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로포스의 궤도
2023-09-17
―안녕, 라케시스. 오늘은 일찍 돌아왔네요.
희원이 손을 거두자 검은 불꽃이 완전히 꺼집니다. 희원은 놀라 굳어 버린 은제를 뒤로 하고 유유히 방을 빠져나갑니다. 다 타버린 연구일지를 망연히 보고 있던 당신에게 짧은 메세지가 도착합니다.
―클로토가 이상 행동을 보이고 있다. 라케시스, 클로토를 주의하라.
희원이 손을 거두자 검은 불꽃이 완전히 꺼집니다. 희원은 놀라 굳어 버린 은제를 뒤로 하고 유유히 방을 빠져나갑니다. 다 타버린 연구일지를 망연히 보고 있던 당신에게 짧은 메세지가 도착합니다.
―클로토가 이상 행동을 보이고 있다. 라케시스, 클로토를 주의하라.
감독: 희원/클로토
출연: 은제/라케시스




흥..
누군가 은제를 부릅니다. 일순 흐려졌던 정신이 또렷하게 되돌아옵니다.
흐린 눈을 깜빡이면 은제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동료 연구원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은제는 탕비실로 잠깐 차를 마시러 왔다가 이 연구원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차였습니다.
모레 있을 발표 준비로 한창 피곤했기 때문일까요. 사람을 눈앞에 두고 깜빡 졸았던 모양입니다.
September 16, 2023 9:43PM연구원:깜짝 놀랐잖아요. 정신이 들어요?

September 16, 2023 9:44PM연구원:요새 피곤하신 걸 보니 발표 준비는 잘 되어가고 계신 모양이네요.
아! 아니면 기면증인가? 라케시스의 원본이었던 인간도 기면증이 심했대요.
호문클루스가 이런 것까지 원본과 닮기도 하는구나...

September 16, 2023 9:47PM연구원:에이, 그래도 말고 특별한 점은 없지 않나요~
아하하, 실은, 라케시스가 생각하는 아트로포스의 모습을 조금만 알려 달라고 말하려 했는데...
피곤한 사람 너무 오래 붙잡고 있기도 미안하네요.
라케시스니까 분명히 다른 사람들이 따라가지도 못할 만큼 완벽한 안을 내줄 거라고 생각해요. 먼저 들어가 쉬어요.
동료 연구원이 인사를 남기고 탕비실에서 나섭니다.
은제도 마저 발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차는 적당한 온도로 식었습니다.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슬슬 연구실로 돌아가 봅시다.

당신은 연구실로 향하는 도중에도 하늘 위에 떠 있는 유리구 형태의 인공 행성이 궤도를 따라 도는 광경을 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평범한 사람은 하늘 위에서 빙빙 도는 행성을 상상하는 데에 그치겠지만, 당신은 조금 다른 것들을 생각합니다.
궤도의 지점과 지점을 어떻게 연결해야 인공 행성이 정확히 23 시간 56분 4초를 주기로 하늘 한 바퀴를 돌 수 있을까,
인공 행성 안으로 지상의 사람들을 들여보내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
당신이 고민해야 할 건 그런 것들입니다. 당신이 인공 행성 아트로포스를 만들 의무가 있는 연구원이기 때문입니다.
September 16, 2023 9:51PM◎:네레이스의 우주 연구소는 이 세계에서 가장 우주 산업이 잘 발달되어 있는 곳입니다.
2세기 전에 있었던 최초의 인공 위성 발사 또한 네레이스 우주 연구소에서 거둔 성과였습니다.
그리고 현재―2061년, 우주 연구소는 최초의 인공 행성을 하늘로 올리는 것 을 목표 삼아 ‘아트로포스 프로젝트’를 시행하고자 합니다. 아트로포스는 프로젝트의 이름이자 인공 행성의 이름입니다.
당신은 실존했던 인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호문클루스이자 아트로포스 프로젝트를 이끌 핵심 연구원, 코드네임 라케시스입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다고 칭송받던 연구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당신은 아주 유능한 연구 원입니다.
이 중대한 프로젝트는 당신의 기획안을 기반으로 시작될 겁니다.
기획안의 발표까지는 이틀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September 16, 2023 9:52PM◎:이틀 뒤의 발표는 코드네임 클로토―희원의 기획안과 은제의 기획안 중 더 잘 된 것을 추후 연구의 근간으로 삼고, 두 사람이 협력해 최종안을 완성하도록 선언하는 절차로 이루어집니다.

September 16, 2023 9:53PM◎:희원의 안과 은제의 안 중 어떤 것이 더 적합한가를 보는 자리이지만, 결국 아트로포스 프로젝트는 두 사람이 협력해서 진행할 수밖에 없으니 별 의미는 없는 발표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워낙 중대하니 준비는 단단히 해야겠죠.
은제는 연구실 문 앞에 섰습니다.
문고리에 손을 올리는데, 문고리가 약간 뜨겁습니다.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겉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어 보입니다.

September 16, 2023 9:55PM◎:화상을 입을 정도는 아닙니다. 누가 꾹 붙잡고 있었나?

