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expected Villain
2023-03-31
크리쳐가 출몰해 도시를 박살내든 말든 빌런인 정희원에겐 알 바 없었습니다.
당신이 체포되기 전. 그러니까 바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말이죠.
취조실 안. 구속구의 열쇠를 쥔 히어로 윤리온이 비밀스레 묻습니다.
“나랑 같이 지구나 구할래?”
...지금 이게 무슨 소리죠?
당신이 체포되기 전. 그러니까 바로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말이죠.
취조실 안. 구속구의 열쇠를 쥔 히어로 윤리온이 비밀스레 묻습니다.
“나랑 같이 지구나 구할래?”
...지금 이게 무슨 소리죠?
감독: 윤리온
출연: 정희원
유달리 여유로운 아침입니다.
평화보단 혼란이 좋은 빌런이라고 해도 이런 여유까지 마다할 리는 없죠.
바스락,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는 당신의 손에 무언가가 닿습니다.
어제 번화가로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슬쩍한 신문이군요.

그러고 보면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했었는데 말이에요.
캔커피라도 따고 잠깐의 평화를 즐기며 읽어 보자구요!
신문을 펼쳐들면 1면부터 ‘크리쳐에 의한 인명피해가 심각하다’는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라나요.

(음...자세히 읽어봅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뒤적뒤적,
몇 장을 더 넘겨 봅니다.
크리쳐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으로는 철도 운행을 당분간 운행 중지한다는 등,
범죄자를 제압하기 위해 이능력을 제어하는 새로운 구속구를 개발했다는 등...
당신에게는 무의미한 내용 뿐이군요.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말이죠...
당신이 몸담고 있는 뒷세계도 요즘은 평소보다 더 시끄럽습니다.
악은 혼란을 틈타 세를 불리는 법이고,
히어로들의 손이 닿지 않는 음지는 그야말로 크리쳐가 날뛰기 최적의 장소니까요.
어제도 뒷골목 도박 거리의 폐건물 몇 채가 부서졌다고 했죠.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당신이 알 바는 아닙니다.
원래 빌런생은 각개전투죠.
이 바닥엔 믿을 놈 하나 없습니다.

그렇게 솔플 최고... 생각하며,
신문을 여유롭게 넘기다 보면... ...
문 밖이 묘하게 소란스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일까요?

(경계하며... 바깥 상황을 살피기 위해 문 가까이로 가봅니다.)
문 가까이 붙어 서 있는 것인지 제대로 알아볼 수는 없지만,
열 몇 명 남짓 해 보이는 사람들의 인영이 보입니다.
그리고,
잠깐 이어지는 정적.
다음 순간!
폭발음이 온 건물을 울립니다.
균열이 간 벽을 거세게 걷어찬 13명의 무장 군인들이 문을 부수고 쳐들어옵니다.
어제의 외출로 뒤가 밟힌 모양입니다.
행색을 보아하니 정부군 소속 이능제압 부대원들이군요.

March 17, 2023 10:31PM대원1: 당연하지! 빌런 정희원을 잡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끌고 와야 되지 않겠나?
March 17, 2023 10:31PM대원2: 전원, 잘 듣도록! 상대는 빌런이다! 제압 도중 사망해도 그 죄를 묻지 않으니 무조건 신변을 확보해!
당신을 위협하는 군인들이 한 발짝,
그리고 한 발짝.
안쪽으로 밀고 들어옵니다.

March 17, 2023 10:33PM대원1: 그딴 건 필요 없다! 무슨 물질이 들었을 줄 알고!
저렇게 꽥꽥거려봤자 당신한테는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사람들인데 말이죠.
이런 잔챙이들을 상대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닙니다.
당신은 베테랑 빌런이니까요!


그래요! 총을 맞기 전에 공격하면 되는 일입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해: | 10 |
당신의 검은 물질이 대원들을 향해 날아갑니다.
단번에 10명에 달하는 대원들이 바닥으로 우수수 쓰러집니다!

(나머지 셋 봄)
10명이 쓰러지고 난 뒤,
남은 셋의 눈동자에는 공포가 물듭니다.
그리고,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찰나.
유리창이 깨지며 누군가가 당신의 앞으로 뛰어듭니다.

희원 씨, 저랑 같이 히어로 본부 구경 안 갈래요?
맞다, 좋은 아침! (윙크...)
현 시대 최고의 히어로라고 일컬어지며,
그간 당신을 끈질기게 추적해온 리온입니다.




문짝은 제가 안 했고, ...창문은... ... (슬쩍 보다가 눈 돌림.) 원래 히어로라면 그렇게 들어오는 법 아닌가~? (뻔뻔.)
필요하다기 보다는 아무래도... 체포♥하는 게 제 일이니까요? 순순히 잡혀주면 좋을텐데~.

후후후... 여러번 놓치면 포기하는 법은 언제쯤 제정되려나... (그러고는 살살 도망칠 준비를 합니다...)

아무래도... ... 그 법은 제가 히어로를 그만두기 전까지 안 만들어질 것 같은데요? (소매 속에 숨겨놨던 지팡이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도망가지 말고!


기준치: | 70/35/14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0 |
리온의 공격이 당신을 향해 쇄도해 옵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리고 잠깐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이어지는 총알 세례.
눈앞에 버티고 선 히어로도 히어로지만,
옆에서 총알을 난사해대는 저 군인들이 거슬려 참을 수가 없습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철컥,
기분 나쁜 장전음이 들리자마자 당신은 부서진 소파의 잔해 뒤로 재빠르게 몸을 숨겼습니다.
총알 스친 곳 하나 없이 무사하지만 당신을 빗겨간 탄환에 아끼던 유리잔이 박살 났습니다.
마음 아파 죽겠네요.
휴일도 방해 받고!

(뚝) 귀엽기는 개뿔이, 다 안 꺼져? (소파에서 일어나서는 검은물질로 리온이를 공격합니다.)

기준치: | 40/20/8 |
굴림: | 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5 |

기준치: | 60/30/12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홈그라운드라고 이렇게 하기 있기 없기?!
(그대로 물질에 맞아 바닥 나뒹군다.) 반칙이야! 난 여기가 홈그라운드도 아닌데!
리온이 넘어지며 벽과 부딪히고,
능력으로 인해 파편들이 이리저리 튑니다.

자꾸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아... (넘어진 리온에게 몇걸음 다가갑니다.)
리온에게 다가가고 있다 보면,
치직거리는 잡음과 무전기 너머의 목소리들이 무척이나 거슬립니다.
그 사이에도 지원이 오는 것인지 계단을 오르는 군화 소리가 우르르 들리네요.
이대로는 꼼짝없이 잡히고 말 겁니다.
아무리 당신이라도 지원군까지 온 히어로 부대를 쉽게 이길 수는 없을 테니까요!
퇴로를 찾아야 해요!

후훗... (검은인간 됨... 뒤쪽 창문을 깨고 나가볼까요~)
비어있는 창문을 깨고 나갈 수 밖에 없겠죠!
꽤 아플 것 같지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튈 방법은 그것 뿐이니까!

깨고 나간다면...!!!

기준치: | 55/27/11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퉁~튕겨나감)
이럴 때 연막탄이라도 하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젠장할.
아쉬운 대로 당신은 이를 악물고 창문을 향해 뛰었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운빨 어디 안 간다!
창문이 기가 막히게도 열려있던 탓에 몸으로 깨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당신이 창문을 향해 뛰면,
리온도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을 따라 달려옵니다.

찰나,
간발의 차로 당신을 놓친 히어로와 눈이 마주칩니다.
리온이 경악스런 표정으로 이쪽을 내려다보는 게 보이네요.
보는 눈이 많으니 멋지게 착지해야 할 텐데요.
너무 가오 없게 떨어질 수는 없습니다!
기준치: | 20/10/4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너무나도 가볍게!
공중이 나의 무대인 것 마냥!
콘크리트 바닥에 아주 사뿐~하게!
착지합니다.

당신이 일어나면,
다시금 바닥이 한 차례 크게 울리고!
사방으로 모래먼지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모래먼지 사이로 보이는 건, ...

설마 당신을 잡겠다고 똑같이 저 위에서 뛰어내린 건가요?
어디까지 지독해질 셈일까요?



하는 소리와 함께, 앞이 뿌얘지고...!

기준치: | 75/37/15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대로 리온이 당신을 향해 달려 와,
당신의 허리를 껴안고 그대로 같이 엎어집니다!

엎어진 상태로 당신과 리온은 서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저 얄미울 정도로 올곧은 보라색 눈동자가 거슬려 죽겠어요!


이거,
정말 여러모로 위험한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히어로의 얼굴이 당신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
팔등을 떼어내고, 두 팔을 당신 목에 두릅니다.

뭐야 이 황당한 연출은?

더 이상의 반항은 무의미해요~.
아까부터 계속 너무 갑작스럽잖아요!
진짜 이 황당한 연출은 뭡니까?
하지만 리온을 밀어내기도 전 목덜미에 서늘한 것이 와 닿습니다.
그리고는,
빠져나갈 틈도 없이 목을 단단하게 죄어오는 철제 구속구.
서늘한 냉기와 함께 미묘하게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듭니다.
잠깐.

이거 아침 신문에서 봤던 이능력까지 차단하는 신식 구속구 어쩌고 아닌가요?


무려, 공짜 콩밥이 희원 씨에게 갈 테니까요! 식비 걱정 없고 얼마나 좋아요? 삼시세끼 꼬박꼬박 나오고, 몸도 건강해질 거고!

(하필이면 이게 막힌다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한번 짓고) 그냥 아까 총 맞고 뒤져버릴 걸 그랬네.
아... 인정할게, 내가 잡혔어. 순순히 따를 테니까.
그러니까 이건 풀어주지 그러니?

힘내요... 그러니까 나쁜 짓을 왜 했어요~?

야, 차라리 죽여.

죄송~. 아직 죽으면 안돼요! 재판부터 받고 말해봅시다!
넌 별 생각 없어보이는데?
하아... 재판은 언제니?

대화를 하고 있다 보면,
뒤이어 도착한 호송차량과 경찰차,
군인들에 의해 당신은 완전히 포위당하고 말았습니다.
저 멀리서 사진기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희원 씨, 빨리빨리!!!
브이~

(검은인간 돼서는 비죽 웃는다.)
그래, 조금만 참자....
(반대 쪽 팔 끌어 올려서 손가락 두개 펴줌...) 저기 보시고~! (윙크!)
다시금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안 봐도 뻔합니다.
내일의 신문 1면은 보나마나 히어로 윤리온과 빌런인 정희원이 차지하겠군요.

