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Charms Rainbow

함박눈 안단테

2023-12-25

감독: 한영휘

출연: 정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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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탕, 하고 총 소리가 이어집니다.
동시에 영휘가 울컥 피를 토해냅니다. 함박눈이 가득합니다.
새하얀 눈 위에 그가 뱉은 선혈이 흩어집니다.
눈 위로 털썩 영휘가 쓰러집니다.
그는 미동도 없습니다. 손 끝의 움찔거림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를 향해 뛰어갑니다.
눈발을 헤치고 무릎까지 쌓인 눈을 걷어차면서 그를 향해,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된 그를 향해 달려갑니다.
하지만 주변의 사람들이 희원을 만류합니다.
희원을 막으며 다들 고개를 내리젓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정희원:왜?
피에 물든 그를 사람들이 들것에 실어 나릅니다.
왜? 희원이 한 마디 내뱉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아무리 쫓으려 해도 사람들이 희원의 팔을 잡고 놓아주지를 않습니다.
어렴풋이 환호성이 들린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영휘를 떠나보냅니다.
영원永遠한 작별입니다.
-
째깍째깍째깍… 시계 초침소리가 들립니다.
꿈을 꿨습니다. 땀범벅으로 일어난 당신은 옆에 누워있는 한영휘를 확인합니다.
그는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
정희원:(조금 전의 상황은 꿈이었을까...?)
그는 온전히 살아있습니다.
정희원:(한숨 쉰다. 별 흉흉한 꿈을 다 꾸네...)
(자리에서 일어난다.)
한영휘:(zzz)
정희원:(시계를 본다.)
점심 시간이 거의 다 되었습니다.
정희원:(너무 오래 잤나...)
(늘어지게 기지개 쭉 켜고 영휘 본다. 잘 자네.)
한영휘:(피곤한 낯으로 잠에 들어있다.)
정희원:(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낯선 집입니다.
희원의 집이 아닙니다.
정희원:(우리 왜 여기 있었더라...)
하지만 생활감이 느껴지는 포근한 집이네요.
정희원:(ㅇ_ㅇ)...
(하품하고는 영휘 톡톡 건드려 깨운다.)
영휘를 깨우면 어쩐지 많이 피곤한 상태로 눈을 뜹니다. 부스스한 머리를 정리하고, 작게 하품을 합니다. 잠옷의 매무새를 추스립니다.
당신을 보더니 작게 웃습니다.
한영휘:잘 잤어?누나.
정희원: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작게 끄덕인다.) 벌써 점심이야.
한영휘:(하품)그러게. 배고프다.
뭐 해줄까?
정희원:... 괜찮아.
그보다... 여긴 우리 집이 아니잖아.
한영휘:우리 집?
아. 누나 집은 아니지..(눈 비비적)
정희원:무슨 뜻이야?
한영휘:누나 집은 멀어서 우리 집 왔잖아.
기억 안 나?여기 우리 집이야.
정희원:ㅇ_ㅇ
그랬나...
한영휘:어. 우리 집 처음 와 보지?
정희원:응.
나이가 드니까 기억력도 오락가락 하나 봐...
먼저 씻을게.
한영휘:.....
그럴 수도 있지.
씻고 와~
정희원:응. (씻으러 간다...)
영휘네에서는 따뜻한 물이 나옵니다.
정희원:(걸려있는 칫솔은 몇개?)
세 개입니다. 포장을 뜯지 않은 칫솔이 하나 있습니다.
정희원:(준비해뒀구나. 새 칫솔 뜯어 양치한다.)
(치약은 무슨 맛?)
치카치카
민트 맛입니다.
정희원:(시원~)
그나저나 욕실 안으로 들어서면 진한 방향제 향이 풍겨나옵니다. 마치 일부러 어떠한 냄새를 숨기려고 일부러 방향제를 뿌려놓은 듯한 인위적인 향입니다.
정희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칫솔 근처 찬장에서 특이한 물건들을 발견합니다.
정희원:(봄)
끝에 피가 배어있는 붕대, 날이 서있는 잭나이프, 지혈솜 입니다.
보통은 구급상자에나 있을 법한 물건들이 왜 욕실 찬장에 들어있는 걸까요. 게다가 붕대 끝에는 피가 조금 배어있습니다.
물들어 있는 색으로 봐서는 사용한지 얼마 되지 않은 느낌입니다.
정희원:(고개 기울인다.) 다혔나?
(문 바깥 방향 한번 보고 마저 양치한다. 우물우물 퉤)
바깥 방향을 보면 부엌에서 냄새가 풍깁니다.
무언가 요리를 하는 듯 하네요.
정희원:(준비 하나 보네...)
(후다닥 씻고 다시 찬장 본다.)
(잭나이프의 날렵한 날을 관찰하다가(그냥 습관임) 부엌으로 간다.)
밖으로 나오면, 거실의 식탁에 소고기국을 내려놓던 영휘와 마주칩니다.
거실의 티비가 틀어져 있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완전히 사라진.. ..안심해도 되겠.. "
" ...함박눈이 종일 내리겠습니다.. "
한영휘:오늘은 하루 종일 함박눈이 내린대.
정희원:좋네.
그보다...
너 다쳤어?
한영휘:그러게. 눈 오는 날 좋다~
아. 어제 다친 거? 크게 안 다쳤어.
괜찮아.
정희원:봐봐. (몸 살핀다.)
한영휘:아니.
이미 다 처치했는데 뭘.
정희원:잘 했는지 봐야지. 어서. (팔 잡아당긴다.)
한영휘:아야야.
정희원:(어딜 다쳤지?)
영휘의 팔에 길게 난 상처에서 송글송글 피가 배어 나오고 있습니다.
정희원:(내가 잡아당겨서 이러는 건가)
미안. (놓고서 성큼성큼 붕대랑 칼이랑 솜 가져온다.)
한영휘:누나 왜 이 팔을..
정희원:반대쪽인 줄 알았어. (거기라곤 전혀 생각도 못 했어)
아니 대체 어떻게 베이면 이렇게나 팔에 진하게 상처가 남나요?
꼭 칼로 그은 것 같습니다.
치료한다면,
정희원:
응급처치
기준치: 30/15/6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완벽하게 붕대로 처치합니다.
한영휘:오...
정희원:됐다...
한영휘:누나 이런 것도 배웠어?
아주 깔끔하네.
정희원:헌터 시절엔 솔로였으니까 할 줄 알아야 했지.
한영휘:음. 그랬었지.
누나는 여기저기 혼자 잘 다니더라.
정희원:(어깨 으쓱인다.) 그런데 여긴 왜 다쳤어?
한영휘:...(네 눈 마주치고는 마주 어깨 으쓱인다.)
요즘 밖 흉흉하잖아. 문에 뭐라도 세워놓으려다가 베였어.
정희원: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조심하지...
(그보다 흉흉이란 건 무슨 뜻이지?)
한영휘:크게 다친 건 아니니까 괜찮아. 이런 것 쯤은 별 거 아니지.
그보다 국 다 식겠다. 안 내켜도 좀만 먹어줘.
정희원: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알겠어.
(식탁 앞에 앉아서 수저 든다.) 네가 직접 끓인 거니?
한영휘:(ㅎㅎ)
(네가 수저 들면 수저 든다.) 응. 이제 제법 괜찮지?
정희원:부모님 힘 없이도 잘 하네. (한입 맛 본다.)
그보다 오늘은 안 계셔?
정희원:30
기준치: 30/15/6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아직은 미숙한 요리실력이네요..
한영휘:(본인은 잘 먹어)
정희원:(밍밍...)
한영휘:외가 내려가셨대.
연락이 돼서 다행이지.
..
정희원:음... 응. (창 밖 본다.)
한영휘:누나 부모님한테는 연락해봤어?
창 밖에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습니다.
정희원:아니... (풍경 좋네. 흉흉이란 게 이걸 뜻하는 건 아니겠지.)
국에는 미림이랑 마늘이랑 간장을 좀 더 넣었으면 좋았겠다.
(마저 먹는다.)
한영휘:누나는 의외로 짠 걸 좋아하는 구나.
(냠)
나트륨 조심해야해.
정희원:조금은.
알아...
한영휘:하하.
(맛있게 먹음)
소금 좀 가져다 줄까?
정희원:괜찮아. 맛있어.
한영휘:뿌듯하네.
정희원:... ...
(적당히 먹고 남긴다.)
한영휘:맛있다며?
정희원:배불러.
한영휘:누나는 여전히 입이 짧구나.
(네가 남긴 그릇 제 앞으로 가져온다.)
정희원:조금 덜 퍼줘도 괜찮았는데. 그래도 잘 먹었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가 휴대폰을 어디 뒀더라... 찾으러 간다.)
그러고보니 집 안이 조금 추운 것 같기도 합니다.
휴대폰은 찾을 수 없습니다.
정희원:,,,?
(방 가서 옷 한장 더 걸치고 돌아온다.) 영휘야.
내 폰 못 봤어?
한영휘:휴대폰?
아. 그러고보니 누나 잃어버렸다고 했었어.
내 폰 빌려줄까?
정희원:그랬나... 응. 빌려줘.
한영휘:(휴대폰 건넨다.)
정희원:(받아들고 거실로 간다.)
(잠금 풀고 뉴스 찾는다.)
정희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속보 뉴스를 확인합니다.
'ㅇㅇ시 감염자 출현, 외출을 삼가해주십시오.'
정희원:(감연 관련 기사들을 상세히 살펴본다.)
(감염)
감염에 대한 기사들을 살핍니다.
마치 영화에서나 봤던 것 같은 일들이 뉴스로 나오고 있습니다.
정희원: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이 중요한 일을 왜 기억하지 못했지? 눈살을 찌푸린다.)
(자리에서 일어나 일직선으로 걸어보고 시선도 상하좌우로 굴려보며 머리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일직선으로 걸어보고 시선도 상하좌우로 굴려보아도 당신의 뇌는 여전히 팽팽하게 돌아가고 지능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집 안에서는 [ 거실 / 안방 ] 조사가 가능합니다.
정희원:음. 정말 기억력 퇴화인가... (거실 둘러본다.)
냉기가 싸늘하게 내려앉은 거실입니다.
그러고 보면 아까부터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지던 것이 있습니다.
거실 창문에 걸린 커텐 뒤로 삐져나온 나무판자입니다.
정희원:? (확인한다.)
확인해보면 나무판자로 단단하게 바깥이 막아진 모습입니다. 이래서는 시야가 제한 되어있습니다. 높은 하늘 외의 바깥을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왠지 떼어내면 안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다른 창문들을 확인해봐도 현관 바로 옆 커튼이 걸린 작은 창문을 제외하고는 전부 똑같이 막아져 있습니다.
정희원:발견되지 않기 위한 조치인가... (휴대폰 카메라 들어올려 창 바깥 나무판자로 가려진 쪽 시야를 촬영해본다.)
지대가 높은 탓인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함박눈이 내리는 하늘만이 휴대폰에 담기네요.
거실 벽에는 영휘의 가족 사진이 액자에 걸려있습니다.
크지 않은 밝은 베이지색의 소파가 거실 중앙에 있습니다. 조명은 밝고 심플한 디자인입니다. 둥그런 카펫이 소파 밑으로 놓여져 있습니다. 티비는 평범한 디자인에 최신형의 버전입니다.
:: (GM):[ 소파 / 티비 ] 조사가 가능합니다.
정희원:(소파에 앉아 티비 본다.)
소파
밝은 톤의 소파입니다. 한 눈에 보아도 푹신해보입니다. 또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정희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누군가 찢어서 대충 구긴듯한 메모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장볼 것을 메모하거나 일상적인 것들을 적어놓은 종이입니다.
그 중에서 동그라미가 여러 번 그어져 있는 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24시간이 경계. '
글씨는 꾹꾹 눌러서 여러번 덧쓴 듯한 감상을 줍니다.
정희원:(그럴 만도 하지...)
(다시 내려놓고 티비 본다.)
예능 프로그램 밑으로 속보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ㅇㅇ시 감염자 출현, 외출을 삼가해주십시오.'
휴대폰에서 봤던 것과 같은 뉴스입니다.
정희원:(예능을 하네. 재방송인가?)
예능은 재방송입니다.
정희원:(그럴 만도...2)
(손 시려워...)
(안방으로 간다.)
킹 사이즈의 높이가 낮은 침대가 놓여있고 요는 맑은 흰 색입니다.
안방 또한 거실과 마찬가지로 냉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정희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안방 쓰레기통에서 핫팩 봉지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 수가 엄청납니다.
하나.. 둘.. 대충 세어봐도 열개가 훌쩍입니다.
핫팩이 이렇게나 필요하다면 그냥 난방을 올리면 될 일일텐데 이 어마어마한 양은 뭘까요. 많이 추웠던 걸까요.
정희원:(의아한 표정)
(다시 나와서 보일러 확인한다.)
보일러를 확인하면, 27도 입니다.
정희원:(2도 정도 더 올린다.)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납니다.
정희원:(ㅇ_ㅇ)... 밖에서 바람이 새? 영휘야.
영휘를 찾으면 그는 서재에 있습니다..
정희원:(찾아가서 무러봐)
서재의 책꽂이의 앨범을 살펴보던 영휘는 당신을 올려보고 말합니다.
한영휘:바람이 샐 리가 없는데.. 누나추우면 담요 두르고 있을래?
정희원:보일러가 돌아가는데도 춥길래... (끄덕인다.)
한영휘:(서재 구석에서 담요 가져와서 둘러준다.)그럴만도 하지. 누나 몸 상태는 말이 아니니까 말야.
최대한 따뜻하게 둘러줄게.(둘둘둘둘)
정희원:내 몸 상태가...?
(부리또 됨)
한영휘:(고개 끄덕이고는 만족한다.)
괜찮아. 지금은 별 일 없으니까 느긋하게 시간이나 보내자.
(앨범 사진들 구경한다.)
정희원: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데? (앨범 힐긋)
한영휘:...?(갸웃?)
정희원:기억이 안 나.
앨범을 보면 아주 옛날에 찍었던 사진들부터 비교적 최근에 찍은 사진들도 있습니다.
정희원:(아기 영휘)
영휘의 가족사진부터, 희원과 은제, 리온, 주원이 함께 찍은 사진들도 있습니다.
꽃밭에서 함께 찍은 사진, 바다를 배경으로 머리카락을 날리며 찍은 사진, 눈 오는 날 코와 뺨이 다 빨갛게 되어서 찍은 사진 등..
그는 사진을 한 장, 한 장 자세히 살피며 엄지로 사진들을 지분거리며 말합니다.
정희원:이것도 앨범에 정리해뒀구나. (어느새 가만히 구경한다.)
한영휘:시간 날 때 정리해뒀어. 대학에서 바쁘니까 만들고 싶더라고.
..기억은 언제부터 안 나?
정희원:앨범... 이렇게 빼곡히 채워두면 정말 좋긴 하겠다.
(그러고는 네 말에 고개 기울인다.)
좀비 사태는 언제부터였어?
한영휘:그렇지? (담담하게 말하며 사진을 들어 올린다.)
그러니까... 이틀 전부터였어.
난리도 아니었지.
정희원:그럼 아마도 그때부터 기억이 없는 것 같아.
