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머리 속에 벌레가 살아
2023-11-21
감독: 정희원
출연: 한영휘

드디어 대망의 일요일, 희원의 머리 속 벌레를 죽일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처음 그 광경을 목격했을 때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죠.
사람의 뇌에 기생하는 벌레라니.. 잠든 희원의 입, 코, 귀에 마치 지네와 같은 수많은 다리를 꿈틀거리며 파고드는 장면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것보다 끔찍하고 역겨웠습니다.
얼굴 전체를 칭칭 감아 한입에 삼키고자 하는 것처럼 옥죄는 모습은 언젠가 봤을 뱀이 짐승을 삼키는 장면과 닮아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희원의 얼굴은 놀라울 정도로 편안해보여서...
그 순간에 그 벌레를 뽑아 죽였다면 이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도 준비가 필요했으니까요.
다시 한번 점검해볼까요? 그 벌레의 정체와, 그 벌레를 희원에게서 빼낼 방법에 대해서..


(저건 진짜 진짜야..)
하아...
(다시 상상만 해도 끔찍한 기억을 애써 억누르며, 공책을 펼친다.)

이를 위해 수면제를 얼마 전 구입한 걸 기억하나요? 부엌 서랍 안에 있죠.

기준치: | 50/25/10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하..왜 이럴 때 누나랑 형은 출장 중인 거야 하필..
(자료를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이런 걸 믿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없고. 여간 고생이 아니었죠.

다른 벌레다.
희원의 행동 중에서도 요즘 이상한 게 많습니다.
당신을 한참동안 빤히 쳐다보거나, 뒤를 몰래 졸졸 밟는다던가,
별 것 아닌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당신을 향해 부정적이거나 위협적인 말을 자주 했죠. (평소랑 똑같음)
모두 이 벌레의 짓임이 틀림 없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이 벌레가 희원의 뇌에 완전히 자리잡아 버릴 겁니다.

더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곧 희원이 도착할 때가 됐군요.


다시 봐도 역겨운 모습이네요. 하지만 그 뿐입니다.

(식탁에 앉아서 대기하기로 한다.)
(비장한 각오를 다진다..)
문고리가 철컥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뒤이어 똑똑, 나야. 하는 목소리도.
맞아요, 도어락이 얼마 전에 고장이 났었죠.

언제 고장났더라? 여튼, 이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문을 열면 희원이 있습니다.
조금 지쳐보이는 얼굴이네요.
그 벌레가 기력도 잡아먹고 있는건지도 모릅니다.
지금 시간은 저녁 7시. 아직 그 벌레가 활동할 시간은 아닙니다.
희원이 피곤한 얼굴로 가방을 소파에 내려놓습니다.

밥은 먹었어?

밥 해줄까?

입맛이 없어서...
나 기다리느라 안 먹고 있던 거야?

나도 입맛이 없어서..


왜 그래?


왜 그렇게 놀라?


조금 시간 내줄래?


누나..
누나....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저번에 자고 있는데.. 벌레가. 누나 눈이랑 입이랑 코로 들어가는 걸 봤어..


나도 꿈이길 바랬지만...한두 번 본 게 아니거든.
자료 찾아보니까, 무의식적으로 숙주가 자기한테 협력하게 한대.

헛소리 하지 마.

요즘 힘 없지 않았어?



요즘 은제가 테라피 해줄 여유가 없으니까.



그보다, 누나한테서..정말로 벌레를 봤단 말야.


..(눈도 잘 못 마주치다가.)
귀에서 더듬이랑 다리 같은 거 달랑거렸단 말이야...

물이나 가져와.
희원은 여전히 황당하다는 얼굴로, 머리를 감싸 쥐며 식탁 의자에 앉습니다.
두통이라도 생기는 걸까요?
하지만 이건 좋은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희원의 머리 속에 벌레가 있다는 걸 제대로 전달했고, 믿든 믿지 않든 어느정도 인지했을 겁니다.

이제 희원을 수면제를 먹여 재우고, 주문을 외워 그 빌어먹을 벌레를 꺼내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 겁니다.