은제가 연구실 안으로 들어서면 종이 타는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탄내의 근원은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문을 등진 채 은제의 책상 앞에 서 있습니다.
손끝에서부터 검은 불꽃이 피어나고, 그 불에 책상에 놓인 종이들이 타고 있습니다.
철해둔 모양을 보니 불타고 있는 것은 은제의 연구 일지가 틀림 없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6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
September 16, 2023 9:57PM◎:이성 1 감소
누군가 당신의 연구실에 침입해서 연구일지를 태우고 있습니다.
종이를 태우는 불꽃이 탁한 검은색을 띠고 있는 건 은제에게 중요한 정보가 아닐 겁니다.
연구 일지가 당장 이틀 앞으로 다가온 발표 준비에 필요한 자료라는 점은 둘째치고,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요?
다음 순간, 책상 앞에 서 있던 사람이 뒤돕니다.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아 알아보는 데에 시간이 걸렸지만, 틀림없는 희원의 얼굴입니다.

희원이 손을 거두자 검은 불꽃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꺼집니다.
연구실에는 다 타버린 종이뭉치와 매캐한 냄새만 남았습니다.
희원은 태연하게 당신을 스쳐 연구실에서 빠져나갑니다.
연구실은 삽시간에 고요해집니다.
희원이 왜?
왜 이런 짓을 한 걸까요?
무얼 하기도 전에 은제의 통신기가 울립니다.
확인해 보면 은제의 관리 책임자, 모이라에게서 온 메시지입니다.

이상 행동,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경쟁을 하는 사이라면 납득이라도 할 수 있지만, 희원은 은제와 협력을 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은제와 희원의 협력이 전제돼 있는 이상 희원은 은제의 연구를 망칠 이유가 없습니다.
희원이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할 필요 없는 행동’을 한 건 확실히…이상합니다.
모이라의 메시지는 아래로 조금 더 이어집니다.
September 16, 2023 10:00PM◎:「클로토의 행적을 조사한 조사원에게서 클로토가 수상한 인물들과 접촉한 바 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상부에서는 클로토가 불순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라케시스, 지금부터 클로토를 감시하라. 며칠간 클로토의 동태를 살피고 조금이라도 위험이 감지되거나 의혹에 신빙성이 있다 판단될 경우 보고하도록.」
불순한 생각.
어쩌면 은제의 예상 이상으로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은제가 기억하는 희원은 어땠나요? 메시지에서 묘사한 것처럼 수상한 행동을 한 적이 있었나요?
...
아마도 방금 전의 소동을 제외하면, 은제 앞에서 수상한 행동은커녕 오히려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이끄려는 모습을 보였을 겁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September 16, 2023 10:03PM◎:희원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짐작하게 됩니다.
이럴수록 신중해야 합니다.
모이라에게 방금 전의 일을 보고 하기 전에, 은제의 선에서 희원의 이상행동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아야겠어요.
은제는 연구실의 책상 위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September 16, 2023 10:03PM◎:책상 위에는 희원이 종이를 태운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다 탄 종이뭉치]와 [안경]이 보입니다.

September 16, 2023 10:05PM◎:희원의 안경입니다. 방금 전 희원은 안경을 쓰지 않고 있었죠. 은제가 안경을 써 보면 너무 어지러워 메스꺼움을 느낍니다. 마치 인간들이 쓰는 것 같은 안경입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September 16, 2023 10:05PM◎:안경에 사용 흔적이 꽤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September 16, 2023 10:06PM◎:희원이 막 만들어졌을 때에는 안경을 쓰지 않았으며, 며칠 뒤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던 것을 기억해 냅니다. 이렇게 도수 높은 안경을, 희원이 왜 쓰고 있는 걸까요?

September 16, 2023 10:07PM◎:은제의 연구일지였던 것입니다.
손으로 기록하는 연구일지는 스캔 작업을 거쳐 백업해 두기 때문에 유실된 내용은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다시 출력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릴 뿐입니다.
그렇기에 더, 왜 희원이 이런 일을 했는지 의문입니다. 이 책을 태우던 불꽃 또한 여지껏 본 적이 없는 검은 불꽃이었죠.

기준치: | 70/35/14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September 16, 2023 10:09PM◎:직전에 보았던 풍경을 침착하게 되짚어 보면, 그렇게 많은 종이가 불에 타고 있었는데 연기가 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검은 불꽃이 희원의 손 아래에서 피어 났다는 점도요.
가연물질을 이용해 피워낸 불이라기보다는 꼭 수호자들이 쓰는 이능력 같았습니다. 희원은 어떻게 그 불꽃을 다루게 된 걸까요?
희원이 남긴 다른 흔적은 없습니다.
당장 이틀 뒤에 있을 발표의 준비는 뒷전이 되었습니다.

발표가 중요한게 아녔네.
그렇습니다!
모이라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든, 희원의 이상행동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서든 희원에게 찾아가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희원은 이 시간에 주로 연구실에 있었습니다.

노크를 하면 반응이 없습니다.
직접 문고리를 돌려보면 잘 열립니다.

연구실 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희원은 아무래도 다른 곳에 있는 모양이지만…
희원을 감시하라는 모이라의 명령도 있었으니 방 안을 둘러보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어쩌면 꼬투리라도 잡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희원도 방금 전 은제의 연구실에 침입했던 걸요.