원인은 뭐래?
한영휘:(고개를 천천히 젓는다.) ..나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원인은 아직 안 밝혀졌어.
...이틀 전부터 기억이 없다고..
정희원:(고개 끄덕인다.)
기억력 말고는 뇌에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내 몸상태가 안 좋은지는 몰랐네...
한영휘:....,
정희원: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그는 앨범의 사진들을 자세히 보고 있습니다.
정희원:왜 이렇게 됐는지는 말 안 해 줄 거야?
한영휘:...(막막한 듯 얼굴을 한 번 짚는다.)..
누나가 물린 것도 기억이 안 나?
정희원:... (눈 동그랗게 뜨고 보다가 시선 옆으로 돌린다. 손을 더듬더듬 움직여 제 몸을 짚어보기 시작한다.)
...내가 물렸어?
한영휘:....(고개를 끄덕인다.)
정희원:(묵묵히 상처 부위를 찾는다.)
한영휘:목이야.
정희원:목이면 꽤 가까운데. (두른 담요를 살짝 당겨 풀고 제 목을 짚는다.)
심장이랑도, 머리랑도.
한영휘:..좀비가 되는 건 24시간이 경계니까. 시간은 꽤 남았어.
....
정희원:(얼떨떨한 얼굴로 상처 부위 매만지다가, 눈살 찌푸린다.) 청천벽력 같네.
한영휘:...(일순 한숨.)
이걸..기억도 없는 누나한테 말하는 게 맞는 건가. 잘은 모르겠네.
정희원:자세히 말해줘.
한영휘:(곰곰히 생각한다.)
누나가 물린 건 이틀 전이야.
..나도 물린 것 같은데.. 언제인지는 기억이 잘 안 나.
이틀 전에 내가 아팠는데, 그래서 같이 병원으로 가다가 누나가 좀비한테 물렸어.
..같이 있었는데 못 지켜줘서 미안해.
정희원:...
24시간이 지났잖아.
한영휘:(팔을 들어보인다.)
피를 먹여줬더니 멀쩡해지더라고.
정희원:그래서 그런 거야?
... 이해가 안 되는데.
너도 물렸다며.
한영휘:나도 잘 이해가 안 가. 직감적으로 한 것 뿐이라서..
정희원:어떤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건 알았어.
그렇다고 네 피를 계속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애들한테 연락은 돌렸어?
한영휘:..내가 '알고' 있는 건 피로 좀비화를 늦추는 건 두 번이 한계라는 거야.
정희원:...그래.
한영휘:..자세히는 말 못했지만, 재난사태 발발 됐을 때 희원이 누나랑 피했다고는 얘기했어.
정희원:... 걔네는, 주원이는 괜찮다 하고? (여전히 찌푸려진 눈살이다.)
한영휘:다행히 무사한 것 같더라.
주원이는 은제 형이랑 같이 있었어.
정희원:...하아. (조금은 안도했지만, 제 상황이 막막한 듯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가만히 바라보다 자리에 쪼그려 앉아 머리를 싸맨다.)
24시간이면 할 수 있는 건 인사 뿐이잖아...
한영휘:...내일, 호수에 가기로 한 것도 기억 안 나?
하긴. 당연하겠지..
정희원:(고개 푹 숙인 채 젓는다.)
한영휘:....
내 피를 먹인 부작용일지도 몰라. 기억을 잃은 건..
오늘 밤에 반복하기 전에, 기억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해줘.
정희원:... (대꾸 않고 여전히 머리를 싸맨다. 끙끙 앓는 듯한 소리를 내더니
... 어떡하지. 할 수 있는 게 없어... (한참이나 말을 참고 있다 겨우 뱉어낸다.)
한영휘:....(씁쓸하게 웃고는 한숨을 내쉰다.) 누나가 왜 이상해보였는지. 기억이 잃었다니 납득이 가.
혼란스러운 일을 다시 겪게 됐으니.. 힘들겠지.
난 있는 것들을 정리할 생각이야. 천천히 생각 정리해봐.
정희원: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되면 어쩌자는 거야... (쥐어짜듯 앓는 목소리로 내뱉고는 네가 줬던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본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 들고 검색 엔진을 켠다. 좀비 사태 원인, 사태 발발 지역, 물렸을 때 대처법, 좀비와의 의사소통... 넋을 놓고 검색하고 유의미한 정보가 뜰 때까지 스크롤을 내린다.)
스크롤을 내리면 재난경보가 가득합니다.
정희원:(이런 게 궁금한 게 아니야...)
지우지 않은 알림 사이로 수많은 안부 문자가 있습니다.
정희원:..........
"피신했다니 다행이네. 주원이랑 집으로 갈 테니까 너도 얼른 와."
정희원:(목록을 보다가, 자신이 아는 이들의 이름이 보이면 들어가 글씨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연신 톡톡거리는 소리만이 들린다.)
'못 갈 것 같아.' (이런저런 작별인사를 적다가 결국 짧게 한 줄 전송하고 내려둔다.)
"하이란도 풍비박산이야. 영휘 너도 걱정되니까 빨리 올라와! 정희원도 데리고."
"엄마는 괜찮아요?"
한영휘:....(문자를 전송하는 걸 보고 말리려다, 그대로 둔다.)
정희원:곧 죽을 건데 인사는 해야지. (보낸 내용은 그렇지도 않지만 말이다. 따뜻하게 둘러진 담요를 아예 풀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갈래. 이러고 있을 수는 없어.
한영휘:어디로 가려고?
정희원:...몰라.
아, 호수, 호수를 가기로 했었다며.
거기로 가자. 어디든 상관 없어.
... 아직 정리할 거 남았으면 여기 있고.
한영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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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까지 가기에는, 오늘 감염자가 많다더라고.
바람이라도 쐬고 오자. 그럼.
정희원:... 그래.
(옷을 챙겨 입고 현관으로 나선다.)
문을 엽니다. 찬바람이 당신의 얼굴로 쏟아집니다.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시린 온도입니다.
벌써부터 찬 공기에 뺨이 붉어집니다.
바깥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포슬포슬 내리는 눈은 이미 쌓인 눈으로 떨어져 그 두께를 더하고 있습니다.
거리는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이틀 전에 좀비사태가 발발했다고 하던가요.
미처 치우지 못한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크리스마스 당일이군요.
귓바퀴가 금방 떨어져 나갈 것 같이 아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까지 들어차는 차가운 공기에 기분이 좋습니다. 상쾌해지는 느낌도 듭니다.
정희원:(기분이 개는 것 같다. 경치를 구경한다.) 예쁘네.
한영휘:그러게. (경치를 둘러보고는 말 건넨다.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누나. 메리 크리스마스.
정희원:(미소짓는다.) 메리 크리스마스.
가게는 다 닫았겠지... 아쉽네.
한영휘:그러게. 꽁꽁 다 잠궈뒀네. (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그래도 예쁘다.
정희원: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소복이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다가, 무릎 꿇고 앉는다.)
한영휘:?
정희원:(주섬주섬 그 위에 눕는다.)
한영휘:(헛웃음)
정희원:왜 웃어?
한영휘:누나. 그거 해봐.
정희원:뭘?
한영휘:눈천사.
정희원:...? 그게 뭐야?
한영휘:몰라?
(옆에 드러누워서 팔 다리 열심히 흔든다.)
정희원:(튄 눈 입에 들어가 푸 뱉는다.)
한영휘:
정희원:아하...
(양 팔 위아래로 흔든다.) 아이들은 이러고 놀지.
한영휘:(마냥 웃는다.) 해 본 적 없어?
누나도 애일 때가 있었을 거 아냐.
정희원:이렇게 드러누우면 전신이 더러워지니까 안 해봤어.
생각보다 별 거 아닌데, 재미는 있네.
한영휘:와.
누나는 애기 때도 의젓했을 것 같아.
그치?(스윽..스윽)
정희원:그랬지. 그래도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 하는 건 좋았어.
넌 안 봐도 비디오네. 어렸을 때부터 많이 해봤지?
한영휘:오~
당연하지. 나 눈싸움 되게 잘했어.
눈사람은 좀 못 만들었지만.
정희원:(푸후후 웃는다.)
(상체 일으켜 세우고 목에 들어간 눈 털어낸다.) 여기서 좀비가 되면 얼어서 못 움직이겠다.
한영휘:(마냥 같이 웃다가.) 살벌한 농담이네.
..누나,
정희원:응?
한영휘:호수를 갔다 와서 문 앞을 막아두자.
좀비가 되더라도,언젠가는 치료약이 생길 수도 있잖아.
정희원:...
개발하고 있대?
한영휘:이틀 밖에 안 지났으니까..아직은 사기꾼 뉴스밖에 없지만.
왜. 은제 형이라면 진짜를 가져와 줄 것 같은데.
정희원:...
... 그래. 은제는 훌륭하니까.
그렇지만 그건 죽은 사람을 살린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지...
오랜 시간 끝에 치료약을 개발해도, 돈 많고 고위직인 사람들이나 먼저 치료를 받겠지.
아예 재생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게 되면 약이 안 통할 수도 있어.
그 긴 시간동안 스스로의 본질을 잃은 채 살다 죽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한영휘:누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잖아.
형도, 누나도, 주원이도 그 긴 시간을 절대로 헛된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걸.
결과가 좋지 않아도 말야.
정희원:그건... 비참하기만 한데.
(한참 시선 돌린 채 말이 없다가) 영휘야, 솔직히...
네 말에 기대를 걸고 싶어.
그렇지만 당장 나는 나를 잃는 게 두려워.
다시 기억을 잃는 일이라던지...
좀비가 되는 거 말이야.
한영휘:......
이해해.
누나의 답은 한결같구나. 어제도 그렇게 말했었거든..
내가 멀쩡했다면 좀 더 고집을 피워봤을 텐데.
정희원:...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작게 중얼거리고는, 네 쪽을 바라본다.) 넌 언제 물렸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니?
한영휘:나도 그래. (천천히 위를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킨다.)
응. 잘 모르겠어.
정희원:피.. 마시고 싶지 않아?
한영휘:...
그러고 싶지.
솔직히 나도 무서워. 내가 언제 제정신이 아니게 될지.
정희원:내 피를 마시면 너도 기억을 잃겠지? (옷에 묻은 눈을 털며 완전히 일어선다.)
한영휘:글쎄..그건 잘 모르겠어.
그럴 지도 모르지만..
정희원:그럼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볼까...
녹음기가 이럴 때에 있었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없네.
돌아가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록해 두어야 겠어.
한영휘:휴대폰으로 녹음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뭘 하려고?
정희원:일단 돌아가서 기록을 해두고, 너한테 피를 먹여야겠어.
한영휘:나도 좀비화가 늦춰지는지 확인해보겠다는 거야?
정희원:응. 넌 딱히 조치를 취한 상태가 아니잖아.
한영휘:흠...
좋아.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보는 게 낫겠지.
(천천히 일어선다.)
그나저나 바람이 점점 차가워져 갑니다.
희원 역시 손 끝이 다 파랗습니다.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면...
순간 호루라기 소리가 삐익ㅡ 하고 울립니다.
약 3m 떨어진 거리에서 걸음걸이가 이상한 사람이 뛰쳐나옵니다. 거리를 가로지릅니다. 어지러이 달립니다.
그 뒤를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따라 뜁니다. 총 소리가 이어집니다.
탄환이 그 사람을 뚫고 앞으로 튀어나옵니다. 피가 분수처럼 솟아나옵니다. 붉은 피가 쌓인 눈을 적십니다.
먼 거리에서도 눈에 띄는 눈부신 빨강입니다.
정희원: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2
이성 2 감소.
경찰이 우리에게 집으로 들어가라 소리칩니다.
경찰의 얼굴은 다급함과 절박함이 뒤섞인 오묘한 표정입니다.
정희원:(의아한 얼굴로 본다.)
(하긴, 이런 상황이니 저런 얼굴로 소리치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닌가...)
어서 가자.
한영휘:..(고개 끄덕이고 발걸음 옮긴다.)
등쌀에 떠밀려 집 안으로 들어섭니다.
집 안으로 들어오자 고요가 이어질 뿐입니다. 그러던 중 '쾅!' 하고 커다란 소리가 밖에서 들려옵니다.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같기도, 쓰러지는 소리같기도 한 것은 도저히 그냥 지나치기에는 무시못할 크기였습니다.
..다시금 이어지는 정적입니다.
정희원:(다시 문 열고 바깥을 확인한다.)
지근거리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대치하던 경찰과 감염자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영휘:....
(숨을 몰아쉰다.)
정희원:...왜 그래?
괜찮아?
(다시 닫고 들어온다.)
한영휘:아까. 피냄새 때문에.
(제 코를 틀어 막고 천천히 숨을 고른다.)
정희원:...?
심각한 거 아니야? (미간 찌푸린 채 겉옷 벗어던지고 성큼 붕대를 두었던 곳으로 간다.)
붕대를 두었던 곳으로 향하면,
현관문 옆에 있는 창문을 통해 점점 해가 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겨울이라 해가 빨리 지나 봅니다. 게다가 집 안이 정말 춥습니다.
오들오들 몸이 떨립니다. 무언가 걸치지 않는다면 정말 얼어죽을 정도입니다.
정희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정희원은 자신의 옷 소매 위로 삐져나온 손등에 온통 파란핏줄이 선명한 것을 발견합니다.
오늘 거울을 본 적이 있었나요? 본 적이 없습니다. 팔과 다리, 몸이 이정도라면 얼굴도 난리가 났을 것 같습니다.
정희원:(이런 피를 마시게 해도 될까...)
(잠깐, 영휘는 괜찮지 않았나? 나이프와 붕대, 솜을 들고 영휘에게로 간다.)
(손이 뻣뻣하게 굳었다.)
별안간 시야가 광활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귓가에서 정체모를 괴이한 피리소리가 느리게 연주됩니다.
끈적한 습기가 느껴집니다. 입 안에서 쓴 맛이 납니다. 주변이 다채로운 색으로 변합니다.
희원은 속이 점점 메슥거립니다.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마지막으로 향하던 방향의 영휘와 눈이 마주치면,
입 안으로 비릿하고 쇳냄새가 나는 무언가가 흘러들어오는 기분이 듭니다.
동시에 전신이 말끔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흐려지던 시야가 선명해집니다.
한영휘가 제 팔을 당신의 입에 가져다 대면 당신의 입가는 온통 피로 번집니다.
목덜미가 뜨겁습니다. 누군가 물어뜯기라도 한 것 처럼 홧홧한 이 느낌을 압니다.
정희원:(열심히 숨을 고르며 꿀꺽꿀꺽 삼킨다.)
아.. 왠지 알 것 같습니다. 기억이 점점 납니다. 그 이유는..
꺼져가는 정신 가운데 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한영휘:내일 봐. 누나.
.
..
째깍째깍째깍… 시계 초침소리가 들립니다.
부스스 눈을 뜹니다. 익숙한 흰 천장이 희원을 반깁니다.
아야, 찌르르한 감각이 목덜미에 덮쳐 옵니다. 손으로 더듬더듬 목덜미를 만져봅니다.
목덜미는 약간 움푹 패여있고 우둘투둘한 것이 아주 약하게 만져집니다.