것봐. 예민하잖아.
가여운 정희원, 그를 벌레의 지배에서 해방시켜 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수면제 캡슐을 뜯고, 안의 가루를 물에 톡톡 붓고 있으면 불쑥 시야에 희원의 팔이 뻗어집니다.
손목이 잡히고, 우악스럽게 몸이 희원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갑니다.
손 안에서 미처 다 넣지 못한 약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누나가 예민하게 구는 것도 벌레 때문일 탓이 크다니까.
속는 셈 치고 어울려주면 되잖아.

구충제라 해도, 막 먹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니? (그리고는 약이 들어있던 포장재에 시선이 꽂힌다.)

..혹시 누나 못 먹는 성분 있는지는 형한테 물어봤으니까 괜찮아.
(뻔뻔스레 물 건넨다.)

아니잖아, 구충제.
(그러고는 싱크대로 가 전부 쏟아낸다.)


설마 이걸 들키게 되다니.
사실은 아까부터 계속 당신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던 걸까요?
당신이 희원을 구하기 위해 시도하는 모든 노력들을, 뒤에서 줄곧..
여기서 들켜서 희원이 다시 집을 나가기라도 한다면 영영 기회는 없어지는 겁니다.
희원을 구할 기회가요.
다음에 만나게 되었을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겠죠.

그 벌레에게 조종당해서, 자신의 자아도 잃은 채. 그저 무기력하게...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됩니다. 어떻게든 희원을 막아야해요.
고작 재우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 하나를 못해서. 희원을 이대로 잃는 걸까요?

(어떡하지..)

뭘 준비했는진 몰라도, 다 나한테 필요 없는 것들이야.
네가 이상해지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들어?

..그러니까 이상한 건 누나가 맞아.
기행이라고 쳐도, 한 번 어울려주면 안 돼? 손해볼 거 없잖아.


기준치: | 65/32/13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65/32/13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분명 벌레가 누나한테 들어가는 걸 봤고.. 몇 번이나 꿈틀대는 걸 봤어. 그런데 내가 멀쩡하다잖아.
확인해봐야지. 위험한 벌레래.

...저 도어락은 왜 망가진 거야?






일리가 있는데?

(눈썹 까딱)
(스스로를 의심한 거 맞나?)

..일리는 있는데, 이 벌레 위험하거든.

하

내가 계속 보고 있으니까.
아니죠.
벌레는 정희원의 머리 안에 있습니다.
그는 명백한 사실이지만, 상대방에게 직접 증명해내지 못한다면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야겠어요.


누나가 옆을 스칠 때마다 봤어.
.....벌레를.

무서워서 계속 환각을 보는 거지.



그런가. 나도 피곤해서 헛 걸 봤나. (머리를 쓸었다.)



그렇다면 알았어. 일단 쉬어. 피곤해 보인다.

(리모콘 딸깍딸깍)
(흠...윤리온이 보던 채널.)
(영혼 없는 얼굴로 TV 화면을 응시한다.)

(누나가 왜 짱구는 못 말려를 보지?)
(아 진짜 이상한데..)

(멍)

리온이 누나랑 자주 있다 보니 취향도 닮아가나.







(... 얘가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지...)
(하아... 한숨 푹 내쉰다.)

(싫어하는 사람 x)

(리모컨 딸깍딸깍)
재밌는 게 없네.
(내셔널 지오그래픽)



자는 게 나을 텐데.

그리고, 별로 안 피곤해.

아무 것도 안 먹어서 각성 상태일지도 몰라.

영휘야, 너 먹어, 밥은...
(밥 얘기만 나오면 진심 걱정하는 얼굴이다.)

점심 푸짐하게 먹었어.
(영문을 모르는 표정.)

(다시 TV의 사마귀 가만히 봄)


맞잖아?


??

왜라니.

매일매일 먹잖아.

끼니 거르지마.
건강해야 해..

(진절난다는 듯 TV만 응시한다. 곧 숫사마귀의 처참한 시체 쪼가리를 보고, 채널 돌린다.)
수면제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이번엔 강제로 먹여본다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짱구는 못말려)

..
(하다가 돌이켜본다.)
(정말 이상한 건.. 나 아닌가?)
(언제부터 자료를 찾았지?)

