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Charms Rainbow

만월의 불꽃놀이

2025-07-29

감독: 한영휘

출연: 정희원

img
img
“나는 너와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
“부디 나를 기다려줘.”
어렴풋하게 낯선 목소리가 머리맡에 앉아 자장가를 불러주듯 나직하게들려옵니다.
목소리는 소음에 묻혀 차츰차츰 사라져버립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그의 음성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주위가 아주 어수선합니다.
앳된 목소리가 비명을 지릅니다.
정희원: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여전히 의식이 수면 아래 잠긴 듯 몽롱합니다.
목소리는, 정희원에게 피하라는군요.
뭘?
고개를 들면 위에서부터 추락하는 육중한 크기의 간판을 볼 수 있습니다.
몇 층 위에서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당신을 내려다보는 두 명의 동급생이 보입니다.
정희원:(멍)
정희원: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앗.
쿵!
육중한 소리에 연이어 무참하게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정희원는 가까스로 반사신경을 발휘해 추락하는 간판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정희원:죽을 뻔했네...
17년 살다살다 떨어지는 간판에 맞을 뻔 하다니.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학생들은 정희원의 주변을 둘러싸고 말을 걸며 옷을 털어줍니다.
병원에 가보지 않아도 괜찮냐고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간판이 떨어진 위층을 올려다보니, 작고 검은 그림자가 날쌔게 자취를 감춥니다.
정희원:(위를 빤히 올려다보다가)
음... 난 괜찮아. 고마워.
“정말 미안해! 달고 있던 간판이 갑자기 그쪽으로 떨어질 줄은….”
정희원과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의 학생들도 내려와 연신 사과합니다.
처참한 몰골로 망가진 간판은 당장 기간을 맞추기엔 촉박해 보입니다.
사고를 친 당사자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잔뜩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게, 시일제는 당장 내일이니까요.
:: (GM):핸드아웃, 시일제와 시일제의 불꽃놀이가 공개됩니다.
정희원:곤란하게 됐네. 그렇지?
위원회장: (희원의 등을 두드린다.) 오늘은 우리가 마무리할 테니 돌아가. 놀랐겠다.
정희원:알겠어. (개꿀)
그래요, 내일이면 드디어 축제의 시작입니다.
내일부터 지겹도록 일하게될 게 뻔하니, 오늘 하루는 지친 몸을 쉬어두는 편이 나을 거예요.
몸을 돌리면 축제 준비가 끝나가는 학교의 정경이 눈에 담깁니다.
큰 사고가 날 뻔했지만, 그 부분만 제외하면 준비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풍선과 꽃으로 예쁘게 장식된 깃발이 초여름 바람에 나직하게 흔들립니다.
<시일제> 라는 또렷한 세글자가 일그러졌다 펴지며 어느덧 축제가 성큼다가왔음을 알립니다.
아무튼, 희원은 무거운 가방과 지친 몸을 끌고 귀가합니다.
아름답게물들던 하늘이 색과 빛을 차츰차츰 빼앗기고, 창문에 하나둘씩 불이 들어올무렵이었습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아이가 조곤조곤 대화하며 당신의 곁을 지나갑니다.
정희원: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10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황혼이 찾아올 무렵에는 요괴가 찾아오니, 그림자를 빼앗기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는 가벼운 괴담을 주워듣습니다.
“있지, 그거 알아?”
“뭔데?”
“우리 언니가 그랬는데, 해가 지는 시간에는 그림자가 제일 길어지잖아?
:: (GM):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정말? 그림자를 빼앗기면 어떻게 되는데?”
“그건 몰라!”
“무서워… 빨리 집으로 가자!”
요괴라니, 세상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정희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두침침한 골목을 가로질러가던 도중,
흐릿한 가로등 아래에서 낡은 종이상자를 발견합니다.
정희원:(고양이인가?)
(슬쩍 시선 두고 느리게 걷는다.)
종이상자 안에는 대충 구겨 넣어진 묘한 생김새의 동물이 있습니다.
개?
동물은 어딘가 다친 듯 힘없이 눈을 감은 채 쌕쌕거리고 있습니다.
털에는 마른 피가 말라붙어있습니다. 간단한 응급처치는 된 것 같은데, 주인의 손을 탄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정희원:강아지였네...
이런, 아파 보인다. 괜찮니? (강아의 머리를 긁어본다.)
상자 내부는 조촐합니다. 먹이라고는 조금도 없고, 바닥에 대충 깔린 퍼석퍼석한 신문지는 도저히 회복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다친 동물을 이곳에 이렇게 방치해도 괜찮은 걸까요? 더군다나 이 길은 밤이 늦으면 취객이 다니기도 한다던데…….
