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ACA
2025-11-26
감독: 한영휘
출연: 정희원


도입 - 차 안에서
“역사상 최악의 태풍 '에밀리'가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평균 풍속 300km/h, 분당 최대 풍속 378km/h 이상을 기록하면서 전문가들은 피해규모조차 예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 태풍 경로에 놓여있는 플로리다는 동남부에 거주민들에게 긴급대피명령을 내렸으며 … … .
어두운 오후. 차창에 빗물이 질척하게 달라붙었다가 긴 줄기를 남기며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을씨년스러운 바람은 상대적으로 내륙인 이곳, 미시시피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면서 둘의 일정을 완벽하게 망쳐 놓았습니다.
비행기도 배도 전혀 뜨지 못하는데다 가는 가게마다 문을 줄줄이 닫아버렸으니 말이죠.

그랜드 캐니언과 미국 국립 연구소를 방문했던 완벽한 일정은, 마지막 날 '에밀리'의 방문으로 인해 박살나고.
완전히 발이 묶였습니다.




흐아아아어암..

... ...졸지 마.

응. 여기서 졸았다간 큰일 나겠지~
쉴새없이 눈과 귀를 조롱하는 천둥번개에 그는 다소 지쳐보입니다.
그래도 주변 호텔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방 하나를 간신히 구해 쉴 곳을 찾았으니 다행입니다.
게다가 아무 호텔도 아니죠. 이 동네에서 가장 명이 자자한, 꺼지지 않는 화려한 불빛의, 그 이름이라 함은…

이 산 중턱만 넘으면 되나.. 피곤하지?

딱히. (차창 밖을 본다.) 온통 일정 생각 뿐이야.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밀리는 건 싫은데.






침대는 몇개야? 욕조는 있어? 냉장고는 몇 칸? 화장품은?


됐어. 급하게 잡은 건 알고 있으니까.
...일정이 밀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서, 짓궂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네.
넌 속 편해서 좋겠다.

침대랑 욕조! 화장품.. 같은 건 로비에서 내가 물어볼게!
나야 뭐, 요즘은 거의 훈련이라..

네 능력으로 태풍이나 어디로 날려 주면 좋겠네.

그 뭐더라.. 역관성? 역성? 때문에 도움이 안 된다고 했었어.
도시가 부서질 거라나 뭐라나~

(하품한다.)

나 그러고보니, 누나랑 공중에서 물 타는 꿈 꾼 적있다?
(*각주 : 함박눈 안단테)

...
근래 들어서는 드물게...
아이 같은 말을 하네.

나 요즘 좀 어른 같았어?

(대답하지 않고 힐끔 보기만 한다.)

(기대하는 눈으로 대답을 기다린다.)


어느정도 대화가 오가던 도중..
빵 ―
역주행하던 트럭 한대가 굵은 빗줄기를 뚫고 클락션을 울리며 코앞으로까지 다가옵니다.
한영휘가 직전에 재빨리 핸들을 꺾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트럭은 비틀거리더니 사과도 없이 쌩 떠나 버립니다.
방금까지 무슨 얘기를 하던건지 잊어버릴 정도로 크게 놀란 둘은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뭐야, 저 트럭...

(역주행으로 넘어가는 트럭 백미러로 보면서 심호흡한다.)
누나..! 괜찮아!??(전방주시하면서 말 건다.)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68 |
| 판정결과: | 실패 |
문제 없어.
불이 꺼진 뒷자석에서 새가 지저귀는 것 같이 높고 청량한 소리를 듣습니다.


호텔 가자마자 파스 붙여줄게!


우리 엄마도 허리 나가고 요즘 디스크로 누워만 있대.



그냥 자조하는 농담이었으니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줘.