September 16, 2023 10:16PM◎:희원의 연구실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사용 흔적이 있지만 깔끔하게 잘 정 돈된 방입니다. [책상]과 [책장], [사이드 테이블] 위에 있는 물건들에 눈길이 갑니 다.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는 형태로 놓여 있는 소파들도 있네요.

September 16, 2023 10:18PM◎:은제가 쓰는 것과 똑같이 생긴 책상입니다. 책상 위 책꽂이에 책 몇 권이 꽂혀 있고, 책상 아래에는 서랍이 달려 있습니다.
책꽂이에는 [희원의 연구일지]와 [갈색 노트]가, 서랍을 열어보면 [카탈로그]가 있습니다.

September 16, 2023 10:20PM◎:희원의 연구 진행을 기록한 일지입니다. 일지는 보고용으로 기록하는 것이 대부분인지라 수기이지만 깔끔한 필체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

September 16, 2023 10:22PM◎:일기처럼 보이는 노트지만, 대부분 한 줄로 쓰여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느껴질 만큼 날마다 꼬박꼬박 쓰여있는 것 정도가 특징입니다.
호문클루스라면 이상할 것은 없죠.

September 16, 2023 10:23PM◎: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

September 16, 2023 10:24PM◎:안경과 렌즈 종류를 다룬 카탈로그입니다. 수많은 안경테 중 하나에 동그라미 표시가 되어 있는데, 은제가 가지고 있는 희원의 안경과 대조해 보면 동일한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봐도 이상한 점은 없는데.... 평범해.(왜 수상하다고 하는거지.... 책상에서 떨어져 책장쪽으로 가보며)
September 16, 2023 10:26PM◎:책상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책장입니다. 파일별로 철된 서류들과 종이 뭉치들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눈으로 가볍게 훑으면 [모서리가 유난히 어둡게 착색된 종이뭉치] 가 보입니다.

September 16, 2023 10:28PM◎:손글씨가 한 페이지 가득 남아 있는 종이뭉치입니다. 일기는 아닌 것 같은데, 일지의 형식도 아닙니다.
핸드아웃 확인!
September 16, 2023 10:29PM◎:필사된 문서는 다름아닌 연구원 중 한 사람에 관한 문서입니다. 희원은 왜 굳이 이런 정보를 필사해둔 걸까요?
딱히 연구에 도움이 되는 정보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 연구원이 아트로포스의 최초 고안자이기라도 한 걸까요.

(잠깐 종이를 빤히 보면서 내용을 외워버리고는 다시 넣어둡니다. 이후 사이드 테이블 쪽으로 이동하며)
September 16, 2023 10:33PM◎:문 입구와 가까운 곳에 놓여있는 사이드 테이블입니다. 사이드 테이블 위에 [가로로 철된 종이묶음]이 있습니다.

September 16, 2023 10:34PM◎:잘 살펴보니 출퇴근 일지입니다. 1년치가 기록돼 있고, 오늘의 출근 기록 역시 있습니다. 희원이 늘 일정한 시간에 출근하고, 꽤 늦은 시간까지 일하다 퇴근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볼 만한 게 없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12, 77, 73 |
+2: | 극단적 성공 |
+1: | 극단적 성공 |
0: | 극단적 성공 |
-1: | 실패 |
-2: | 실패 |
기준치: | 70/35/14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September 16, 2023 10:35PM◎:아주 드문드문, 거의 두세 달에 한 번 꼴로 희원이 2시간 정도 늦게 출근한 기록을 보게 됩니다.
수상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알게 된 사실이라곤 희원이 꽤 모범적인 연구원 같다는 사실 뿐입니다.

...2시간 정도 늦는 점 빼고요.
은제가 탐색을 마칠 때 쯤, 희원이 연구실로 들어옵니다.
태연한 표정으로 돌아온 희원은 허락 없이 연구실로 들어온 은제를 보고도 별 말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은제의 이름을 부르네요.



차랑 커피중에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그러고는 제 잔까지 테이블 위로 옮긴 뒤, 맞은편 소파에 앉는다.)
아까는 많이 놀라셨죠. 허락 없이 연구실에 들어가서 미안하게 됐어요.


악감정은 없었어요. 이런 방법이 아니면 이변을 감지하기 힘들 것 아니에요.

왜 제 주의가 필요한겁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하지만 발표 또한 중요할테니까요.


그 말대로에요. 발표에 방해가 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이야기랍니다.
하지만 사전에 생각 정리를 할 필요는 있겠죠. 쉴 틈이 생긴다면 읽어보도록 해요. (서류를 건넨다.)
10:53PM◎:따뜻하고 편안한 맛입니다. 평범한 티백 차군요...






아니죠, 우린 호문클루스에요.
하지만 당신은 방금 '반인류'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어요.
인간에게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인가요, 인간에게 충성하고 있기 때문인가요?