구속구 때문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윤리온 때문에?
세상이 한 바퀴 빙글 돕니다.
시야 너머가 아득하게 멀어져 가고...
당신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
... ...
깜빡...깜빡.
당신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취조실 안이었습니다.
굉장히 넓지만 숨소리마저 울릴 정도로 텅 비어있는 공간이군요.
회색의 철제 테이블에 연결된 수갑 두 개가 양 손목을 구속하고 있습니다.
그뿐일까요.
당신의 목을 옥죈 초커 형식의 구속구도 여전히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잘 하면 손이 닿을 듯도 하네요.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나이가 지긋한 중년 여성과 익숙한 히어로의 모습입니다.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이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는군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들어보겠다면,

기준치: | 50/25/10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손끝을 쭉 뻗어 서류철을 집어봅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머리가 어질어질해요.
당신의 처분에 대해 저렇게나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요?
알 수가 없습니다.
서류철의 표지에는 도장이 떡하니 찍혀 있습니다.
이러면 안 열어볼 수가 없죠.

서류철을 열어보면,
서류의 가장 첫 장.
맨 윗줄부터 ‘크리쳐’와 관련된 정보가 적혀 있군요.
...
...
...
기밀문서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적혀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기분만 묘해질 뿐입니다.
그 때,
당신이 깨어난 것을 눈치챈 것인지 창문 너머의 두 사람이 이쪽을 바라보네요.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중년 여성이 먼저 취조실 안으로 걸어들어옵니다.
입가에 고집스레 자리한 옅은 주름과 강단있는 눈빛,
희끗한 머리카락과 붉은 정장.
그녀가 히어로 본부의 본부장임을 당신은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따라 들어오는 건 당신을 이곳으로 잡아넣은 히어로,
리온입니다.
본부장이 당신의 손에 들려 있던 서류철을 낚아채 탁 소리나게 덮습니다.
드디어 이 얼굴을 직접 보는군...



또 다른 이유라면 저것 (서류철 턱짓한다.) 때문이시겠죠. 뭔가요?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지.
빌런 측과 크리쳐가 연관되어 있나?

적어도 저는 아니에요. 저도 흥미롭던 참인 걸요.

크리쳐에 대해 흥미가 있다고 하던데. ...자네는 크리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자네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뒷골목들에도 크리쳐에 의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가?
크리쳐에 대해 아는 건 오늘 조간 신문에서 본 내용, 그리고 방금 그 문서에서 들춰본 내용이 전부에요.
직접 목격한 적은 없지만, 확실히, 유난히 지저분했던 뒷골목의 잔해는 크리쳐의 소행이었겠군요.



거짓말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대화를 듣고 있자니, 문득 의아해집니다.
그놈의 크리쳐가 얼마나 대단하기에...
본부장이 친히 행차까지 해서 직접 관련 내용을 취조까지 하는 걸까요?
크리쳐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 빌런한테 말이죠.

많이 중요하신가 봐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취조가 진행되면 될수록 바보 같아지는 기분입니다.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없군요.
하지만 정말로 아는 것이 없는데 어쩌겠어요.
당신에게는 전부 남의 일입니다.



사람을 당장이라도 꿰뚫어버릴 것 같은 눈빛에 어색해질 즈음,
그녀가 시선을 거두곤 짧게 탄식합니다.

모른다고 하니 그냥 갈 수 밖에. (리온의 어깨를 두드린다.) 나머지는 리온이 알아서 잘 할 거라고 믿네.
그 말을 끝으로 본부장은 취조실을 나갑니다.

(얘는 남는 건가. 순식간에 똥씹은 표정 함)
어느덧 취조실에는 리온과 당신 두 사람만 남았네요!


그래서, 내가 또 뭘 대답해주면 되니?

이렇게 빌런한테 친절한 히어로가 또 어딨어요~.

이건 풀어줄거지? (손목 짤랑인다.)

팔짱을 낀 채 당신의 말을 듣던 리온이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곤 버튼 두어 개를 누르는 듯하더니…
다시 당신의 앞으로 돌아오는군요.

의자를 끌어당겨 앉은 리온의 표정이 방금과는 사뭇 다릅니다.
마치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요.


저랑 지구 구하기 어떠세요? 이대로 감옥 가는 건 아쉽잖아요? (목소리 낮춘 채로 방긋 웃었다.)

난 그런 거엔 관심 없는 거 알텐데. (시선 피한다.)

이게 지금 부탁하는 사람의 자세인가요?
어째서 리온은 이 제안을 본부장이 없는 자리에서 비밀리에 하고 있는 거죠?
모든 것이 수상쩍기 그지없습니다.

구해 봤자 뭐에 쓴다고 그래?

구하는데 이유가 있어요? 당연히 해야하는 일인데?

난 관심 없어. 질질 끌지 말고 하루빨리 망해버리기나 했으면 좋겠네.

한 번만 도와줘요. 일평생 감옥에서 썩는 것보다 지구 한 번 깔끔하게 구하고, 일평생이 아니라 조금 긴 기간을 감옥에서 썩는 게 낫지 않나?
음... ...그래도 영 원하지 않으면 원하는 거 하나 쯤은 들어줄 수 있어요! 풀어달라는 것만 빼고!
죽인다는 선택지는 어디 갔어?
... (힐긋 본다.) 그렇게 내가 필요하단 말이지...

희원 씨... ...
... ...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었어요? (급작스레 떨떠름해진 표정...) ... 아, 그래서... ...빌런이...?

씨발. 농담이거든?


그냥 저랑 비밀스럽게 조사 하나만 다녀오면 돼요! 희원 씨 안전은 제가 보장할게요~.



애초에 그렇게 빌런 짓을 하고 다니는 이유가 대체 뭐예요? ... ...남이 바닥에 구르는 걸 보고 싶어서 그러나...? (다 들리게 중얼...)


풀어준다는 게 안 된다는 건 이것도 못 풀어준다는 이야기겠지? (고개 한바퀴 돌린다.)

... 정말 미안한데요, 그건 풀어주고 싶어도 못 풀어줘요. 진짜에요! (항복하는 손 모양으로 양 팔 들어올림.) 히어로본부 기술연구팀이 이번에 새로 내놓은 자신작이라... 공식적이지 않은 절차를 통해 풀리는 순간 본부 전체에 경보가 울리며, 구속구가 풀린 위치의 좌표가 본부로 수신 되거든요.
풀자마자 튈 새도 없이 체포 당한다~ 이 말이죠! 하지만 수갑이라면 풀어줄 수는 있어요. 제안만 받아주면!
능력이 없는데 내가 왜 살아! (답답하다는 듯 순간 언성을 높였다가)
하아, 자신작이라 그거지? 사람 하나 제대로 묶어둘 작정으로 만들었네.
싫어. 어떻게든 목에 있는 구속구를 풀어준다고 맹세하거나, 죽여준다고 맹세하거나. 이 두가지 아니면 절대 안 받아들여. (완고!!)

... ... 으음, 제가 세운 히어로의 원칙 중 NO.1이 누군가를 살생하지 않는다~...인데. 쉽게 죽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구요, 희원 씨! 능력이 없으면 그렇게나 살기 싫어요?

그래. 난 이게 없으면 안 돼. 코어 하나가 빠진 기분이야. 지금도 솔직히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 (다시 짤랑.. 손 내려놓는다.)

... ...으음... ... (으으음.... 하는 소리 내며 앞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긴다.) 희원 씨 아니면 딱히 도움 요청할 사람이 없는데... ... ...알았어요. 그럼 최대한 풀어보는 방향으로 가보죠. 정말, 정말로! 만약 그게 안 된다면 죽는 방법으로도 가보고요. 이러면 협조해 줄 거예요?

...(의외라는 듯 눈썹을 들썩인다.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인가.) ...뭐... 그래, 그렇게 해준다면.

아무튼, 그럼 저희가 이렇게 일시적 동맹 맺은 건 비밀이에요, 알았죠? 이건 아주, 아~주 비밀스러운 극극극극비 임무거든요.


리온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대강 감이 잡힙니다.
아무나 참여시킬 수 없는 위험한 일에 독 안에 신변이 든 빌런을 동원하겠다는 거잖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리온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도망칠 기회를 엿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틈을 타서 탈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지도 모르죠!
당신이 제안을 승낙하면,
그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수갑을 풀어줍니다.
경쾌한 금속음이 당신에게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자유가 주어졌음을 알려주는군요!


뭘 하면 되는 거니?

그러니 취조실이 있는 2층! 여기보다 위층으로 올라갈 이유가 없죠. 하지만 우리가 임무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4층까지 올라가야 돼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요? 들키면 안되겠죠? 3층에서부터는 아주 몰래, 은밀하게 이동해야 돼요. 자,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빨리빨리 해결하고, 끝장 보자구요~.

알고보니 터무니없는 일이었다면 도망갈 거야. 가자. (안 그렇더래도 틈 타서 도망가야지)
리온과 함께 히어로지부를 빠져나가기 위한 탈출작전이 시작됩니다.
취조실 문을 열자마자 곧장 말끔한 복도가 이어지는군요.
리온을 따라 임시수감실, 행정실, 보안실, 통제실 등의 팻말이 붙은 문들을 지나칩니다.
이따금씩 복도를 지나치는 사무직원들도 자신들의 일이 바쁜지 이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는군요.

히어로지부는 아주 바쁜 사람들 천지인가 봅니다.
신경 쓰지도 않고 자기 할 일 하러 가기만 하는군요.


(나지막이) 굳이 나여야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한데. 정말로 다른 히어로들이 바빠서 어쩔 수 없이 데려가는 건 아닐 거 아냐.



혼자서 폐건물에 있는 크리쳐 섬멸하고, 정보 수집을 해야 되는데 아무리 저처럼 뛰어난 히어로라도 그건 불가능하죠~.
쫄보.
그런 이유로 날 쓴다니, 자존심도 없나 보네. (비웃으면서 다시 고개 돌림... 저벅저벅...)

쪼~끔 위험해도 괜찮잖아요~!






주변을 살핀 리온이 먼저 비상구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네요.
여전히 당신 손목을 잡은 채 입니다.

꽤나 얼얼할 정도로 꽉 잡고 있습니다.
욕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장 서 올라가는군요.
히어로라는 작자들은 저렇게 다 뻔뻔한 걸까요?
아니면 당신 앞에 있는 저 히어로만 그런 걸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한 층, 한 층 올라가 둘은 3층 비상구 문을 열고 나갑니다.
히어로들을 위한 휴게공간이나 상담실,
의무실 등 복지관리에 관련된 시설들이 보입니다.
힐긋 봐도 오가는 인영이 꽤 되는군요.
여기서는 정말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겠어요.