손등과 몸도 확인해보면 푸른 핏줄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핏줄이 있을 뿐입니다.
정희원:... (어제의 기억을 되짚어본다.)
어제의 기억은 선명합니다.
분명, 좀비가 되어가던 당신에게 영휘가 피를 먹였고..
당신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었죠.
그리고는 지금입니다.
한영휘는 당신의 옆에서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정희원:(영휘에게도 피를 먹였어야 했는데. 다급히 고개 돌려 시간을 확인한다.)
시계를 확인하면, 어제와 같은 시간이네요.
영휘는 색색 소리를 내며 잘 자고 있습니다. 어제의 그 기억들은 무엇이었을까요? 분명 이상한 감각이 아직도 남아있는데, 여전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잠시 생각하고 있으면 영휘가 느릿느릿 잠에서 깹니다.
잔뜩 잠긴 목소리가 희원의 귓가에 울립니다.
한영휘:누나, 잘 잤어?
어디 아픈 곳은 없어?
정희원: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영휘는 졸려보입니다.
정희원:
심리학
기준치: 40/20/8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영휘는 어딘가 굉장히 안절부절하고 있습니다.
정희원:...
영휘 너... (가만히 본다.)
한영휘:...응. 누나.
정희원:(손을 쥐락펴락한다.)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으니 잠시간은 여유가 있겠지. 작게 숨 내쉬고 침대 위에 앉아 널 내려다본다.)
설명할 시간을 줄게.
한영휘:?
무슨 소리야?
정희원: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던 부분들 말이야.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고 넘어간 부분들.
한영휘:말해주지 않았던 부분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누나?
정희원:(답답한 표정이 된다.)
물렸다고 했잖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물렸는지.
그 전에 병원은 왜 갔던 건지.
한영휘:무슨 소리야.
어제 물린 건 누나잖아?
정희원:어제?
한영휘:병원에 왜 갔냐니, 바로 어제 같이 가 놓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괜찮아? ..좀비한테 물리고 악몽을 꾼 거야? 누나?
정희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심각한 얼굴로 네 팔 붙잡는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벽에 걸린 달력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잠시만요.. 오늘이 며칠이었죠?
12월..인 것은 확실한데... 12월 24일 이던가...
정희원: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네? 그럴리가요. 오늘이 12월 24일일리가.. 아니, 오늘은 며칠이었죠?
혼란스럽습니다.
정희원:(영휘의 팔을 확인한다.)
팔은 깨끗합니다.
정희원:... 너 핸드폰 줘봐.
한영휘:...?
(핸드폰을 건넨다.)
정희원:(날짜를 본다.)
12월 24일이 맞습니다.
한영휘:오늘...
몇 일이야?
정희원:12월 24일.
날짜를 듣자 영휘는 일어나서 옷을 챙겨입습니다.
정희원:음... 뒤죽박죽이네.
아, 그래요. 오늘은 영휘와 함께 얼음 호수를 보러 가기로 했잖아요.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습니다. 오늘은? 오늘은 영휘와 함께 얼음 호수를 보러 가기로 했잖아요.
맞아요. 갑작스레 잡힌 일정이었지만 얼른 준비를 하고 호수를 보러 갑시다.
정희원:(붙잡는다.) 나가지 마.
한영휘:?
오늘 호수에 가기로 했잖아?..
정희원:왜 가기로 했지?
영휘야. 미안한데 내가 물린 이후로 기억 몇가지를 잃었거든.
병원엔 왜 갔었는지, 호수엔 왜 가는지 설명해줄래
한영휘:.....기억을 잃었다고?(당황한 채로 너를 바라본다.)
정희원:응. 조금.
한영휘:..하..(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는다.)...좀비한테 물리면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병원에는 내가 아파서..누나가 같이 가줬어.
거기서 누나가..(다시 상기되는 끔찍한 기억에 낯을 닦고.) 감염자한테 물렸고.
...감염자가 있다는 뉴스 나오니까, 내가 왜 이상하게 아팠는지 알겠더라. 진작에 물렸던 거야. 나도..
..어디로든 가자고 했잖아. 호수에 가고 싶다고 했어..
정희원:... 좀비가 되기까지 얼마 남았는지 알고 있어?
한영휘:...(고개를 내젓는다.)
모르겠어...
정희원:좀비가 되기까지 24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는 건 알아?
한영휘:...?
누나는 어떻게 그런 걸 아는 거야?
정희원:...
내가 기억 몇가지를 잃었다고 했잖아.
그런데 기억하면 안 되는 시간에 얻은 기억 몇가지가 더 있어.
한영휘:?
정희원:내게는 25일의 기억이 있어. 그 기억에서 내게 '좀비화는 24시간이 경계'라는 걸 알려준 건 너고.
한영휘:...?
누나.누나 지금은 24일이야.
좀비에 물려서 헛 걸 본 거 아니야?
정희원:그럴지도 모르지. 그치만...
25일의 기억이 아니었다면 난 내가 물렸다는 사실도 모른 채 눈을 떴을 거야.
실은... 내겐 어제의 기억이 통째로 없는데, 25일의 네가 알려줘서 알게 된 거거든.
한영휘:...,아니, 믿기가 어려운데..
마정석은 전부 사라진 거 아니었어? 가지고 있었던 거야?
정희원:아니야.
... 그렇지만 다른 이변인 것 같아.
한영휘:...어딘가의 게이트가 열린 건가? 갑자기 감염자들이 생긴 것도...하아.
24시간의 유예가 있다고.., 그나마 예상할 수 있다는 건 다행이네.
정희원:그렇지?
피를 먹이면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것도... 아직 모르니?
한영휘:....
정희원:이제 알았지?
한영휘:...정말로..미래에서 온 거야?
정희원:몸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끄덕인다.)
한영휘:그럼...
해결할 방법이 있는 거야?
정희원:... ....
한영휘:미래에는 이 상황을..해결할 방법이 있는 거야?
정희원:(평소 같았으면 곧바로 아니라며 부정할 수 있었겠지만, 어쩐지 얼굴을 보니... 입이 곧잘 떨어지지 않는다.)
...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더니, 정말로 내일은 오지 않았어.
해결할 방법은 없어.
하지만... 어리광같은 바람이 통한 것 만으로 무언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영휘:....
상황이 바뀐 것 같아서, 어쩐지 웃음이 나오네.
정희원:... (부끄러운 듯 입을 다문다.)
한영휘:하던 대로 살면, 누나가 구해주는 거야? 하하.
정희원:(끙...) 위로가 됐다면 됐어. (욕실 방향으로 부리나케 자리를 피한다.)
한영휘:호수는 가는 거지?(기웃거린다.)
정희원:응.
(칫솔은 다시 새로 뜯어야 하나?)
정희원:(툭툭.. 쭈욱 치카치카)
여휘햐 (입에 칫솔 문 채 나온다.)
한영휘:응 누나
?
정희원:수헙 이허?
한영휘:수업? 나 지금 방학이야.
정희원:수헙.
숫.헙.
수텁
한영휘:수텁이 뭐야?
정희원:(손으로 네모난 모양 만듬)
한영휘:(브이)
정희원:(골치 아픈 듯 동태눈하고 다시 욕실로 간다.)
한영휘:?
정희원:(헹구고 씻고 다시 나옴)
한영휘:(스톱워치 건네준다.)
여기.
정희원:뭐야 이거
한영휘:스톱 달라며.
정희원:수첩.
한영휘:아하.
정희원:수 첩. 수 첩.
볼펜이랑.
한영휘:오케이.
(서재 뒤져서 수첩이랑 볼펜 가져온다.)
정희원:고마워.
(옷 챙겨입고 가져다 준 수첩과 볼펜 챙긴다.)
기록을 해야겠어.
한영휘:기록해서 어떡하려고?
정희원:만약을 대비하려고. 기억을 잃거나 시간선이 혼동되면 곤란하니까...
호수는 여기서 가까운가? (처음 가지고 있던 기억부터 차츰 써내려간다.)
(그러고보니, 그 꿈은... 꿈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25일의 기억을 적어내려가다 말고 그 앞장을 펼쳐 영휘가 총에 맞았다는 기억 또한 기록해둔다. 꿈인지 생시인지 불분명하다는 말과 함께.)
한영휘:흠..철저하네. 가까워. 차로 15분 정도..?
(수첩 훔쳐본다.)
정희원:그럼 나머지는 타면서 적어야겠다. (보기 전에 덮는다.)
가자.
얼음 호수를 보러 떠납니다.
운전하는 자동차에 올라타 달리면 창 밖으로 설산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흰 세상입니다.
스륵스륵 잠이옵니다. 외출하기 직전까지 자다 왔는데도 잠이 오네요.
정희원: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수첩 손에 쥔 채로 25일의 기억 몇자 적다가 스르르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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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을 얘기해보자면 오늘은 숲속에 가서 하루종일 언 호수를 구경하다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영휘는 목도리에 얼굴이 푹 묻힌 채로 묵묵하게 운전을 하다가 잠든 희원을 보고 웃었습니다.
함박눈을 가로질러 가면, 작은 2층 목조주택에 도착합니다. 주택 앞으로는 양 팔을 벌려도 다 안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호수가 얼어있습니다.
. 그리고 호수 위로 살포시 내리앉은 함박눈 덕에 하얗디 하얀 호수입니다. 주택 지붕과 입구에도 발자국 하나 없이 눈이 쌓여있습니다.
[ 호수, 주택 입구 ] 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정희원:3_3
한영휘:(풉)
흠..크흠.
누나. 다 왔어.
정희원:... 나 일어났어. 왜 웃어?
한영휘:그냥..간만에 일상이 평화로우니까 신나네.
정희원:하암... (눈 비빈다.)
그럼 됐고...
(내린다.)
경치 좋네... (호수 둘러본다.)
호수
엄청나게 넓습니다. 호수 주변으로는 숲이 형성되어있고 그 가장자리 중 한 군데에 주택이 놓여있는 모양새입니다.
호수는 꽝꽝 얼어있습니다. 마른 눈은 그 위에 두껍게 덮여 있지만 위험하니 들어가는 일은 하지 않는 편이 낫겠습니다.
다른 계절에는 동물들이 이 곳에 들러 목을 축이다가 갈 듯합니다. 지금은 겨울잠을 자는지 동물은 보이지 않습니다.
정희원:(소복이 쌓인 눈 위를 걸어 주택 입구로 간다.)
주택 입구
호수를 목전에 두고 세워진 목조로 된 작은 주택입니다. 현관 앞으로도 눈이 꽤 많이 쌓여있습니다. '한울저택' 이라고 적혀있는 팻말이 꽂혀있습니다.
아마 주택의 이름이겠죠. 주택은 겉으로 봤을 때 관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창문은 깨끗하고 외부는 견고하게 만들어진 신식입니다.
입구는 도어락 형식입니다.
한영휘:(0505 치고 문 연다.)
정희원:... 뭐야?
한영휘:응?
정희원:숙소야...?
한영휘:응?응.
우리 엄마 아빠가 종종 왔댔어.
정희원:사람 사는 집인 줄 알았어.
한영휘:아하하.
내가 무슨 가정집 앞 호수에 오자고 하겠어?
정희원:난 정말 호수만 하루종일 보고 가려는 줄 알았어.
가정집이 너무 가까워서 의문은 들었지만 그러려니 했지... ( 안으로 들어가 두리번거린다.)
한영휘:에이. 그래도 밥 먹을 곳은 있어야지.
마땅한 식당도 없으니 말야.
문을 열면 씨솔트 방향제의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옵니다. 바다에 온 것 같은 인상을 주는 향입니다.
그것에 더해 나무의 우직한 향까지 더해서 주택 내부는 기분좋은 안정감을 줍니다. 발코니 쪽에 욕조가 구비되어 있는 2층의 넓은 구조입니다.
천장이 높고 지붕 중 한 면에 커다란 창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구석에 벽난로 형식으로 된 전기난로가 배치되어 있고 앞에 흔들의자가 두 개 놓여있습니다. 티비도 있습니다. 티비 앞에는 기역자 형식으로 된 커다란 소파가 놓여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부엌이 있습니다.
주택 내부에서는 [ 거실, 부엌, 발코니, 2층 다락방 ] 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정희원:좋은 집이네...
(거실을 구경한다.)
한영휘:엄마 아빠가 종종 오려고 관리한다더라.
거실
주택의 문을 열면 바로 나오는 거실입니다. 넓고 쾌적합니다. 씨솔트 향을 음미하며 주변을 둘러봅니다. 흔들의자를 건드려보기도 하고, 그 앞에 위치한 전기난로를 기웃거리기도 합니다.
거실에는 그 외에도 커다란 카펫이 중앙 바닥에 깔려있습니다. 극세사 재질로 된 카펫입니다.
거실 한 구석에는 건식 세면대도 있습니다.
소파 옆 테이블에는 꽃이 놓여있습니다.
정희원:이런 곳이 있었으면 일찍 말해주지. 다섯이 다같이 오기도 좋겠는데?
(부엌을 구경한다.)
한영휘:저번에 말했는데 다들 무시했잖아
부엌
거실 바로 옆에 위치한 커다란 부엌입니다. 아일랜드 식탁이 있고 동선이 효율적인 디귿자 형입니다. 인덕션이 구비되어 있으며 빌트인으로 오븐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정희원:그랬나?
흰색 계열의 주방은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습니다. 식사를 한다면 여기서 준비하면 되겠습니다.
한영휘:응.
정희원:아닌데?
나 없을 때 말한 거 아니야?
한영휘:호수가서 바베큐 구워먹자고 했더니 리온이 누나랑 가라며?
정희원:그랬나? (발코니 구경하러 간다.)
한영휘:나참~
발코니
정희원:피곤했을 때 물어봐서 그래.
발코니로 향하면 편백나무로 구비되어 있는 노천탕을 볼 수 있습니다. 높은 위치에 구멍이 뚫려있고 그 사이로 함박눈이 폴폴 들어와 노천탕 위로 떨어집니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노천탕 바로 옆으로는 욕실이 연결되어 있어 노천욕을 즐기고 바로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한 구조입니다.
정희원:(노천탕 빤히...)
(나와서 다락방 구경한다.)
수영복도 준비되어 있으니 편하게 입으면 됩니다.
2층 다락방
다락방으로 올라가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포근해보이는 침대 위로 다락방의 커다란 창문이 있고 창문 위로 눈이 솔솔 쏟아져 내리는 모습입니다.
한영휘:누나, 누나.
정희원:응?
건강
기준치: 45/22/9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영휘의 말을 제대로 듣습니다.
한영휘:걸음이 평소보다 빠르다구.
(얼른 걸어 따라붙는다.)
정희원:그래 보였어?
집이 좋길래... (노천탕...)
구경하는 노천탕이 있네...
한영휘:노천탕?
들어갈래?
정희원: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응.
한영휘:그럼 목욕하고 나올래?
난 차나 끓여야겠다.
정희원:그래. (다락방에서 내려와 다시 발코니로 간다.)
자유롭게 노천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수영복도 놓여있고, 욕실에는 수건도 있네요.
정희원:(노천탕 옆 선반에 수첩과 볼펜, 수건 둔다. 수영복 입고 들어간다.)
(따끈...)
노곤노곤
따뜻합니다.
