎄요. 설명해주실래요?
7:49PM이상한 남자:하늘에서 내리는 건 눈이 아니라 하늘.
이 세계의 천장 잔재예요. 우주고 뭐고 이 세계가 샅샅이 부서져서 떨어지는 거예요.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겠죠. 거기서 당신들 둘 다 살아남을 방법은 없겠지만.... 어쨌거나, 아름다운 광경이죠?
7:51PM정희원:아, 어쩐지, 보면 넋을 놓게 되더라니... (작게 웃는다.)
7:53PM이상한 남자:하하, 아름답죠? 여기는 아주 양호한 편이에요. 이미 이 저택 밖의 길거리는 난장판이 됐을걸요. 순식간에 살점과 피로 흩어져서...
쾅!
하고.
그 말과 동시에 방호복을 입고 있던 상당수의 시체들이 떠올랐다 바닥에 떨어집니다.
살점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7:55PM정희원:(그 모습을 보곤) 포장이 되어있어서 다행이네요.
7:56PM이상한 남자:포장 안 되어있었어도 당신은 별 상관 없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하늘 한 번 올려다 보며.)
뭐, 이제 이것도 재미 없죠. 내가 작은 ‘장난’을 쳐서 기회를 만들어주기는 했지만, 둘 다... 색다른 볼거리를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나도 슬슬 떠나보려고 해요.
7:59PM정희원:아니요. 살점이 튀어서 몸이 오염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리온 씨가 겨우 하얗게 탄생시킨 몸인데. (후후 웃고는)
가시는 길 잘 가시라고 인사라도 드리고 싶지만, 뭘 해야 성에 차실지도 궁금하네요.
8:03PM이상한 남자:왜 그렇게 윤리온이 당신을 살려내려고 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네 얼굴을 빤히 보며 눈꼬리 휘어서 웃었다.)
다 포기하고 키스라도 해보는 건 어때요? 그럼 재밌을 것 같기도 한데. 하하. 그런 거에 환장하거든요 높은 분들은.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투로 본인 입술 툭툭 두드린다. 잘 생각 해봐요. 입 모양으로 말하며.)
윤리온은 당신이 오기 직전에 저택으로 돌아갔어요. 신의 장난마냥 엇갈렸네요. 재밌기도 하지. (그대로 빙글 뒤 돌았다.) 이쪽 길로 쭉 나가면 저택이에요. 세 번째 액자를 살펴봐요.
당신도 서두르는 게 좋을 거예요. 멸망까지 얼마 안 남았거든요. 화원과는 달리 멸망에는 출구가 없답니다.
8:06PM정희원:네에. (길게 늘여 대답한다. 멸망은 아무래도 알 바 아니지만...)
그럼 이만... 재미있는 일들 많이 찾아보세요. (저택 쪽으로 돌아간다.)
≪SECTION 2-3≫: 또다시, 홀
…수상쩍은 남성이 알려준 길로 향하자,
다시 화원의 입구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리온을 만날 수 있을까요.
저택의 홀로 들어서면.
8:08PM정희원:
기준치: | 75/37/15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뭔가 달라졌습니다.
홀의 복도에 걸려 있던,
세 번째 그림이 바뀌었습니다.
8:09PM정희원:(본다.)
화폭 안에 담긴 당신의 얼굴이 한 명 더 늘어,
열두 명이 되었네요.
모두 눈을 감고 있는 가운데.
눈을 뜬 당신의 초상화 하나요.
하얗게 번지는 입김까지 그려낸 것이 꼭,
그림이라기보다 창문 같을 정도입니다.
당신의 얼굴을.
눈이 깜빡이는 표정을.
입꼬리가 그려내는 곡선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거대한 그림이 툭,
벽에서 떨어져 당신을 향해 엎어집니다.
8:09PM정희원:
기준치: | 55/27/11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을 향해 덮치듯 떨어져 내리던 커다란 그림이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갑니다.
간신히 피했습니다.