(이내 차 몰아서 호텔로 향한다.)
무례한 조우를 뒤로 하고, 둘은 궂은 비를 뚫고 조금 더 달려 모망젤 호텔에 도착합니다.
“ 어서 들어오세요! 지독한 태풍이네요.”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된 입구에서 나온 연로한 도어맨이 장우산을 씌워주며 환한 미소로 반깁니다.
짐을 맡기고 서둘러 호텔 안으로 몸을 피하면 이번에는 유니폼을 갖춰입은 벨맨이 살가운 인사를 건넵니다.
[입구]와 [한쪽 구석], [벨맨], 그리고 [숲]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얀 대리석이 오성급 호텔다운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며, 입구를 전체적으로 장식하는 작고 큰 등들이 따뜻한 빛망울을 만듭니다.
미시시피의 등대, 샹들리에의 불이 꺼질 줄을 모르는 곳이란 명성에 걸맞는 모습을 갖추고 있군요.

(한쪽 구석에는 뭐가 있는 걸까?)
[한쪽구석]
비교적 외진 구석에서 꼬질꼬질한 차림새의 노인이 낡은 카드보드지 한장을 들고 직원들과 다투고 있습니다.

목에 핏줄을 세우고 침까지 튀겨가며 직원들에게 온갖 폭언을 쏟아내고 있는데, 반대로 호텔 직원들은 이질적으로 느껴질 만큼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군요.
관찰력/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17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카드보드지에 적힌 글씨를 발견합니다.
‘Mt 15:19’ 라고 써져 있는 것 같습니다.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4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위험’과 ‘정전’, ‘재난’ … … 귀를 기울이면 예사롭지 않은 단어들이 들립니다.
난데없이 진상을 부리는게 아니라, 무언가를 경고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려던 걸음을 돌려 노인에게로 간다.)
실례합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영어)
무슨 일 있으신가요?
노인에게로 당신이 다가가려 할 때,
누군가가 당신을 가로막고 빙긋 웃습니다.

8:42PM벨맨:일행 분이 체크인을 마치셨습니다.
찾고 계시더라고요. 가시죠.
멀리서 한영휘가 파스 든 채 손 흔들고 있습니다.

(벨맨 슬쩍 살펴보고 간다.)
훤칠한 키에 산뜻한 인상을 가진 남자입니다.
부드러운 갈색머리를 뒤로 말끔히 넘겼으며, 모망젤의 상징색인 고급스러운 버건디 벨벳수트는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벨맨을 따라 호텔 광장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서 직원과 투숙객들이 뒤섞여 분주히 움직입니다.
벨맨과 같은 복장을 차려입은 직원들이 카트에 짐을 한껏 실어 나르거나 길 안내를 하느라 분주해 보입니다.
8:45PM벨맨:미시시피의 등불, 모망젤 호텔은 83년의 전통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건 전직원의 투철한 주인 정신과 철저한 관리 덕분이죠. 아름다운 뷰만큼 깔끔하고 세련되게 구성된 룸과 서비스를 기대해도 좋습니다..
그가 호텔에 대한 얘기를 하며 당신과 한영휘의 체크인을 돕습니다.

카운터 뒤 빼곡한 서랍장 중 ‘2308’이라 써있는 서랍칸 안에 있는 열쇠를 받아 대신 건네줍니다.



8:47PM벨맨:여분 키가 없어서 투숙객분들께는 하나만 제공해드릴 수 있으니 분실에 유의해주세요. 23층! 성수기에 구하기 힘든 방을 잘 구하셨네요.
2308호는 뷰가 특히나 아주 아름다울 겁니다.

아. 헉. 차키..
...누나, 나 차에서 빨리 키 좀 가져올게. 먼저 들어가 있어!

돌아올 때 다섯 번 노크해.


(먼저 방으로 들어간다.)
그는 차쪽으로 급하게 달려가고, 들어가는 문 근처에서 벨맨이 무어라 이릅니다.
8:50PM벨맨:…아, 한가지 당부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8:50PM벨맨: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본다면 바로 불을 키고 호텔 관리인을 불러주세요.
창문이 큰 호텔 특성상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에 의한 착란현상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신속하고 친절하게 문제를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희한하네요. 알겠습니다.
8:51PM벨맨:(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웃는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빕니다.
관찰 판정.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92 |
| 판정결과: | 실패 |
문이 닫히기 직전. 무전기를 든 크리스토퍼의 표정이 공포에 질린 듯 일순간 확 변합니다. 무슨 연유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방으로 가기 위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그가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시끌벅적한 로비와 상반되는 고요한 침묵이 좁은 공간을 채웁니다.
덜컹, 덜컹… 엘레베이터가 십몇층 언저리를 지날때 쯤, 천장의 불빛이 불안하게 깜빡거리기 시작합니다.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21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peep.” 차 안에서 들은 것과 똑같은 소리가, 이번에는 분명히 났습니다.
꺼림직한 동시에 뒤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인기척까지 느껴졌으니까요.

