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Charms Rainbow

생쥐가 당신을 경외합니다.

2023-11-28

그런데 방금, 문을 열고 한영휘를 만났더니 그가 말합니다.

─맞다, 전등 안에 생쥐가 있어.

감독: 한영휘

출연: 정희원

정희원:80
한영휘:70
정희원:
기준치: 80/40/16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방금, 문을 열고 영휘를 만났더니 그가 말합니다.
한영휘:─맞다, 전등 안에 생쥐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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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대로입니다.
미묘한 시선이 자연스럽게 전등으로 향합니다.
영휘의 말이 떠오릅니다. "전등 안에······"
정희원:생쥐...?
한영휘:─ 전등 안에 생쥐가 있어.
당신 옆에 서 있던 한영휘는 재차 말합니다.
그리고는 한 팔을 높게 듭니다.
손가락 끝에 반투명한 반구체 형광등이 있습니다.
그 안에 영휘의 말대로 검은 실루엣이 돌아다닙니다. 생쥐의 실루엣이 새하얀 빛을 드문드문 가립니다.
쨍한 흰색에 눈이 아렸다가, 어두워져 편안했다가, 다시 아렸다가······.
영휘의 얼굴에 생쥐 그림자가 비칩니다.
벽에도 목재 책상 위에도 생쥐 주둥이가 새겨집니다.
더군다나 생쥐가 움직일 때마다 벽 한 면이 전선을 어설프게 연결한 미러볼처럼 깜박입니다.
흥미롭다고 할까, 거슬립니다.
정희원:왜 저기 들어가 있는 건데?
한영휘:글쎄? 어느 순간부터 있었어.
정희원:(-_- ;) 그럼 꺼내야지...
뜨거울 것 같은데 용케 찍소리 안 내고 들어가 있네.
한영휘:뭔가 저기가 알맞은 장소 같아서..
그리고 꺼내서 어떡할 거야?
잡을 수 있어?
정희원:알맞은 장소? (굉장히 내키지 않는 눈초리로 널 보다가...)
풀어줘야지. 잡는 건...
잡는 건... (잡을 만한 도구가 있나? 두리번두리번)
평소의 집입니다.
주방용 집게가 있습니다.
한영휘:...
그걸로 잡게?
정희원:(머리 마사지기 내려놓고 집게 들음)
한영휘:(하고 있었나)
정희원:(이걸로 잡을까 하다가 역시 무리겠지 싶어서)
한영휘:(ㅋㅋ)
정희원:솔직히 불결하니까 내키지는 않는데...
아, 그럼 영휘 네가 물로 잡아줄래?
한영휘:그냥 내버려두면 조용해지지 않을까?
물로..
전등을 무사하게 만들 자신이 없거든.
(웃음..)
정희원:음.
물을 쓰면 쥐가... 감전되겠네.
한영휘:그렇지..전등에도 물 들어가면 안 좋아.
정희원:아니, 시끄러운 게 문제가 아니라...
물론 문제 맞지만.
쥐가 전등에 들어가 있잖아.
한영휘:그럴 수도 있잖아.
저기 보여?
쥐들끼리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정희원:그럴 수 있다니???
한영휘:(전등 올려다본다.)
정희원:쥐'들'...?
한영휘:(끄덕끄덕)
정희원:(따라 올려다본다.)
올려다보면 쥐들이 다투는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옆에는 작은..
벌레인가?
벌레가 꾸물꾸물..
전등에서 죽은 벌레들입니다.
벌레는 빛을 좋아하니 이상한 일은 아니죠.
정희원:분명 쥐가 한 마리지 않았나?
한영휘:전등 안에 들어가 있어서.. 잘 모르겠네.
그림자만 보여.
(기웃기웃)