하지만 당신의 말씀대로, 충성심보다는 일에 열의를 가지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시는 듯한 모양이네요.
오늘 밤엔 당신이 한 말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세요.
절 돕느냐 돕지 않겠느냐에 대한 판단 기준이, 과연 스스로 호문클루스의 의의를 지키기 위해 입력된 것인지를.
안정적인 현 상황에 변수가 생기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두렵다던가, 감정적인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에요.
호문클루스도, 보여지는 것보다 의외로 섬세하답니다... (제 이야기에요. 덧붙이고 옅게 웃는다.)


좋은 밤 되십시오.(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일어나 방을 나서며)
은제는 희원의 배웅을 받으며 희원의 연구실을 나섭니다. 분명 희원의 수상한 점을 찾을 목적으로 찾아간 것인데, 석연찮은 점만 늘었습니다.
희원이 무언가 중요한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말고는 딱히 수상한 점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하는 걸까요?
방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11:17PM◎:방으로 돌아가 잠들 준비를 합니다. 서류를 읽는다고 선언하면 서류의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11:18PM◎:잉크가 지저분하게 번져 있는 걸 보니 어떤 서류의 필사본 같습니다.
필체는 오늘 희원의 연구실에서 보았던 글씨체와 유사합니다.
종이가 제법 꼬깃한 것이 오랫동안 두고 읽어본 것 같습니다. 잘린 문단 뒤 ‘호문클루스’라는 글자가 유독 눈에 띕니다.
핸드아웃 확인!
복제, 관리, 처분…. 투박한 단어들이 사용된 이 서류는 호문클루스의 관리 지침으로 추정됩니다.
글자를 읽던 시선이 ‘인공 행성 아트로포스’에 멎습니다.
설마, 희원과 은제의 관리 지침인 걸까요?
‘다회용’이라는 글자 아래에는 밑줄이 그어져 있는데, 희원이 직접 밑줄을 그은 부분 같습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 하나만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건 은제도 알고 있던 사실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를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은제의 의무는 어디까지나 아트로포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었으니까요.
지금껏 단 한 번도 궁금해하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던 당신의 마지막이 이 서류 하나에 정의되어 있습니다.
문서의 내용으로만 본다면 당연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정보이지만…이 서류는 당신의 마지막을 정의한 서류입니다.

기준치: | 69/34/13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11:22PM◎:이성 1 감소합니다.

희원은 이 서류의 내용을 알고 있었겠죠.
이런 내용의 서류를 굳이 보여준 건 은제를 교란하기 위함일까요?
은제는 서류를 접어두고 잠을 청할 수 있습니다.
희원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든, 이 필사 서류 한 장으로 은제가 무슨 생각을 하길 바랐던 건지 따지든 우선 하루를 마감한 다음에 생각해야 할 일들입니다.

자신의 끝을 알아버린 호문클루스여,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느닷없이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은제의 방 안에도 아주 큰 소리로 사이렌이 울립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문 밖으로 나서 보면 당신과 같이 잠에서 덜 깬 연구원 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곧이어 스피커를 통해 안내 방송이 흘러 나옵니다.
연구원들의 숙소가 있는 이곳은 제3관입니다. 6관은 이곳에서 꽤 떨어진 곳 에 위치한 건물입니다.
아무래도 이른 아침부터 불이 난 모양입니다.
불 하니 문득 어제 보았던 검은 불꽃이 생각나며 싸한 기분이 온몸을 훑습니다.
설마, 클로토가 그런 걸까요?
은제가 감시하지 못하는 사이 무슨 일이 터졌을지도 모릅니다.

기준치: | 68/34/13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2
11:34PM◎:이성 2 감소

방을 나서 복도로 나서면 경비 요원들이 다른 연구원들을 깨우고 대피소로 가는 길을 안내하며 상황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연구원들이 얼추 복도로 나왔을 즈음, 경비 요원들이 갑자기 분주해집니다.
“불이 5관 쪽으로 번지고 있답니다!”
순간 주변이 크게 술렁입니다. 5관은 6관과 통로로 연결되어 있고, 불길이 자칫 잘못 번지면 큰일이 날 수 있는 건물입니다.
5관은 연구소의 모든 전산 정보를 총괄하고 있어 더더욱 중요합니다.
까딱 잘못하면 연구 자체에 아주 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습니다.
11:36PM◎:.desc 다음 순간, 은제의 통신기가 울립니다. 모이라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명령입니다. 은제가 이런 명령을 받은 이유는 모이라가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직접 행동을 지시할 수 있는 존재가 희원과 은제 뿐이기 때문이겠지요.
모이라가 직접 명령을 내릴 정도라면 상황이 정말 다급한가 봅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은제를 바라보는 연구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은제에게서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듯한 눈빛입니다.
11:37PM◎:연구원들 사이에서 라케시스는 호문클루스니까 괜찮을 거야, 불타더라도 다시 고치면 되지…그런 중얼거림을 들은 것 같습니다.
5관과 6관이 붙어 있는 구역에 도착해 보면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입니다.
불길은 어느새 크게 번져 매섭게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불길의 영향인지 공기가 덥습니다.
그리고, 6관 근처에는 누군가의 인영이 있습니다.

