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등 아래의 천사
2023-11-28
머리 위에서 깜빡이는 흐릿한 백열등.
토악질이 치미는 느낌과 함께 선명해지는 시야.
이질적일 정도로 무늬 하나 없이 흰 천장과 바닥, 벽.
바닥에 고정된 철제 의자에 묶인 당신, 당신의 앞에 선 한영휘.
한영휘는 두려워하는 낯으로 당신에게 묻습니다.
"정말 아무 기억도 안 나?"
토악질이 치미는 느낌과 함께 선명해지는 시야.
이질적일 정도로 무늬 하나 없이 흰 천장과 바닥, 벽.
바닥에 고정된 철제 의자에 묶인 당신, 당신의 앞에 선 한영휘.
한영휘는 두려워하는 낯으로 당신에게 묻습니다.
"정말 아무 기억도 안 나?"
감독: 한영휘
출연: 정희원
…… …….
암전된 정신.
온몸을 짓누르는 무게감이 탐사자를 지배합니다.
죽은 걸까요, 혹은 태어난 적 없을지도 모릅니다.
태초의 무력감.
그 감각을 뚫고 당신을 강제로 깨우는 건,

기준치: | 20/10/4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누군가의 음성.
어둑히 잠긴 무의식에서 당신의 의식을 이끌어낸 이, 한영휘입니다.



(약간의 두려움이 스민 표정으로 눈을 마주한다.)
이, 이럴 때가 아니야.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방에 존재하는 것은 방의 정중앙, 철제 의자에 수갑으로 구속되어 있는 정희원.

그리고 방의 오른쪽, 왼쪽 중앙에 나란히 난 문.
당신의 앞쪽에 놓인, 마치 한영휘를 위해 마련된 듯한 철제 의자.
정희원의 앞쪽 벽면에 검은 페인트로 적힌 의미를 알 수 없는 구절,
아득한 현기증이 가시고 나면, 그제야 제 안색을 살피는 영휘의 낯이 보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영휘 얼굴 한번 보고, 적혀있는 구절을 살핀다.)
이성 감소 없음

기준치: | 75/37/15 |
굴림: | 6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맞은편의 벽에 적힌, 마치 인쇄라도 해둔 것처럼 정갈한 검은 문장입니다.
善惡果.

적힌 것은 선악과善惡果 입니다.
선악과, 선악을 알게 하는 과실.
선악이란 지식으로 해석되기도 하죠.
아담과 하와는 무지에서 벗어났기에 에덴 동산에서 추방당하던가요.
그런 것이 왜 저곳에 적혀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그 밖에 이 방은, 큰 특이점을 찾을 수 없는 방입니다.
그러나, 기이할 정도로 아무런 특징도 없는 방입니다.
천장부터 바닥, 벽까지 모두 흰색.
마치 경계선이 없는 것만 같습니다.
이 방 안에서 선명히 구별할 수 있는 건 한영휘, 정희원 당신이 앉은 의자, 맞은편의 의자, 아까 마주한 글씨 뿐입니다.


..진짜 아무 기억도 안 나?
당신이 여기 묶여있고, 한영휘는 당신의 앞에 멀쩡히 있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당신을 구속한건 한영휘가 아니겠어요?
그런데 한영휘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안절부절하면서 네 언질만을 기다린다.)

(기억나는 건 정말 없나?)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아냐. 조금만 더 생각해봐.
나갈 수 있는 건 누나한테 달렸다구.


그렇게 생각한 순간 누나가 깨어났으니까.


(손을 들어 제 어깨를 매만진다. 피가 흘렀다가 검은 딱지가 들은 흔적이 선명했다.)
..못해도 하루하고 반은 잤을걸. 누나..
..나가려고 뭘 해도.. 누나한테 무슨 짓을 해도 안 일어났어.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눈을 떴어.

어깨는 왜 그래?

누나가 다 떠올린다면 이 방에서 나갈 수 있어.
나가려고 문 두드리다가 다쳤어.

(그리고 문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안 보이는데...)

(절대로 머리 잡고 흔들다가 때려도 봤다고는 말 못한다..)
진짜 안 일어나길래.. 거칠게 깨워봤지.


으응...
좀 기억나는 건 있어?

문 어딨어?

문..이라고 할까.
어디가 문인지 몰라서.. 무작정 나가려고 두드렸어.

그런데 다칠 게 뭐 있어. 섣불리 나가려고 하면 응징하나?