정희원:하아. 피로가 좀 풀리네. (잠시간 흐물흐물 노천욕을 즐기다가, 선반 쪽으로 가서 수첩에 마저 기록해간다.)
사진설명
(이러는 중)
(악필로 다 쓰고 등 기대 노천욕을 마저 즐긴다.)
운치 있어라...
한영휘:(차 다 끓으면 잔 들고 올라온다.)
누나 목욕 되게 좋아하네.
워터파크 가서도 목욕만 하더니.
정희원:따뜻해서 기분 좋거든.
원래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드니까...
한영휘:지루하지 않아?
에이. 무슨 할머니처럼 말을 해.
그렇게 나이 들진 않았잖아.
정희원:영휘 넌 모르겠지만, 항상 머리를 굴리는 사람들은 이렇게 머리를 비울 시간이 따로 있어야 한단다.
한영휘:난 항상 머리가 비었다는 거야??
정희원:아니야?
한영휘:나도 매일 공부하거든??
매일은 아니지만.
정희원:뭐...?
매일 해야지.
한번 할 때 여섯 시간 꽉꽉 채워서 공부하는 것도 아니잖아?
한영휘:누나 차 뭐 마실래?
정희원:영휘야?
한영휘:일단 두 개 다른 맛으로 끓여봤어.
홍차랑 녹차야.
정희원:말을 말자...
난 녹차.
한영휘:공부는...
시험기간에 열심히 하지.
(헛기침 하고는 녹차 건네준다.)
정희원:
건강
기준치: 45/22/9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녹차 맞나요? 전혀 녹차 향이 나지 않네요.
정희원:찻잎 몇 분 우렸어?
한영휘:15분..?
정희원:(잠시 멈칫)
그렇게 오래 우리면 안 되는데... 일단 그게 문제는 아니고.
(제 손을 확인한다.)
아직은 멀쩡하네요.
한영휘:..왜?
정희원:맛이 안 느껴져서...
한영휘:....
음...,
내가 잘못 끓였나봐. 하하.
그래도 따뜻하지?
정희원:15분 우렸으면 잘못 한 건 맞지.
그정도면 맛이 안 느껴질 리가 없는데...
한영휘:누나 비염일 수도 있어.
정희원:(한숨 내쉰다.)
... 슬슬 나와야겠네. (탕에서 일어나 수건 두른다.)
한영휘:.....
(어색하게 웃는다.)
창 쪽에서 무언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납니다. 지붕에 쌓인 눈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져 낸 목소리 인가봅니다.
창문 밖으로 함박눈이 계속 쏟아집니다. 포근하게 떨어지는 눈은 한동안 시선을 빼앗기게 만듭니다.
한영휘:다 쉬었으면 호수 구경 가자. 그러려고 온 거니까..
정희원:알겠어. 조금만 기다려. (욕실로 들어간다.)
한영휘:(고개 끄덕이고는 부엌으로 간다.)
정희원:(상념에 잠긴 채 씻고 나온다.)
(옷 입고 수첩 잘 챙긴 후에 거실로 간다.)
한영휘:(네가 거실로 나오면 옷 챙겨 입은 채로 슬 어깨 으쓱인다.)
그가 문을 열면 저택 내부로 눈 섞인 바람이 밀고 들어옵니다. 정신을 바짝 들게 하는 추위입니다.
정희원:(옷 빠짝 여민다.)
한영휘:아. 춥다.
추위를 느끼는 건 통각인가?
영휘와 희원은 밖으로 나갑니다.
발을 밖으로 내딛으면 걸음이 닿는 장소마다 뽀드득 소리가 기분 좋게 울립니다. 호수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정희원:그러게, 춥다...
냉각이 강하게 자극받으면 통각으로 이어진다고 해.
(빠른 걸음으로 간다.)
한영휘:아무튼 감각이라는 거지?
(성큼성큼)
호수 앞에 깔끔하게 놓여있는 벤치를 하나 찾습니다. 누가 다녀갔는지 눈도 치워져 있습니다.
정희원:응.
여긴 눈이 안 쌓였네.
한영휘:우리가 아직 인간이긴 한가봐.
오. 덜 춥겠다.(냉큼 앉는다.)
정희원:후후... 흐... 아직은 그렇네. (근처 서성이며 구경한다.)
(벤치 근처에 우리 말고 다른 발자국이 있나?)
발자국은 없습니다.
호수는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감상을 줍니다. 고즈넉한 숲 속입니다. 하늘에는 이름 모를 새가 두어 번 울며 날아갑니다.
숨을 내쉴 때마다 퍼지는 입김이 한영휘와 정희원 앞을 잠시 머물다가 사라집니다.
눈이 다시금 내리기 시작합니다. 한 올 두 올 내리던 눈은 점점 많아져 하늘 가득 흰 색이 채워집니다.
포근하게 함박눈이 내립니다. 펄펄 옵니다. 이렇게 눈이 천천히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걱정같은 것도 다 덮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한영휘:(서성이는 너 힐끔 본다.)
뭐 찾아?
정희원:눈이 치워져 있길래.
한영휘:아까 잠깐 그쳐서 녹았나봐.
정희원:그런가...
(벤치는 젖어있나?)
살짝 젖었지만 안 젖은 곳도 있습니다.
한영휘:여기는 찾기 힘들다고 그랬거든.
앞에 숲이라서..
정희원:이상하네...
(숲 방향을 본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한영휘:누나 목욕할 때 내가 치웠어.
정희원:뭐야, 그랬어?
왜 거짓말을 해.
한영휘:하나를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네.
정희원:상황이 상황이니까 예민하게 볼 수 밖에 없지.
그래서 15분이나 우렸구나.
한영휘:그냥 민망해서 대충 말한 건데..
이렇게 될 줄 몰랐지.
정희원:솔직하게 말해도 돼. (입김 뱉고는 호수 앞에 쪼그린다.)
한영휘:응..
(웃음)
정희원:(얼어붙은 호수 위에 쌓인 눈 손으로 슥슥 치우고 내려다본다.)
내려다보면 희미하게 당신이 비칩니다.
정희원:(물고기는 없나?)
물고기는 없습니다. 그저 깊은 호수입니다.
넓고, 아름답고, 얼어있네요.
정희원:물고기가 없네...
조금만 더 꽝꽝 얼어있었더라면 빙판 위에서 놀 수 있었겠다.
한영휘:그러게. 누나 스케이트 탈 줄 알아?
정희원:주원이만 했을 땐 타봤는데, 다시 타라 하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거야.
한영휘:내가 가르쳐줄게.
정희원:(푸훗 웃는다.)
한영휘:왜 웃어?
정희원:네가 날 가르친다고 하니까 웃겨서...
물론 네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야.
한영휘:누나가 날 많이 가르쳐 주긴 했지.
흠..(얼어붙은 호수 보다가, 벤치에서 일어난다.)
(가볍게 발 내딛어 올라탔다.)
정희원:그러다 빠지면 어쩌려고?
한영휘:이 정도면 내 능력으로 커버할 수 있어.
정희원:(ㅇ_ㅇ!)
한영휘:(^^)
정희원:대단하네. (주섬주섬 일어난다.)
가르친 보람이 있어. (빙판 위로 한 발 내딛는다.)
미끄럽지만, 한결 단단해져서 빠지지는 않을 것 같네요.
한영휘:이제 물 가지고 노는 건 다 할 수 있다구.
정희원:그래, 장하단다. (조심조심...)
한영휘:누나 이거 봐
정희원:응?
한영휘:(슬릭백)
정희원:(눈비빔)
한영휘:공중부양 같지
?
정희원:그런 건 또 어디서 배워왔어...? (ㅇ_ㅇ;;;)
다시 해봐.
한영휘:인터넷에서 배웠어.
(슬릭 백 )
정희원:대단하네... 대단한데...
좀 웃기다.
공중부양을 하기 위해 온 몸을 내딛는 행동이 인터넷에서 유행이라는 거지?
그러다 넘어지면 허리 나가니까 조심해.
(빙판 위 걷는 모습부터 위태롭게 조심조심 걸어간다.)
한영휘:안 멋있어?;
정희원:응...?
(;;;;;) 멋있어해야 할 타이밍이었어?
한영휘:이상하다. 내 친구들은 감탄했는데.
정희원:했잖아, 감탄.
한영휘:그거랑 그거랑 다르지!!
정희원:그래, 알겠어. 우리 영휘 멋있네~ (상냥한 선생 톤)
한영휘:와. 그거 간만이네.
(웃음 터뜨린다.)
정희원:이런 게 듣고 싶었던 거지? (옅게 미소짓는다.)
한영휘:응.
옛날엔 누나가 진짜 그런 성격인 줄 알았는데..
정희원:...
조금 더 솔직했더라면 과외 그만뒀을걸.
한영휘:아니야.
안 그러지. 은인이잖아.
정희원:(작게 웃는다.) 그랬었지, 참.
한영휘:(웃음)
정희원:제정신 아닌 여자도 은인이라며 구하려고 하고 말이야...
(추억을 회상하지만, 지금은 어느 쪽도 멀쩡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조금은 씁쓸하게 웃으며 빙판 위를 걷다 미끄러진다.)
(꽈당)
한영휘:
누나 괜찮아?
(넘어진 네게 손 뻗는다.)
정희원:... 후우... (민망...)
아파. (눈 마주치지 못한 채 손 잡고 일어난다.)
한영휘:(웃음 참고 일으켜준다.)
조심해. 병원도 못 가. (부축도 해)
정희원:알겠어. (마른 세수 하면서 호수 바깥으로 나간다.)
(무릎이 얼얼하다.)
한영휘:(벤치에 앉혀준다.)
정희원:
건강
기준치: 45/22/9
굴림: 63
판정결과: 실패
얼얼한가요?
글쎄요. 별로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한영휘:(옆에 앉아서 보온병 매만진다.)
이제 안 아파?
정희원:응? 응...
많이 아플 줄 알았는데 감각이 이상하네.
마비되고 있는가 봐.
한영휘:......
너무 담담하게 말하는 거 아냐?
(헛웃음)
정희원:... (작게 한숨 쉬고) 딱히 웃기게 말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굴면 네가 별로 안 좋아하잖아.
한영휘:누나가 내 생각도 해주고 다 컸네.
정희원:뭐야? (째려본다.)
한영휘:좋다구. (실없이 웃는다.)
우리 그냥 여기 계속 있을까? 문을 걸어 잠그고 말야.
은제 형이 때 되면 찾아와 줄 거야.
정희원:그 얘기 내일도 했어.
... ...
마음대로 해. (내키지 않는 얼굴.)
한영휘:누나는 뭐라고 답했는데?
정희원:무엇보다 나를 잃는 게 무섭다고.
한영휘:.....
정희원:(무어라 말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연다.) 그래서.
미처 다 못 말했지만...
시간이 다 되면 좀비가 되기 전에 죽고 싶다고 말하려고 했어.
한영휘:나중에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더라도?
..그 과정이 더 무서운 거야?
정희원:...
(치부를 밝히고 싶지 않은 듯 대답하지 못한다.)
한영휘:...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내일은 다시 볼 수 있겠지?
누나는 미래에서 왔으니까 말야.
정희원:(그 말엔 곧잘 끄덕인다.)
어쩐지 데자뷰가 느껴지네.
한영휘:회귀자가 된 기분이 어때?
정희원:글쎄... 적응하려면 한참 걸리겠는걸. (그런 것 치곤 큰 어려움은 없는 모양새였으나.)
정희원:
건강
기준치: 45/22/9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그러고보니 .. 조금 이질감이 드는 몸이기는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슬슬 입 안이 엄청 쓰기는 했습니다.
너무 춥기도 하고요.
영휘가 두개로 나뉘었다가 다시 하나로 겹쳐지기를 반복합니다.
한영휘:..(푸른 핏줄이 선 네 손에 보온병의 음료를 쥐어준다.)
정희원:...있잖아... (망가져가는 전구처럼 시야가 탁탁 점멸한다. 결국 고개를 내리고 보온병을 꼭 쥔 손에 초점을 잡기 위해 집중하며)
넌 왜 멀쩡해?
한영휘:마셔. 내일도 봐야지. (네 손을 받치면서 대답한다. 이어진 질문에는 침묵한다.)
....
정희원:... 왜 안 말해?
(보온병 쥔 손을 놓는다.)
한영휘:사람한테 입 댄 효과가 오래 가는 것 같아.
(다시 병을 쥐여 준다.)
정희원:자세히 말해줘. (초점 없는 눈으로 돌아본다.)
한영휘:....정신 차리니까 시체 앞이었어.
..(낯을 닦고.) 몇 명을..물었는지도 잘 모르겠어.
정희원:... (작게 웃는다.)
(그러고는 보온병을 열고 안에 든 것을 마신다.)
음료의 색이 붉습니다.
선혈입니다.
입 안으로 뜨겁고 비릿한 맛이 느껴지자 갑자기 몸이 엄청나게 편안해집니다.
개운하고 깨끗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희원의 얼굴 위로 쏟아집니다.
눈이 스르륵 감깁니다.
그 가운데 귓가에서 한영휘의 목소리가 나즈막이 울립니다.
한영휘:내일 보자. 누나.
째깍째깍째깍… 시계 초침소리가 들립니다.
희원은 개운하게 눈을 뜹니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펴면, 역시 곤하게 자고 있는 한영휘가 보입니다.
며칠간의 똑같은 아침입니다.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괴리감이 듭니다.
목덜미는 매끈합니다.
어제와 같은 통증도, 울렁거림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시간은 흘러만 갑니다. 찬찬히 어제를 곱씹습니다.
안개처럼 뿌연 기억들 속에서 떠오르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정희원: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지막에 마신 것은 분명 한영휘의 피였습니다. 손목 사이로 배어난 피, 보온병 안에 들었던 선혈..
바깥은 조금 소란스럽습니다.
창문 밖을 흘끔 보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희원:(수첩은 25일로 갔겠구나. 과거에 일으킨 일이 그 전에 겪었던 미래에 어떤 영향을 가져다줄지 궁금하던 찰나, 바깥의 소란을 느끼고 창문 방향으로 가 엿듣는다.)
정희원: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70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나무판자는 어디로 사라진거죠? 바깥에 있는 풍경이 창문 너머로 선명하게 보입니다. 겨울 햇살이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살금 들어오고 있습니다.
정희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나무판자가 처음부터 달려있지 않았던 것처럼 창문의 틀을 비롯한 벽은 말끔합니다. 못자국도, 무언가를 고정했던 자국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보다,
이 구조는 영휘의 집이 아니지 않나요?
익숙한 풍경입니다.
정희원:(과거로 올라가고 있는 것 쯤은 이미 알고 있으니,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보다, 이런 상쾌한 몸상태라면...)
(...)
(... 잘만 하면, 온전한 나로 살 수 있는 거 아니야?)
(지난 날에 했던 걱정 같은 건 안 해도 돼. 오늘을 잘 수행하기만 한다면...)
(물론 정말로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리고 또다른 문제가 남게 되겠지만.)
정희원:(영휘쪽을 바라보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 성큼 모든 창문의 커텐을 치러 간다.)
영휘는 여전히 곤히 자고 있습니다.