왜 그런 의심이 드는 걸까요?
아직 할일은 제대로 해내지도 못했습니다. 방금 든 생각과는 반대로 조바심이 나기 시작합니다.

(속이 죄이는 듯한 조바심에 희원을 바라본다.)


(어쩐지 식은 땀이 흐르는 기분.)

(어쩐지 화면을 보면서 주먹을 꽉 쥐고 있다.)
(누구와 겹쳐보는 듯...)


(너는 짱아다. 한영휘)

(땨?)






(손에 식은 땀이 흐른다.)
(이대로는 누나가 위험해...)
이대로는 누나가 위험해!
TV에 열중한 지금, 재울 수 있는 빈틈이 생겼습니다.

(험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누나가 죽는다면..)
(누나가 벌레 - 지네 - 밥이 되어버린다면..)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남은 사람들 볼 낯도 없고..)
..(짱구는 못 말려를 보면서 말한다.)

만약..누나는,
소중한 사람이 그 장소에서 죽을 걸 아는 상황인데..그 사람은 전혀 모르니까 가 버리려고 한다면 어떡할 거야?

혹시 요즘 유행하는 MBTI 질문이야?

누나 S야?

흠...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한다. 한참...)
막으려고 하겠지?
안 된다면 무력을 쓸 것 같은데.
그것도 안 통한다면 내가 가서 죽음의 원인을 제거할 거야.
그것도 안 된다면...

(우울해졌다.)

하긴..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안 그러는 게 이상하겠지?

(그리고 그제서야 네 반응을 보고 눈치를 챈 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디 가?


(잠자코 기다린다.)



(어떻게 이 상황을 빠져나가지...)
(자기도 화장실 바깥으로 신경 곤두세우고 있다.)
(문 너머로 ㅈㄴ 노려본다.)

(물에 타는 건 오히려 위험하지 않나..)
(차라리 약 채로 넣고 삼키게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게 낫겠다!)
(수면제를 챙겼다.)

(물기 털며 화장실에서 나온다.)


(기척 없이 다가가서 빤히 바라본다.)



(한 손으로 입에 알약 밀어 넣는 손길이 가감 없고.. 놓아주지 않았다.)


누나. 미안해.., 조금만 참아! 구해줄 테니까...

(왜 이 태도가 이렇게 소름이 돋지? 미친 놈...)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르겠지만, 수면제는 너무하잖아. 버틸 수 있을까? 네 손 붙잡은 손에만 힘 주다가, 수면제 혀 아래에 숨긴다.)
(그리고 서서히 눈을 감고, 축 늘어진다.)
희원은 이제 미동조차 하지 않고, 깜깜하게 꼭 닫힌 두 눈 너머의 눈동자가 당신을 공포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던 게 선명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전부 희원을 위한 일 입니다.
오해야 나중에 풀면 되겠죠.

지금은 희원의 뇌에서 벌레를 꺼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희원을 바닥에 눕히고, 칼을 챙깁시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시선과 맥박을 확인한다.)
(수상에서 정말로 기절한 사람을 가늠하듯이..)
(규칙적인 호흡을 한참 들었다.)



(눈꺼풀 아래로 눈동자를 간간이 움직인다.)

(갸웃..)

(하려던 거나 하란 말이야...!) (뭔지 모르겠지만...!!!!)
(식은땀 삐질..)

(긴가민가 하다가, 손을 꼭 잡아본다.)



... ;;



수면제 넣었는데.
왜 안 자?


(이거 밖에 없으니까.. 도로 줍는다.)




잠이 들어야 할 수 있어.


누나. 누나 목숨이 위험한데..
투정을 부리면 어떻게 해.


그치만 누나가 죽는 건 더 싫단 말이야.

(괜찮을 것 같지만, 그래도 불안한데.)
알았어.

꺼내기만 하면 걷어차도 가만히 있을게. 진짜야.
입 벌려주라..

(순순히 입 벌린다.)


이제 정말 잠들었습니다.
희원을 눕히고, 칼을 챙깁시다.
벌레를 꺼내야해요.

완전히 희원을 장악하기 전에, 그를 구할 수 있는 건 당신 뿐입니다.