…엎어진 쪽으로,
핏물이 질질 흘러나와 붉은 융단에 배어듭니다.
8:10PM정희원:
기준치: | 24/12/4 |
굴림: | 2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시선이 세 번째 그림이 걸려있던 자리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그림 대신,
검은 문이 보입니다.
/desc 그동안 봐 온 검은 문 중에 가장 작습니다.
화원에서 마주한 수상한 남자가 알려주려던 통로는 이것이었을 것입니다.
...여기야말로 리온이 있을까요.
8:12PM정희원:(액자를 밟고 넘어간다.)
(그러고는 작은 검은 문을 열고 들어간다.)
≪SECTION 3≫: 우리의 종말, 세계의 끝.
작고 좁은 문을 열면,
길고 어두컴컴한 계단이 위로 쭉 이어집니다.
잡을 수 있는 철제 난간이 있습니다.
볼에 닿는 서늘한 공기는 축축하고,
손에 잡히는 철제 선반은 소름끼치도록 차가워서,
당신이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게 합니다.
모든 감각이 돌아왔습니다.
이태까지 쭉 괜찮았던 목덜미에도 시큰이는 통증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위로 한참을 올라가면… 다시 큰 검은색 문이 보입니다.
8:13PM정희원:(난...살아있구나.)
(제 목을 만지작거리고는, 검은 문을 연다.)
≪SECTION 3-1≫: 스크린 룸
당신은 어느 방에 이르러 있습니다.
방은 정갈하고 고요하며,
어둡습니다.
CD 플레이 기기가 있고,
앉을 수 있는 의자가 흰 스크린을 마주 보고 있습니다.
8:14PM정희원:(뜻대로 해 줘야지. CD플레이 기기를 작동시키고 의자에 앉는다.)
마침 당신은 이곳에 넣을 만한 CD를 두 장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부터 넣어볼까요.
[#1. 인터뷰]와 [#2. 리허설]이라고 적힌 CD가 있습니다.
8:16PM정희원:(스포일러는 됐어. 순서대로 본다.)
스크린에 서서히 흐린 빛이 쏘아지며,
영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곳에 불러 모았다는 저명한 지식인들의 인터뷰입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이 실험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리온이 셀프 인터뷰를 합니다.
리온이 저 지식인들을 모두 불러 모은 장본인인가 봅니다.
8:19PM윤리온:...나는 지구가 몇 년 내로 종말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어. ... 5년은 겨우 버틸까. 아니, 아니지. 정희원에게 달려있다고 해야 할까? 하하하... 너는 변했다고 했지만 난 알고 있어.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이번 ‘종말’은 아주 은유적인 표현일 뿐이야.
신세계에서 살기 위한 새로운 생존 법칙이 생긴다는 편이 맞겠지.
...그래!
종말 이후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2명분의 숨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8:20PM윤리온:자신과, 상호 강렬한 감정을 가진 타인의 숨.
나와 너는 서로에게 숨을 줄 수 있는 상대지. 그런데 네가 먼저 죽었고. ... ...
따라서 난 널 살려내기로 했어.
너도 이해하지? 과학자였잖아.
그 말을 끝으로 첫 번째 영상이 끝납니다.
8:22PM정희원:... (고개를 기울인다.) 살고 싶은 거니?
(두번째 영상을 재생시킨다.)
영상은 이어지는 듯합니다.
스크린 속의 리온은 당신의 기억 속 모습과 가깝습니다.
정확히는 5년 전의 모습이네요.
그의 표정에서는 깊은 회환과 착잡함이 묻어나오고,
자세히 보면 카메라에 언뜻 보이는 옷깃 위로 피가 잔뜩 튀었습니다.
8:23PM윤리온:...312번째 더미. 드디어 정희원과 비슷한 개체. ...
솔직히 말해, 정희원이 이 방법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는데... ...근데 좋아할 생각하니까 짜증나는 것 같기도 하고... ... 아, 좋아해주려나... ... (혼자 중얼중얼거리며 킥킥...웃고 있는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말에도 설득력은 없겠지...