불쾌한 직감이 덮쳐오기 시작할때 쯤, 땡.
…도착을 알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고급스러운 버건디 카펫이 길게 늘어져 복도 끝에 위치한 2308호로 인도합니다.
양옆으로 2301호, 2302호.. 2307호까지 늘어져 있습니다.
복도에는 짐을 챙기는 투숙객들과 놀이방에 가고 싶다며 졸라대는 아이들로 북적거립니다.

너도 태풍을 피하러 왔니? (2308호로 걸어가며 말을 건네듯 중얼거린다.)
하루 이틀 정도는 괜찮아. 내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2308호 앞에 다다른다.) 나는 지금 조금 예민해져 있거든...
서로 얼굴 붉힐 일 없도록 하자. 네게도 얼굴이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찰칵, 잠금을 풀고 객실 안으로 들어간다.)
묵직한 금속 키를 구멍에 넣고 돌리자 어둠이 희원을 반깁니다.
센서가 달린 자동 등이 움직임을 감지하고 켜짐과 동시에...
방의 가장 끝쪽, 반대편 구석에 웅크린 누군가와 눈이 마주칩니다.
..아니, 사람이라 명명할 수 있을까요?
족히 2M는 넘어 보이는 그의, 아니, 그것의 인영은 까맣고 커다랗고 위협적입니다.
길게 늘어뜨린 팔 끝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서늘하게 자리잡고 있고 공처럼 커다란 눈은 당신을 뚜렷이 응시하고 있습니다.

9:01PM:: (GM):(ㄱㄴ)

서슬퍼런 눈이 당신을 응시하면 익숙하게 삿된 것입니다.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불이 꺼집니다.
동시에, 그것이 달려듭니다.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1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무슨 짓?
반사적으로 피했지만, ‘그것’은 얼마나 빠른지 서늘한 감촉이 당신의 어깨 위로 닿습니다.
손톱이 길게 스치고 간 곳에선 생리적인 소름이 돋고, 몸을 움직이자 꺼졌던 현관등은 금방 다시 켜지고 ..
…그것은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방안은 평온합니다.

찝찝한 경험은 분명 환각이 아니었을 겁니다. 살짝 내려다보면 손톱이 스쳐 지나갔던 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흙과 오물이 묻어 있고, 지독한 냄새가 올라와 희원의 코끝을 맴돌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방 안은 여전히 환하며 깨끗합니다.

위협적으로 굴지 않아도 돼. 나도 네게 해가 되는 짓은 안 할 테니까.
종일 습기 찬 차 안에서 있던 옷과 오물의 냄새가 뒤섞여 불쾌감이 듭니다.

(겉옷을 벗고 걸어둔다.)
살갗에도 함께 묻어, 냄새가 쉽사리 지워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기왕이면 샤워를 하는 것도 좋겠죠.

아, 안 되겠네. 무슨 냄새인가 싶겠어.
(샤워하러 간다.)
고급스럽고 깔끔한 욕실에는 정갈하게 정돈된 수건 몇장과 샴푸, 린스 비누가 구비되어 있고 반투명한 샤워커튼이 욕조와 나머지 공간을 나눕니다.
····

꽤 괜찮은 욕조가 있네.
(샤워커튼 너머로 뭔가 보여도 괘념치 않고 열어젖힌다.)
예쁜 욕조입니다. 취향대로 씻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샤워를 마친 후 욕조에 물 받고 들어간다.)
후와후와..

5성급 호텔 답게 따뜻한 물이 당신을 감쌉니다.
아주 노곤한 목욕이 이어집니다.

(하품)
그렇지 참... 영휘가 돌아오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을 텐데.
너무 늘어져 있어도 곤란하겠지.
(적당히 몸 지지고 나온다.)
노곤한 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 입던 중 ···
화장실 불이 미약하게 깜빡거리기 시작합니다.
신경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다 씻었으니 욕실을 뒤로하고 나가도 될 것 같습니다.