정희원:(커텐을 치면 옷장을 열고 벨트를 전부 꺼내 곤히 자는 영휘를 묶는다. 자기도 모르게 이성을 잃었다고 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겠어.)
당신이 가까이 오면, 벨트를 들이밀기도 전..
영휘는 살짝 눈을 뜨더니 몸을 일으킵니다.
평소와 같지 않습니다. 입술은 눈에 띄게 푸른색을 띠고 있고, 피부는 마치 시체같이 창백합니다.
숨소리는 규칙적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피부 표면으로 푸른 실핏줄이 보입니다.
정희원:(이마를 눌러 다시 눕힌다.)
그는 얕게 떨고 있습니다. 피부를 만져보면 마치 냉동된 고기를 만진 것처럼 차갑고 딱딱합니다.
목소리는 다 가라앉고 갈라져 있습니다.
한영휘:뭐하는 거야?
정희원:누워 있어.
(다시 눕혀놓고 이불로 부리또처럼 감싼다.)
한영휘:..,
허기져..
둘둘 말아보려고 했지만, 그대로 커다란 몸이 굴러떨어집니다.
정희원:(...)
덩치...
챙겨 줄게. 기다리래도.
(끙...)
(어쩔 수 없이 바닥에서 양 손목이라도 벨트로 묶는다.)
한영휘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고통스럽다는 말도 하지 못하는 듯 엎어진 채입니다.
정희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달력이 눈에 띕니다.
'12월 23일'.
오늘이 12월 23일이던가요?
정희원:(예상한 대로야.)
(손목만 단단히 묶어놓고 부리나케 부엌으로 향한다.)
부엌으로 향합니다.
정희원:(적당히 용량이 되는 시리얼 컵과 칼을 꺼낸다. 이걸로 버텨야 하는데...)
(팔 안쪽을 칼로 그어 상처를 낸다. 작게 찌푸린 채 팔을 쥐어짜내듯 컵 안에 담고, 영휘에게로 가져다 준다.)
다가가면 숨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정희원:...영휘야.
이래서는 뭔가를 먹을 수도 없겠군요.
정희원:...한영휘!
(고개를 천장을 향하게 들려놓고 컵에 담긴 피를 냅다 입 안으로 흘려보낸다.)
숨 쉬어.
얼음장처럼 차갑습니다.
인간의 피가 닿아도 변함없는 한기,
미처 식도로 흘러가지 않은 선혈이 주르륵 턱을 타고 흐릅니다.
마치 시체 같아요.
어떡하죠. 119에 전화를 해봐야 할까요?
정희원:...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지만, 이내 오히려 침착한 손길로 경동맥의 맥박을 확인하고 눈꺼풀을 열어 동공을 확인해본다.)
맥박이 아주 희미합니다.
기절한 듯 넘어간 눈과 마주합니다.
좀비가 되는 과정이 이렇던가요?
당신으로는 알 수 없지만..
이건 꼭 죽어가는 '사람'같네요.
정희원:(그렇다면 자신이 아는 대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한다.)
일정한 박자에 맞춰 가슴 아래를 짓누릅니다.
정신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정희원:한영휘, 정신 차려 봐.
피 냄새가 안 느껴져?
정신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꼭 죽어가는 '사람'같네요.
정희원:...
(휴대폰으로 현재 뉴스를 확인한다.)
전세사기법, 野 주도로 국토위 안건조정위行…與, 불참할 듯
'차원 다른' 저출산대책 나올까…논의속도 붙지만 문제는 '재원'
좀비 사태와는 하등 상관 없는 제목들만 있습니다.
정희원:...아직 대중은 좀비화가 되어가는 사람을 주의할 수 없어...
(눈 질끈 감고 119에 구조 요청을 취한다.)
119에 전화를 합니다. 그런데 보통 119는 전화를 하면 곧바로 받지 않던가요?
한참을 기다려도 통화가 지연된다는 답변 뿐입니다.
정희원:...이상한데.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현상들이 발발했을 거란 생각밖엔... 원인이 도대체 뭐길래 이럴까. (휴대폰 침대에 던져두고 창 밖 힐끔 보며 소란의 원인이 무엇인지 살핀다.)
지금은 사람들이 흩어졌습니다.
10분 정도가 지나자 119 연결이 됩니다.
구급대원의 말로는 현재 구조 인력이 부족하여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다는 대답입니다.
정희원:아, 그럼 됐어요. 오지 마세요. (끊는다.)
대원: ??
정희원:(전기장판 최대 출력으로 켜놓고 몸 잡아당겨 올려놓는다.)
뜨거운 바닥 위에서 차가운 몸을 잡습니다.
이렇게나 더운데 이 몸은 무섭도록 차갑네요.
정희원: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그러고보니 병원에서 당신이 '왜' 물렸는 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 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왜 똑똑한 당신이 그의 이상을 눈치 채지 못하고 병원을 불렀던 걸까요?
지금의 그는 '의학의 처치가 필요한' 쇠약한 인간과 닮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희원:
의료
기준치: 11/5/2
굴림: 9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엇을 하나요?
'의학의 처치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약을 사오거나, 의사를 부르거나, 병원에 가거나..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정희원:(창문을 살짝 열어 최대한 산소를 마실 수 있게 하고 나갈 채비를 한다. 미처 다 지혈하지 못하고 벌어진 상처를 붕대로 꽉 감는다.)
약국에 가야겠어. 조금만 더 버텨.
헐떡이는, 미약한 숨소리를 듣습니다.
채비를 하고 나오면 어느새 사람들이 붐빕니다.
사이렌이 울립니다. 근처 집에 응급차가 왔군요.
주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정희원:
듣기
기준치: 20/10/4
굴림: 65
판정결과: 실패
건너편 자리의 사람들의 대화소리가 들립니다.
정희원: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 꼭 좀비... 사람을 물어.... "
" 진짜라면 ... 집에가야.... "
" ...어떡해.. "
뒷쪽에서 휴대폰 뉴스소리가 들립니다.
" 뉴스속보.... ...현재 원인이 불명이며… "
" ...소리... 그 즉시 도망가야..... "
" ... 차가운 피부와 파란핏줄.... "
정희원:(역시 다 같은 증상이네...)
(서둘러 약국으로 가서 온갖 알약과 물약과 수액 등을 쓸어담는다.)
약국도 인산인해.
바로 약을 가져갈 수 없습니다.
정희원:(낑...) (어떻게든 최대한 많이 챙겨본다.)
남아 있는 약은 거의 없고 증상에 따라 동네 약사가 겨우 약을 꺼내와주고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기다려 받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정희원:...
(얌전히 줄 선다...)
줄을 서고 있자면, 엄마의 손을 잡은 여자아이가 앞에서 당신을 빤히 바라봅니다.
정희원:(시선이 예민하게 약사와 얼마 남지 않은 약들을 살피다가, 뒤늦게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안녕? 무슨 일이니?
소녀: 안녕하세요!
언니도 아파서 약 받으러 왔어요?
정희원:(언니...?) 아니. 가족이 아파서.
공주님은 아파서 왔니?
소녀: 그렇구나! 언니 가족도 아프구나
엄마가 아픈데 나 혼자 집에 못 있어서 같이 왔어요
정희원:아파서 힘드시겠다. 같이 따라 나오고 기특하네. (그리고 자연스레 아이와 잡은 손으로 시선이 향한다.)
소녀: 엄마 많이 아파요
아이를 쥐고 놓치지 않는 손입니다.
바르르 떨리고 있는 손입니다.
정희원:(색은 변화했나?)
아까부터 당신과 소녀가 대화하는 내내 뒤도 돌아보지 않던 '엄마'의 손등 위로 푸른 핏줄이 서있습니다.
정희원:...
그 순간입니다.
약사의 앞에 있던 환자가 옆 사람을 콰직 무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의 엄마는 딸을 우악스럽게 잡아당기려 듭니다.
정희원:,,, (그 순간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아보려는 아이의 눈을 가렸고, 아이의 어깨를 붙잡고 엄마의 방향을 바라봤다.) 아이 어머님. 많이 아프실 텐데 아이는 제가 데리고 대피할게요. 여긴 위험하니까 나가시죠.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익숙한 낯과 마주합니다.
푸른 핏줄이 선 채로 돌아간 눈,
질질 침이 흐르는 입을 마주하면 어깨에 격통이 느껴집니다.
좀비가 당신의 목과 어깨 부근을 물고 매달립니다.
아이의 비명소리가 울립니다.
정희원:윽...! (한쪽 발로 좀비를 걷어찬다.)
좀비가 걷어차여 뒤로 나자빠집니다.
정희원:(칼을 챙겼던 것 같은데, 어느 쪽 주머니에 넣어뒀더라?)
(그럼 뭐 해? 결국 물려버렸잖아..!)
왼쪽 주머니에 칼이 있습니다.
정희원:(왼쪽 주머니에 손을 넣어 칼을 잡는다. 그 순간, 혼란과 공포에 잠식된 아이의 눈과 마주친다.)
소녀: (덜덜 떨며 좀비와 희원을 번갈아보는가 싶더니, 이내 울어버린다.)
정희원:(치아가 생살을 가르고 난 격통 속에서, 결국 칼을 붙잡았던 손을 빼고 아이를 안아든 채 약국 밖으로 뛰쳐나온다.)
아이가 희원의 품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으면, 약국에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옵니다.
마치 파도처럼 인파가 쏟아지고 나면, 정적.
정희원:(아이의 등을 한참 토닥인다. 위로하는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반면에 조금 넋이 나간 얼굴. 아이에게 보이지는 않을 테다.)
아이는 당신 품 안에서 진정합니다. 헐떡이던 큰 숨이 점점 작아집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엄청난 양입니다.
소란스러움도 적어졌습니다.
정희원:엄마는 아픈 게 나으시면 만나자. 지금은 너무 무서워지셨지.
아빠는 집에 계시니?
소녀: 어, 엄마랑 둘이..
아빠 밤에 와요...
정희원:... 집에 혼자 있을 수 있겠니?
아줌마도 아픈 가족이 있어서 공주님이랑 같이 있어주기 힘들 것 같아. 아줌마 전화번호 줄게요. 아빠 기다리는 동안 너무 무섭거나 외로우면 문자나 전화 해도 괜찮아. 할 수 있지?
소녀: (훌쩍이면서 엄마를 부르다가, 네 말에 겨우 눈을 마주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ㄴ,네.....
정희원:(엄마를 부르는 앳된 목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 뜬다. 더이상 모녀의 행복을 기대할 수 없어 더 위로해주지 못한다. 메모지 따위는 없으므로 부득이하게 지갑에서 자기 명함 꺼내 건넨다.) 집까지 데려다 줄까?
소녀: (명함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인다.)
폭폭하게 눈이 내리는 소리만이 주변을 메울 뿐입니다.
원한다면 빈 약국에서 약을 챙길 수 있습니다.
정희원:(제 어깨를 꽉 붙잡은 채, 반대쪽 손으로는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가 말한 집 방향으로 데려다 준다.)
아이를 무사히 집으로 데려다줍니다.
정희원:(그제서야 고통을 호소하며 빈 약국으로 향한다.)
원하는 종류의 약들을 챙길 수 있습니다.
정희원:(약사가 처방했던 약 종류를 기억한다. 그대로 찾아 챙긴다.)
(그리고는 그 엄마 좀비가 근처에 있는지 두리번거린다.)
좀비는 당장 보이지 않습니다.
정희원:(눈살을 찌푸린다. 불쾌한 티를 팍팍 내는 표정이었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안 보이네.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돌아갑시다.
집으로 돌아가면, 쓰러졌던 자리에 그대로 그가 있습니다.
희미한 시선으로 당신을 보고 있네요.
한영휘:...
정희원:...... (별말 없이 약 봉지 뜯어 입에 넣어주고, 물 흘려보낸다.) 삼켜.
한영휘:(어깨를 빤히 바라보는가 싶더니, 네가 흘려주는 약을 받아먹는다.)
정희원:... (가만히 내려다본다.)
여전히 희미한 맥박이지만, 흐릿하던 눈동자가 점차 또렷해지면, 기이할 정도로 올곧게 당신을 바라봅니다.
한영휘:...누나.
물렸구나..
많이 아파? 괜찮아?
정희원:... (시선 피하고 소독약을 트레이에 담는다.) 대비할 수 있을 줄 알았어.
네가 이렇게 되는 것도, 내가 바깥에 나가서 물리게 되는 것도.
난 우리가 어떻게 되는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 전에 했던 행동이랑 다르게 행동하면 뭐라도 달라질 줄 알았어. (네가 들으면 영문 모를 늘어놓는다.)
나름 대비한다고 눈 뜨자 마자 행동했고, 나갈 때 경계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로는 모자랐다는 걸 망각했어. 내가 요새 너무 해이해졌나 봐.
... ...
정희원:내 불찰이 나를 너무 무력하고 저능하게 만들어...
한영휘:이번에도 아이를 구하려다 물렸어?
정희원:(실패감이 덮쳐 눈물 한줄기가 뺨을 타고 흐른다. 소독용 패드를 적시다 말고 제 눈가를 문지른다. 이마저도 제게 있어서는 추한 꼴이라 생각했다.)
(이어지는 말에는 '응'이라 대답하려던 목소리가 막히고, 동그랗게 뜬 눈으로 네 쪽을 돌아보았다.)
무슨 소리야?
한영휘:(우는 너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다정하게 말했다.)
누나는 무력하고 저능하지 않아.
누나가 거슬러 올 때마다 기억에 새겨지고 있으니까..
괜찮아. 나는 내일 어제의 너를 만날 거야.
내일의 누나는 어제의 나를 도와줘.
나는 어제 누나 덕분에 사람을 물지 않았는 걸.
정희원:...(여전히 놀란 얼굴을 한 채로 보다가, 무언가 변화가 있었음에 조금은 안도한 듯한 미소를 지었지만, 개운하진 않은 표정이다.) 다시 내일이 되어서 어제로 간다면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
... 네가 어딘가에서 감염되어 온 일이라던지...
한영휘:누나의 내일, 그러니까 나는, 어제.. 감염 돼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었어.
..아마 누나가 아니었다면 어디든 나가서 사람을 물고 다녔겠지.
오늘, 그것 때문에 쓰러져서 누나의 감염을 막지 못했지만..
여러 사람의 생명을 살린 건 사실이잖아.
어제 정신을 못 차렸다는 건..그저께 간 곳에서 문제가 생겼는 지도 몰라.
정희원:... 하.
아하하... (훌쩍.)
한영휘:(당황)
정희원:(네 말에 헛웃음지으며 눈가 벅벅 문지른다.)
한영휘:...괜찮아?
물린 곳 많이 아파?
정희원:... 이런 삶은 정말 최악이야.
감정적이고 나약해지고 바보 같아서... (힘없이 웃음보를 터트리며 소독약에 적시던 패드를 핀셋으로 집는다.)
한영휘:누나가 이성적이기만 했다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겠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을 거야.
누나는 강한 사람이야.
정희원:... ... ...
고마워. (위로가 되었다. 이런저런 문장을 덧붙이기에는 지금 상황에는 부끄러웠는지 짤막한 대답.)
(이어 소독패드를 제 물린 상처에 갖다 대고, 소리없는 비명과 작은 몸서리가 이어졌다.)