하...
누나가 숨은 붙어있는데.. 진짜, 뭘 해도 안 일어나서.
하루..이틀인가..
진짜 죽는 건가 싶었다구.

왜였을까.
거의 이틀을 굶었으니 배고팠겠다. (라고 말하면서 눈으로는 맞은편의 철제 의자를 살핀다.)
의자를 살피고자 하면, 눈 앞이 점멸합니다.
깜빡, 깜빡.
당신은 정말 그저 잠에 들었던가요?
당신의 마지막이 정말 그 기억인가요?
당신의 눈앞을 스치는 파노라마와 같은 장면.
신호를 기다리는 한영휘와 당신.
초록불이 들어왔고, 보도를 중간까지 건너며 이상한 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사고는 능력자인 당신들의 반사신경으로도 반응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일어났습니다.
횡단보도에 걸쳐 있던 트럭의 급발진.
당신의 눈앞에서 그의 몸이 차체와 부딪힙니다.
한영휘는 그대로 날아가 땅에 부딪히고, 얼떨떨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직감합니다.
바닥 가득 퍼지는 피웅덩이.
당장 병원에 실려가더라도 한영휘의 목숨은 보장하기 어려울 텝니다.
낯을 타고 흐르는 핏줄기와 기이하게 꺾인 팔다리가 사고를 정지시킵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성 감소 1
당신은 문득 생각합니다.
그를 죽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고.
그 순간 눈앞은 점멸하고, 기억은 페이드아웃됩니다.
잊었다면 어째서일까요?
방금 눈앞을 스친 건 뭡니까? 기억? 꿈? 환상?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한영휘입니다.
관자놀이를 타고 선명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는 영문을 모르는 표정입니다.
자신이 왜 피를 흘리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다쳤는지 감조차 잡지 못합니다.


(관자놀이의 피를 닦아내며 황망한 표정을 짓는다. 계속 닦아내고 닦아낸다. )
...,.......
누나?
예리한 두통 사이로 한 가지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신의 구속을 푸는 방법.
손목을 묶은 수갑은 평범한 것과는 달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풀 수 없습니다.
열쇠가 필요하죠.
그리고 그 열쇠는…….
당신의 자켓 안주머니에 있습니다.
왜냐뇨? 당신이 거기에 넣어두었잖습니까.
행여 당신이 깨어나기 전에 그가 이 구속을 푸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괜찮아..,
뭔가 떠오른 거야?

(뒷말엔 고개 젓는다.)


강하게 맞은 것 같아? 아님 무언가에 찢긴 것 같다던가.

(더듬 더듬 환부를 짚는다.)

(자켓 안쪽 주머니가 신경쓰이는걸. 아랑곳 않고 말 잇는다.) 영휘 너는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게 뭐야?

......그냥, 집에 같이 있었던 것 같은데..
누나랑.., 나왔었나..
...

이리 와, 앉아. (맞은편을 가리킨다.)
피가 멎을 때 까지 쉬자. 어지러울 텐데...
잠은 좀 잤니?



왜?


내가 불안해, 뭐라도 기억이 났으면 알려주라..

같이 나왔던 기억만 났을 뿐이야.
도움 안 된다고 했잖아.



멎지 않습니다.
하얀 바닥이 점차 붉게 물들어가는군요.

그러다 과다출혈로...
죽으면 어떡하려고?

(피로 얼굴이 물들고,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선혈을 마구 뭉개면서 너를 바라본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누나.., 왜 이렇게 태연해? 뭔가 알고 있는 거지?
알려줘. 나가자..



조금 쉬자니까?

(아연한 시선으로 마주한다.)
아니..,
너무 아파, 정말로..

(딱히 짚이는 구석이 없으면 작게 한숨을 내쉬고) 내 자켓 주머니에 뭔가 있는 것 같아. 무리하게 해서 미안한데, 꺼내줄래?
위 아래로 훑으면 눈을 찡그린 채로 계속 아래로 구겨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래에는 웅덩이가 생겼네요.
그가 일어서면 액체를 밟는 철퍽 소리가 들립니다.

(연신 찾아오는 격통 탓에 달달 떨리는 손가락이 잇따라 헛손질을 이었지만..)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당신이 묶인 수갑의 위치로 봤을 때는..
자켓에 희원 본인의 손을 넣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아, 이걸로 누나를 풀어줄 수는 있을 것 같아.


(이상하지 않나..?)
(순간 멈췄다가, 잇따르는 고통에 잠시 침음. 네 손 위로 열쇠 떨어뜨린다.)