(제스처를 보더니 살짝 불만있는 표정으로 고개 까딱인다.)
사람들이 꽤나 많이 오가는 곳에서,
요령껏 고개를 돌린 채 리온의 뒤를 따라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던 중,
복도 저편에서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들립니다.
아직 이쪽을 보진 못한 것 같은데…

기준치: | 55/27/11 |
굴림: | 60 |
판정결과: | 실패 |
냅다 리온이 당신을 활짝 열려 있던 상담실 문 뒤의 공간으로 밀어넣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문을 닫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숨지 못한 모양이군요.

March 20, 2023 9:17PM직원1: 어라, 리온씨. 빌런 정희원을 호송하기로 되어 있지 않아요?


March 20, 2023 9:19PM직원1: 그렇구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심하세요. 그 빌런 아주 위험한 빌런이잖아요?

멀어져 가는 발소리와 함께,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들립니다.
March 20, 2023 9:20PM직원1: 어제만 해도 광장 쪽에 출몰한 크리쳐를 막다가 히어로 M씨와 J씨가 순직했다고 했죠? 어제만 해도 사상자가 23명이었고. 시민들의 불안이 커져가는 모양이에요.
March 20, 2023 9:20PM직원2: 인력도 부족한데 사상자가 꾸준히 발생해서 큰일이라고요. 이젠 사이드킥까지 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고요.
이건 아침 신문에도 없었던 내용입니다.
발소리와 함께 목소리들이 멀어져 가네요.

상담실 내부를 둘러보면,
눈에 띄는 건 딱히 없어 보이지만... ...

기준치: | 75/37/15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상담실 안에 있는 유리찬장에 비타민 등...
건강에 좋은 것들이 놓여져 있는 게 눈에 띕니다.
... 건강 챙기기라는 걸까요?

(비타민B 마그네슘 오메가3 챙기며) (창문은 멀쩡히 있나?)
창문은 멀쩡하게 있지만... ...
히어로지부의 창문들은 모두 방탄 유리로 만든 창문들이었죠.
깨고 나간다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근데 훔쳐도 그런 걸 훔치세요? 희원 씨도 건강 하나는 기가 막히게 생각하시는구나~.



첫 단추를 잘못 꿰었어, 좀 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었는데... 어쩌다 당신이랑 마주쳤는지. (조곤조곤하게 불평 늘어놓으며 따라간다.)

그러니까 이미 후회는 늦었어요~.
아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층입니다.
적체된 물건이 많은지 천장까지 닿는 높이의 거대 캐비닛이 복도를 따라 드문드문 늘어서 있고,
여기저기서 기계음과 공구가 돌아가는 모터 소리.
찰칵거리는 키보드 소리가 들립니다.
복도 저편으로 연구기계실,
특수장비실, 수리실, 프로그램실... ...
명패가 걸린 수많은 문들이 굳게 닫혀 있는 것이 보이네요.

저희가 지금 가야될 곳은 이동장비실이에요. 거기서 좌표이동기를 이용해서 크리쳐의 근거지로 갈 거랍니다~.

(좌표이동기라... 훼방 놓고 싶게 생긴 이름이네. 생각함)
발소리를 최대한 죽여...
걸음을 옮기는 순간,
느닷없이 통제실의 문이 벌컥 열립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문이 열려 있던 빈 캐비닛이 눈에 들어옵니다.
생각할 틈도 없이 그곳에 몸을 숨깁니다.
그리고 리온 역시 당신이 들어온 캐비닛으로 따라 들어와 숨습니다.
대형 캐비닛이라고는 해도 두 사람이 동시에 들어가기엔 조금 좁네요.
어쩔 수 없이 낑겨있을 수 밖에요!

...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건 알겠는데...
(인상 쓴다.) 좁잖아. 눈 돌리는 것 정도는 네 능력으로 어떻게 안 되는 거야?




... ...왜 키가 똑같아서는 이런 상황을...(;;;)

(짜증+어색함 섞인 얼굴로 고개 틀더니 숨 최대한 뱉고는...참는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숨을 죽이고 있다 보면 이내 자박거리는 발소리가 멀어집니다.
드디어 갔나 봅니다!



이것도 살 빼서 줄어든 거라고 하면 믿을래요? (장난인지 진담인지 모를 투로 중얼거리며 손 내밀었다. 잡으라는 듯...) ... (숨 가볍게 몰아 쉬며.)
일단... 바깥은 아무도 없는 거 같아요. 또 오면 또 숨어야겠지만 그때는 제발 따로 숨어보자구요.

왜 날 죄인 취급하는 거니? 저 캐비닛엔 내가 먼저 들어갔었다고.
아무튼, 그래, 부탁할게.

그래요. 일단은 마저 이동해 봐요.
캐비닛 안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면 복도엔 다시금 아무도 없네요.
또 누군가를 마주치기 전에 서두르는 것이 좋겠어요.
리온은 걸음을 옮기다가,
캐비닛 이곳저곳을 열어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아, ...! 찾았다! (캐비닛 안쪽에 숨겨져 있던 권총 하나 꺼낸다.) 무능력자 희원 씨, 총 안 필요해요?

못 쓰는데. (훠이훠이 손짓.)


...흠, 그래도 줘 봐. 써본 적은 없지만 운용 방법 정도는 아니까.

절 안 쏘겠다고 약속하면 줄게요.

농담이고, 네가 어떻게 나올 줄 알고 함부로 쏘겠니. 이리 줘.
총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모든 히어로 총 집합일 테니까 그렇게 아시고요. (방아쇠에 손가락 넣고 한 번 뱅그르르 돌리다가 그대로 총 네 쪽으로 가볍게 던진다.)
빌런한테 총 쥐여주는 히어로라니... 누가 보면 진짜 히어로 자격 실격이라고 해도 할 말 없네요...(중얼중얼...)

실격할 각오 하고 이러고 있는 거잖아?

세상 구하고 히어로 실격이라니 히어로에 걸맞는 엔딩 같기도 하고~. (다시금 작게 흥얼흥얼...)


리온과 당신은 우여곡절 끝에 이동장비실에 도착했습니다.
취조실만큼이나 널찍한 공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가 설치되어 있네요.
얼핏 보면 타원형의 거대한 거울처럼 보이지만,
유리가 위치해야 하는 곳이 뻥 뚫려 있습니다.
그 너머로 비쳐 보이는 것은 두 사람의 모습이 아닌 거대한 건물의 정문입니다.



당신이 손을 기계 너머로 넣으면,
무언가 차가운 액체를 통과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 (밀치면 그대로 너머로 넘어간다;)
차가운 액체를 통과하는 듯한 감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면...
순식간에 주변의 풍경이 바뀌어 있습니다.
(넘어왔음을 인지하자 순간 욱해서) 뭘 멋대로 미는 거야.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반대쪽에서만 올 수 있는 듯,
이번에는 기계에 거울이 있습니다.
당신들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네요!

주먹으로 팍!
치다보면... ...
당신 손만 아파오는 기분이 듭니다.

(흥..)(다시 뒤 돌아서 건물 쪽으로 간다.)
깨지지 않고, 굳건하네요...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두 사람이 도착한 이곳은 도시의 외곽.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버려진 부지입니다.
6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국가 소유의 땅이지만,
개발되지 않은 지 오래인 데다 척박하고 교통도 불편한 곳에 있어 누구도 찾지 않는 곳이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온갖 잡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고,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아오른 나무들의 그림자 때문에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근방이 온통 어둡습니다.
폐부지 주위로는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제 펜스가 설치되어 있지만,
크리쳐들이 들이받아 무력화시킨 모양입니다.
한구석이 처참하게 무너져 있군요.
주변에 썩어들어가고 있는 크리쳐의 시체 몇 구가 나뒹굴고 있습니다.
폐부지 한 가운데 위치한 건물은 수십 톤의 콘크리트와 철근을 박아넣어 세운 듯,
거대하고 둔탁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먼 거리에서도 거대한 개폐식 문이 보이네요.
어느 한 곳을 뚫거나 부수고 들어가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해 보여요.
내부로의 접근이 가능하긴 한 걸까요?
도대체 어떻게 들어가라고 해 놓은 건지 모를 일입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주변이 너무나도 어두워서 몰랐던 모양이군요.
육중한 철판이 덧대어진 개폐식 출입구에... ...
사람 서넛이 오갈 수 있을 만큼 틈이 벌려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찾았다. (틈을 가리킨다.)
먼저 들어가.


(따라 들어간다.)
개폐식 출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기면,
흙과 자갈을 밟는 소리가 리온과 당신의 발치를 맴돕니다.
언뜻 무언가가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은 듯도 합니다.
건물 안쪽으로는 건물 내부의 전력이 완전히 나가버리진 않은 것인지 드문드문 전등이 켜져 있네요.
조명이 밝지도 않고,
불안정하게 깜박이는 것들도 있기에 제대로 보이진 않지만..
끝없는 철제 복도가 이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안쪽으로 완전히 진입하자마자 보인 것은 일부 부위만 남아 있는 시체와,
건물 벽에서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평면도였습니다.
섣불리 진입하기 전에 살펴보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네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도망치려는 듯 몸을 출입구 방향으로 돌린 시체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끝까지 총을 쥐고 대적하려고 했던 듯해 보이는 시체들이 한 데 뒤엉켜 있습니다.
부패가 시작된 지 꽤 되어 보이는 것부터 최근에 죽은 듯 아직도 비린 피 냄새를 짙게 풍기는 것들도 있군요.
특이한 점은,
하나 같이 군복을 입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평면도를 살핀다.)
평면도를 살피면,
층별 안내도가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평면도의 귀퉁이에는 [S.D.E 연구소] 라는 글자와 로고가 인쇄되어 있네요.
곳곳이 썩은 피로 젖어 들어가 있지만 일부를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듯합니다.
March 20, 2023 10:45PM : 핸드아웃 '평면도' 공개합니다.
한 층에 불과하지만,
이렇게만 보아도 국제공항의 크기와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연구소 건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에 크리쳐가 가득하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흠... ... (평면도 내려다 보다가.) 희원 씨.
제가 받은 정보가 얼마 없기는 하지만요, 정부가 준 정보랑 히어로 본부의 추산에 따르면, 이곳에 있는 크리쳐가 최소 50마리 이상이거든요. 정면승부로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요?

연구소의 소행이구나. 뭘 하려던 걸까? (평면도를 주워서 둘둘둘...말아 챙긴다.)
정면승부 말고 생각해둔 게 있어?