한영휘:아프겠다.
뭐라도 차려줄까? 먹고 기운 좀 차릴래?
정희원:너도 몸상태 안 좋으면서 뭘 차려.
이거나 좀 도와줄래? 목덜미 부근이라 잘 안 보이네.
한영휘:계속 쉬었더니 좀 괜찮은데..( 어깨를 들먹이고는 가까이 다가온다.)
밴드 붙여주면 돼?
정희원:응. 우선 약도 발라 주고.
한영휘:(트레이에 있는 약 꺼내서, 붓 부분을 상처 부위에 문지른다.)
으..아팠겠다.
정희원:아으. 말도 마. (눈살 찌푸린다.)
...아이랑 엄마가 같이 왔었는데, 하필이면 아이가 자신의 엄마가 공격하는 모습을 봐 버려서... 마음이 안 좋네.
한영휘:애가 좀비가 된 거야?
이것도 예전 일이랑은 다르네..(약 싸악 펴바르고, 밴드를 찾는다.)
..참담한 일이네.
정희원:아니, 엄마가... (고개 젓고) 엄마가 좀비가 돼서 공격하는 모습이 아이에게 보여졌다는 뜻이었어.
직접 보니 마음이 아프던걸.
원인이 대체 뭘까... 알아내고 싶은데, 미래의 기억은 있지만 아직 과거의 기억이 없어서 모르는 게 산더미야.
한영휘:....그러게. 되게 슬픈 일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자. 내가 전날 이미 감염이 됐다면.. 그 전날 했던 일은..
아쿠아리움에 갔던 일이야.
그 때 꿈을 꿨는데.. 이게, 관련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거든?
정희원:응. 뭔데?
한영휘:그런데 어제 누나를 보니까.. 뭐든 의심이 가더라.
잠깐 잤을 때 누구랑 얘기를 했었어.
자기를 거부하면 인생에서 같이 온 사람을 지워버린다고 했는데..
정희원:(의아한 표정) 뭔 말이람...
한영휘:그러니까.
그래서 개꿈인 줄 알았지.
그 날은 그것 말고 별 일 없었거든.
정희원:...
꿈...이랬지?
한영휘:응.
정희원:(골치 아픈 얼굴이 됐다.) 꿈은 어째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그럼 그것도 피할 방법을 찾아보자.
한영휘:그래. 잘 모르겠지만..누나가 막상 가 보면 이상한 점이 보일지도 몰라.
(밴드를 꼭 맞게 붙인다.)
정희원:그래... 잘 할 수 있을 거야. (작게 심호흡하며 밴드 위를 매만진다.) 이것도 없던 일로 만들어야지.
한영휘:(웃음) 그럼. 누나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봐.
내일은.. 고생 좀 하겠지만.
정희원:휴, 너무 속을 썩이지 않으면 좋겠는데.
자, 어제의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말해둬. 전달해줄게.
한영휘:내가 나가거나, 누나를 물지 못하게 해줬으면 해.
열심히 가둬줘.
누나 속 적당히 썩여라.
정희원:(푸훗 웃음을 터트린다.)
어제의 네가 제정신이어야 할텐데 말이야...
한영휘:어차피 감염됐으니까 연장 써도 돼.
안 죽어.
정희원:음.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얼굴)
한영휘:(뭐. 내 일 아니니까 괜찮겠지)
정희원:(본인이잖아)
한영휘:(그래도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
상처를 치료하면 피로가 몰려옵니다.
긴 하루였죠.
정희원:(하품한다.)
그럼 과거에서 보자.
한영휘:응. 잘 자.
내일 봐. 누나.
째깍째깍째깍… 시계 초침소리가 들립니다.
알람이 울립니다. 휴대폰에 뜬 날짜는 '12월 22일'
시간이 정말 돌아갔습니다. 어제의 시작입니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습니다. 창밖을 보면 하늘에서 수많은 솜털들이 폭폭 휘날립니다.
한영휘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곤히 자고 있습니다.
검은 머리, 속눈썹, 불규칙적인 숨소리..
...잠시만요. 불규칙적인 숨소리?
숨소리가 굉장히 거칩니다. 게다가 안색이 눈에 보일 정도로 새파랗습니다.
정희원:(요새 눈이 많이 오네...)
(스르륵 침대에서 일어나 이번에야말로 벨트들을 꺼내 속박을 시도한다.)
전혀 일어날 기미가 없습니다.
몸은 차갑고, 피부는 온통 창백한 것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습니다. 바들바들 떨고 있습니다. 이건 마치.. 어제와 같습니다.
하지만 정도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기에 열심히 묶을 수 있었습니다.
정희원:(봉인)
흠...입도 막아둘까.
(우리집이니까 냉장고에 아직 등갈비가 있으려나...)(저벅저벅)
기준치: 30/15/6
굴림: 40
판정결과: 실패
한영휘:누나?
정희원:윤리온 한영휘 둘 중 누구지. (흠...)
누가 갈비를 먹었어...?
(냉장고에 갈비가 없다.)
흠...
한영휘:;;
추워..
정희원:(찬장을 뒤적거리고 풍선껌 하나를 발견해 다시 방으로 돌아간다.) 응? 춥다고?
한영휘:(고개 끄덕)
정희원:(봉인된 몸에 이불을 부리또처럼 둘러준다.)
한영휘:..
근데 왜 이렇게 묶은 거야?..
..
정희원:오늘은 하루종일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으라고.
한영휘:...
아..몸이 말이 아니네. 그래야겠다.
근데 꼭 이렇게 묶어야 해?
정희원:응.
한영휘:
정희원:자, 아 해봐.
한영휘:
정희원:(풍선껌 넣어줌)
한영휘:
(불어)
정희원:말도 잘 듣네~
한영휘:(크게 붐)
정희원:(찌름)
한영휘:(팡)
..
정희원:아, 무심코.
한영휘:ㅍ_ㅍ
얼굴 더러워졌잖아!
정희원:흠...
움직일 수는 있게 해줘야 하나...
자, 오늘은 한영휘의 병간호를 하는 날입니다.그가 부탁한 것은 두 가지 입니다. 자신이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해줄 것, 그리고 희원이를 물지 않게 할 것. 오늘 하루를 버텨내면 성공입니다.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정희원:아니다, 내가 세수 시켜 줄게.
[ 살피기 / 열재기 / 요리주기 / 청소/ 약먹이기 / 빨래 / 설거지 / 뜨시게 해주기 / 재우기 ]
정희원:(욕실로 가서 대야에 따뜻한 물 받는다.)
한영휘:배고프다..
(중얼중얼..)
정희원:세수하고 밥 먹자.
(대야 들고 와서 수건에 적시고 쭉~ 짜서 얼굴 닦아준다.)
한영휘:(얌전히 받는다..)
밥은 내 손으로 먹게 해줄 거지?
정희원:아니?
한영휘:....
왜?
정희원:(전기장판 끌고 와서 밑에 깔아준다.)
엉따나 해
뜨시게 데우기
한영휘는 여전히 차디찬 몸을 하고 덜덜 떨고 있습니다. 창백하기 그지 없는 몸을 데워줍니다.
정희원:
손놀림
기준치: 30/15/6
굴림: 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한영휘:(뜨끈뜨끈)
따뜻하다..
2
그런데 이제 너무 더워.
아니..추워..
밖에 나가고 싶어. 누나.
정희원:아 그래?
밥 해줄게. 기다려.
뭐 먹고 싶어?
한영휘:(코어로 일어나 앉는다.)
정희원:...?
(이마 눌러서 눕힌다.)
한영휘:아.
나가고 싶다니까 왜 무시해..
정희원:밥부터 먹고 생각해.
한영휘:...
뭐라도 입에 넣고 싶어..
뭐든 좋으니까..
정희원:풍선껌 삼켰어?
한영휘:
정희원:
한영휘:배고파서
정희원:주원이도 껌은 안 삼켜.
한영휘:배고픈 걸 어떡해..
주원이는 그리고 원래 의젓해.
정희원:스물 셋이면 의젓해져 봐.
한영휘:나 스물셋이야?
나이 많이 먹었네..
정희원:...
그래, 의식의 흐름을 타고 있어 봐.
(식감이 좋은 요리를 하면 되려나...)
한영휘:(멍..)
(자세가 불편해서 옆으로 눕는다.)
정희원:(집에 있는 재료들로 카레 만든다.)
한영휘:(계속 허기지는 기분에 몽롱하다.)
정희원:(밥에 예쁘게 얹어서 쟁반 들고 온다.)
(요리주기)
준비한 요리를 가져와서 그에게 먹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듯한 요리입니다.
정성스럽게 준비했습니다.
정희원:
손놀림
기준치: 30/15/6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하지만 한영휘는 한 입 먹자마자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한영휘:더 이상 못 먹겠어..
정희원:(충격...)
한영휘:1
(디버프)
입맛이 가신 것 같아..고마워.
정희원:... ............
막입 돼지 영휘가 아프다고 밥도 못 먹고.... (자기 요리에는 문제가 전혀 없다고 믿음)
한영휘:막입 돼지라니 너무한 거 아냐?
정희원:그럼 뭐라고 말할까?
한영휘:편식을 안한다.
정희원:영휘야. 너는 인플루언서라는 사람이...
그렇게 재미 없는 네이밍을 하면 어떡해.
한영휘:나 인플루언서야?
정희원:응.
한영휘:오..
막입 돼지랑 인플루언서랑 무슨 상관이야...
누나가 막말하는 거 아냐?
정희원:맞아.
그래도 복스러운데 뭘.
한영휘:너무하네..
정희원:(ㅎㅎ) 어디 몸 불편한 데는 없어?
한영휘:계속 춥고 허기져..
이렇게 따뜻한데..이상하네.
정희원:흠..
몸에 열이 있나. (이마에 손 대본다.)
손을 대보면 오히려 차갑습니다.
한영휘:(눈 꿈뻑)
정희원:그러네, 열은 있을 리가 없지. 그런 증상은 없었으니까.
흐음, 약이라도 먹일까...
잠깐 기다려 봐. 어떤 약인지 알고 있거든. 약국에서 사올게.
한영휘:응..
얼른 와.
정희원:(코트 양쪽 주머니에 식칼 주섬주섬 넣고 출발한다.)
한영휘:근데 풀어주고 가면 안 돼?
답답해.
정희원:흠...
벨트는 좀 아프겠다. 가죽이라.
한영휘:응.
정희원:그럼 부드러운 밧줄을 사올게.
조금만 기다려.
한영휘:..
대체 왜..
항의를 뒤로 하고 외출합니다.
좀비 사태가 없는 거리는 평화롭네요.
정희원:(빠른 걸음으로 이동한다.)
(약국에서 약을 좀 많이 구입해 둔다.)
(그러고는 성인용품샵에 가 플레이용 밧줄을 산다.)
(그리고 돌아가기 전에 어제 갔던 아이의 집 앞에 들러 구입했던 약과 적당히 둘러댈 메모를 두고 간다.)
메모를 남겨둡니다.
정희원:(탓 탓 탓)
(입김 뱉으며 집 안으로 들어온다. 신속한 귀가.)
탓 탓 탓 집으로 돌아옵니다.
영휘는 얌전히 누워서 앓고 있네요.
정희원:자, 먹으면 조금 괜찮아 질 거야.(다행히 사용하지 않을 수 있었던 식칼들을 정리하고, 사온 약을 뜯어 물과 함께 입에 넣어준다.)
한영휘:.., 잠시만,
삼킬 엄두가 안 나..
아까 너무 입맛이 없었어서.
정희원:반려동물 샵도 들렸어야 했나...
한영휘:?
정희원:그 있잖아. 알약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 도구.
한영휘:누나는 좀 이상해.
애초에..
아픈데 왜 이렇게 묶는 거야?
(꿈틀)
정희원:움직이면 안 되니까.
한영휘:왜..
정희원:약 잘 삼키면 밧줄로 바꿔줄게. (라벨에 야시꾸리한 그림이 있는 밧줄 봉지 꺼낸다.)
한영휘:?
뭐야 저게..?(;)
정희원:무시해.
한영휘:저런 옷을 입고 있는데 어떻게 무시해
정희원:영휘 너 이런 취향이니? (그림 가리킨다.)
한영휘:누나..괜찮아?오늘 이상해..
정희원:난 멀쩡해.
한영휘:(눈 깜빡깜빡..)
춥다..
정희원:빨리 약 먹어.
정희원:
위협
기준치: 45/22/9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매혹
기준치: 15/7/3
굴림: 34
판정결과: 실패
설득
기준치: 30/15/6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말재주
기준치: 5/2/1
굴림: 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쩌는 말빨로 설득한다.)
한영휘:(떨떠름하지만 말빨로 못 이긴다)
약 정도는 내가 스스로 먹으면 안 될까?
정희원:하루만 참아.
넌 풍선껌도 삼키잖아.
한영휘:...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입 벌림)
정희원:정신 연령이 아이 같으니까 편하게 아이 취급 받으라는 거지.
(넣어주고 물도 먹여준다.)
한영휘:(꿀꺽)
1
언제까지 애 취급 하려고..
나도 이제 대학생이야.
정희원:그럼 어른 다운 행동을 해 봐.
한영휘:밥도 해주지..
청소도 하지..
주원이도 놀아주지..
공부도 하지.
정희원:또.
한영휘:돈은 배 타면 금방 벌 수 있어.
정희원:또?
한영휘:또..
뭐 해야 돼?
정희원:됐어, 끝났어. 누워 있어.
(다른 방에 있는 솜이불 가져온다.)
한영휘:(물끄러미)
정희원:(위에 덮어주기 전에...)
(발부터 벨트 풀고 한층한층 밧줄로 돌돌 묶는다.)
한영휘:아냐. 괜찮아.
(거부)
(발 뺀다.)
벨트가 낫겠어.
정희원:왜?
한영휘:뭔가 찝찝해서.
정희원:찝찝해...?
한영휘:별로..불편하지도 않아.
응?
정희원:오늘따라 변덕이 심하네.
한영휘:그런가..
열..추워서 정신이 없나봐. 미안.
정희원:아프니까 봐주는 거야.
(솜이불 덮어준다.)
솜이불을 덮어주면 따뜻한 듯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잠에 듭니다.
창밖이 점점 어둑해집니다. 서녘이 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버텼습니다.
영휘가 밖에 나가지도 않았고 자신을 물지도 않았습니다.
정희원:(easy^^)
한영휘:(꾸벅꾸벅..)
누나 내일 봐.
정희원:응. 좋은 꿈 꿔.
그렇게 넷째날의 밤이 저뭅니다.
한영휘의 D-5 / 정희원의 D + 5
째깍째깍째깍… 시계 초침소리가 들립니다.
눈이 내립니다. 두 사람의 뽀드득 거리는 발자국 소리만이 사방으로 울립니다.
붉은 손끝, 살을 에는 추위. 숨을 내쉴 때마다 퍼지는 입김에 시야가 뿌옇게 될 지경입니다.
아쿠아리움으로 가는 길, 나무들은 앙상하게 가지를 내놓고 그 위에 눈꽃들을 피우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떠오르는 기억입니다.
연말에 집에 둘만 남은 탓에 영휘가 수족관을 가자고 졸랐더랬죠.