11:39PM◎:희원입니다.
희원은 불타고 있는 건물을 올려다보다 고개를 내립니다.
희원은 손바닥이 위로 오도록 손을 펼치더니 손끝에서 검은 불꽃을 피워 냅니다.
그러나 그 불꽃은 손바닥만한 크기 이상 커지지 못하고 맥없이 꺼집니다.
멀리서 보는데도 희원이 곤란해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희원이 방화범일까요?
그러나 건물을 휘감은 불은 희원의 검은 불꽃이 아닙니다.



쉽게 꺼지지 않는 것 같네요. 어쩌죠...
11:43PM◎:그러고보니, 희원이 의도적으로 피워낸 불이라면 희원이 어쩔 줄 모르고 건물 주변에 서서 연신 불을 피워내고 있는 모습도 이해가 가지 않겠네요.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그것도 잘...
은제 씨도 불을 끄러 온 거죠?


명령을 받은 거죠? 5관인가요?


희원과 함께 5관 안으로 들어섭니다.
6관으로 통하는 통로의 방화벽은 이미 내려왔고, 건물 안에 인적은 없습니다.
다행히 이곳의 연구원들은 모두 몸을 피한 모양 입니다.
불길을 잡는 데 애를 먹고 있는 모양인지 건물 창밖으로 보이는 연기는 점점 더 짙어집니다.


그래도 전산실까지는 안 번지고 있는 모양이에요. (한 시름 놓은 듯 깊게 숨을 내쉰다.)
...그냥 대기하면 되는 거죠?


푸훗, 후후...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설마... 그래서 '폐기처리 되기 전에 먼저 연구소를 파괴시킨다...'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더 평화로운 방법이 있죠. 그걸 위해서는 연구소가 안전해야 해요.
연구가 무산된 탓에 폐기되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조금씩 갉아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에는 동의해요. 실은, 제가 고안한 방법이 그런 방식이거든요.
(그리고는 시선을 돌린다.) 나머지 이야기는 발표 후에~


대신 검은 불꽃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인간의 기술은, 신들만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라던 이능력을 조악하게나마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어요. 호문클루스를 만드는 걸로도 모자라서요.
전 수호자가 아닌 인간에게 이능력을 넣는 실험을 해보고 싶어했던 사람들과 만나 실험에 동참했죠.
그 결과가 검은 불꽃이에요. 진짜 수호자들처럼 재능있게 다루려면 한참 멀었지만요.


제가 수상한 누군가를 만났다는 기록이 있었나요?

이게 어느정도 당신에게 대답이 됐을거라 생각합니다.
전에도 말했었죠. 의무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충성심이 그리 크진 않다고요.

후후, 모이라의 명령이 있었음에도 절 믿어주신 거네요.
하마터면 금세 폐기될 뻔 했겠어요. 고마워요.




뭐 좋아요. 일단은 제 편을 들어주신다는 확언을 얻었으니까요. 후후.


은제 씨, 당신 참 무표정한 사람이지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다 보여요. 아세요?


봐요, 방금까지도 꼬박꼬박 대답하셨잖아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화재가 성공적으로 진압되었습니다.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화재의 성공적인 진압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울립니다.
마침내 은제의 통신기도 울립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12:38AM◎:은제는 희원을 조금 더 지켜보기 위한 명분을 찾습니다.
솔직한 사람인 것 같지만, 만에하나 꿍꿍이라도 있으면 어떡해요?
차를 한 잔 마시자고 하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3관의 탕비실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좋아요, 그러죠.
은제가 연구 아닌 임무를 수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누군가를 감시하는 일이란 이렇게 껄끄럽고 어려운 일이었군요.
희원이 마실 음료를 가지고 옵니다.
방금 전까지 수월하게 대화를 나누었던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음료를 사이에 두고 탕비실에 마주앉으니 어색함이 커집니다.
피곤해 보이는 사람에게 대뜸 일 이야기를 꺼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연구원들이 들어올 수 있는 탕비실에서 희원이 들려주겠다 했던 이야기에 대해 캐 물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뭐라고 운을 떼야 할까요?
은제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으면 희원이 오늘 아침의 신문 이야기를 꺼냅니다.



인간이 생각하기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들에게 우리는 인공지능 정도니까요.
인공지능을 사랑하고 있다는 말로밖에는 안 들릴 테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호문클루스가 계속 움직이려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유지비가 들어요.
현재 유지비는 조세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폐기하라는 여론이 매우 우세해요.
개인이 유지비를 지불할 의사를 밝히더라도... 우린 법률로 국가에 귀속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구제할 방법은 없다는 관측이에요.
희원은 왜 이 이야기를 꺼낸 걸까요?
호문클루스를 가동하는 데에 돈이 많이 든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그 호문클루스의 일은 그 호문클루스의 일에 불과하지 않은가요?


호문클루스를 폐기하면 안된다는 의견도, 폐기하라는 의견도 모두 인간들의 것이지,
기사에서는 그 호문클루스의 생각에 관해선 일언반구도 다루고 있지 않더라고요.
직접 신문을 읽고 생각하는 게 더 빠를 거예요. 이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으니 읽으러 가보실래요?


여기 있어봤자 간식거리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신 모양이라... 저도 그렇고요.

이만 도서간으로 가보죠.
(도서관...)