기준치: | 75/37/15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러고 보면,
리온이 맡은 임무는 크리쳐 섬멸과 관련 정보를 최대한으로 수집해 오는 것이라고 했었죠.
맡은 임무는 크리쳐 섬멸과 관련 정보를 최대한으로 수집해 오는 것.
따라서 최대한 정보를 모은 후,
연구소 전체를 폭파해 전체를 매몰시키는 것이 크리쳐 제압에도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이런 대형 연구소에는 보안상의 문제로 자폭 장치 정도는 구비되어있기 마련이니까요.
복도를 통해 진입하며 모든 방을 보려면 크리쳐들에게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고 그만큼 위험해집니다.
따라서 가장 가까운 세포배양실로 진입한 후,
가능한 곳까지는 벽을 부수어가며 전진하는 방식을 쓰는 게 좋겠어요.
전투를 리온이 맡고 당신이 정보의 수집을 맡는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는 임무이지 않을까요?
리온은 그런 생각 없이 정면돌파로 나갈 생각처럼 보이지만요.

세포 배양실로 가서, 벽을 부수며 이동하는게 좋겠어. 동선이 길어지지 않으니 크리쳐와도 덜 조우할 거야.


그렇다면 일단 한번 이동해보고, 주의를 끌 수 있는 수단을 찾는다면 그걸 이용하는 식으로 가면 될 것 같은데.

흐음, ... 그렇죠. 확실히 희원 씨 말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네요. (짧게 고개 끄덕인다.) 그렇다면... 마지막에 어떻게 나오느냐가 문제인데... 만약 이 안에 있는 크리쳐들이 우리를 따라서 밖으로 나오면 어쩌죠? 그때는 정면 승부를 해야 할까요...



연구소에는 자폭 장치가 있을 테니까, 폭파시키면서 나오면 되겠지. 그게 안 된다면 무조건 달리는 거고...

지도 좀 줘보실래요? 루트 표시해 놓고 가보죠.


(슥슥 그어지는 거 보고 작게 감탄한다.)
(나랑 만난지 최소) 3년 히어로 짬바 어디 안 가네.


총은 쏠 수 있으면 쏘고, 못 쏠 거 같으면 일단 희원 씨는 자료 찾는 거에만 집중하세요. 전투는 제가 할 테니까요. (걸음을 옮기며.(

나름대로 작전을 세운 리온과 당신은 연구소 복도를 따라 다시금 걸음을 옮겼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일까요?
‘세포배양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복도 저 안쪽,
검은 형체들의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뒤이어 거대한 몸체가 바닥과 벽에 쓸리는 불길한 소리가 들립니다.
살아있는 것의 기척을 느낀 크리쳐 8 마리가 고개를 쳐들고 주변을 살핍니다.
그것은 기형적으로 큰 뱀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몸체에 돋은 괴이한 힘줄들은 상대가 일반적인 생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기준치: | 64/32/12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천만다행으로,
두 사람은 그들의 싯누런 눈동자가 이쪽을 향하기 전 연구실 안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수많은 연구실 중에서 두 사람이 가장 처음으로 들어선 곳은 불길할 정도로 적막감이 감도는 공간입니다.
유리로 사면이 막힌 형태의 배양기,
이곳에서는 대체 어떤 무엇을 배양하고 복제해낸 것일까요?

테이블 위에는 보고서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습니다.
피가 흩뿌려진 문서들은 언뜻 보아도 심상치 않은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기준치: | 65/32/13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보고서에 적혀져 있는 내용들은,
외에는 피에 묻어 보이지 않습니다.


(보고서들 넘겨주고 인큐베이터를 확인한다.)

인큐베이터에는,
[I.X의 복제품 - Experiment X 전용 임상 인큐베이터] 라고 적힌 기계들이 일렬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인큐베이터의 한쪽 면이 심하게 파손되어 있습니다.
안은 텅 비어 있지만,
그 틈 사이에 구겨진 서류 한 장이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배양기를 확인한다.)
배양기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살덩이들이 말라붙어 있습니다.
으깨진 형태의 살덩이가 있는가 하면,
다른 개체보다 크기가 크면서도 한껏 쪼그라든 것이 보이기도 합니다.
함부로 열어봐서 좋을 것은 없을 것 같군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경고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현미경도 관찰할 수 있을까? 한번 확인해본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6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현미경을 살펴 보면,
온통 피로 물들어 있습니다.
무언가 연구하던 것 같긴 한데...
사람들의 살점과 피가 엉망으로 엉켜있네요.

더 볼 건 없을 것 같네. 갈까?



팔씨름 자주 해봤어요?
글쎄, 어떨 것 같아? (웃으며 자세 잡으며 마주본다.)

(말 없이 얼굴 보고 있다가.) 좋아요, 그럼 희원 씨 쪽에서 시작해요.

그럼...
셋, 둘, 하나.
기준치: | 60/30/12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기준치: | 75/37/15 |
굴림: | 7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단번에 손은 당신 쪽으로 넘어갑니다.
히어로도 별거 아니네요.
이쪽 벽 뚫으면 되는 건가. (제 팔 휘휘 휘두르고)
아무래도 그런 거 같은데요? (얼떨떨하게 넘어간 제 팔 가만히... ...보고 있다가.) ...희원 씨 생각보다 힘 꽤 세네요. 역시 창문에서 그냥 뛰어내릴 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나?

(벽은...............주먹으로 부수나?)(가만히 본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벽은 무너지지 않고 굳건합니다.
당신 손만 아프네요!

... 그렇게나 저를 이기고 싶었어요?

들켰나...

기준치: | 75/37/15 |
굴림: | 1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리온이 힘 주어 벽을 가격하자 콘크리트 벽면에 금이 그어지는군요.
떨어지는 잔해들을 주의 깊게 응시하던 리온이 당신을 뒤로 가볍게 잡아끕니다.
방금까지 당신이 서 있던 위치에 콘크리트 잔해가 떨어져 박살 나네요.
이내 벽 전체에 균열이 번지고,
요란한 붕괴음과 함께 자욱한 먼지가 피어오릅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것은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공간입니다.
벽면을 따라 거대한 냉장고들이 늘어서 있군요.
중요한 것을 보관하던 곳인 걸까요?
군데군데 전력이 차단되어 어둑한 복도와는 달리 이곳은 사방이 훤합니다.
비상 전력으로 냉방까지 가동되는 듯 옅은 냉기마저 느껴지네요.
가장 먼저 보인 문에는 저온 창고라는 명패가 붙어 있으며,
안쪽으로는 냉동창고의 문이 보입니다.
...어디선가 기괴한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은데...
착각이었을까요?



(손 얼얼하니까 냉동창고부터 가본다.)
냉동 창고의 문을 열자,
안쪽으로부터 서늘한 냉기가 흘러나와 피부에 닿습니다.
창백한 푸른 빛에 잠긴 창고 벽면에는 성에가 잔뜩 끼어 있고,
선반 위에는 정체 모를 살덩이들이 냉동된 채 진열되어 있습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여기로 오고서 고기만 몇 덩이를 봐온 건지...
거대한 피막 날개의 끄트머리,
뱀의 꼬리처럼도 보이는 촉수,
거대한 힘줄의 절단면...
거대한 몸체에서 떨어져나온 부위들처럼 보입니다.
하나같이 지구상의 존재하는 생물체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 조각들을 어떤 연구에 사용했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군요.
조각 하나하나마다 [X001], [X002], [X003] 등...
라벨이 붙어 있습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면,
바깥에서 났던 소리였나 봅니다.
당신이 저온창고의 문을 여는 순간,
당신은 다시금 괴기스런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을 땐 이미 늦었습니다.
4마리의 크리쳐와 조우합니다.
한 개체의 크기가 족히 3m는 되어 보입니다.
소름끼치는 울음소리를 내던 그것들이 리온과 당신을 향해 달려듭니다.

(홀스터에 끼워두었던 권총을 꺼내고... ..........어떻게든 해본다.)
기준치: | 20/10/4 |
굴림: | 22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6 |

...?!
저기요. 내가 희원 씨 포켓몬이에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금세 얼굴에 있는 문신이 빛나는 채로 손을 크리쳐에게 뻗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13 |
리온의 정신 공격에 의해,
크리쳐 4마리가 모두 바닥으로 녹아내립니다.
그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시체가 되어버리네요.

(없던 일인 양 총 다시 끼우고...) 그냥 정면돌파 해도 됐던 거 아니니?


저온 창고로 향하면,
그 안에는 사람들의 살점이 떨어져 있습니다.
꼭, 그 안에 있던 크리쳐들이... ...
무언가를 먹은 것처럼요.
살점과 핏덩이들 외에 볼 것은 없어 보입니다.

당신이 해. (팔짱 끼고 지켜본다.)

제가 먼저 도와달라고 했으니까 아무 말 안 하는 거예요! (이번에는 지팡이를 길게 펼쳐 가장 약해 보이는 부분에 찍어 넣어본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리온의 지팡이가 부러집니다.
부숴지라는 벽은 안 부숴지고,

본인 지팡이만 부러졌네요.

(비웃는 얼굴)

이번에는 당신이 해보세요!

수치스럽니? 푸훗... 후후후.
... ...

... 기다려 봐. (벽을 짚고... 몇 걸음 떨어졌다가,)
(발로 퍽!!!!찬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2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발길질 두어 번에 두꺼운 콘크리트 벽이 부서져 나갑니다.

후훗... 푸훗... 후후후...
지팡이로 뭘 하려고 했던 거니? 후후....

발보단 지팡이가 나을까 싶어서 그랬죠! 하, 진짜... 어이 없어...

난 당신이 허탕 치는 모습 볼 때마다 정말 즐거워했어. 당신이 못 본 거지. 흠..훗..후후.

빨리 와요!

(따라간다.)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고,
벽을 지지하던 철골 기둥들 사이로 보이는 것은...
어둠과 피비린내가 내려앉아 유독 을씨년스러운 실험실의 모습입니다.
급하게 연구 도구들을 어딘가로 치운 듯,
이상하리만치 텅 비어 있습니다.
바닥에는 메스실린더와 실험관,
샬레 등이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군요.
그러나 실험 테이블 위에는 미처 챙겨가지 못한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닥은 처참할 정도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구겨지고 찢긴 종이조각들,
실험 도구들이 깨지며 생긴 유리 파편들,
피로 젖은 실험 가운 등...
이 난장판 사이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을 수나 있을까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너저분한 것들을 치우며 바닥을 살피자,
잡동사니 사이에 나동그라져 있는 손전등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소의 전력은 조금 불안정했죠.
전면부가 조금 깨져나가 있지만,
어딘가엔 도움이 될 물건일지도 모릅니다.

테이블 위에는 부서진 유리 파편과 핏자국이 가득합니다.
찢어지고 구겨진 서류들은 페이지가 엉망으로 흩어져 있고,
피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점액질로 뒤덮여 있군요.
하지만 확인 정도는 해봐야겠죠.

기준치: | 65/32/13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재빠르게 서류들을 정리하고 보니,
이 종이뭉치가 개인적인 연구 기록을 적어둔 일지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지를 펼쳐보면, 드문드문하지만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 글들이 보입니다.
이런 흐름이구나, 고맙게도 보기 좋게 정리해놓았네. (내려놓는다.)