당신의 시간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하얀 눈의 색입니다. 그것만이 여전히 희고 투명합니다.
아쿠아리움에 도착하면 최근 며칠간의 일들이 다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일상적인 광경이 이어집니다.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건물 안으로 입장하고 직원들은 입구에서 손님을 맞느라 분주합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배경으로 깔립니다. 두 사람도 입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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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내에서 갈 수 있는 공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바다 물고기 / 강 물고기 / 심해 물고기 ]
한영휘:...
정희원:(주머니에 코리안 얀데레 소드 챙겨놓음)
한영휘:꼭 내일이 오지 않게 하자.
정희원:그래. (옅게 웃는다.)
(혹 수상한 시선이라도 있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한영휘:(살짝 긴장한 채이지만, 풍경에 정신 팔려 걷는다.)
누나는 어디 물고기가 제일 좋아?
정희원:(곰곰...)
역시 심해려나.
한영휘:역시.
(심해 물고기 쪽으로 걸어간다.)
정희원:심해어들은 환경이 육지랑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특히나 개성이 강한 종이 많아. 인간들은 흔히 비상식적인 형체 왜곡에 공포를 느낀다고들 하는데 그래서인지 심해어에 공포를 느끼는 인간들도 많더라고. 환경이 달라서 그렇게 진화한 것 뿐인데 말이야. 난 어렸을 때 심해어를 그냥 외계인 정도로 생각했어. 돌이켜보면 크게 다른 말도 아니지. 우리는 심해에서 살기 힘드니까. 그거 알아? 심해 탐사를 한 번 할 때마다 새로 발견되는 종이 굉장히 많대. 심해 또한 우주와도 같은 미지의 영역인 거지. 난 우주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 있지만 정작 지구의 심해에는 모르는 게 많아. 그래서 심해어에 조금 더 관심이 가는 걸지도 모르겠어. (가이드인가? 싶을 정도의 설명량이지만 좋아하는 거 필버하는 중이다.)
한영휘:....
(멍청한 표정)
오..정말 대단하다!
누나는 정말 아는 게 많구나~
정희원:그러고보니 블롭 피쉬라는 심해어 알아? 못생긴 외모로 한 때 유명세를 탔던 심해어인데 못생긴 동물 협회의 마스코트가 되기도 했어. 정말 보면 못생긴 사람처럼 생겼더라고. 근데 그건 심해와 육지의 압력 차이 때문에 몸에 변형이 생긴 거야. 그리고 유령 상어는... (주절주절주절주절)
(구경하면서 설명한다.)
한영휘:우와 그렇구나 진짜 신기하다
그런 것도 있구나~
누나는 언제 그런 걸 다 배웠대?
정희원:(중략) ... 그래서 그 물고기는 머리에 투명한 물질이 채워져서 그 안에 눈이 있는 형태의 심해어 종인데...
영휘야. (불쑥)
한영휘:ㅇ..
응?
(멍 때리다가 놀란다.)
응. 누나.
정희원:2
누군가가 우릴 계속 쳐다보고 있어. (눈짓으로 제 뒤쪽 가리킨다.)
한영휘:....?
(슬 티 안나게 뒤를 바라본다.)
정희원:(←이 사람 오디오가 끊이지 않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던 사람이 넋을 놓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한영휘:...
...
(웃음 터뜨린다.)
아하하하!
하하하!
정희원:...왜?
한영휘:멋있어서 쳐다보는 거잖아.
누나 설명이 감명 깊었나봐.
정희원:응? (그제서야 뒤 돌아 얼굴 마주본다.)
영휘 네가 관심 없길래 나도 내 할 말만 했는데...
한영휘:아니, 관심 없는 건 아니고.
어려워서 멍 때렸어.
그리고 심해어 예쁘길래 보느라 정신 팔려서. (수족관 턱짓한다.)
정희원:어디가 어려웠는데? (교수 톤)
(자연스레 시선 향한다.)
어둠 가운데에서 심해에 사는 물고기들만이 자체적으로 빛을 내며 수조관을 꾸미고 있습니다.
아귀는 초롱불을 밝히고 다음 먹이를 생각중이며, 기이하게 생긴 해파리들이 유유자적하게 물 속을 헤엄치고 있습니다.
조명도 어두컴컴하기에 두 사람도 꼭 이렇게 있으면 깊은 바다 속에 들어간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정희원: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순간적으로 물고기들의 모습이 기이하게 변합니다. 모양이 찌그러진 물고기부터 눈 위치와 지느러미의 위치가 바뀌어있다던가..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냥 심해 물고기 일 뿐입니다.
한영휘:예쁘지?
정희원:(눈 가늘게 뜨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물고기들이 좀 이상한데.
한영휘:음?
(물고기 빤히)
원래 이렇게 생기지 않았나?(갸웃)
정희원:지금은 괜찮은데, 방금...
찌그러지거나 이상해져 있었어.
한영휘:....음.
어쩌면 이 수족관이 정말 원인이겠네.
일그러진 공간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니까..(하이란을 상기한다.)
정희원:그렇지. (날쌘 눈으로 직원을 좇는다.)
직원들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한영휘:일단 샅샅이 살펴보자.
정희원:그래. (끄덕이고는 심해어들을 마저 구경하다가, 바다 물고기 보러 간다.)
바다 물고기
입장하자마자 감탄사부터 나오는 공간입니다. 넓은 수족관에 커다란 고래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고, 그 뒤로 작은 물고기들이 떼지어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말미잘과 흰동가리들이 재잘거리며 엉겨붙고 있기도 하며 한 쪽에서는 해파리가 너울거리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파도 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어두운 수족관 내부에 조명이 포말처럼 흩어집니다. 바다 코너는 한참을 이어집니다.
한영휘:와. 예쁘다. (이 쪽이 좀 더 취향인 듯 눈 떼지 못한다.)
정희원:정말 바다 같네.
한영휘:바다는 언제 봐도 멋져.
정희원:너랑 잘 어울려.
한영휘:하핫. 그래?
정희원: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잠시 눈을 깜빡인 순간, 물고기들의 모습이 변합니다.
머리가 두개 달린 물고기, 다리가 있는 물고기, 눈이 다섯개인 물고기 등.. 하지만 다시 눈을 깜빡였을 땐 멀쩡한 물고기들이 수족관 속을 헤엄치고 있습니다.
정희원:또 잠깐 모습이 이상해졌어.
한영휘:으음..
왜 나한테는 멀쩡하게 보이지?
이번엔 누나가 타깃인 거 아냐?(소근
정희원:... 가만 있지 않을 거야. (주머니에 손 넣고 칼손잡이 꽉 쥔다.)
한영휘:..안엔 뭐 들었어?
정희원:비밀.
한영휘:하여간.
(바다 물고기 한참 구경하다 강 물고기 쪽으로 걸음 옮긴다.)
정희원:(주위 두리번거리며 따라간다.)
강 물고기
입장하면 배경음악으로 철새 소리가 무리지어 들려옵니다. 연어들이 세차게 헤어치고 있습니다.
한 켠에서는 비단잉어들이 아름다운 색을 뽐내며 지느러미를 흔들고 있습니다. 개굴개굴 하는 개구리 소리도 들려옵니다.
수족관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물고기들이 많습니다. 물도 더욱 맑습니다.
송사리 수백마리가 함께 모여 물 속을 헤엄치고 있습니다. 민물고기들은 화려한 색은 아니더라도 수수한 매력이 있습니다.
정희원: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잠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물고기들의 모습이 변합니다. 머리에 뿔이달린 물고기, 형체를 알 수 없는 물고기, 한 번도 보지 못한 색으로 빛나는 물고기 등..
하지만 다시 시선을 둔 순간 멀쩡하고 아름다운 물고기들이 수족관을 헤엄치고 있습니다.
정희원:(째릿!!!)
물고기: (움찔
정희원:
듣기
기준치: 60/30/12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마침 쇼가 시작할 거라는 안내방송이 아쿠아리움 내부에 퍼집니다.
어떤 쇼인지는 알려주지 않았죠. 수달일까요? 돌고래? 혹은 물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영휘:역시 이 쇼가 문제려나.
(턱 짚고 고뇌)
정희원:일전에도 이 쇼를 봤었어?
아, 지금 네게는 물어봐도 모르나.
한영휘:지금은 모르지. (어색하게 웃는다.)
미래에 대한 기억은 꿈처럼 남아있긴 해. 누나가 말해준 것도 있고.
정희원:응.
한영휘:하지만 이 쇼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나.
정희원:그럼... 관객석에는 앉지 않고 멀리서 살피는 건 어떨까.
한영휘:..좋아.
확인해보자.
정희원:(끄덕이며 쇼 방향으로 향한다. 인파가 몰려가면 굳이 사이에 끼어들지 않고 뒤에서 걸었다.)
- 심해인 쇼
쇼를 한다고 하는 공간으로 점점 걸어가다보면 어디선가 벽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째지고 짖는 듯한, 사람이 아닌 동물도 아닌 무언가가 내뱉는 고성. 더 가까이 가면 그 광경은 실로 놀라울 정도입니다.
정희원:(멈칫)
반짝이고 미끄러운 몸, 비늘이 덮여있는 돌기, 물고기를 닮은 얼굴 두 발로 걷기도 하고 네 발로 걷기도 하며 그것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정희원: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그들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살려달라고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잠시 지켜보고 있으면 물 속에 그것들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거대한 문어처럼 생긴 이 것들은 수많은 촉수들을 휘적거리며 물 속을 유유히 헤엄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간입니다. 방금 전 보았던 이상한 생물체들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멀쩡한 사람들과 물개가 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피곤해서 잘못 본 걸까요? 쇼는 한참동안 이어집니다.
물 속에서 물방울을 내뱉기도 하고 공중제비를 돌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합니다.
정희원:방금 봤어? (입구 쪽에 걸터서서 묻는다.)
한영휘:(고개 끄덕이고 턱짓 한다.)
응. 여기가 이상지점이네.
더 볼 것도 없겠어.
그렇게 넋놓고 쇼를 감상하고 있으면 어느새 쇼는 끝납니다.
그리고 갑자기 방 전체가 소등되더니 바닥에 불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합니다. 그 불은 어느 방을 가리킵니다.
어느새 관중들은 사라져 있습니다.
꼭 그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정희원:(흠칫한다.)
한영휘:(희원 응시한다.)
정희원:(방 보다가 너랑 눈 마주치더니) ...갈까?
한영휘:응.
같이 가자.
정희원:(끄덕이고는 방으로 향한다.)
영문모를 불안감을 안은 채 이어지는 길로 들어갑니다.
그 안으로 들어서면 돔 형식의 통로를 제외하고는 방 전체가 수족관인 장소입니다. 거대한 문어부터, 상어. 작은 물고기..
가오리가 희원의 머리 위를 유영하고 톱상어가 영휘의 옆을 지나갑니다.
그동안 겪었던 힘든 일들을 위로라도 해주듯 이곳은 아름답고 황홀한 공간입니다. 얼굴 위로 물결이 치고 빛이 반사됩니다.
통로의 길이는 꽤 길어서 한참을 걸어야 다음 장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다음 장소에 도착하면 벽 한 면이 다 물로 가득차있는 커다란 수조가 있고 그 안에 커다란 고래가 한 마리 수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다른 물고기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 사람이 한 명 앉아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첼로를 들고 있습니다.
수족관 앞에는 앉아서 관람할 수 있게 긴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한영휘:(성큼 들어선다.)
정희원:(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의자에 앉는다.)
희원과 영휘가 장소로 들어와 착석하면 연주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음악은 날카롭고, 귀를 찌르는 듯한 소리로 절대 첼로의 소리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정희원: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정신이 점점 몽롱해집니다.정신을 차리려고 하지만 점점 눈이 감겨옵니다.
잠시 정신을 놓은 순간이었던가요. 눈 깜짝할 사이에 옆자리의 한영휘가 사라져 있습니다.
수족관의 고래는 그대로 헤엄치고 있고 연주자는 여전히 첼로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음악이 이어집니다.
정희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고래가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묘한 기분입니다.
정희원:(자리에서 일어난다.)
뭘 하는 거죠? (적개심이 옅게 서려있다.)
그러자 고래 또한 정희원의 쪽으로 헤엄쳐 내려옵니다.
그리고 두 생물체가 눈이 맞닿았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눈 한 올이 정희원의 뺨으로 톡 떨어집니다.
배경이 삽시간에 변합니다.
고래나 연주자는 온데간데 없고 희원은 광활한 눈밭위에 홀로 서 있습니다.
정희원: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음
하늘에서 눈이 내립니다.
폭폭하게 내리는 눈은 조용하고 고즈넉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아무것도 없고 그저 눈만 있는 넓은 눈밭입니다.
정희원:(두리번거린다.) 이런 걸 보여주시는 저의가 무엇인가요?
눈 밭에 누군가가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희원:... (다가가서 확인한다.)
가까이 다가가보면..영휘입니다.
그는 마치 잠에라도 든 것처럼 평온하고 고요한 표정입니다.
정희원:(앞머리 위에 묻은 눈을 털어주며) 영휘야.
눈을 털어주는 순간, 그는 눈이 되어 폭삭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머릿속에 질문이 하나 떠오릅니다.
' 자신을 친애하는 기억을 잃는 사람도 아낄 수 있는가? '
정희원:궁금해하지 마세요.
자꾸만 이용당하는 위치라 불쾌하네요.
잘난 권능이 있으시다면 똑바로 앞에 서서 말씀하시죠.
웃음 소리가 울립니다.
머릿속에 기억이 스칩니다.
한영휘와 자신의 모습입니다.
하얗게 질린 피부를 하고 파란 핏줄이 온 몸 구석구석에 퍼져서 창백한 모습..
다시금 정희원의 머릿속에 질문이 하나 떠오릅니다.
' 외적인 모습이 변한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가? '
정희원:(자신은 이미 의사를 밝혔다. 무응답한다.)
눈이 계속 내립니다.
첫 번째 날의 꿈입니다.
총을 맞고 쓰러진 것처럼 주변으로 피가 번지는 풍경입니다.
또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것 까지 할 수 있는가? '
정희원:왜 계속 물어보시는 거죠?
다시 웃음 소리가 울립니다.
마지막 질문인 듯, 더 이상은 질문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정희원:...(불쾌한 표정이다.)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는 건 우선순위가 바뀐다는 거예요. 뭔들 못 할까요? 한계가 있을 뿐이죠. 시험하려 들지 마세요. 이용 당하는 것 같거든요.
당신은 작은 상자 안의 신에게 일갈합니다.
그 거부가 동등한 의사로 전달되었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아니, 아니기에 대답으로 간주될 수 있었던 걸까요? 이번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가 아니라 영휘의 목소리입니다.
그는 한 손에 빛이 나는 무언가를 들고 있습니다.
한영휘:누나!
정희원:...(손에 들린 것을 본다.)
한영휘:(작은 유리공예 같이 생긴 것을 들고 네게로 다가간다.)
한참 찾았어.
정희원:...뭔데?
한영휘:응?
아. 이걸 말하는 거야?
(빛나는 것을 들어올린다.)
정희원:응.
(좀 전의 일 때문인지 떨떠름한 얼굴이다.)