어디에서 이야기를 나누든 은제는 감시만 잘 하면 그만입니다.
어쩌면 자연스럽게 책 취향을 물어보면서 희원이 수상해진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죠.
8:36PM◎:도서관이 있는 2관으로 가는 도중 [지능] 혹은 [관찰력] 다이스를 굴릴 수 있 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8:38PM◎:희원은 여느 때처럼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좀처럼 마음을 읽기가 어렵네요... 매무새도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희원을 살피다 문득 주변이 시야에 들어오면, 큰 불이 진화된 이후 상황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새 주변은 평상시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모이라가 준 메시지대로, 내일 있을 발표회도 이대로라면 미뤄지지 않고 예정대로 열리겠죠.
연구소의 제2도서관에는 오늘도 연구원들이 많습니다.
1도서관이 주요 연구 자료들을 수집하고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 2도서관은 연구원들을 위해 만들어진 도서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정숙을 지켜야 하는 1도서관과는 달리 2도서관은 작은 소음이 허용되는 곳입니다.
전자 기기를 이용하는 것도 자유롭고, 회의실도 근처에 있어 연구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습니다.
희원은 정기간행물 서가를 향해 걸어갑니다.
서가 근처에는 연구원들이 모여 앉아 있는데, 신문 하나를 사이에 둔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은제가 연구원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사이 희원은 신문 한 부를 가져옵 니다.
연구원들은 희원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입니다.
하기야 호문클루스와 인간은 겉보기로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 근처에 있는 누군가가 호문클루스인지 인간인지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게 더 신기한 일이겠지만요.



별로 취향인 책이 없으시면... (돌아갔다가 두툼한 책 한 권 들고 온다.)
앉으세요. (열람실로 안내한다.)

은제가 자리에 앉으면 희원은 책의 내용 일부와 신문 기사를 복사해 옵니다.
복사지를 은제에게 건네준 희원은 책상 위에 마련된 종이와 펜을 가까이 끌어 글씨를 쓰기 시작합니다.

희원이 두꺼운 책을 들어올려 보여줍니다. 희원이 가져온 책의 제목은 「호문클루스에 대하여」입니다.

은제 씨, 당신은 당신의 원본에 대해서 궁금해한 적이 있나요?


다들 그렇죠, 대게 원본에 큰 관심은 없는 모양이더라고요.
전 유독 많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원본에 대해서 찾아냈고요.
(책을 건넨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핸드아웃 확인!

보시다시피 이 책도 인간이, 인간을 기준으로 작성한 책이에요.
이런 책을 읽다 보면 궁금해져요. 인간들은 어째서 호문클루스를 인간과 똑같은 만듦새로 만들어낸 걸까요?
단순히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가 필요했더라면 인간을 닮지 않은 기계를 만들면 됐겠죠.
하지만 인간들은 굳이 자기 종과 똑같은 생김새를 갖고,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을 만들어서 자신들의 아래에 두고 있어요.
호문클루스가 인간과 똑같은 깊이의 사고를 할 수 있는 이상, 언젠가는 호문클루스가 호문클루스의 생사여탈권이 왜 인간에게 있는지... 전복적인 의문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생각했을텐데 말이에요.

외로움을 타 자신을 닮았으면 하지만, 또 자신과 동등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이기심... 알 수 없는 존재들이긴하죠.
우리 이전에도 모든 것이 자신들의 손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결정하려고 들었으니까요. 게다가 우리는 그들의 손으로 만들어졌으니.. 더더욱이 소유권이 있다고 생각하나봅니다.
그저.. 말 잘듣는 지능 높은 개가 필요한 거였겠죠.
하지만 ..의문은.. 왜, 원래 있던 사람과 똑같이 만들었냐인데...

오만.
당신이 파악했듯, 그런 특징은 인간의 오만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게 제 결론이에요.
그러니 멋대로 인간과 똑같이 만들고서는, 생사 결정권도 자신들이 앗아간 거죠.
언젠가 호문클루스는 그런 인간의 오만을 간파할 날이 올지도 몰라요.
이게 제 관심사랍니다.
희원은 대체 어떤 연구를 진행하다가 이런 관심사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갓 만들어졌을 때부터 이런 의문을 가진 건 아니었을 텐데요.

희원씨는 언제부터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겁니까.

은제 씨도 원본이나 인간에 대해 종종 의문점을 가지게 되시는 모양이니까요.
(주제를 돌린다.) 발표 준비는 잘 되어가시죠?


알고 있었어요. 사본이라는 점 정도는...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면 됐어요.


잘 아신다니, 절 꽤 관찰하셨나 보죠? (턱을 괸다.)


틀린 건 아니지만, 조금 멋대로라는 점에선 실망이네요. (미소짓는다.)
하지만 좋아요, 그것도 당신의 자율성에 기반한 거니까요.


정확히 알기 전까지 확신은 금물이라는 거죠. 아시겠어요?


그래도 참... 의견 반영에 적극적이셔서 좋아요.
늘 좋은 시선으로 보고 있어요, 은제 씨.
시간도 슬슬 늦었으니, 이만 가볼까요.