이렇게 어두운 곳에만 있어서 그런가?




혹시 모르지. (어깨 으쓱인다.) 그래. 이번엔 뭘로 때리려고?


그럼 지팡이로 때려도 되겠네.


기준치: | 50/25/10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맞은편에서는 아주 작지만,
그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와중에 저 지팡이는 언제 다시 붙었지... 새건가)

전투 각오 하고 가죠?


(한숨 푹 내쉬며 다시 지팡이 바로 들었다.) 준비 됐죠?

해.
리온이 그대로 지팡이를 들어,
금이간 벽에 내려치면...
콰드득,
어느새 익숙해진 파열음과 함께 콘크리트 벽이 허물어져 내립니다.
지도대로라면 이곳엔 분명 연구지원실이 있을 테죠.
그러나 두 사람이 마주한 것은 조용한 연구지원실의 내부가 아닌,
불온한 파괴 욕구로 가득 찬 눈동자들이었습니다.
연구지원실의 문이 열려 있어,
복도의 크리쳐들이 내부까지 진입한 모양입니다.
총 10마리의 크리쳐가 몸을 뒤틀며 몰려듭니다.


크리쳐의 날카로운 이빨이 철제 복도를 긁으며 소름끼치는 금속음을 냅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5 |
눈 깜짝할 사이에 덮쳐든 크리쳐가 갈고리 같은 발톱을 내지릅니다.
리온은 겨우 옆으로 굴러 피하네요.
능력이 먹히지 않았나 봅니다!

뒤에서 그런 말만 하지 말고 빨리 당신도 공격하죠?

기준치: | 20/10/4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4 |

고막을 울리는 사격음과 뺨을 스치는 열기.
반동에 의해 몸이 뒤로 밀립니다.
가로지른 총탄이 벽에 박힙니다.
크리쳐의 대뇌부를 정확하게 뚫었군요!
괴성과 함께 크리쳐들의 몸뚱이가 바닥에 나뒹굽니다.
의외로 적성에 맞는 모양인데. (더 미동이 없는지 확인하면 얼떨떨하게 총구를 내린다.)

남아있는 6마리의 크리쳐들이 눈을 빛내며, 리온에게 달려듭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리온의 몸 이곳저곳에 생채기가 납니다.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부상은 아니지만,
제법 엉망이 됐군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3 |
한 번 상처를 입은 탓일까요?
리온의 공격이 크리쳐들에게 빗나갑니다.
머리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네요.


기준치: | 20/10/4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1 |
...오, 지키기 전에 열심히 피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총 소리에 크리쳐들이 더욱 더 날뛰며 다시금 리온에게 달려듭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리온이 공격해오는 크리쳐들을 가까스로 피합니다!


기준치: | 70/35/14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6 |
쇠로된 지팡이는 크리쳐들 발끝에도 못 미칩니다.
아주 멀쩡하기 그지 없군요!

기준치: | 20/10/4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피해: | 3 |

남은 여섯 마리 크리쳐의 머리에,
탄환이 박히며 그대로 남은 크리쳐들 모두가 쓰러집니다!
바닥에 널브러져 꿈틀거리던 것들의 움직임이 멎습니다.
터진 가죽 사이로 내장 따위가 비어져 나오는 광경이 꽤 끔찍하네요.
주변을 둘러보면,

당신이 전투하세요. 제가 조사할게요.

싫어.
내가 조사할 건데?
지금 시체에 대고 훈련하면 되잖아.




난 강제로 묶여버린 신세라고. 당신의 실력 부족에 비유하지 말아줄래?

크리쳐 좀 못 잡으면 어때? 정희원을 잡았는데.


테이블들은 방금 전 전투의 여파로 쓰러져 있으며,
절반이 부서져 있습니다.
덕분에 위에 놓여 있던 것들도 전부 바닥에 널브러져 있군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렵지 않게 쓰러진 테이블들을 세워놓으며 주변을 살펴봅니다.
마지막 테이블을 밀어 세우자,
그 밑에 깔려 있던 시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연구실 출입문에 있었던 것보다 부패가 심각하네요.
머리와 팔,
몸통의 절반 이상이 뜯겨나가 구역질 나는 광경이지만 빌런인 당신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시체는 실험 가운을 입고 있으며,
옆에 유독 수상해 보이는 파일철 하나가 떨어져 있습니다.

(파일철을 주워서 확인한다.)
파일철 제목은 [E. M. D. Prototype의 임상 보고서] 라고 적혀져 있습니다.
[E.M.D]라니.
뒷세계를 전전하며 숱한 마약들의 이름을 들어본 당신조차도 이런 약물 이름은 처음 듣습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3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
맨 마지막 장에 국방부의 승인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이 연구소에서는 크리쳐에 대한 실험만 한 게 아닌 걸까요?
(조금 더 살펴보고 싶은 걸. 이 퍼즐을 짜맞추는 것도 생각보다 재밌네. 화이트보드를 살핀다.)
붉은색과 검은색의 보드마카로 어지럽게 판서가 되어 있는 화이트보드입니다.
종이 몇 장이 자석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알 수도 없고, 불쾌한 불안감이 드는 글들이 적혀져 있습니다.
어지럽게 적힌 글씨 옆에는 아주 오래된 책의 몇 장을 복사한 것처럼 보이는 종이 두어 장이 붙어 있습니다.
영어로 쓰여 있는 듯하지만,
사본을 다시 한번 사본으로 만든 것인 듯 활자가 흐릿해 제대로 읽을 수가 없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무리 읽어 보려고 해도,
사본을 다시 사본으로 만든 것 때문인지...
읽을 수가 없네요.




그래도 크리쳐 통제는 해야될 거 아니야... 안 그래도 히어로 인력난인데...
하다하다 안 됐나봐. 후후... 감당하지 못할 연구를 억지로라도 이어가야 할 이유가 있었겠지. 아니면 그에 맞먹는 욕구 같은 게... (즐거운 듯 기록보관실로 간다.)

몸을 돌린 정면에는 연구지원실의 벽에 문이 나 있는 게 보입니다.
기록보관실과 이어져 있는 모양이네요.
이번엔 힘을 쓰지 않아도 되겠군요.
이번에는 안 부숴도 돼서 다행이죠? 계속 이렇게 문만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에요~.




진짜 유치한 거 알죠?


리온이 문을 열자 안쪽으로는... ...
온통 어둠에 잠긴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칠흑이 내려앉은 이곳에는 크리쳐의 기척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어둠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후레쉬가 켜지고,
일렁거리는 빛에 의지해 보이는 기록보관실의 안쪽에는 책장들이 빼곡히 서 있습니다.
수많은 서류철과 노트,
보고서와 일지 등이 보이는군요.
특이한 점은 하나같이 책장에 정리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 있는 등,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두 사람이 디디고 있는 바닥도 온갖 서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한 발짝을 내디디는 순간 노트 하나가 당신의 발에 걷어채입니다.

(노트를 주워서 펼쳐본다.)
집어 들어 보면 가장 겉면에 코드 제로 발령 이후의 일지라고 적혀 있군요.

기준치: | 65/32/13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실 그 전에 문제가 하나 있는데... (네게 지도 보여주며.) 행정실은 여기서 바로 이어져 있지 않거든요? 한 번 복도 가로 질러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이번엔 실수하지 않을 자신으로 가면 되지.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하죠! 크리쳐가 막아서도 당신은 무시하고 행정실로 달리는 거예요. 날 믿으라는 말은 안 하겠지만요. 우리가 언제 믿음이 있는 사이가 아니기도 했고. 아무튼, 전 크리쳐들 처리하고 갈 테니까 당신은 일직선으로 달리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리온의 시선은 당신의 목덜미에 머물러 있습니다.
무언갈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문 쪽으로 돌려버리네요.
(시선을 느끼고는 의아함을 느끼며 구속구 만지작거린다.) 부디 나만 이 시체굴에 가둬두는 힘빠지는 일은 없길 바랄게. (끄덕인다.)


당신이 준비된 듯 문 앞에 서면,
리온이 기록보관실의 문을 엽니다.
방치되어 녹슨 경첩의 소리가 연구소 복도에 울려 퍼집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어슴푸레한 통로 속 번뜩이는 눈동자 수십 쌍이 이쪽을 향합니다.
죽어가는 사람이 내지르는 단발마처럼 기괴하게 이어지는 울음소리가 멀리서,
그리고 가까이에서 들려옵니다.
크리쳐 13마리가 철제 복도 이곳저곳에 거대한 몸뚱아리를 부딪히며 먹잇감을 향해 달려듭니다!
그것들은 초반에 본 것들보다도 더욱 괴이하고 거대하며 리온과 당신을 집어삼킬 기세로 달려듭니다.
... .. (그 모습에 경계심을 올리며.) 희원 씨, 달려요!

하지만 뛰는 수밖에요.
당신의 등 뒤는 리온이 지키고 있습니다.
뒤틀리고 일그러진 것이 눈앞에서 아가리를 벌리는 순간,
리온의 얼굴에서 나는 빛과 함께 리온의 공격이 크리쳐들을 쓰러트립니다.
비명 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에서 움찔거리는 크리쳐들의 시체를 뛰어넘어 달리다 보면,
쓰러진 크리쳐들 사이로,
어느새 행정실의 문이 코앞에 있습니다.
뒤에서는 크리쳐들이 쿵쿵, 쓰러지는 소리가 나네요.
다른 크리쳐들이 오기 전에 어서 들어가서 살펴봅시다!

당신이 들어선 행정실 안의 광경은 처참했습니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한 차례 쓸고 지나간 듯,
사방의 벽이 무너져 있어 이 다음 공간인 '연락실', '시약 보관실'의 내부까지 훤하게 드러나 보입니다.
행정실에서 사용했을 컴퓨터 모니터와 본체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행정실에 있을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
시약 보관실에서 날려온 걸까요?
완전히 파손된 시약장에서 무언가 흘러나와 바닥을 적시고 있습니다.
콰직,
그리고 퍽.
무언가가 죽어가는 냄새와 소리.
문밖에서 리온이 사투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액정에 선명한 크랙이 생겨 있는 모니터입니다.
하지만 용케 전선이 끊기지 않은 채 본체에 연결되어 있네요.
제대로 작동은 하는 걸까요?


기준치: | 60/30/12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파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모니터에 전원이 들어옵니다.
비록 구석이 깨져나가 선명한 해상도는 아니지만,
무엇이 띄워져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건… 브리핑을 목적으로 제작된 문서의 첫 페이지 같습니다.
배경 페이지에 국방부의 로고가 흐릿하게 보이네요.