한영휘:.."색채"야.
내가 말한 적이 있다며.
거부하면 같이 온 사람에 대한 기억을 없앤다고 했었던 거 말야.
정희원:...응.
한영휘:..이제 좀 납득이 가네.
애초부터..여기가 멸망을 불러일으키려는 실험장 아니겠냐구.
하!
처음에는 내가 이걸 받아들인다고 했었어.
정희원:좀 열받네.
한영휘:나도 그래.
이계신이라는 것들은 항상 왜 이러냐?
정희원:...(흠. 헛기침을 하고)
그래서, 이제 버리려고?
한영휘:...
(우물쭈물)
정희원:...왜 그러니?
한영휘:...
기억을 잃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놀아나는 기분이 들어서 화나기도 하고..
정희원:어느 쪽이든 그렇잖아?
한영휘:...
이 수족관을 파괴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희원:(흥미로운 듯 고개 기울인다.) 답지 않은 생각을 하네.
한영휘:이게 답지 않은 생각이야?..
정희원:(끄덕인다.) 한 세계를 파괴한다는 뜻이잖아.
싫은 건 아니야. 마음에 들어.
한영휘:...,
진짜 돌고래 아니잖아. 그냥 우리를 집어넣은 이계신의 환상 아니겠어?
정희원:정말 그럴까?
한영휘:..무슨 뜻이야?
정희원:(고개 젓는다.)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하다면 그렇게 해.
한영휘:..무슨 뜻으로 말한 건지 알려줘.
정희원:심해인들 같은 이종족이 보였거든.
한영휘:...
그렇다기엔..이 때까지 몬스터들 잘만 죽여왔잖아.
정희원:그럼 왜 망설여?
한영휘:....전부 부순다고 잘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정희원:(네 손에 들린 것을 낚아 챈다.)
한영휘:헉.
정희원:괜찮아. 부숴 버려.
미래가 없는 것보다야 낫지.
(색채를 저 멀리 던져버린다.)
한영휘:...
(네가 던지면 멍하니 눈밭에 파묻힌 색채를 바라본다.)
정희원:(어깨 톡 친다.) 기억을 잃으면 다른 애들이 어떻게든 해주겠지.
한영휘:.......
누나는..
우리가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아?
정희원:한번 더 시도해 봐. 넌 젊잖아.
한영휘:...
그럴까?
..누나가 기억을 잃는다면,.
정희원:(끄덕인다.)
영휘 네가 기억을 잃으면 나도 노력해 볼게. 넌 그래도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파묻힌 자리의 눈밭을 발로 다지며) 둘 다 잃는다면 어쩔 수 없지. 아쉬운 사람끼리 잘 타협 볼 수 있길 비는 수 밖에.
한영휘:난.. 어느 쪽이든 슬플 것 같아.
누나는 고르자면, 뭐가 편해?
정희원:흠...
만약 좀비 사태가 다시 발발하면, 팬데믹 수준까지 갈까?
헌터들이 다시 활약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겠지?
한영휘:흠.
솔직히, 우리가 미래처럼 죽었어도.
감염되지 않은 헌터들은 다시 활약할 수 있게 됐겠지.
정희원:그랬겠지. 하지만 이전은 좀 지지부진했어.
희생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두고 싶네.
그래서 난 감염되고 싶지 않아. 너도 감염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한영휘:확실히 내가 감염된 건 악수였어.
정신이 없는 동안 몇 명을 물었는지도 가늠이 안 가는데. 평범한 사람이면 저항 못 했겠지.
정희원:(끄덕인다.)
저 색채를 가져가는 건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
한영휘:..하지만 다른 사람을 희생 시킬 수는 없어.
정희원:...
한영휘:이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면,
이 수족관의 입구를 닫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어?
정희원:...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역시 파괴시키자.
한영휘:...
빠져나가서 닫는 거랑 뭐가 다른데?
정희원:소멸시키면 확실하게 접근을 막을 수 있잖아.
한영휘:그럼 아예 색채를 들고 나가자.
정희원:그럼 감염되는 거 아니야?
한영휘:...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전에는 받아들이는 선택을 했을 때에 감염됐어.
정희원:흐음.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고, 눈밭에 파묻힌 색채를 꺼낸다.)
그렇게 따지면, 부수는 거랑 별 차이 없겠네.
한영휘:(성큼 다가가 네 팔을 잡는다.)
정희원:왜?
한영휘:..하아.
들고 나가면 해결책이 있을 수도 있잖아.
정희원:무슨 해결책?
한영휘:우주물질에 대한 연구자헌터에게 들고 갈 수도 있겠지.
여러 명이서 부숴보는 방법이나, 매장하는 방법도 있을 거고..
정희원:...하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녀석한테 물어볼까. (하늘 가리킨다.)
한영휘:(하늘을 올려다본다.)
말이 통하긴 해?
뭐라고 물어보려고.
정희원:(곰곰.)
당신이 인간에게 하려던 수작질은 다 끝났어요.
' 선택해야 합니다. 색채를 받아들일지, 기억을 잃을지, 혹은 그 외에 선택을요.'
둘의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흘러듭니다.
한영휘:그냥 이거 들고 가면 되나?
정희원:아.
잠깐만.
한영휘:
정희원:(색채를 눈밭 위에서 굴린다.)
한영휘:오. 이쁜데?
정희원:(눈사람 몸통처럼 뭉쳐)
찰랑찰랑 소리도 납니다.
한영휘:오.
괜찮다.
정희원:이렇게 포장해 가면 적어도 접촉은 면할 수 있으니까.
' 이 곳에서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겁니까?'
정희원:지우세요, 기억.
이건 저희가 알아서 하죠.
'?'
한영휘:..확실히,
색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면..
세계에도 도움이 될 거야.
..이 기억은 지워지지 않을 테니까, 누나랑 다시 함께 할 수 있어!
정희원:인간이 이걸 어떤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인간들 저능하게 만들어서 전쟁 붙이려는 진부하고 유치한 그쪽 생각보단 재미있을 걸요.
'인간 주제에 뭘 할 수 있을 것 같나?'
'정신승리 해봤자 기억을 잃는 선택을 했을 뿐입니다.'
'변한 것은 없습니다.'
정희원:후후... 전능하셔서 좋으시겠네요.
인간의 몸으로 신의 권능에 도전하는 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디 기억해 주셨으면 하네요.
연구 결과가 궁금하다며 다시 돌아오셔도 반겨드릴 지는 미지수지만요.
마음대로 하세요. 저희 선택은 끝났어요.
한영휘:(옷 벗어서 둘둘 말아줌)
만약 깨져도 가져갈 수 있게 이렇게 두자.
'나의 색채를 빼돌리겠다는 겁니까?'
정희원:쓰겠다고 했잖아요.
'그건 곤란합니다.'
정희원:어머... 당신 같은 존재한테도 곤란한 게 있군요?
'결정은 무용하게 파괴될 것입니다.'
챙그랑!
하늘이 부서집니다.
위협하듯 사이로 얼음이 꽂힙니다.
정희원:그건 곤란한데.
지우기로 한 건 저희의 기억 뿐만이 아니던가요?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순간부터 그 결정은 무용한 것입니다.'
한영휘:누나는..
이제 능력을 못 쓰는 거지?
정희원:응. 그 물질이 없어서. 갑자기 왜?
한영휘:그럼 내가 데리고 나가려고.
여긴 물이 많은 공간이니까.
정희원:그래.
하늘까지 닿을 수 있겠어? (감싸져있는 수정에 제 목도리를 두르고 꼭 안는다.)
한영휘:눈의 수분을 전부 끌어모은다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어.
일단 업힐래?
'결정은 무용하게 파괴될 것입니다.'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순간부터 그 결정은 무용한 것입니다.'
정희원:응. 업힐래.
한영휘:(무릎 꿇고 상체 숙인다.)
정희원:(수정 품에 안은 채 업힌다.)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순간부터 그 결정은 무용한 것입니다.'
색채를 빼돌리기로 결정하자 희원의 품에 있던 빛의 결정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반으로 깨집니다.
그러나 희원은 사라지지 않은 결정을 품에 안습니다.
범람하는 물보라를 타고 무너지는 하늘을 빠져나갑니다.
작은 세계가 무너집니다.
바다를 타고 수족관을 빠져나오면 익숙한 풍경들이 옆을 향합니다.
본래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 될 존재들.
기이한 물고기와 심해어, 톱상어, 가오리, 해파리들..
파도와 함께 전부 흩어져 사라집니다.
그와 동시에 배경이 점점 바뀝니다.
건물들이 들어차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영휘와 희원은 신의 상자에서 빠져나와 거리에 서있습니다. 그리고 함박눈입니다
파도를 헤치고 나온 탓에, 물에 닿은 피부가 홧홧합니다.
하늘에서 함박눈이 쏟아집니다.
한 올, 한 올 내리는 눈은 희원의 눈에 닿고 영휘의 머리에 닿습니다.
뺨에 닿는 냉기가 현실임을 자각시켜줍니다.
발목까지 차오른 눈밭 사이에서 두 사람이 서있는 자리만이 눈이 쌓여있지 않습니다.
당신의 품에는 두 동강 난 결정이,
그리고 이전 결정을 받아들였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이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한영휘:우리가 세계를 구한 셈인가요?
영휘의 목소리가 펑펑 내리는 함박눈 틈에서 느리게 울립니다.
아마 그에게 남은 기억은 결정에 대한 약속의 편린.
처음입니다. 모든 것이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함께 해온 날들이,
헤쳐나가기로 한 일들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앞으로도 함께 할 것입니다.
새로운 추억을 쌓고, 새로운 만남을 가지며 우리 둘 만의 내일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둘의 이야기로 덧입힐 것입니다.
괜찮습니다. 사라져도 괜찮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변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내일은 다시 새로운 하루가 될 겁니다.
한영휘:잘 부탁해요. 내일도.
정희원:(입김을 느리게 뱉고 미소짓는다.)
(눈에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제 코트 품 속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건넨다.) 정희원이에요.
기억은 없지만, 아마 연락처는 남아있지 않을까요...? (확신 없는 투로 말하고는) 시간 되시면 연구소로 찾아오세요. 이것 때문에 구문할 거리가 많으니까요. (품에 끼운 색채를 들고 으쓱인다.)
한영휘:..,같이 나중에 올 비극을 헤쳐나가기로 한 건 기억이 나요..... (명함을 멍청하게 받아 들고는 눈을 맞춘다.) 그치만, 너무 많은 일들을 기억하고 있는 걸요.
함께한 게 당신인 것도 알겠어요. 초면이지만..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 저는 해사대 2nx기 한영휘에요!
정희원:당연히 그 이야기만 하지는 않겠죠. 눈치가 좋으실 줄 알았는데? (농담조로 말하고는 후훗 웃는다.)
어쩐지, 대학생이셨군요. 잘 부탁해요, 영휘 씨.
공백들은 천천히 다시 알아가 보죠. 들어가 보세요.
한영휘:네? 눈치가 좋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요. (눈치 없이 웃는다.)
(명함 보고는) 희원 씨는 연구원이시구나.. 금방 연락하겠습니다. 추우시죠.
정희원:(;) (눈치 없는 모습 보고 이전에 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겠구나... 생각하고)
네. 눈이 많이 오네요. (뻣뻣해지는 손 끝에 입김 후 불며 발 돌아선다.) 영휘 씨도 어서 들어가셔서 몸 녹이세요. 연락 기다릴게요.
한영휘:네. 금방 연락할게요. (웃으며 길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으로..)
정희원:... 아, 방향이 같나 보네요.
한영휘:아. 네.
이 쪽으로 가면 저희 집인데..
근처이신 가봐요?
정희원:네. 같은 방향이에요. 세콩빌이라고...
한영휘:와. 저희 옆집일 수도 있겠어요!
기억을 잃었다는 게 무섭네요.
아! 저도 세콩빌 살거든요.
정희원:어머...
(음... 이런 학생이랑 같은 빌라에서 종종 마주쳤겠구나. 하고 간다.)
한영휘:(약간 착잡하네..하고 간다.)
정희원:(엘베 탐)
한영휘:(같이 탐)
(먼저 층 누름)
정희원:(O_O)
(카마니 있음)
한영휘:몇 층이세요?
눌러드릴까요?
정희원:아뇨.
거기에요.
(ㅇ_'ㅇ)
■■01호인데...(어쩐지 불안한 느낌.)
한영휘:?
(ㅇ.ㅇ)
(멍하니 엘베 내려서 같은 집 문 앞에서 마주쳐)
(ㅇ_ㅇ)
정희원:...여기 제가 세대주인 집인데.
도어락 번호 아세요?
한영휘:(ㅇ.ㅇ..)
(삐삐삐삐)
(띠리링)
정희원:(제 이마 쳐서 찰싹 소리 난다.)
... 아무래도 많은 부분이 저희 기억에서 지워진듯 하네요.
한영휘:....
(고개 끄덕인다.)
..설마 해서 묻는 건데.
혹시 섹시홍대셨어요?
길드요.
정희원:섹... .............. 하...
,,,,
......................... 딱히 자의로 들어가겠다고 한 건 아니었지만요.
윤리온이 하도 종용하길래... (어쩌면 얘만이 아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영휘:와...
일단..들어가서 얘기할까요? 믿기지가 않네요..
같이 세계 멸망을 막은 팀원을 잊다니..,
정희원:...
한영휘:우리 하루 종일 얘기해야겠어요. 이건 말도 안 돼요!
정희원:... 저, 영휘 씨.
한영휘:네.
정희원:... 아니에요. 천천히 이야기하죠.
한영휘:(고개 끄덕끄덕)
정희원:...
한영휘:그러네요. 희원 씨도 오늘 고생하셨으니까.. 우선 쉬는 게 우선이죠.
정희원:그런데, 음...
누가 세계 멸망을 시키려고 했는지는 기억 안 나세요?
한영휘:그게...
음..얘기하자면 길어질 것 같아요.
제 은인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해서..
..
(누구였더라?)
정희원:은인......................?
(... 꿀꺽.) 네. 전 일단 좀 씻으려고요.
한영휘:네. 우선 몸부터 녹이죠.
저도 옷 갈아 입을게요. 형이랑 누나..주원이 오면 얘기해도 되겠어요.
희원씨도 세콩이시니까! 기억 금방 찾을 것 같네요.
(^_^)
정희원:...연은제랑 윤리온이 저희 기억을 멀쩡히 찾을 수 있게 도울 수 있을까요?
(심각..)
한영휘:리온이 누나는 몰라도 은제 형은 괜히 거짓말 안 하잖아요?
주원이는 더 안하고요. (웃음)
정희원:연은제도 놀릴 땐 진심이에요.
한영휘:헉?
형 말은 다 믿었는데
정희원:... 주원이한테 물어봐야겠다...
네? 뭐...
어느 쪽이냐고 하면 은제 쪽이 제일 신뢰가 가는 사람이긴 하죠.
한영휘:그렇죠. 하지만 리온이 누나도 진지할 때는 또 의지가 되니까요.
정희원:네?
한영휘:네?
정희원:.... ......... 아니에요. 그래요. 나중에 이야기해요.
(욕실로 들어간다.)
한영휘:네. 쉬세요. (말끔하게 웃고 방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