(희원의 침대에 그를 놓아두고, 부엌에서 칼을 가져온다.)
곧 있으면 완연한 밤.
그 벌레가 다시 희원의 뇌를 헤집기 전에...
다음 과정을 실행합시다.


심장에 칼 끝을 겨두고,
그토록 필사적으로 찾아 해맨 끝에 찾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이제 그 끔찍한 벌레 녀석이 보일거예요.
희원의 전부를 먹어 치울려고 했던 벌레!
당신에게서, 그리고 희원에게서 희원을 빼앗으려 했던 존재가 이 심장을 통해 배출될 겁니다.
영악한 녀석이라 한 순간에 헤치워야 하죠.


주문을 외우면, 희원의 심장이 있을 옷 부근에서 무언가 솟아 오른 것처럼 볼룩해집니다.
희원의 온 몸을 타고 다니는건지 움직임에 따라 도드라지게 올라오는 흔적들 사이로 수많은 다리가 보입니다.
보자마자 불쾌감이 피부를 타고 오릅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것은 계속해서 희원의 옷 안에서 나올려는 듯 꿈틀거립니다
동시에 머리가 쪼개질듯이 두통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당신과 저것이 마치 힘겨루기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주문을 멈춰서는 안됩니다, 영휘.
정신을 차려야 해요. 희원을 구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나요?


드디어 희원의 옷 밖으로 그 거대한 벌레가 모습을 보입니다.
끔찍하기 짝이 없는 모습인데.. 이미 한번 봤기 때문일까요?
그렇게까지 역겹지는, 아니. 역겹습니다.
역겨울 수 밖에 없죠.
기이할 수 밖에 없죠.
저렇게 큰 벌레인데요.
이제 남은 건 손에 쥔 칼로 그 벌레를 죽여버리는 것 뿐입니다.
크게 내리치세요.
저 벌레를 완벽하게 죽여버리는 겁니다.
인간의 뇌에 기생해 살아가는 벌레.
인간을 멋대로 휘두르는 벌레. 샤가이에서 온 벌레를!

기준치: | 85/42/17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벌레의 몸에 칼이 깊숙히 박힙니다.
그리고, 잠들어 있던 줄 알았던 희원이 눈을 크게 뜹니다.
벌레의 뒤 너머에서 당신의 칼에 배가 뚫린 채 콜록, 기침을 내뱉습니다.
붉은 피가 울컥 쏟아져 나옵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3


왜? 분명 벌레를 향해 칼을 내리쳤을 때, 희원의 몸에서 빠져나왔는지 여부를 판단했을 겁니다.
이상한 건 희원이잖아요.
당신이 아닙니다.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 한들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이러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건..사고인거죠.
불행한 사고.
다행히 깊게 박힌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피로 젖어가는 KPC의 옷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칼에 박힌 그대로, 희원은 비틀거리며 영휘의 아래에서 빠져나옵니다.


...
(사고?)
(하지만.. 저렇게 다쳤는데?)
(급히 벌레를 찾는다. 두리번거린다.)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찌르는 고통에 힘겹게 뱉어내며, 원망섞인 눈으로 바라본다.)


누나.. 벌레 못 봤어? 큰 벌레 말이야. 그걸 죽여야 살 수 있는데...

그런 거 없다고 했잖아.

누나..내가 이상해진 것 같아.

그래서 도와주려 했더니, 이런 꼴을 보게 만들어...?
그러니까, 이건 정말. 사고였잖아요.
당신의 행동이 잘못된 게 아니라 사고였을 뿐이잖아요.
희원에게 이런 오해를 살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아무리 깊게 박히지 않았다 하더라도 저렇게 움직여도 되는건가요?
구급차라도..

기준치: | 85/42/17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구급차를 부르면 당신은 뭐라고 변명할 수 있겠나요? 희원을 조금 더 설득해봅시다. 희원과 말을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얼른 병원에, 누나..
우리 누나 죽으면 어떡해. 나이도 많고 약한데..







내가 이러는 건 다 너 때문이야.

직후, 희원은 피에 젖은 칼로 스스로 제 목을 긋습니다.

(황망한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경악한다.)
누나!!!!(희원에게로 달려갔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 프로?그래밍? 된 건지?
왜? 저녀석이 지금 죽는 건 계획?에 없?었는데. 눈?치 챈?건가? 언?제 어디?서...