마우스도 키보드도 어디론가 사라져 더 이상 조작해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치직거리던 화면은,
이내 완전히 나가버립니다.


(본체뚜껑을 열어봅니다.)
상여자력 1000...
본체 뚜껑은 고장나 있던 탓인지,
아주 쉽게 열립니다.
전리품 정도로 가져가기 딱 좋은 크기군요!

너덜거리던 외장하드는 쉽게 뜯깁니다.

(주머니에 쏙 넣음)
주머니가 어쩐지 든든해진 기분입니다.

전면부의 유리가 깨져 있는 시약장입니다.
철로 만들어졌지만 강한 힘으로 들이받힌 것인지 지금은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져 있군요.
내부에 있던 시약병들이 바닥에 떨어져 깨져 있습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얇고 날카로운 유리 파편들이 얼마 되지 않는 빛을 반사하며 미약하게 반짝입니다.
그것을 살피던 당신의 시야에 ‘[E.M.D] Prototype’ 라고 적힌 라벨지가 보입니다.
이게 그 시약인 건가 봅니다.

멀쩡하게 남아있는 시약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다 깨진 것 같군요.
안을 살펴보고 있자면,
뒤늦게 뛰어 들어와 문을 닫은 리온이,
완전히 엉망이 된 빈 행정실 내부를 한 차례 둘러봅니다.

어때, 뭐 좀 의미있는 거 발견했어요?


(아쉽네... 멀쩡한 시약병이 없자 물러난다.)
리온은 온통 먼지 투성이입니다. 수감실에서 봤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네요.


국가 기밀 프로젝트, 크리쳐 X.

아무래도요? 빌런이 앞에 있으면 좀 신경 쓰이기도 하고... (뻔뻔...)
이렇게 히어로의 믿음을 국가가 막 배신해도 되나요? 믿지 못하겠네요. (한숨 푹 내쉬며.) 물론 히어로인 제가 할 말은 아니긴 한데... (중얼거리며 다시 지도 꺼내든다.) 어쩔 수 없죠. ... 희원 씨 말대로 가서 확인해 보면 될 테고...
이번에도 수술실까지 가려면 복도를 이용해서 가야겠네요. 연락실이랑 보관실이 죄다 폐허가 됐으니까...

그래. 바로 혹시모를 연장전 들어갈 수 있겠어?


무너진 벽 네다섯 개 너머로 수술실의 문이 보입니다.
두 사람은 주변을 경계하며 걸음을 옮깁니다.
우그러진 철제 복도 바닥에는 핏자국으로 추정되는 검은 얼룩들이 번져 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연구소 내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것만 같습니다.
리온이 수술실의 문고리를 잡아 돌립니다.
열린 문 너머로,
다른 곳에 비해 양호한 밝기의 전등이 수술실 내부를 비추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 주변을 온갖 기계들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생존자가 없어야 정상일 텐데요.
수술대 위의 인영은 대체 무엇이죠?
긴장한 채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아니나 다를까 그것은 손목과 발목이 수술대에 고정된 채 심각하게 부패한 시체였습니다.
특별한 상해의 흔적이 없는 것을 보니 구속된 채로 굶어 죽은 듯하군요.
썩어 문드러져 있지만,
이목구비가 묘하게 익숙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준치: | 75/37/15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문득 알아차립니다.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이가 4개월 전 체포되어 수감된 빌런 ‘킬베인 스텐’이라는 사실을요.
무언가 아주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듭니다.
동시에 당신의 옆에 서 있던 리온도 그를 알아본 것인지 짧게 탄식합니다.


정말 모르는 거니, 시치미 떼는 거니?


(따라 시체를 살핀다.)
본것과 같이 썩어문드러진 이목구비는 자세히 보지 못하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고,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말라 뼈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상처는 없지만, ... 꼭 상처가 있어야만 실험을 하는 게 아닐 테니까요.

수술용 톱,
석션,
메스,
그리고 이름을 다 알지 못하는 수술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주사기가 있습니다.

선명한 노란색의 시약이 담긴 주사기네요.
고무 패킹도 문제없어 보이고,
바늘마개도 끼워져 있는 것을 보아 아직 사용하지 않은 것인 듯합니다.
방금 전 살펴본 시약장의 상태로 미루어 보아,
이 연구소에 마지막으로 남은 시약일지도 모르겠군요.

기준치: | 75/37/15 |
굴림: | 7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바닥에 ‘ [E.M.D] - 1st completion ‘ 라고 적힌 라벨이 떨어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게 그 요주의 약물인가 봅니다.



어찌됐건 이번에도 다음 장소로 향하면 희원 씨는 무조건 뛰세요. 크리쳐들이 이번에는 몰려들었을 테니까요!


(메스는 어디에 쓰려고... ...) ... (척척척 챙기는 모습 살피다가 눈동자가 가볍게 굴러간다.) 못하겠어도 해내야죠. 한 번 대량으로 대치 해보니까 아예 못할 것도 아니고... (목을 한 바퀴 돌린다.)
희원 씨는 지친 거 아니죠?

안 지쳐.
여긴 보석이 넘쳐나는 광산이나 다를 게 없거든.

이런 음침한 곳이 뭐가 좋다고 보석이 넘쳐난대? ... 제가 보기엔 다 쓰레기들 밖에 없는데도요.




(너를 따라 걸음을 옮기며 네 얘기 가만히 듣는다.) 저도 희원 씨를 이해 못하겠지만 희원 씨도 저를 이해 못 할 테니까요.


그 할 일이 그렇게나 중요한 거예요? 세상에 혼란을 주고 있잖아요.
다 끝나면 그 혼란도 별거 아니게 될 텐데 뭘. (어깨 으쓱.)

이건 뭐 나중에 변명 듣고, 지금은 달릴 준비나 하세요.

수술실의 문을 여는 순간,
복도에 몰려 있던 11 마리의 크리쳐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소름끼치는 괴성을 지릅니다.
발치,
아니 연구소 복도 전체가 불길하게 진동합니다.
한 덩어리가 된 크리쳐들이 바닥을 기며 아가리를 벌린 채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연구소의 초입에 있던 것들보다도 훨씬 더 몸집이 커져 있고,
피막 날개가 요란하게 퍼덕이는 소리가 고막을 긁어내립니다.
우와...너무 싫어...
... ...달리세요, 희원 씨!

일반인이 봤다면 당장이라도 온몸의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은 공포스러운 광경.
당신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 리온은 그 자리에 멈춰 크리쳐들을 향해 돌아섭니다.
리온이 크리쳐들을 공격해 길을 터주면,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소장실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을 향해 공격해오려는 크리쳐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냅니다!
잘못 했다면 그대로 맞고 나뒹굴어질 뻔했군요.
크리쳐들의 비명 소리와 리온이 공격하는 소리가 뒤에서 울려퍼지고,
당신의 눈 앞에는 연구소장실 문이 보입니다!
(잽싸게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넓은 연구소장실 내부로 들어서자 거대한 원목 책상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바닥에는 어지럽게 핏자국이 검게 말라붙어 있고,
깨진 안경알 조각이 보입니다.
콘크리트 벽 너머로 거대한 충격음과 크리쳐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과연 윤리온이 저것들을 상대할 체력이 남아있을까 생각했다.)


(가장 눈에 띄는 원목 책상부터 가서 살핀다.)
원목 책상 가까이 다가서면, 제법 눈가가 찌푸려질 만한 광경입니다.
책상 위부터 근방의 바닥이 온통 피로 점철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거대하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책상을 내리친 듯 균열이 가 있는 것이 보입니다.
책상에 걸쳐진 검붉은 천 조각 아래로 무언가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천 조각 아래에는 타원형의 기계가 놓여 있었습니다.
떨어져 있었다고 하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일까요.
무엇인지 확인해보기도 전,
삑- 하는 비프음과 함께 그것이 멋대로 작동합니다.
허공에 수 놓여진 일련의 레이저들.
그것들이 점차 하나의 인영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안경을 쓰고 있는…
나이가 지긋한 남성이...
검붉은 핏자국이 점점이 묻은 실험가운에 ‘연구소장’이라는 직책이 수놓여져 있습니다.
이윽고 불안한 듯 숨을 몰아쉬던 영상 메세지 속의 남자가 입을 엽니다.
공포에 질린 목소리가 연구소장실 안에 울려 퍼집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March 31, 2023 8:25PM연구소장: ...크리쳐 X와 I.X, 그리고 E.X 에 대한 연구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그들은 통제되지 않으며, 이곳은 완전히 점거당했습니다. 크리쳐를 제압하는 방법은 단 하나뿐입니다. 바로 강한 빛에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중앙통제실의 비상 전력등 버튼은 크리쳐에 의해 파손되었습니다. 그러나 중앙실험실 너머에 연구소 전체의 전력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비상단자함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곳까지 도달할 수 없으니, 사실상 이것은 유언입니다.
면목이 없습니다만 이 메세지가 장관님의 수중에 들어가길, 크리쳐 섬멸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연구는 실패했으나 우리 연구진은 국가와 국방에 기여하고자 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
다음 순간,
남자의 측면에서 크리쳐가 달려들어 그의 머리를 물어뜯습니다.
와드득,
뼈가 부서지고 씹히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영상이 끝납니다.
그리고 미처 손쓰기도 전,
삐빅거리는 비프음을 토해내던 기계가 자동으로 폭파됩니다.

중앙실험실 너머랬지. (그렇다면 어디...?)
말도 안 되는 실험을 자행하던 연구소가 정부 관할의 연구소였다니요.
그 크리쳐들은 어디선가 ‘나타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존재예요.
그것도 히어로가 저렇게 목숨을 바치고 있는 국가에 의해서 말이죠.
이걸 히어로 리온에게 알려주는 게 좋은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애초에 믿어줄지가 의문입니다.
괜한 소리를 했다가 나중에 골치 아파질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때.
연구소장실의 문이 열리고 리온이 다급하게 뛰어들어옵니다.
연구소 안쪽으로 진입할수록 전투도 버거워지는 모양입니다.
말끔하던 옷이 혈흔으로 엉망이 되어 있네요.


어떻게 할까요.
리온에게 방금 본 것을 전부 말해주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비상단자함의 존재에 대해서만 알릴까요?
그를 속일지 말지는 순전히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연구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중앙실험실 너머에 연구소 전체의 전력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비상단자함이 있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만, 이 메세지가 장관님의 수중에 들어가길, 크리쳐 섬멸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읊는다.)
우리의 연구는 실패했으나 우리 연구진은 국가와 국방에 기여하고자 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방금 들었던 메세지야. (웃는다.) 이로서 확실해졌지. 어때? 믿었던 나라에 배신당하는 기분은?
빌런인 당신의 말을 리온이 얼마나 믿어 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많은 것을 은폐했고,
그들 때문에 리온은,
아니.
당신마저도 이곳에서 죽게 될 지도 모릅니다.