타이밍 좋게 방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게,
영휘가 드디어 도착했나봅니다.

(중얼거리며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방으로 나온다.)
나오기 전,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5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도 듣지를 않은 걸까요?
키는 오직 하나뿐, '방 안'에서 인기척이 들릴 리 없잖아요.

내 가방에는 손 대지 않길 바랄게...
(토다닷)
욕실 안에는 무기로 삼을 만한게 없어 보입니다.

(나가긔요)
‘그것’이 괴기한 소리를 내며 문으로 달려듭니다.

(방금 그 음성은 언어였을까...? 곰곰.)
검붉은 털을 가지고, 족히 3미터는 넘는 짐승이 당신을 향해 달려들어, 이빨을 벌립니다.
정면으로 맞서 싸우기에는 그것을 이길 수 없음을 직감합니다.

(아차... 눈으로 빠르게 사각지대를 훑는다.)
(적당히 도주할만한 경로를 찾고 몸을 숙여 피한다.)
희원은 욕실 커튼 뒤로 급히 몸을 피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숨어있는 것이 최선이겠습니다.
이윽고 화장실 불이 완전히 꺼지고 녹청색 비상등만 희미하게 빛을 냅니다. 문 밖에서는 지옥에서 올라온 화염처럼 정신없이 날뛰며 문을 부술 기세로 달려듭니다.
다른 호실들에서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때를 노리던 것들에게 급습을 당한건지 여기저기서 비명과 끔찍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정체모를 괴물들이 호텔을 광기로 물들었습니다.

(영휘는...)
(알아서 잘 하겠지. 헌터고 예비해군이니까.)
(눈만 힐끔 내밀어서 구경한다.)
소음으로 가득찬 암흑 속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딘가에서 물이 역류하여 올라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보글보글 끓다가 바닥에 넘쳐 흐르면서 찰방거리는 기척이 바로 옆에서 느껴집니다.
긴장감 속에서 소음은 잦아들고, 축축한 발걸음이 욕조 바로 앞까지 다가옵니다.
아, 그것들이 결국 싱크대 하수도까지 타고 올라와 안으로 들어온 것일까요. 사방이 조용해집니다.

(어둠에 거의 동화돼서 빨간 동공만 켜진 채로 끔뻑끔뻑)
커튼 뒤로 누군가의 인영이 흐릿하게 비춰보이다가, 명확하게 보입니다.
이상하리만큼 침묵을 지키던 이가, 얼마 후 입을 엽니다.

(뻘건 눈을 보고 커튼을 탁 다시 친다.)



손 하나 들어가지 못할만큼 가느다란 하수도를 타고 올라왔을 리가 없는데, 그를 닮다못해 똑같은 어조입니다.
‘그것’은 당장 당신을 해할 생각이 없어 보이며, 당신 또한 그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야. 누나! 한영휘.
정확히는 한영휘의 peeper.



계속 따라오던 게 너였구나?

이제 생겼어. 덕분에 대답도 할 수 있고.
그러니까. 누나의 휴식을 방해한 건 내가 아니라구.


왜 이렇게 태연한 거야? 누가 보면, 누나가 해군인 줄 알겠어. (제 허리춤에 손을 올린다.)

위협적인 상황이긴 했지만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니까...
이제 걷어도 돼? (커튼 잡는다.)

뭔가 커튼 뒤로 둔 이유가 있었는데.
잘 기억이 안 나.
일단 위험하니까 좀 있어봐.
누나 꼬불치고 음침하게 앉아있는 거 잘하잖아.

...
(뒷말에는 조금 삔또상했다.)

허리가 배기면 파스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어.


(커튼을 가림막으로 두고, 지척으로 와서는 걸터앉는다.)
(네게는 흐릿하지만 정확하게 보일 인영이다.)

(손 뻗어서 커튼 한 장 두고 얼굴 만져본다.)

(그는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그 손길을 가만히 받고 있다.)

무슨 생각 하니?