정희원:... ;
역시 꺼내자.
그리고 씻어서 다시 끼우자.
한영휘:음..
정희원:이런 건 일반적인 일은 아니잖아.
한영휘:열면..
벌레랑 쥐가 우수수 쏟아질텐데.
뭐, 받칠 거라도 들고 올게 그럼.
정희원:그래. 쟁반 가져와.
(작은 의자 하나 끌고 온다.)
한영휘:(끄덕끄덕)
정희원:...
영휘가 자리를 뜨자, 짙은 고요뿐입니다.
시계 초침이 째- 깍- 째- 깍- 느릿한 행진을 합니다.
그러다 문득
사각사각사각끼극사각사각사각
성가신 소리가 온 귓가를 자극합니다. 스테인리스강 그릇을 숟가락으로 마구 긁는 것과 비슷합니다.
정희원:(어디서 나는 소리지?)
근원지는 형광등입니다.
정희원:(전등을 응시한다.)
생쥐가 얇은 꼬리로 전등을 치며 짧은 손톱으로 전등 안을 긁습니다. 무언가에게 반항하는 것처럼요.
가만 생각해보면 광원이 그를 쬐고 있습니다.
광원이 그를 녹여서 그는 광원을 보고 있습니다.
그는 광원을 보고 있습니다.
그의 광원을 보고 있습니다.
한편 생쥐는 당신을 보지 못합니다.
정희원:역시 뜨겁겠지...
그의 태양은 당신을 투영하기에 너무 밝습니다.
소리는 뒤이어 서각을 하듯 캉, 캉, 내려찍는 단일음으로 변합니다.
글자를 새기는 걸까요? 전등에 난 기스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빛에 눈이 아려 자세하지 않습니다. 손으로 짚어 보면 무슨 글자인지 알겠어요.
정희원:(불을 끄면 보이지 않을까?)
잘 보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희원:... (먼저 손으로 짚어보기나 한다.)
【배가 너무 고파요. 살려 주세요.】
재밌는 언어로 말하는군요.
정희원:흐음...
평범한 상황은 아니네.
얼마 지나지 않아 전등 안을 긁어대는 소리가 잦아듭니다.
생쥐는 한 발 한 발 굼뜨게 움직입니다. 뱃가죽이 등과 맞닿아 있습니다.
밥을 굶어 지쳤나요.
정희원:영휘야, 쟁반 못 찾았어? (부른다.)
한영휘:아, 찾았어~
뭐 들고 갈까 고민중인데.
역시 플라스틱이 낫겠지?
정희원:응.
찬장에 비스킷 하나도 가져와 줘.
한영휘:비스킷?
알았어.
정희원:응.
(영휘 쟤도 좀 이상한데... 일단 상황을 두고 보는 편이 맞겠지.)
눈을 꿈벅,
꿈뻑,
꿈뻑...
정신차려 보니 당신은 전등에 손을 뻗고 있습니다.
빛이 달군 형광등이 뜨겁습니다.
아, 그래서 생쥐는 말라죽어가나 봅니다,
정희원:(손 뗀다.)
강한 빛에 눈이 아려 당신을 거대한 실루엣으로 파악하나 봅니다,
당신, 어쩌면 당신이란 단어의 뒷음절,
아직 보이지 않는 영휘,
당신의 손 그림자에 코를 킁킁거리는 생쥐,
홀린 듯 느낀 흥미에서 문득 정신 차린 당신, (
문을 열고 들어온 영휘.
새하얀, 아주 새하얀 전등.
바닥에 회색으로 비친 당신의 손가락, 생쥐의 옅은 실루엣.
한영휘:여기 가져왔어.
(쟁반을 내민다.)
정희원:응... (쟁반 받는다.)
오래 걸렸네. (쟁반 들고 불부터 끄러 간다.)
한영휘:엇,
불 끄면 안 보이잖아.
괜찮겠어?
정희원:핸드폰 후레쉬 켜면 되지.
한영휘:그래!
내가 들고 있을까?
정희원:아, 응. (쟁반 건네고 불 끈다.)
불을 끕니다.
소리가 서각을 하듯 캉, 캉, 내려찍는 단일음으로 변합니다.
정희원:...?
한영휘:(옆에서 쟁반을 받치고 있다.)
정희원:(핸드폰 후레쉬를 켜고 전등을 비춘다. 작은 의자 위에 올라 전등을 바라본다.)
정희원을 발음대로 적은 글자가 추가로 새겨져 있습니다.
【보았습니다.】
【정희원.】
【위대한?】
정희원:응?
【세계의 뒷면에 계신 정희원.】