이만 가볼까요?(자리에서 일어나며)

서로의 방으로 돌아갑니다.
희원이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무래도 사실 같지만, 희원의 관심사는 정말로 ‘불순한’ 관심사인가요?
희원의 생각에는 은제도 흥미를 느낍니다. 모이라에게 보고하기는 그른 것 같군요.
무엇보다 희원은 아직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내일 발표회가 끝나면 희원의 방에서 희원이 들려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정을 내려도 좋겠죠.
생각을 정리하면서 희원이 주었던 복사지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오늘 화제가 되었던 기사입니다. 다음 장을 이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9:34PM◎:역시 희원은 아트로포스 프로젝트가 끝나도 폐기되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은제에게 지속적으로 호문클루스와 인간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은제에게만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도, 의도적으로 인간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강조하는 것도 은제에게서 동의를 얻고자 하는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내일은 발표가 있는 날입니다.
발표 후에 모든 걸 생각하더라도 늦지 않습니다.
발표는 오전 열한 시에 시작되니 컨디션을 위해서는 어서 잠에 들어야만 합니다.
은제는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고 잠에 들 수 있습니다.
날이 밝았습니다. 연구원들에게 배부할 배부용 자료들과 발표 대본을 챙기며 나설 준비를 하다 보면 어느새 발표 시간이 됩니다.
은제는 희원이 발표를 끝마친 다음 이어 발표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발표회장 안 희원의 자리는 비어 있습니다.

은제는 들고 온 자료들을 정리하고 발표가 시작되기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희원은 발표 시작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당황한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연구원들이 웅성거립니다.
참석한 연구원들의 통신기가 연이어 울립니다.
진행자가 안내 방송을 하며 상황을 수습했지만, 발표회 시작 시간인 11시에서 10분이 지난 다음에도 희원은 오지 않습니다.
발표자가 시간에 맞추어 오지 않다니, 희원답지 않은 엄청난 실례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9:39PM◎:연구원 중 한 명이 ‘연락해 봤지만...' 하고 말하는 걸 들을 수 있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행깍합니다..)
9:40PM◎:오늘 발표에 늦는 이유와 두세 달 간격으로 있던 지각이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예정 시작 시각에서 30분이 지나도 희원이 나타나지 않자, 발표자의 부재로 발표회를 잠정 중단한다는 사회자의 안내가 이어집니다.
연구원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킵니다. 오늘처럼 중요한 날에 정오가 다 되어가는 시간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희원은 늦잠을 자고 있는 걸까요, 그게 아니면 어딘가로 가버린 걸까요?
몸을 일으켜 가져온 짐들을 정리하고 있던 은제에게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통신기를 확인하면 모이라의 메시지가 와 있습니다.
모이라조차 희원과 연락이 되지 않는 듯합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9:42PM◎:모이라도 지금 상황을 유의깊게 주시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직접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다니…
모이라도 어지간히 연구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게 불편한 걸까요.

희원의 방은 은제의 방과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찾기 어렵지 않습니다.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면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희원이 보입니다.
안색이 좋지 않고, 곧 끊어질 것처럼 느린 숨을 잇고 있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희원은 많이 아파 보입니다.


당신이 왜 여기에... (그러고는 끙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다.)


어쩔 수 없네요...
방문을 잠가주시겠어요?


사정은 제가 직접 설명할게요. (태연하게 말하고는 침대에서 내려온다.) 잠시 돌아계셔주시겠어요.


이제 괜찮아요. (잔에 티백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테이블 위에 올린다.)
흐트러진 모습의 희원이 은제와 마주앉습니다.
발표 펑크를 질책하기 민망할 정도로 희원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입니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후폭풍이 심하네요. 제 불찰이에요.
(묵묵히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읽어 보셨나요.


우린 프로젝트가 끝나면 처분될 거고, 실패해도 버려질 거예요. 여기까진 이해하셨나요?

당신이 폐기되고 싶지 않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안경알을 전등빛에 비추어 먼지가 없는지 확인한다.) 제가 제 원본을 찾게 된 경위 말이에요.
전 시력이 굉장히 좋지 않아요. 안경을 써도 멀리 있는 상을 다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요.
그런데... 보통 그런 신체적 결함이 있더라면, 보통은 제작하면서 그 문제를 파악했을 텐데, 인간들은 제게 결함이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안경을 착용한다.) 그래서 궁금해진거죠. 시력이 굉장히 좋지 않음을 모르게 했던 원본이란 어떤 사람인지.


제 원본이 되는 사람은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더군요.
그러니까 눈이 보이지 않아도 능력으로 볼 수 있었던 거예요. 호문클루스인 저에게는 그 능력이 없던 탓에 처음엔 무엇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거고요.
재미있죠. 호문클루스인 저에겐 원본과는 다른 점이 생겼지만, 인간들은 이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이요.
언제든 호문클루스가 인간의 허점을 찌를 수 있다는 방증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겁니까 당신은.