구속이 풀린 이후 희원은 묘한 해방감과 동시에 안개가 낀듯 자욱하기만 하던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다시 한 번, 깜빡.
그렇죠.
당신은 모든 걸 알고 있습니다.
한영휘의 말대로예요.
이곳은 그와 당신만을 위한 작은 차원.
이유는 몰라도 그렇습니다.
그 순간은 당신은 한영휘가 죽지 않길 원했고, 누군가 그 소원을 들어준 것처럼 그는 되살아났습니다.
단, 그 대가는 당신의 기억 일부.
당신이 잃었던 기억을 되찾으면 한영휘는 다시 죽음에 근접해집니다.
죽기 직전의 상태로.
그러나 결코 죽음에 이르지는 못합니다.
이곳은 당신의 소원을 기반한 공간.
……아, 이런.
또 떠올려 버렸네요.
무지에서 깨어난 대가를 치르는 것뿐입니다.
당신의 눈앞에서 그의 팔이 기이하게 비틀립니다.
마치 사고가 났던 당시처럼요.
부서진 뼈가 뒤틀리는 소리, 입술에서 피를 토해내는 그.
한영휘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희원을 바라보며 괴로워하다가,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습니다.

기절조차 하지 못하고, 죽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기억을 되찾은 덕입니다.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방법은 하나.
당신이 다시 기억을 잃는 것.
이 방은 탈출구조차 없는 무한의 천국.
당신만이 그를 구원할 수 있습니다.
8:46PM:: (GM):이 무렵 한영휘는 행동불능이 됩니다.
사고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의 통증을 수반하며, 제대로 서있을 수 없습니다.
::탐사자의 자율적인 조사 구간입니다.
::조사 가능 구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영휘>, <오른쪽 문>, <왼쪽 문>, <철제 의자 둘>, <정면의 벽>, <뒷면의 벽>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아. 어떡하지... (구슬픈 목소리다. 피범벅이 된 품에 얼굴을 묻고 심장 소리를 듣는다.)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습니다.
살의 온도도 뜨거운 혈액으로 인해 지나칠 만큼 따뜻하네요.
한영휘

기준치: | 75/37/15 |
굴림: | 6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준치: | 75/37/15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영휘는 죽지 않습니다.
아마 이대로라면 며칠, 아니.
몇 년이 흐르더라도요.

(따뜻한 품에서 규칙적인 심장소리를 듣고 나면, 진정한 듯 품에서 떨어져나온다.)
(비틀린 몸을 앉혀놓고 오른쪽 문을 본다.)

문은 거리낄 것 없이 열립니다.
열겠습니까?

열어서 볼 수 있습니다.

한영휘는 열 수 없는 문입니다.
문을 연 당신은 당신의 뒷모습을 마주합니다.
그러니까, 건너편에서 문을 살짝 열고 있는 당신의 뒷모습 말입니다.
오른쪽 문은 왼쪽 문과, 왼쪽 문은 오른쪽 문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공간은 이 공간 뿐입니다.

기준치: | 59/29/11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roll 1d2

이성 1 감소

(정면의 벽을 본다.)
정면의 벽
善惡果 라고 적혀있습니다.
당신이나 한영휘가 적어둔 건 아닙니다.
이건 이 방이 만들어질 때부터 애초에 존재했던 표식.
자비로운 신이 당신을 위해 남겨둔 일종의 암시.

(뒷면의 벽을 본다.)
뒷면의 벽
벽 한 편을 메운 수많은 자국들.
당신은 이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이 방을 리셋시킬 적에 당신 스스로 새긴 시간의 표식.
어느덧 수천 번을 넘긴, 때로는 남겼으나 때로는 남기지 않았던 무의미에 가까운 일.
실소가 터집니다.
이건 몇 번째 실소인가요? 이번엔 남기겠습니까?

기준치: | 58/29/11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성 1 감소

(어느 시간에서도 예외는 없어. 이 거스를 수 없는 규칙 속에서 이상적인 바람 같은 건 통하지 않을 거야.)
(벽을 보던 시선을 영휘에게로 돌린다. 눈이 이쪽을 보고 있음을 확인하고는 다가간다.)
그래서...
여기서 몇 밤이 지나면 널 보내줄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해야 네 죽음을 받아들이고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
깜빡.
마지막 기억입니다.
해보아 익숙합니다.
한영휘를 고통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건 이 방을 처음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
모든 것이 본래 자리를 되찾으면 차원은 리셋됩니다.
한영휘의 상처와 기억도, 당신의 기억도 사라집니다.
당신은 반쯤 죽은 한영휘를 당신의 맞은편 의자에 앉히고, 열쇠를 있던 자리에 넣어둔 뒤 본래 앉아있던 의자에 앉아 스스로를 구속하면 됩니다.
그러면 정신은 암전되고, 다시 반복.
그러니까 정희원, 당신은……
이곳에서 한영휘를 구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자.
그의 숨통을 쥐고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자.
백열등 아래의 천사.