그러니 계속할 작정이야. 오늘 만든 312번째에게 말을 걸어서, 그가 대답한다면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 과학자는 어렵네. 마법만 있었으면 다 해결 되는 건데.
그리곤 카메라가 조금 내려갑니다.
수술대에 누운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리온이 당신의 목을 조르며 묻습니다.
익숙한 질문입니다.
8:24PM윤리온:정희원, 날 봐. 못 알아보는 건 아니지? 일어나.
아주 고요한 정적 속,
몰아쉬는 리온의 숨소리만 잡히는 가운데.
눈을 뜬 스크린 속 당신은...
옅은 숨을 뱉으며...
선명하게 속삭입니다.
8:25PM정희원:멍청하긴.
당신은,
아니.
당신을 닮은 그것은 살점과 핏덩이로 녹아내리듯 부서져 내립니다.
리온의 팔 안에서 한 줌 핏물이 흘러내립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리온이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지는 몰라도 완전한 실패입니다.
잠시 화면이 멈춥니다.
눈이 퉁퉁 부은 리온이 다음 영상에 나옵니다.
머리카락이 짧은 리온이 다음 영상에 나옵니다.
차가운 표정을 지은 리온이 다음 영상에 나옵니다....
리온은 당신을 살려내겠다는 행위에 점차 몰두하고 집착합니다.
그러한 모습에,
어떠한 감정을 느끼나요.
8:26PM정희원:
기준치: | 24/12/4 |
굴림: | 46 |
판정결과: | 실패 |
3
전신을 타고 흐르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분에 몇 발자국 뒤로 몸을 물립니다.
…등 뒤에,
아까까지만 해도 느껴지지 않던 인기척이 닿습니다.
당신의 팔을 잡는 손길이 견고합니다.
그래요.
당신에게 익숙한,
그러나 어딘가 한없이 멀게 느껴지는 손길.
느낌.
향기.
당신을 바라보는 저 눈빛.
8:28PM윤리온:정희원, 나도 준비가 끝났어.
무척이나 기쁘고 환한 표정을 지은.
그래,
미쳐버린 윤리온칼리스타입니다.
8:29PM윤리온:정말 지금까지 살아서 움직이네... ...대단하다. 실패작이라도 다른 실패작이라는 걸까... 아주 흥미로워... ...
후후... 내가 살려내겠다고 한 건데도 이렇게 돌아다니는 걸 보니 어째서 이렇게 증오스러운 걸까... 정희원. ...
8:33PM정희원:리온 씨... 아니, 칼리스타. (돌아본다.)
기뻐 보이네.
8:35PM윤리온:그런가? 덕분에 말이야. 안 기쁠리가 없지. 너도 멸망 시킬 때 이런 기분 아니었어? 나처럼 이렇게 즐겁지 않았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지? 하핫, ...이상할 리가 없지?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정희원. 이렇게 있으니까 꼭 마지막이 생각난다, 그치?
8:38PM정희원:아니야, 당신은 미쳤어. 칼리스타. (옅게 웃어준다.)
네가 무엇에 집착했는지 다시 잘 생각해 보렴.
(고개를 가까이 붙이며 두 눈을 직시한다. 그리고 제일 생경했던 시절처럼 눈웃음 짓는다.)
어때?
여전히 증오스럽지?
이게 당신이 바라던 거야?
8:44PM윤리온:(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웃음에 제 입을 막았다.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응. ...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꾸욱, 누르며 손을 떼어냈다.)
어쩌면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 하아... ... 이걸 보니까 알 것 같아... 네 웃음을 보니...
이제서야 살아있는 거 같아... (숨을 참았다가 내뱉는 듯 숨소리 사이로 웃는 소리가 섞인다.)
내가 바라던 건가 봐. 네 입술이 이런 말을 하는 게 즐거운 걸 보면... ...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걸 상기 시켜주는 거 같거든.
너를 살려내기로 한 건 가장 잘한 일이야. 300번이나 넘게 시도한 의미가 있어...! 아아...!