아트로포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난 다음에도 우리가 처분되지 않을 방법을 찾았어요.
우리는 목적 없이 존재해도 괜찮은 인간들과는 달라서 우리 스스로 필요를 만들어야 하죠.
인간들도 각자 존재 이유를 찾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하물며 우리가 찾지 않을 이유는 없잖아요?
제가 그 방법을 찾았어요.
당신만 협조한다면, 우리가 함께 존재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고자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들에게 우리 삶의 주도권을 가지게 할 수는 없는거긴 하죠. 인간이 아니라면 호문클루스 그 자체로 하나의 종이 되어서 살면 되는거니까요.
...좋아요, 당신을 돕도록 할게요.

그렇다면, 대략적인 계획은 이래요.
완벽하지 않은 아트로포스 를 만드는 것이에요.
우리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결함을 인간들 몰래 심으면, 인간들은 우릴 처분하지 않겠죠.
불확실한 미래에도, 아트로포스의 수리를 위해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우리만 해결할 수 있는 결함.. 혹시나 발각되는 일은 없겠죠.

우리가 대외적으로 인간의 편견에 맞추어 행동하기만 한다면 발각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인공 행성도 결국은 기계입니다. 우리만이 고칠 수 있는 결함을 만들자, 분명 그럴듯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희원의 생각은 분명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완벽을 의도하고 만든 기계에서 결함이 생기는 것과 처음부터 결함을 의도하고 만드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희원에게 동조한다면 은제는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밀을 안게 되는 겁니다.
인간들의 눈을 속이고 희원과 은제만이 고칠 수 있는 결함을 만든다니,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걸까요?
설령 인간들이 알 수 없도록 진행한다 해도, 희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 발언을 묵과한다면 은제는 모이라의 명령에 불복하는 게 됩 니다.
호문클루스가 프로젝트 성공 이후까지 가동되는 사례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으니 희원에게 동조하더라도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에게 목적만을 위한 아주 짧은 미래만이 허락될 뿐이라면, 불복과 복종에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은제는 생각을 정리하고, 희원에게 대답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결정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습니다.
호문클루스로서 응당 따라야 할 미래와 전복적인 미래, 은제는 어떤 미래를 선택하고 싶은가요?

언젠간 인간들 눈에 띄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 전까지 비밀로 안고 간다면 다른 살 방법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 자신을 배척하는 인간들보다는 자신과 같은 호문클루스를 따라 가는 것이 오히려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는 소속감과 동질감은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알겠습니다. .... 그런걸로 하죠.
희원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필요를 만들어야 존재할 수 있는 호문클루스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더라도 쓸모를 다한 존재처럼 버려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나의 삶을 인간들이 결정하게 두고 싶지 않습니다.
인간들의 눈을 속이게 되더라도 조금 더, 필요를 만들고 싶습니다. 일회용이 되지 않으려는 선택을 그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요.
은제는 희원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희원은 은제에게 손을 내밉니다.

라케시스는 아트로포스의 미래를 선택했습니다.
짧은 대화가 오간 후, 희원은 은제를 배웅합니다.
...
기획안 발표를 너무 열심히 준비하던 희원의 몸 상태가 나빠졌다는 정보가 알려지며 발표는 한 주 뒤로 미루어졌고,
은제는 모이라에게 희원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는 의욕이 과다할 뿐 아무런 의심의 여지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통신기를 내려놓는 손이 떨립니다.
이 길을 선택한 이상, 이제는 모이라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도 감수해야겠죠.
아트로포스를 처음으로 창공에 띄우는 날이 왔습니다.
하늘 속에 거울을 두었고, 거울로 통하는 유리구 속에 바다를 한 폭 담았습니다.
깨어지지 않는 유리로 겉을 감싸 아름다운 내부가 고스란히 들여다보이는 인공 행성을 연구소는 아트로포스라고 명명했습니다.
희원과 은제는 분리된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수호자의 힘을 빌려 우주 속, 아트로포스의 궤도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아트로포스의 첫 운행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궤도의 시작점에 놓여 있는 인공 행성은 아직 그 자리에 멈추어 서 있습니다.
연구소의 제어실에 있는 연구원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희원과 은제는 인공 행성이 출발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목도하게 됩니다.
이어폰을 낀 귓가에 누군가의 부산스러운 목소리와 신호음이 들리고, 눈앞에 있던 기계가 궤도를 따라 가볍게 부유합니다.
부유하던 아트로포스가 느 린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은제는 모든 것을 잊고 그 움직임을 눈으로 좇습니다.
아트로포스의 첫 운행은 의심의 여지 없이 성공했습니다.
이제 아트로포스는 희원과 은제가 설계한 대로 궤도를 따라 돌게 되겠죠.
아트로포스는 길어야 10년을 돌지 못합니다.
희원과 은제는 연구소에 남아 아트로포스의 개량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희원을 보면 희원도 아트로포스의 첫 운행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전념하던게 직접 눈으로 보이게 되는 날이 다 오네요.



이제는 다시 연구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희원이 손을 내밀고 은제가 잡습니다.
은제는 마지막으로 궤도를 따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아트로포스를 눈에 담습니다.
창공에서 아트로포스가 돌고 있는 이상, 우리의 필요는 언제까지고 이 세상에 존재할 겁니다.
10:39PM◎:희원 생환 · 은제 생환 | 희원과 은제의 협력으로 인공 행성은 오랜 기간 돌지 못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희원과 은제는 연구소에 남아 연구를 계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