주원이를 건드리기에는 너무 멀리 있고. 지금 당장 못하고.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한영휘라도 건드리기에, 마찬가지로 시간이 부족하고..(목을 쭉 편다.)

상대를 잘못 찾아버렸구나?

당신의 것만 있으면 되는데..
(슬 커튼 걷어서 뻘건 눈 본다.)
(절레절레) 어떡해..



영휘를 건들기에 시간이 부족하단 건, 영휘는 이 근처에 없니?



그 녀석이 쉽게 죽진 않을 것 같은데..
난 좀 시간이 부족하단 말이지..

흐음...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다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게.



(천장을 바라봤다가 다시 마주한다.)
이 녀석의 약점을 알려줄게!

...약점?

거의 없어보이긴 한데.
바보라서..



내가 모르고 있는 약점이 있을 거란 기대를 걸어봐도 좋으려나.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일어난다.) 좋아.
그럼... 슬슬 나가고 싶은데?

목숨 부지 하고 싶다면 이 안에서 해결해야 해.

피퍼와 인간을 구별하는 법이라도 있어?


(커튼을 걷는다.)

(아쉬운 눈치로 혀를 차고는.)
나 1살인데? 피퍼들 상대하라고?

그리고...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내려다본다.)
한영휘의 기억이나 태도까지 흉내낼 수 있다면, 그 용기는 대강 곱절로 늘어나지.

라고 하기엔, 난 물 능력 같은 거 없다구.
뭐..방 안에 있는 피퍼 정도는 처리해줄 수 있어.
일단 그걸로 괜찮겠어?


(웃으면서 쭉 팔을 폈다.) 그럼 처리하고 부를게.
..그러니까 그 동안 좀 껴입고 나와!

(뒤늦게 커튼 다시 반쯤 친다.) ...그래.

바깥에서, 익숙한 괴성과 타격음이 울립니다.

Peep Peep..들렸던 것 같기도 하고.

받아라! 같은 소리가 들리기도 하네요.

(상대로 나를 고르고, 껍데기로 영휘를 고르다니. 정말 최악의 조합을 생각해냈구나, 피퍼.)
(원피스 입는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노크 소리가 울립니다.


응. (문 연다.)
꽤 고전했네?

그래도 꽤 강한 신체야!


아니..방금은 늑대 피퍼였고..
하수구에서 기어올라왔으니깐..




(욕조로 들어가서 씻는다..)
(peep..)

말 걸어도 돼?





(아니 그래도)


왜 여깄는데..?

(등은 매너있게 돌리고 있다.)

(황당)
아. 어이가 없네. (웃음 터뜨린다.)


난 당신 좋아했던 자각 있는 쪽이라 좀 그렇다고.

뭐... 언제?

대사건을 꾸미면서..

(확실히, 그땐 ■■을 꾸미느라 바빴지.)
그런 생각을 가졌었을 줄은 몰랐네.
(뒤늦게서야 이해했다는 듯 작게 웃는다.) 알겠어. 나가줄게.
(나감)

왜 저런 여자가 좋았..좋지?
(1살의 혼란스러운 감정으로 보다가 마저 씻는다.)
(얼마 후에, 문 빼꼼 열고)
누나. 혹시 갈아입을 옷 없어?

가운이라도 가져다 줄까?

인간 피퍼는 불편하다니까.
부탁 좀 할게.



공부해야겠네.

선생놀이 해주게~?

너희가 변하는 원리가 뭔지 아직 내 사전엔 없거든.

뭐, 당신한테 이 지능으로 두뇌 싸움 거는 건 의미가 없겠고!
그냥 다 말해줄게.
피퍼는 이 일대에서 사람의 욕망이나 정념 등, 강한 감정이 배출되었을 때 생겨나.
내가 태어난 건.. 트럭이 역주행했을 때,
한영휘가 놀라 자빠졌을 때였지..


웃기네.

나름 탄생비화니까 진지하게 들어줘.


그리고 어두울 때만 모습을 보이고.. 이정도?

그리고... 그에 따른 투숙객들의 공포심이 여기서 다른 피퍼를 탄생시키기도 한걸까? (곰곰.)

바깥은 아수라장이라고 볼 수 있지.