... (이 모든 크리쳐 사태가 정부 기관에서 자행한 실험이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고... ...) ... 거짓말, ...치지 말라고 하고 싶어도 당신 얼굴을 보면 또 그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이고...
(얼굴에 묻어있는 피를 대충 손등으로 닦아낸다.) 그러게요. 괜히 열심히 나랏말 따라가면서 일했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 ... (피 묻지 않은 손으로 눈두덩이 꾹꾹 누른다.) 미안하지만 나라가 배신한 거지, 시민들이 배신한 게 아니잖아요?
그럼 제가 해야 할 일에는 변함이 없어요. 정부가 썩어 빠졌든, 어떻게 됐든. 제 목표는 크리쳐 절멸이거든요.


그럼 주저하지 말고 가지. (피범벅에도 아랑곳 않고 눈길을 돌려, 통제실 쪽 벽을 통통 두드린다.)

그런 거 가지고 좌절했을 거면 진작에 희원 씨 포기했죠~. (그 행동에 입 가리고 숨 죽여서 웃는다.) 불가능을 계산하고 움직이면 그건 히어로가 아니잖아요?

히어로의 정의에 대해 좀 더 고찰할 필요가 있겠어... (몇번 두드리더니 약해보이는 벽면을 찾아 발로 찬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이 약해 보이는 벽면을 발로 차면,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이건 당신이 발로 차서 낸 소음이 아니라... ...
무엇인가가 연구소장실 벽에 강하게 부딪히며 거대한 충돌음입니다!
한 번이 아니에요.
사방에서 크리쳐들이 몸을 부딪혀오는 듯,
소장실 전체가 거세게 흔들리며 벽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최대한 있는 힘껏 달리는 거예요!

리온이 당신의 손목을 잡고 중앙통제실 쪽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뒤로 벽이 무너집니다.
안쪽으로 한꺼번에 밀려드는 것들에 의해 전등이 깨져나가고,
소름 끼치는 크리쳐의 괴성이 들립니다.
미처 무엇이 닿기도 전,
눈앞의 벽이 붕괴됩니다.
피할 겨를도 없이 크리쳐 8 마리가 눈앞에서 달려듭니다!
쩍 벌어진 크리쳐의 아가리 너머,
당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폐허가 되어 있는 중앙통제실의 모습.
그리고 경악한 눈으로 당신과 크리쳐를 쳐다보는 히어로의 모습입니다.
단단하게 거머쥔 리온의 오른손에는 공격을 위한 이능력이 일렁거리고 있지만,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눈앞에 죽음이 가까워졌으며,
공격을 하기엔 늦었다는 것을요.
...
전신을 강타하는 통증과 숨이 막힐 듯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이대로 죽는 걸까요?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죽음의 무게인가요?
눈 앞이 암전 되는 것과 동시에,
무언가의 무게가 느껴지고...

(네 어깨를 몇 번 흔들었다.) 정희원 씨! 정신 차려보세요!

당신의 어깨를 흔드는 손길이 느껴집니다.
전신에 통증이 느껴져요.

기준치: | 50/25/10 |
굴림: | 2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흔드는 손길에 절로 눈이 힘겹게 떠집니다.
머리는 핑글핑글 돌고,
온몸은 무언가에 제대로 타격 당한 것처럼 아프기 그지 없지만,
적어도 '죽지는 않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휴... 힘들어. (온 몸이 이렇게 아픈 건 간만이라 제대로 짚고 몸을 스스로 가누는 데까지 한참이나 걸렸다.)

죽어도 못 죽게 할 테니까 혼자 죽을 생각은 마세요~. 아주 민첩한 제가 당신을 안고 구른다음 피해서 다행이지. 어때요, 감사하죠?
그제야 기억이 납니다.
포기하지 않고 당신과 크리쳐 사이로 뛰어들던 모습과 끌어당겨 안는 팔의 힘,
바닥을 구를 때의 충격이 말이죠.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픽 웃으며 고개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돌리는 겸 주위를 살핀다. 여긴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면,
무너진 벽의 잔해 사이 같습니다.
크리쳐들을 피해서 이 쪽으로 숨었나 봐요.

이 정도면 진~짜 친절한 히어로 아닌가? 네~? 그렇지 않아요?


무슨 속셈이야? (설령 속셈이 없었어도 본인에게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닐 것이다. 이게 웬일이래.)
손을 올려 목 부근을 더듬으면,
당신의 목덜미를 옥죄고 있던 것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거,
리온의 권한으로는 함부로 풀어선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정말 무슨 속셈으로 풀어준 걸까요?

전력 증가죠, 아무래도. 당신 정도면 저랑 충분하게 맞먹는 비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고~... 또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못 풀어줄 것도 없죠. 알면 깨지는 걸로 끝나지는 않겠지만... (무언가 생각하는 듯 말이 없어진다.) 만약 그게 풀려서 신호가 간다고 해도 지원이 오면 좋은 거고!
생각 없이 풀어준 건 아니니까요. 이거 다 해결하고 나면 다시 잡아 넣을 거예요, 희원 씨.

(능력을 사용하게 될 수 있음을 자각하면, 검은 물질로 두개골 안을 훑으며 어지러운 머리를 받친다.)
(팔 다리도 마찬가지로 검을 물질을 뻗어 지탱시킨다. 걸쳐져 있던 팔을 떼고)
그래, 이 잔해에서 나가면 함께 크리쳐에 맞서란 말이지.

최대한 크리쳐를 피해 가는 방향으로 가긴 할 테지만요. 일단 저도 사람이라 지치기도 하고... (길게 기지개펴다가.)
이왕 이렇게 풀어줬으니까 조금만 더 도와주세요~. 3년 동안 술래잡기 하다가 겨우 잡은 거 풀어주는 제 상황도 생각해야 되지 않겠어요?

...후후, 아, 그랬지... 그래. (연구소를 무사히 나가기 전까지만이다!)

그럼 확답도 받았으니까... (제 옷 이곳저곳을 털었다.) 실험실로 향하죠.
그랬나...
그래, 이득인 상황이지. (그 말을 곱씹으며 실험실로 향하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먼저 몇걸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연구소 바깥으로 나가 도망치는게 더 안전한 방법이겠지만, 지금 이 넝마가 된 윤리온을 죽이면 앙숙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폐허가 된 중앙통제실에서 새어나온 푸르스름한 불빛이 두 사람의 옆얼굴을 아스라히 비추고,
히어로의 이마와 뺨을 타고 흐른 피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지쳐 보이는 모습을 보던 당신은 문득 깨닫습니다.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온갖 명예와 업적을 안고 있는 리온이라고 해도,
누구나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빌런인 당신에겐 의미 없는 이야기죠.
구속구가 사라져 능력이 돌아온 지금이야말로,
리온을 죽이고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릅니다.
당신에게는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뒤늦게 발걸음을 떼 따라가나 싶더니, 검은 물질이 발치에서 흐른다.)
(옅은 조명으로는 인지할 수도 없는, 시커먼 벌레처럼. 기척없이 리온의 다리에 따라붙는다.)
(그리고 곧장 코트를 타고, 목덜미를 타고, 귓가까지 다다르면...)
기준치: | 40/20/8 |
굴림: | 50 |
판정결과: | 실패 |
피해: | 7 |
... ... (무언가가 흐르는 느낌에 한 박자 늦게 제 귓가 쪽을 만지작거린다. 몸이 지친 탓에 반응이 느려진 듯.) ... 실수예요, 고의예요? (입꼬리만 느리게 올려 웃어 보인다.)
흐음, 글쎄? (의뭉스럽게 대답한다. 반응하는 모습도 꼭 물에 젖은 생쥐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실패했으니, 저 실험실에 처넣어서 공격해야겠다.)(여전히 실험실을 향해 걷는다.)

나 참... 역시 이상한 취미를 가지고 있을 때부터 알아 봤어야 했나... (작게 중얼거리며.) 여기까지 온 거 죽음을 각오 안 한 것도 아니긴 한데...
역시, 쉽게 죽어줄 수는 없죠~! 더 노력하세요! (대충 물기 털어내듯 검은 물질 손으로 털어낸다.)
물질을 털어내는 리온의 뒤로 반쯤 파손된 거대한 CCTV 화면이 보입니다.
화면이 비추고 있는 것은 중앙실험실의 내부.
무수한 생명체 반응 사이,
다른 크리쳐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한 존재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저거 제치고 혼자 나갈 자신 있으면 죽이고 나가든지요~.

(CCTV 화면 보며) 저게 그 실험체인가...
너 데리고 가나 혼자 가나일텐데 뭘. (혀를 차며 검은 물질을 몸 안으로 회수한다.)


내가 저것들 시선을 끌어서 싸울 테니까 당신은 열심히 달려서 전기회로실로 가세요.
그리고 비상전력등 켜는 겁니다. 제가 도와달라고 할 때나 도와주세요. (어차피 안 도와줄 것 같긴 한데... ...)

그러지 뭐. (나도 여기서 무사히 나가긴 해야하니. 전등만 켜면 해결된다...저 녀석을 죽이는 건 그 다음이야.)
계속 어려웠으니까 좀 쉽게 가보자고요. 어려운 길만 골라가니까 그렇게 새치가 나고 그러는 거지... (작게 중얼거린다.)
준비 됐어요?

(끄덕인다.)
귀가 멀어버릴 듯한 크리쳐의 울부짖음이 연구소 전체를 뒤흔듭니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당신에게 눈짓한 리온이 곧장 뒤돌아 중앙실험실로 뛰기 시작합니다.
리온의 뒤를 따라 중앙연구실 안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것은,
고개를 한껏 젖혀도 한 눈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크리쳐의 모습이었습니다.
주변에는 뜯어먹고 남은 인간들의 손,
발,
연구 가운,
신발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습니다.
악몽에서나 볼 것 같은 거대한 뱀의 형상을 닮은 그것이 끊임없이 몸을 비틀며 거대한 눈동자로 두 사람을 노려봅니다.
크리쳐 I.X가 괴성을 지르며 군데군데가 찢겨나간 피막 날개를 활짝 펼치자,
그 충격에 사방의 벽이 부서져 나갑니다.
인간의 절규처럼도 들리는 끔찍한 포효에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기준치: | 61/30/12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한 차례 몸을 뒤튼 크리쳐 I.X가 리온을 향해 거대한 꼬리를 휘둘러 내리칩니다.
굉음과 함께 바닥이 한 차례 들썩이고,
거대한 균열을 기민하게 피한 리온이 이를 앙다물고는 반격합니다.
그 너머로 수십 마리의 크리쳐들이 복도를 기어 이쪽으로 몰려드는 것이 보입니다.
강한 힘들의 충돌로 발을 디디고 서 있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 불어닥칩니다.
그 어디로도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리온을 지나쳐 뛰는 당신의 앞으로 I.X의 날카로운 발톱이 번뜩이는 궤적을 그리며 닥쳐옵니다.