('살려줘..' 그런 입 모양이었다.)
한영휘는 죽음에 근접했습니다.
서 있기는 커녕 정신력이 강하더라도 완전히 미치지 않는 게 고작입니다.
사경을 헤매는 상태이나 결코 죽지도, 정신을 잃지도 못합니다.



바보같잖아. 나는 계속 무지와 유지를 왔다갔다 하고, 너는 그럴 때마다 뒤틀려 죽어간다는 게...
난 네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직면하고 싶어.
그걸 받아들일 수는 없더라도...
그러니까 그러고 있어줘. 내가 네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미안, 몇번이고 아프게 했지. (다시 널 끌어안는다.)

.., 무슨 말이야? 대체,
누나?

그것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그 순간 나는 네가 죽지 않길 바랐으니까...
그런데, 죽은 사람을 살린다니... 말도 안 되잖아. (실소한다.)
진짜 말도 안 되지. 누가 그런 바보같은 바람을 들어준 거야?
... 잠깐만 이러고 있자. (품에 얼굴 묻는다.)

(...)
(그런데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거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얼굴 묻은 너를 껴안으며 고개 끄덕인다. 움직일 때마다 굽혀지는 부분에서 피가 샜다.)
..응, ..알았어. ..살려줘서 고마워. 고마워, ..
이제 그럼 , 안..아프려면 어떻게 해야 돼?

우리 둘 다 아무것도 모른 채 여기 갇혀있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 .. 누나는,.. ..
(막막함에 한숨을 쉬려 들면 망가진 장기의 통증으로 입을 다물었다. 드문드문 말을 이었다. 흡사 사람 말로는 들리지 않는 음성이 뜻하는 바는, 네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낙관으로..)
그래줄 거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어차피 또 이렇게 될 텐데, 왜 그래야 해?
살려줄 수 없어. 말했잖아...

(그 뜻의 진정한 의미를 네 입으로 들어 깨달으면 절망감이 일었다. 이를 악물고 눈을 감으면 투명한 액체로 조금이나마 얼굴을 씻었다.)
..., .. 포기하지 않으면, 될 수도 있잖아.
.., .부탁이야.

그건 포기하지 않는 게 아니라 포기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 때로 돌아가는 거잖아.
(부탁하는 말에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럴 거면 왜 멋대로 죽었는데?
(네 품 속에 파묻은 채로, 탄식을 이었다.) 먼저 죽어놓고선... 왜 내가 네 명줄을 붙들어야 해? (가시 돋친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포기하는 게 아니야. 계속 이렇게 기억을 잃지 않고 있으면 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겠다고 말해줘. 그런 말을 고통 속에서 천천히 잇다가, 마지막 말을 들으면 그대로 침묵한다.)
죽여줄 수도 없잖아..

... 내가 널 살리고 싶지 않게 되면 죽을 수 있을 지도 몰라.
그렇지만 아마 당장은 안 되겠지...
그런데 영휘야.
난 이것도 괜찮은 것 같아.
아직 네가 이렇게 숨 쉬고 있잖아.

.., 아파. 그만해,
기다리기에는 너무 아프단 말이야.
제발.

(대답 없이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문다.)


... ... 조금만... (두 팔로 네 허리를 껴안는다.)
이 무한한 반복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
어차피 다시 죽음에 이를 사람이라면 그를 다시 살리는 데에 어떤 가치가 있습니까? 혹시 모르는 일입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다면 이 빌어먹을 차원에 당신을 가둔 절대자가 나타나 멍청한 자비를 거둘지도 모르는 일이죠.
한영휘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당신을 밀어냅니다.
산 채로 무한히 죽음을 겪는 생명.
그는 당신에게 무어라 말하던가요.
아, 어느 쪽이건 이제는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닙니다.

버림받은 어린 양의 말로따위.
그러나 부디…….
KPC, PC 생환? 보상: 없음
그런데, 당신이 포기한 건 처음이었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