그리고 너는?
날 놀래킨 다음, 어쩔 할 셈이니?




그렇구나.

한영휘는 다른 사람 없인 못 산단 말야.

흐음... ... (고민에 빠진다.)
그런데, 내 피퍼를 만들어도 너랑 오순도순 살 수 있을까?

왜 안되는데? 너도 지금, 자주 나랑 다니잖아.
미국으로 여행까지 와서..

인간을 탐구하는 걸 꽤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네?
흠, 하지만, 그것도 그런가.
하지만 정말 고민인 건 내 피퍼가 피퍼의 세계를 유치시키기 위해 세계에 어둠을 가져올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하고...
그럼 하나만 더 질문할게. 어둠이 걷히면 피퍼들은 어디로 가는 거니?

피퍼들은 '자주 태어나고' '자주 사라지지'. 어둠을 가져올 방법을 정희원이 찾겠다고 한다면..도와주겠지만.
실상 어려울 거야.
'그런 식으로 세계에 간섭한다면' 우리는 그리 오래 살 지 못할 걸.
생명체로써의 직감이랄까.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인간이랑 크게 다를 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방금은 너처럼 내 클론 같은 존재가 생겨서 나도 모르는 일을 하고 다닐 거라고 생각하니 따지고 싶어져서 물어봤을 뿐이야.
잠깐 뿐이라면야.

너랑 다니고 싶은 게 나 스스로도 신기하긴해.








내가 죽으면 전부 의미가 없어지는 이야기들 아냐?(황당한 얼굴로..)

으음, 뭐. 명쾌한 해답은 되지 못하더라도 힌트는 될 거야.

너무 어려워..

그럼 네 생도 거기까지인거겠지, 어떡하니, 주인을 닮아서...

나도 정희원의 피퍼로 태어나고 싶었어..

그럼...
(복도 쪽으로 귀를 기울여본다.)

응?


몇십 마리는 되지 싶어.

흥미가 떨어져가는 참이야...

어쩔수 없다는 말로 그러지 말고..
도와줘..!

내 머리가 아니라 한영휘의 순수한 머리로 생각해낼 수 있는 방법도 있잖니.

....................................
이건 아니고..
이건..
이것도 아니고..




어차피 정념이니까 한 번 할까. 생각해봤는데. 어떻게 하는 지도 모르겠어서 패스.
그 다음, 한영휘가 당신을 생각하는 바에서 충격 받을까 했는데..
어차피 동정 받은 건 알고 있을 것 같고.
(어떡하지 누나..표정으로 봄)

역시 당사자 외의 입에서 그의 본심을 듣자니 기분이 별로네.
나도 타인을 향한 '존중'이라는 게 생겼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그런 표정으로 봐도... 난 이미 힌트를 줬잖니.

(한숨을 쉬고는, 부엌으로 향하도록 일어선다.)

네가 클론에 불과하니까 내가 진심을 그나마 편하게 말하고 있다는 걸 모르겠니?
(따라간다.) 어디 가?

걔는 솔직하게 굴어도 별 타격 없을 걸. (부엌에서 식칼을 들었다.)

(식칼 가만히 본다.)

(식칼을 들고, 침대 근처로 가 앉는다.)
이리와봐.


(털썩 앉혀두고는, 팔을 걷는다.)




어차피 내가 아는 건, 한영휘에 대한 것 뿐이야.
그나마 네가 친밀감을 느끼는 대상이라면..
내가 아는 선에서, 전부 털어내는 게 좋겠지.
(손 끝에서 물방울이 튀었다.)

(...물방울?)

(그리고 이내 손 끝에서 떨어지던 물방울이 멎고, 구겨낸 인상 밑으로 혈액이 줄줄 흘러 떨어지기 시작한다.) ...,
(이마에 맺힌 식은 땀을 닦을 새 없이, 팔에서 칼을 뽑아내고 손목으로 내려간다.)
(이내 짚어 찔러낸 곳은 맥이 뛰는 손목의 혈관.) 여기서는, 제대로, 그러니까 가령.. 섬세한 조정같은 게, 불가능 해지고,
이 곳에서는 압력, (허벅지의 대퇴동맥.)