기준치: | 80/40/16 |
굴림: | 7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62/31/12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가 치솟고, 희원이 칼을 떨어트리며 쓰러지는 궤도를 따라 흩뿌려진 피가 집 온갖 곳에 튑니다.
찐득거리고 질척이는 피가 희원의 시체 밑에 천천히 고이기 시작하고, 머리카락에 가려진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어두운 공허를 품은 채 빠르게 생명의 빛이 꺼지고 있다는 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말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당신은 희원을 구하려고 한 거잖아요.
머리 속의 벌레를 꺼내고, ...머리 속의 벌? 레를 꺼내? 고...
벌레?
설마, 아직도 희원의 머리에 죽이지 못한 벌레가 남아있어서 그런 걸까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벌레가 한 마리라고는 안했잖아요!
그걸 생각하지 못했다니. 그걸 알아채지 못했다니.
이번의 시도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결국 벌레는 들켰다고 생각한 숙주를 조종해 자살까지 감행했어요.
당신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고작 그 가능성 하나 생각해내지 못했다고..

내가 부족해서...
왜 그걸, 왜 그걸 몰라서... (희원의 사체를 내려다보고, 천천히 몸을 들어 올린다.)
미안해.....
목소리는 다시 현관문 앞에서 들립니다.

얻어맞질 않아서 그런가?

?
현관문 앞에서 피에 물든 복부를 세게 움켜쥔 채 겨우 숨을 내쉬고 있는 희원이 보입니다.
아주 위험해보이지는 않지만, ...살아있어요. 어떻게?
분명 당신은 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 봤는데. 보았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된 거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가짜.. ...아니. 그건 가짜였습니다.
희원의 머리 속에 있는 벌레가, 결국 기어코 당신의 인지 능력까지 흐리게 만든 것 같습니다.
다시 팔에 들린 것을 확인하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기준치: | 61/30/12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문가에 등을 기대고 주륵 미끄러집니다.
다시 한번 시도해봅시다.
이번에는 희원을 정말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도 몰라요.

..
다시 한번 잠들게 하고, 주문을 외워 그 빌어먹을 지긋지긋한 벌레를 희원에게서 꺼내는 거예요.

(미끄러진 희원에게로 다가간다.)
누나, 누나..일어나봐...
일어나봐..


어떡해야 해. 왜 누나가 죽었다가 살아 있고, (횡설수설하면서 네 상처부위를 막는다.)

난 이제 너한테 말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스스로 깨달아야만 하니까.)
짜증 나네... ...
그렇게 살리고 싶으면 좀 ... 깨달아봐.



기준치: | 80/40/16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기준치: | 65/32/13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다시 희원을 재워요.
그리고 다시 주문을 외워요.



(수면제를 들고, 희원을 번갈아 보고, 죽은 희원을 생각하고..)
(본인의 입으로 넣어 삼킨다.)
(이상한 건 나야..)

그것이 스스로의 머리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있다.)
...
오류?
그것은 희원의 머리에 있습니다.
정말 그걸 삼켜서, 잠들고 싶은 건가요?

(이미 누나를 상처 입힌 이상 부정할 수 없어.)
(내가 정신을 잃으면 차라리, 누나가 뭔가 할 수 있겠지.)
해를 입혔다는 충격이,
그 죄책감이.
강한 감정이 무언가를 대신해 정신을 지배합니다.
그래요,
이 모든 행동이 정말 희원을 구하기 위한 일이었을까요?
억지로 약을 먹이고, 심장에 날붙이를 가져다댄채, 당신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는 짓이?
애초에 이런 방법을 당신은 어떻게 알아낸 거죠?
누가 알려준건가요? 어디서 찾았나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당신이 본 그 벌레는, 정말 희원의 머리 속 안에 있는 것이 맞습니까?
눈이 서서히 감깁니다.
희원에게 뒷일을 맡기고, 바닥 위에 몸을 뉘입니다.
...
지독한 악몽입니다.
전신을 벌레들이 타고 오릅니다.
그 수많은 다리를 꿈틀거리고, 기다란 더듬이를 움찔거리며, 징그럽고 괴기스러운 입을 오물거리면서.
당신의 목덜미를 짓씹고 타고 올라 귀 안으로 파고 들어 뇌에 자리 잡아 또아리를 틀고...
끔찍한 두통이 덮칩니다.