기준치: | 55/27/11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날렵하게 자세를 낮추어 바닥을 한 바퀴 굴렀지만,
속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잔해들 위를 구른 몸에 상처가 남습니다.
공기를 가르는 살벌한 소리가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자마자,
발은 자연스럽게 전기회로실을 향해 튀어나갑니다.

당신의 뒤를 쫓는 크리쳐 E.X 무리에 리온의 이능력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작렬합니다.
당신의 뒤로 크리쳐 몇 마리가 날려가 바닥에 처박힙니다.
문을 열고 다급하게 안쪽으로 들어선 전기회로실 안에는 온갖 기계가 늘어서 있습니다.
수많은 조작 패널들 사이,
연구소장이 말했던 비상 전력등 버튼이 보이네요.
당신의 등 뒤에서 뼈가 부서지고,
가죽이 찢어지는 죽음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
(찰나같고도 긴 정적이었다. 몇초만 더 버티면 저 녀석이 죽을 수 있다.)
(그렇게 두면 참 쉬웠겠다.)
(찰나가 지나면 재빠르게 비상 전력등 버튼을 누른다.)
당신은 버튼을 내리쳤습니다.
… ...
... ...?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아예 예상하지 않았던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무엇이 원인이지?) (다급하게 주위를 살펴본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주위를 살펴보자, 콘크리트 벽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와 함께,
16마리의 크리쳐가 전기회로실 내부로 밀려들어옵니다.
리온은 어떻게 된 거죠?
익숙한 주황색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고,
당신의 육신을 뜯어먹고자 몰려드는 것들에 시야가 검게 좁혀드는 순간.
기계음이 연구소 건물 전체를 뒤흔들고,
무언가 작동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 전체의 비상 전등이 작동합니다.
천장의 전구와 바닥의 유도 조명,
벽과 벽을 이어놓은 틈새.
사방에서 눈부신 섬광이 작렬합니다.
버티려고 해 보아도 눈이 시리도록 강한 빛에 눈꺼풀이 저절로 감겨듭니다.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시야에 담겼던 것은,
당신에게 달려들던 크리쳐들이 흰 빛에 휩쓸려 먼지처럼 부스러지는 모습이었습니다.
….
… ...
... ...
그리고,
이내.
사방이 쥐 죽은 듯 조용해집니다.
...
...
...
몇 분간.
그러나 아주 긴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 동안 켜져 있던 비상 전력등의 빛이 잦아듭니다.
아까와 같은 어슴푸레한 전등 불빛 아래,
숨 막힐 정도의 적막과 어둠만이 허공을 떠돌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광경은,
온통 희게 바스러져가는 크리쳐들입니다.
그리고 중앙연구실로 향하면,
바닥에 축 늘어진 채 같이 희게 바스라져가는 크리쳐 I.X 의 사체 옆에 리온이 쓰러져 있습니다.
온몸이 피투성이에요.
주변에 널린 크리쳐의 사체들도 역시 희뿌연 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흩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죽지 마.
리온에게 다가가면,
죽지는 않았지만 힘을 무리해서 쓴 듯... ...
옅게 숨만 내쉬며 쓰러져 있습니다.
누구의 피인지 모르는 것들 투성이네요.
물론 본인의 피도 섞여있을 겁니다.

당신이 고개를 돌리면,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무력하게 고개가 크리쳐 잔해 방향 쪽으로 돌려집니다.
크게 정신 차릴 기미가 보이지는 않던 찰나.
그 순간.
연구실 전체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바닥과 천장을 떠받치는 기둥들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네요.
저 멀리 중심부에서부터 쿵,
쿠궁.
하고 건물이 붕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천지를 흔드는 굉음을 들은 리온이 간신히 눈을 뜹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내 도움은 여기서 끝이야. 더 할 말 있어?

아뇨, 없네요. 먼저 도망치세요. 전 여기서 조금 쉬었다가 나갈 테니까요. 당신 특기잖아요? 도망치는 거.
진동을 이기지 못한 천장의 전등이 깨져나가며 번쩍이는 스파크를 사방으로 튀깁니다.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리온의 표정을 좀처럼 읽을 수가 없습니다.
불길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있는 연구실의 벽에도 균열이 생깁니다.
밖으로 빠져나가는 통로의 문틀이 요란한 파열음을 내며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이 모든 연구를 시작한 정부는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날 것을 각오했어야만 합니다.
현시대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히어로의 죽음조차도 그들의 과오입니다.
한편으로는,
그는 그저 누군가를 한 명이라도 더 구하고자 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단지 ‘누군가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라는 이유만으로 사지로 뛰어든 것일 테죠.
문득 당신의 주머니에서 주사기 하나가 굴러떨어집니다.
만약 이걸 사용한다면...
하지만 당신과 리온은 빌런과 히어로라는 적대 관계에 있습니다.
이곳을 빠져나간 이후 리온은 또다시 끈질기게 당신을 체포하려고 할 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온을 돕고자 하나요?
혹은 이곳에서야말로 질긴 인연을 끊어낼 것인가요?

(문득 굴러떨어진 주사기가 시야에 들어오면, 그것을 쥐고는 네 양손을 가져와 쥐여준다.)
할 수 있다면 알아서 나와 봐.
다신 날 쫓아오지 말고.

이것도 당신 하기 나름이야. 지금 상황에서 히어로다운 게 뭔지 생각해보라고.
(그러고는 발걸음을 돌린다. 출구 방향을 찾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통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아하하...!!! (손에 쥐여진 주사기를 가만히 보다가 그대로 제 목에 찔러 넣었다.)
어떻게 그렇게 재밌는 짓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 ... 정희원 씨... 당신은 여러가지 의미로 재밌는 거 알죠? (극심한 어지러움이 밀려오고, 시야가 아득하게 멀어지고,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이 밀려오지만... ...)
(스프링마냥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하지만, 이걸 나한테 넘겨준 순간부터 쫓아와 달라고 말해주는 거랑 다름 없었거든요!
리온은 그 상태로 당신의 뒤를 쫓아옵니다.

간신히 버티고 있던 문틀과 벽이 굉음을 내며 무너집니다.
죄를 안은 것들이 부서지고 깨져나가는 지옥 속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곳에서 살아나가는 것뿐입니다.
붕괴를 시작한 연구소의 복도는 크리쳐보다도 무서운 기세로 당신과 리온을 집어삼킬 듯 무너져내립니다.


내가 헛것을 보나? (달리면서)


아... 짜증나 XX. 따라오지 말고 꺼지라고...! (달리면서 밀쳐버린다.)

미안한데 나가는 곳이 한 곳 밖에 없는데 어쩌나~? 그러니까 누가 저한테 주랬어요? 아이 참~... 이렇게 빌런한테 믿음 주는 것도 그만해야 되는데! (안 밀쳐지고 꿋꿋하게 달린다.)
달리기 힘들면 안겨요! 안아줄게요! (ㅋㅋ)

....씨발!!
내가 죽어야겠다. (그대로 브레이크 밟는다.)

안기고 싶었으면 말씀하시지! 부끄러웠나요? (아하하!)
씹... 안 놔? (진짜개쎄지네)
(이 꽉 깨물고 분통터지는 표정으로 검은물질 먹물마냥 쏴서 시야 가린다.)

다치면 제 탓 아니에요~!
(쾅) (문틀에 머리 쾅 부딪히고서야 검은물질 거두고)

취조실에서 협상했던 건 기억하지?


(ㅅㅂ...) 죽,죽이라고

어머머, 슬슬 출구가 보이네요! 꽉 잡아요! 속도 냅니다~!


(죽음에도 이르는 부작용이길, 제발)
앞길을 막는 콘크리트와 철골을 뛰어넘어 얼마나 달렸을까요.
저 멀리 출구의 빛이 보입니다.
거대한 개폐식 문을 빠져나오는 순간.
둘의 뒤편에서 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한 강풍이 불어오고,
뒤이어 이 모든 일의 종지부를 찍는 섬광과 폭발음이 터져 나옵니다.
폭발의 충격과 열기에 밀려 당신의 몸마저 휘청거립니다.
좌표 이동기를 통해 두 사람은 가까스로 히어로 본부의 4층.
이동장비실로 되돌아왔습니다.
히어로 품에 안겨 있는 빌런인 당신.

사방에서 울리는 경보를 듣고 나서야 당신은 다시 한번 자신이 구속구를 풀어낸 범법자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급한 발소리들이 들립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몇 명의 히어로들과 함께 안으로 뛰어들어온 본부장이 들고 있던 담배를 툭 떨어트리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양 손 들어 올리고 있는 리온의 모습이네요.
당신의 앙숙인 히어로는 나름의 방식대로 놓아주려고 했나 봅니다.
...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보자고요!
비록 4층 높이긴 하지만!
어찌됐건 도망쳤으니까요!
리온의 웃음 소리와 함께...
본부가 멀어집니다.
… ...
그리고 이것은,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 며칠 후의 일입니다.
당신의 악명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당신을 잡기 위해 정부와 히어로 본부가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어요.
리온은 국방부에 얽힌 범죄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요 며칠간은 조용하군요.
사실 빌런인 당신에게는 이러나저러나 안중에도 없지만요.
그건 그렇고…
오늘은 리온이 크리쳐를 섬멸한 공적을 인정받아 훈장을 받는 날입니다.
신문을 펼쳐 보면 1면부터 아주 떠들썩하네요.
TV로 그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은 대담한 빌런답게,
광장의 인파 사이에 끼어들어 단상 위에 올라서는 히어로 리온을 지켜봅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훈장을 받아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도중.
거짓말처럼 리온이 이쪽을 쳐다봅니다.
눈이 마주쳤나요?
아무래도 자리를 뜨는 편이 좋을 것 같군요.
뒤돌아서 광장을 빠져나오는 당신의 뒤로 리온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미친 거 아니야?!
관중들에게는 연인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을 겁니다!
저 히어로는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걸음을 내딛는 당신의 발치에서 뽀얀 먼지가 일었다 흩어집니다.
그리고 당신을 알아본 시민들과 히어로,
경찰들에 의해 훈장 수여식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사이렌 소리가 광장을 어지럽게 울리지만 그 누구도 당신의 도주를 막지 못할 겁니다.
당신은 그 어떤 법과 규율에도 얽매이지 않는,
사상 최악의 빌런이니까요.
ENDING 01# Unexpected Collaboration!
March 31, 2023 11:09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