【커다란 정희원.】
생쥐: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생쥐가 당신을 경외합니다.
아니, 이렇게 멋대로?
당신이 경외받을 만한 일을 했던가요?
정희원:(의아한 얼굴로 전구를 보다가, 영휘에게로 시선 내린다.) 이거 보여?
한영휘:(빤히 올려다보면 신기하다는 듯 전구를 바라본다.)
응. 나도 보여.
역시.. 꺼내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정희원:...흠.
가까이 보면,
생쥐는
생쥐들은?
?????
언제나 무언가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영휘:(전구를 바라본다.)
정희원:(얜 아까부터 사태를 침착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 이상한데.)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한영휘:(가만히 바라보던 시선이 희원에게로 옮겨진다.)
뭔가..
귀엽네!
정희원:너 이상해.
한영휘:아냐.
그냥 여기서 보니까..
생쥐들이 뭐 하는 거 다 보여서 귀여웠다구.
나 이젠 멀쩡해. 누나.
정희원:(인상 팍)
한영휘:(;;)
정희원:평소였으면 전구에 생쥐가 들어있다고 펄쩍 뛰었을텐데...
한영휘:지네도 아니고..
생쥐 정도야 별 것 아니거든?
정희원:아니, 전구에 생쥐가 들어가 있다니까?
한영휘:아, 안다니까?
정희원:'전구에' 들어가 있는데?
한영휘:원래 생쥐는 거기 살잖아 누나!
정희원:...무슨 소리야?
한영휘:누나가 나간 동안에 살기 시작했어.
그건 생쥐한텐 자연스러운 일이라구.
가만 보면 귀엽고.. 내버려둬도 되잖아?
정희원:흐음...
그런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미소 짓는다.)
살면서 터무니없는 일을 본 게 한 두번도 아니고. 후후...
한영휘:맞아. (글자 더듬어본다.)
누나 인기도 많네.
전등 안에서 생쥐들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당신.
가까이서 삶을 훔쳐보는 것도, 꺼내어버리는 것도, 당신이 원한다면 무엇이든지.
정희원이 원한다면 뭐든지 가능합니다.
정희원:왜 날 인식했지? 여기 먼저 보고 있던 사람이 있는데.
한영휘:그러게..
내 이름은 안 적어줬는데..
(멍..)
정희원:자리 바꿔줄까?
한영휘:아냐. 그냥 여기서 봐도 충분해.
신기하지만 막 그렇게 놀랍진 않아서..
정희원:내 말은... (생쥐가 적어둔 제 이름 검지손가락으로 톡톡 친다.) 이 자리 말이야.
한영휘:뭔 소리야 그게?
그것은 어렵습니다.
정희원:싫어?
네 뜻대로 다스릴 수 있는 세계가 하나 생기는 일 말이야.
한영휘:음..
난 딱히 그러고 싶지 않은데...?
다스리는 것 보다는 같이 노는 게 즐겁잖아.
정희원:음, 그래도 된다고 치면.
한영휘:난 그냥 냅두고 우리끼리 노는 게 낫다고 봐.
정희원:그렇구나...
난 기다려볼래. (의자에서 내려온다.)
한영휘:아무것도 안 할 거야?
정희원:응.
생쥐들이 여기서 터를 잡아 사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란 건 알았어.
불편하면 전구를 분리해서 빼내면 되겠지.
하지만 신기하게도 생쥐가 차단된 전구 벽 너머로 나를 보고 말았네.
그 다음은 어떻게 행동할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어.