이 능력은, 보통 인간이 그렇듯이..
뇌로 근원되지 않고.., (헐떡이며 칼 끝을 가져다댄 곳은 심장 아래의 대동맥이다. 전신으로 혈액을 보내는 가장 큰 혈관.)
심장으로부터, 피로부터 이어져서.., 작동한다는 거야.

예상 밖의 원리는 아니네. (걸터앉은 채, 평정을 유지하는 얼굴로 올려다본다.)
(제 손을 뻗어 칼 끝을 가져다 대고 있는 네 손을 쥔다.)
(혈향이 코끝을 스친다. 이런 비릿한 냄새를 맡으면 어느 인간이든 본능적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긴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미 뇌를 너덜너덜하게 썼던 전적이 있는 정희원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건 결코 이 정도의 피 같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평소보다 정희원의 손이 평소보다 찬 이유는, 손에 땀을 쥐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 멀었어. 네가 정말로 죽을 지경에 이른 게 아니라면 이 정도로는 내가 괴롭지 않아.

(그 다음 이유는, 단순하다. 정희원의 안에서 지독하게 남아있던 사디즘을 자극 받았기 때문에.)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그래. 한영휘의 인두겁을 쓰고 이 정도로 피를 내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정희원에게 두려운 일도 맞다. 위의 두 이유가 클 뿐...)
(붙잡은 손을 밀어넣는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는 말에 본능적으로 다음 해결책을 찾아 머리를 굴리는 것은 한영휘의 피퍼로서. 그러니까 살아서 자신과 타자가 합의점을 도출하자는 것은 한영휘의 결론으로.)
(근본적으로 그는 정희원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받아들이지 않고 이겼기에.)
(정희원은 그렇게 해도 정을 나눌 수 있는 타자였기에.)
(한영휘의 피퍼가 정희원의 정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필연이다.)

(그 시점은 이미 가슴 아래서 선혈이 솟구칠 때였다.)
(울컥이는 피를 사지에서, 복부에서, 입에서 흘려내던 그것은 까닭도 모른 채, 상처받은 얼굴로 발성했다.)
왜?..,

(정희원이 취한 행동은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입꼬리를 느슨하고 짓궂게 끌어올렸다. 그 다음으로 한영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을 잘게 떨기 시작했다.)
(방금의 과정에서 지은 미소가 결코 조소는 아니었으나, 시선을 맞춘 이후로는 상대의 순진함을 더는 우습게 볼 수 없어졌기에, 그저 미소, 거기서 그친다.)
(좀 전에도 말했듯이, 피퍼에 불과한 네게 조금은 더 솔직해질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네게 하는 말은 모두 진실이다.)
미안, 네가 함부로 한영휘의 모습을 하고 태어난 탓이야.

(손목을 강하게 틀어잡은 손아귀에서 점차 힘이 빠져나간다. 웃음의 이유도 짐작할 수 없다. 네가 마지막에 한 말도. 제 전부이자 인조인 기억으로서는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없다.)
(그의 모습을 한 게 기분 나빴다는 것일까?..)
(물이 빠진 풍선처럼 다량의 피가 흘러 빠진다.)
(심장 아래의 장기들 또한 위치를 잃고 흔들리다가, 그저 못내 서럽게 바라보던 원망도 그 감정의 빛이 바랜다.)
(고요한 끝은 반드시 마침표로 끝난다. 물음표를 덧붙일 수는 없다.)


내가 피퍼 입장이 되어본 적은 없으니 네 설움을 공감하긴 어렵겠지만 말이야... 미안하게 됐어, 정말로.
(변명과 미소는 반비례한다.) 그런 습성을 가진 존재라면 '오순도순'도 오래 가진 않을 것 아냐...
내가 예상 못할 여러 일을 방지하고자 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