써먹기에 글렀군.
머리가 쪼개지듯이 아픕니다.
당신은 강한 고통에 다시 눈을 뜹니다.
시야가 뒤틀리고, 고통에 억지로 고개를 숙여 머리를 짚으면, 손 끝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이상했던 건 당신이었어요.
당신이 쫓던 그 벌레가, 당신의 머리에서 날개를 피고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쿡, 쿡...
콰직.
희원이 가쁜 숨을 내쉬며 그것들을 하나하나 찔러댑니다.

(필시 엉망이 되었을 얼굴로 희원을 보면 웃었다. 안도감이었다.)

(웃음소리가 들리면 벌레 꼬치를 만들어놓은 칼을 든 채 홱 노려본다.)
자욱한 핏자국이나, 벌레 사체들 따위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한 시름 놓인 듯 하지만, 어쩐지 맨정신으로 볼 수는 없는 광경이군요...

(욱..,)
(제 머리를 더듬는다..)

당신을 부추겨서, 그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희원에게 해를 입혀 죽이게 할 생각이었다니...
희원의 뇌 속으로 들어가는 벌레도 다 이 가증스러운 벌레가 보여준 것이었겠군요. 이제 알겠습니다.

누나, 괜찮아?(벌레 사체 빙 둘러서 희원에게 다가가 본다.)

너, 이리 와, 약속대로 걷어차줄 테니까...

(희원의 허리 부근 살핀다.)




(네 몸을 받친 채로, 당장에 구급차로 연락한다.)
(일렁이는 물이 고체와 액체 그 사이 형태로 네 상처를 틀어 막고, 부축한다.) 누나. 미안해...
고마워. ..
내내 끔찍하게 당신의 머리를 옥죄던 두통은 이제 온데간데 없습니다.
끊임없이 들었던 강박도, 이유없던 불안감도,
희원을 구하기 위해 해야하는 일이라 속삭이던 목소리도 없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의심하지 않아도, 그저 마음은 평온합니다.
머리 속에 벌레가 사는 것은 희원이 아닌, 영휘 당신이었습니다.
희원이 당신에게 했던 일이라 믿고 있던 것은 당신이 희원에게 했던 일이었고, 그래요. 우리는 서로를 위해 발버둥 쳤던 거군요.
창문을 바라본 채 병원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희원이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따사로운 오후의 햇빛에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 탓에 잘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듯 얼핏 보인 입은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사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정확하게 모르겠어...
누나는 언제부터 알았어?

네 행동이 이상해졌길래 조사하다 알았어.

하아...내 머리에...(상상만 해도 끔찍한 듯 도리질 치다가.) ..
그럼 왜 내 말을 들어준 거야..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

우연을 가장해야만 했어. ... (고개 다시 돌린다.)

마지막에도 나 스스로 꺼낼 방법을 몰라서 누나한테 의지해버렸어.
역시 누나는 든든하네.

아, ... (아주 잠깐 차이로 상대방이 그런 것에 무조건 보답하는 성격이라는 걸 잊고 있다 깨달으면,)
아니... 신경쓰지 마.

누나 나을 때까지 수발 들어줄게.





(한번 더 때린다.)
이거면 됐어.

(쿨럭 제 복부 매만지고는 도로 앉았다.)
누나 고생 많았어..
누나 진짜 죽는 줄 알았는데..다행이다....

고생은 네가 했지. 걱정되니까 다음부턴 놀러다닐 때 조심히 다녀.

당분간은 수발 들 거라니까.



우리는 서로를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으며, 결과로 그 벌레를 몰아내고 다시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입힌 상처와 흔적은 뚜렷하지만 앞으로의 시간 동안에 분명 치유될 겁니다.
END 1. 내 머리 속에 벌레가 살아



평소에도 그렇게 해!


PC는 1D6개월 동안 벌레 공포증이 생깁니다. (원래 있었으니 넘어가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