어때? 살아있다는 느낌은?
8:48PM정희원:(그 모습을 보면 아하하 소리를 내서 웃는다.) 가엾어라...
당신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위로해줄 어린 녀석도, 당신을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는 몸의 주인도 있는데...
결국 선택한 게 고작, 겨우 존재만 하고 있는데도 당신을 갉아먹을 뿐인 증오의 대상이라니...
최악의 상황에 최악의 선택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가엾어...
살아있다는 느낌? 오감이 자극받아 반응하는 느낌 말이야.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다는 감상 말고 드는 감상은 없어.
알잖아. 내 삶에 더 이상 의미는 없어.
8:56PM정희원:하지만 덕분에 이런 모습을 보게 된 건 재미있네... 네가 꼭 마음에 들었어.
9:01PM윤리온:...! 가여워하지 마, 네가 뭔데! ... 아. ...아니지. 하, 이러면 안되지 그래,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그 애들은... 내 손으로 죽이기 싫어서 말이야. 후후, ...하하핫...! 안 그래도 불쌍한 애들이잖아. 물론 지금 즈음이면 밖에서 어떻게 되어가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
사람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더 도움이 될 때가 있어. 난 그걸 선택한 것 뿐이지.
최악의 선택이라니... 너무한 말인 걸. (허리 숙여서 배 잡고 깔깔 소리내어 웃었다.)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을 그렇게 매도하다니... 하아... ... 그게 물론 너다워서 좋아.
끝까지 변하질 않잖아? 삶에 의미가 없다니 다행이다.
너에게 보여줄게 있거든. 따라올래?
9:11PM정희원:(옅은 미소로 고개를 기울인다.) 널 보면 꼭 내 예전 모습이 생각이 나...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을 갉아먹는 선택을 하고, 그게 최악이라도 인지마저 없다는 점에선 꽤... (말을 늘이다가)
미련하네.
(빙긋 웃고) 그래, 보러 갈까?
9:16PM윤리온:나는 태어날 때부터 이랬던 사람이라서 말이지... ... 윤리온이 이상한 거였던가.., ...아하핫...! 진작에 돌아갔어야 하는 건데... 왜 부득불 이곳에 남았는지 처음에는 후회도 했거든. ... 하지만 그게 이런 재밌는 광경을 보기 위해서였다면 돌아가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지...
(웃어서 물기가 맺힌 눈가를 닦아내며.) 언제나 미련으로 살아왔어서 말이야. (네 답이 떨어지면 걸음을 먼저 옮긴다.)
몇 걸음 걸어간 리온이 흐린 빛이 쏟아지는 스크린을 찢습니다.
그 뒤에 드러나는 것은 검은 문입니다.
어느 때보다 검고,
반듯한.
리온은 문고리를 돌립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손을 내미네요.
…이번에는 리온과 함께 들어가는 검은 문입니다.
9:17PM윤리온:어서 잡아. 희원 씨.
9:18PM정희원:(순순히 붙잡는다.)
≪SECTION 3-2≫: 숨을 거둘 때
문 너머로 향하면,
시야를 환하게 물들이는 조명들이 아름답습니다.
반원 형태의 유리돔이 하늘에서 눈처럼 쏟아지는 세계의 파편들로 얼룩덜룩하게 빛납니다.
이곳은 흡사 정원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종말을 맞기엔 너무나 안정적인 장소네요.
아직 여린 줄기에 매달린 꽃송이들이며 나무의 푸른 잎들이 건재합니다.
그동안 맡아왔던 피비린내나 냉한 냄새가 단숨에 잊힐 정도로,
끝을 직감했기에 더욱 진한 생명의 향기가 정원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정원에 활짝 피어난 것은...
아주 새하얀 튤립들입니다.
9:21PM윤리온:마음에 들어? 어때? 아주 열심히 꾸몄거든. 네 생각이 나지 않아? 밖에 있던 검은색 튤립도 봤을지 모르겠네... ... 그것도 괜찮았지? 아름답고... (답은 바라지 않는다는 듯 꽃 하나의 목을 꺾어 네게 건넨다.)