(쏟아내고 쏟아진 몸에서 한 발짝 떨어진다.)
... 너무 원망하진 마. (청각은 감각기관 중 가장 마지막에 소실된다고 한다. 그 기회를 잡아 건넨 말은 누구에게도 좋게 들릴 말은 아니었지만.)
(핏물에 젖은 손과 그 너머로 쓰러진 육신을 바라본다.)
('난 이 정도 충격이 아니면 웬만해서는 놀라지 않아.')
(그래. 지금이 딱 '이 정도' 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젠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의 체력을 소모해 통제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들숨에 하루 날숨에 이틀 수명이 깎여들어가는 기분이다... 습기로 인해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피에 젖은 손으로 넘기고, 피퍼의 다리를 잡아 침대 밑으로 이끈다.)
저마다 숨기고 살아가는 것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남들에게 보여지지 않고 싶고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들, 추하고 더러워 화려한 도시아래 기회를 노리며 무섭도록 들끓는..
우리는 양지에서 살아가기에 고귀한 존재인 걸까요?
추악함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요?
눈에 보이지만 않게 감춰 놓는다고 존재까지도 사라지는 걸까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그의 사념이, 한영휘에게서 떨어진 한조각의 심연이 버젓이 내 곁을 이렇게 지키고 있는데…
금이 간 만화경처럼 명과 암이 정신없이 뒤섞이면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혹은 자격이 우리에게 있는지조차 의문이 듭니다.
····
문틈 새로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옵니다.
드디어 복구가 된건지 문 밖으로 따뜻한 불빛이 느껴집니다
참혹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처절한 비명소리, 달음박질 치는 불쌍한 영혼들이 들립니다.
오늘의 재앙은 1면을 장식하는 대형 참사로 역사의 한 지점에 남을거예요, 나오지 말아야 할 것들이 역류하는 바람에 말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진상을 목격하고도 살아남은 건 당신을 포함해 몇명 되지 않을겁니다. 혹은, 당신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장실 불까지 켜지자, 시신과 피는 눈 깜빡할 새에 연기같이 사라집니다.
무결해졌습니다!
아, 때마침 발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을 찾는 또 하나의 다급한, 다정한, 겁을 먹은, 떨리는, 인간적인 목소리.

당신이 너무도 잘 알고있고, 당신을 너무도 잘 안다고 확신하는...

(땀과 피에 젖은 채로, 반가운 낯을 하고 달려온다. 그 안면에 안도감이 비친다.)

아, 왔어?
괜찮아? 난리도 아니었잖아.
피가 나네.

쓰러뜨려도 쓰러뜨려도 계속 생겨서..(한숨을 쉬고는, 멀쩡한 네 몸을 와락 끌어안는다.)
다행이다. 누나가 객실 안에 있어서 진짜 다행이야!
..무슨 일 생기는 줄 알고 진짜 걱정했어..

(갑작스러운 포옹에 등 뒤로 숨긴 팔에서 식칼이 쨍그랑하고 떨어진다.)



뭔 일 날까봐 들고 있었던 거지?

응. 호신용으로 들고 있었어.
어딘가 다쳤어? 상처 좀 보자.


어디 보자... (그리고, 피퍼가 스스로 자해했던 맥이 있는 부위에는 손끝을 스쳤다.)
(심장 아래에 손을 올려보고는, 끝내 안도한 듯 미소짓는다.)
응. 다행이네.

아무튼 둘 다 아무 일 없어서 진짜 다행이다~

아, 먼저 씻을래?

한영휘가 부엌으로 향하고,
욕실에 시선을 두게 된 당신은,
샤워커튼 넘어 욕조 안에 늘어지게 앉아 당신을 바라보는 한 개의 시선과 마주합니다.
서늘해진 물 안에 당신을 꼭 닮은 실루엣과 시뻘건 안광만 선명히 보입니다.

완벽하게 당신은 아니지만, 혹은 아니라고 믿고 싶겠지만, 당신에게서 태어난 피조물인만큼 당신을 꼭 빼닮았습니다.
입꼬리를 올려 웃은 그것.
당신을 꿰뚫어봅니다.

얼마간 그러고 있다가, 물이 빠지면서 하수도를 통해 흘러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물길을 따라 완전한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흐르고 흘러,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겠지만 당신만은 그들의 존재를 오래토록 기억할 것입니다.
1:02AM:: (GM):KPC, 탐사자 생환. 더 이상 이상한 것들을 보지 않습니다.
보상: 이성 1D4 회복 , 크툴루 신화 기능치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