한영휘:글쎄...
거기서 그게 보여?
정희원:아니.
안의 사정까지 궁금하진 않아.
한영휘:확인할 수 없는 궁금증에 의미가 있어?
정희원:(후레쉬로 글씨 그려진 곳 가까이 비춘다.) 내가 이 생쥐들을 인식할 수 있는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궁금한 거야.
한영휘:아하.
정희원:비스킷은 내가 먹어야겠다. (집어가고는 방의 불을 다시 켠다.)
한영휘:(기웃)
정희원:(나한테 기웃거리는 건가)
한영휘:(전등 보이나 기웃)
그치만 아까 보니까 배고파 보이던데..
정희원:그럼 네가 주든가?
한영휘:놀라면 어떡해.
아는 사람이 낫지.(웃음)
정희원:신이 둘이 되는 거지.
(비스킷 건넨다.)
한영휘:아이. 난 다스리고 싶지 않다니까..
(라고 말 하면서도, 머뭇거리듯 비스킷을 가져다 대어본다.)...
정희원:친구가 될 수도 있잖아.
(관찰한다.)
영휘가 밀어넣은 비스킷은 닿지 않습니다.
한영휘:잘 안 되네.
그러고보니 이 안에는 물도 차있는 것 같아.
괜찮으려나?
정희원:물이 왜...? (고개 기울인다.)
한영휘:봐봐.
정희원:(다가가서 본다.)
물이 찬 곳에는 조금 다른 생쥐들이 있습니다.
정희원:(생쥐 맞아?)
신기하네요.
정희원:아니 생쥐가 아니잖아
이 생쥐가 어떻게 생쥐가 아닌 것이 되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생쥐?:..
정희원:...
생쥐?:...
정희원:(빤히...)
물에 휩쓸려 사라집니다.
한영휘:아는 생쥐야?
정희원:아니.
(나온다.) 제대로 넣어 봐, 비스킷.
한영휘:잘 안 넣어져.
정희원:의자에 올라서 넣어.
한영휘:아이.
내 키로 닿는데. 이상하게 잘 안 들어간다니까?
누나가 넣어봐.
(비스킷 건넨다.)
정희원:(책장 맨 윗칸에 있는 책을 뽑기 어려워해서 낑낑대는 여자애의 뒤에서 아무 어려움 없이 책 뽑아서 건네주는 남자애 클리셰처럼 비스킷 밀어넣음)
� ING
당신이 (음식)을 넣어주자 생쥐는 전등 안을 세차게 긁으며 환호합니다.
곧장 갉아먹는 소리가 들립니다.
정희원:좋댄다...
생쥐 주제에 소리가 어찌나 큰지 허겁지겁 들썩이는 검은 털이 보지 않아도 선합니다.
작은 실루엣에 배가 불룩 튀어나옵니다.
좋은 일 했네요, 희원.
생쥐가 저 안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지는 모르지만요.
먹이를 다 먹은 생쥐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습니다.
전등에 머리를 부닥쳐 이따금 작은 점들이 튀지만 생쥐는 행복해 보입니다.
그는 하루라도 더 당신을 떠올리며 살아갈 겁니다.
정희원:아하하...
부디 다음에도 전등에 방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손길이 해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요.
한영휘:잘 넣었어?
정희원:응. 좋아하네.
한영휘:좋은 일 했네.
우리도 비스킷 먹을까?
(어느새 쟁반에 세팅중)
정희원:생쥐들이 자급자족은 못 하나.
그래. (하나 집어먹는다.)
한영휘:글쎄.
그뿐입니다.
다만 그뿐인 이야기입니다.
한 줄기 이벤트처럼 훑고 지나간,
어느 가정집의 저녁입니다.
자, 당신도 돌아가야죠.
영휘가 마지막으로 시야에 비칩니다.
어쨌든 저것이 당신의 삶에 끼치는 영향은 희미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