9:22PM정희원:왜 꾸민 건데? (느릿하게 호흡하고는 물었다.)
(그러고는 네가 하얀 튤립을 건네면, 손등으로 다시 밀어내고, 아까 전에 꺾었던 검은 튤립을 손에 쥐어올린다.) 난 이게 좋아서.
9:25PM윤리온:아, ...네 원래 머리색이기도 했지. 지금은 내 머리색이지만... ... (손에 잡힌 튤립에 얼굴을 묻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하아...
왜 꾸몄냐니. 몰라서 물어보는 거야? 널 생각하면서 꾸몄지. 네 마지막에 어울리는 장소 아니야?
아름답고, 하얀색이고, 또... ... 어떤 색으로 물들든 잘 어울릴 거고... ...
그치?
9:29PM정희원:그래.. 내 마지막을 위해서라. 그럼 그 다음은 어쩌려고?
겨우 만들어낸 반 성공작인데, 아깝지 않나... (고개를 기울인다.)
9:32PM윤리온:난 살아가는 거고 너는 죽는 거지. 그게 끝이야. (웃던 얼굴은 어디 가고 금세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아깝긴 해도 결국에는 죽이려고 만들어낸 건데... ... 대화도 어느 정도 나눴고. 이 정도면 아주 만족했어. 그리고 난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아서 일단은... 종말부터 저지 시켜야하지 않겠어? 아핫, ...
9:33PM정희원:내가 너였으면 죽이고 났을 때 아쉬울 것 같은데.
왜, 복수 뒤에는 공허만이 남는다고 하잖아...
난 아직 네가 느낀 적막감이나 지루함도 못 느껴봤는데. 왜 그래? 아마추어 처럼...
종말이 오기 직전까지 확실하게 가지고 놀아야지. 안 그래?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들이민다.)
9:39PM윤리온:그런 걸 느끼라고 살려낸 게 아니야. 그저 네 목숨이 필요했을 뿐이지... (손에 쥔 튤립을 으스러트린다.)
복수 뒤에 공허라니... 그런 걸 느끼는 건 일단 복수하고 나서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말이야. 어쩌면 그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잖아? 난 적어도 내가 원해서 행한 일들에 후회는 하지 않거든. (큭큭거리는 소리를 겨우 죽였다.)
이미 확실하게 즐겼어 나는. 하하... ...종말이 오기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고... (들이밀어진 얼굴을 피하지 않고 코 끝이 맞닿을 때까지 다가간다.) 하늘을 봐, 희원아.
9:44PM정희원:그렇다기엔 집착이 과해 보이던데... 네가 보고 있는게 내가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로 재단해서 집착하던데? (여전히 똑바로 두 눈을 마주한 채, 손에 쥐고 있던 검은 튤립을 꽃밭에 던진다.)
이제 하늘은 궁금하지 않아. (숨이 닿는 거리에서 네 두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동시에 네 배에 칼을 찔러넣는다.)
9:51PM윤리온:그야 날 이 세상으로 끌고 온 장본인이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증오 밖에 안 남았다고 해도... ... (던져지는 튤립에는 시선 조차 주지 않고 히죽거리며 웃었다.)
하하, ... 아하하...!!
이왕이면 올려다 보지 그랬어. ... (네 손목을 잡아 제 목에 올린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니... ...그것도 정희원에 의해서 몇 번이나 절망하게 된다니... 너무 행복해... 고통조차 즐겁다면...
미친 걸까? 대답해 봐. (창백해져 가는 얼굴과 가빠진 숨에도 불구하고 부들거리며 입꼬리 올렸다.)
9:54PM정희원:(아무 말 없이, 네 목 위에 손이 올려진 채로 그저 가만히 바라본다.)
미친 게 맞다고 하면, 이번에는 인정할 거니?
안쓰러워, 넌 사랑을 증오로 배웠구나.
9:57PM윤리온:흠, ... 으흠, ... 인정하라고 하면 할까? 그럴까?
그러지 뭐. 네가 맞다고 하면 인정할게. 하하... ... 내 유일이잖아? (힘이 들어가지도 않는 손을 잡아 누른다.)
이런 게 사랑이라면 몇 번이나 해도 좋을 것 같아...
그러니, 어서, ... ... 말해 봐. 내가 미친 거지?
10:00PM정희원:그래. 넌 미쳤어. 칼리스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미쳤어... (옅게 웃으며, 서서히 손에 힘을 주는데... 그 정도가 느려서 아직 숨통이 눌리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도와줄게. 만족할 수 있을 만큼. (손아귀가 아닌 팔에 힘을 준 채 널 밀어 넘어트린다.)
10:04PM윤리온:(입가에 줄줄 흐르는 피를 닦고 입꼬리를 올려 활짝 웃었다.) 맞아!!
나는 미쳤구나...! 아아, ...!! 이제야 알게 됐어... 내가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구나...
정말 최고야 정희원...! (그대로 뒤로 넘어가며 바닥에 넘어진다.)
10:08PM정희원:아, 그런데 어쩌지... (그대로 천천히 힘을 준다. 여전히 압박감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손아귀의 힘이다.)
역시 난 실패작인가 봐. 손에 힘이 안 들어가네...
10:10PM윤리온:(배에서만 고통이 느껴지고 도저히 숨이 차지 않을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우는 소리인지 웃는 소리인지 어떤 것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네 엄지 손가락을 제 경동맥에 가져다 댄다.)
그럼, 너를 만든 내가 직접 해야지. ... (그대로 엄지를 꾸욱, 눌렀다. 제 힘으로, 숨이 막히게.)
이, 미... 다, ... 끝났, 잖아? 큭... ...아하하...!!!!
10:14PM정희원:후후... (웃음 소리를 내었으나, 그대로 무표정하게 돌아온다. 조금은 애타게 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해서 아쉬운 것도 있었지만, 무너진 채로 스스로의 숨을 막으려는 사람의 최후를 좀 더 진지하게 담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아, 어쩜... 어떻게 절망하는 사람은 죽기 직전까지도 이렇게 선명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동시에 그제서야 손아귀에 힘을 주기도 했다. 네 숨을 틀어막는다.)
10:22PM윤리온:(숨이 막히면 그제서야 소리도 제대로 못내고 웃었다. 마지막까지 네가 기억할 수 있도록.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 겨우 끌어올려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잘, 살아야...돼?
(흐리멍덩해진 눈이 초점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나의...
피조물.
세계가 무너집니다.
당신의 손안에서,
그의 숨과 삶도 세계와 함께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 온전하게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리온의 목덜미를 꽉 쥐고 그 숨을 빼앗고 있는 당신뿐입니다.
세계가 맞는 종말은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비극적이고 잔혹한 참사라지만,
윤리온,
그가 맞는 종말은 당신의 손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세계가 부서지고,
당신의 손안의 그도 부서집니다.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데에 아무런 불편을 겪지 않는 당신과 달리,
당신의 손 아래 숨이 멎어가는 그는 마른 숨을 겨우 뱉으며 서서히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의 목과 맞닿은 손에서 불타오르는 듯한 뜨거운 온도가 일어나 당신을 집어삼킵니다.
그 어떤 애절함과 증오와 애정이 담기더라도.
그래요.
당신은 그렇게 당신은 그의 숨을 앗아갑니다.
…그가 미동을 멈춘 것은 하늘에서 더는 파편이 떨어져 내리지 않는 때였습니다.
주변은 무섭도록 고요하고,
화원의 모든 것은 생명을 잃어 회색빛으로 물들었습니다.
하늘은 검지만 밝게,
이 고요한 저택.
멸망한 세계에서 다른 이의 숨을 빌어 살아가게 된 사람인 당신을 비춥니다.
아.
ENDING 1: 네 손 안에서 트이는 숨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