강아지:(낑낑거리고 있다.)
정희원:에고.
동물병원은 가본 적이 없는데... 이 근처에 있던가.
(텀블러 뚜껑에 물을 따라 강아지 앞으로 내민다.) 물 좀 마시렴.
강아지:(할짝할짝 물을 핥는다.)
정희원:(쓰담쓰담)
기다려 봐. 병원에 데려다 줄게.
영차. (상자를 들어올린다.)
상자째 번쩍 들면 이상하게 무겁습니다. 마치 동물의 몸무게가 보기보다 훨씬 더 나가는 것처럼요.
정희원:앗.
무...
무거웟
근력
기준치: 55/27/11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못 들어올린다.)
강아지:깽..
정희원:너 왜 그렇게 무거운 거니.
기다려 봐. (택시를 부른다.)
(어떻게든 상자를 택시에 태우고 동물병원으로 간다.)
기껏 힘들게 찾아왔건만, 개인 사정으로 영업 조기 종료라고 적힌 팻말과 덩그러니 마주합니다.
정희원:뭐어...?!
강아지:(헥헥거린다.)
정희원:어떡하지... 이 근방에 다른 동물 병원은 없을 텐데...
괜찮니? 참을 수 있어? (상자를 내려다본다.)
강아지:(꼬리 흔듬)
정희원:음... 기분 좋다는 건가?
그럼 우선 집으로 가자. 편히 휴식할 수 있게 해 줄게.
(쓰담쓰담)
강아지를 쓰다듬으면 어쩐지 피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네요.
강아지는 여전히 꼬리를 흔들고 있습니다.
정희원:(간편히 먹일 수 있는 사료 한 팩을 구입해, 집으로 데려간다.)
집에 도착합니다. 자기 전까지 바라는 대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정희원:(못마땅하게 보려던 부모님에게 하루만 재우겠다며 설득하고 강아를 방으로 데려왔다.)
(배변패드를 깔고, 그릇에 사료를 부어 강아지 앞으로 건넨다.)
자, 먹어.
현재 잠든 것 같습니다. 당신이 먹이를 줘도 당장 먹지 못합니다.
정희원:...
자니?
(코를 만져본다.)
촉촉합니다.
정희원:(숨 쉬는 걸 확인하면 안심한다.)
(담요를 강아지 위에 덮어주고 자신도 잘 준비를 한다.)
(잘 준비를 마치고...)
(근처 동물병원을 검색해 놓은 후 평소보다 이르게 침대에 눕는다.)
정말 힘든 하루였어요. 머리를 베개에 대자마자 그대로 머리부터 시트 위로 녹아 내리는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잠에 빠지는 데에는 1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멀어지는 의식 너머에서부터 익숙한 소리가 들립니다.
정희원: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기분 나쁜 소리는 아닙니다. 듣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피로가 가십니다. 이윽고 당신은 완전히 잠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당신은 꿈을 꿉니다.
자상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꿈입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희원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희원을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는 당신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인연을 소중히 하렴,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라. 그 빛을 따라가면 말이지…….”
...
섬뜩한 냉기에 반사적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시간은 늦은 새벽,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아니, 평범한 가위와는 다릅니다. 당신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완전히 압박당하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것은 눈동자와 입뿐입니다.
정희원:...?? (일어나려고 노력한다.)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본다면, 어둠 속에서 형형히 빛나는 짐승의 두 눈과 마주칩니다.
거대한 존재감, 당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괴물의 눈은 마치 살아있는 불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괴물의 형형한 눈빛이 당신을 한순간에 집어삼킬 것처럼 번뜩입니다
정희원:
SAN Roll
기준치: 51/25/10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그 순간, 내내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빛이 창문 내부로 비쳐 들어옵니다.
물이 차오르듯, 실내에 푸르스름한 달빛이 번져나가 차츰차츰 시야가 밝아집니다.
뺨 위로 가느다란 빛줄기가 내려옵니다.
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 있던 인영은 놀란 듯 주춤, 뒤로 물러섭니다.
정희원:(그 인영을 빤히 바라본다.)
몸을 옥죄던 감각이 흩어지고, 따갑도록 퍼지던 살기가 사그라지면, 그림자 속에서 사람이 걸어 나옵니다.
정희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6
판정결과: 실패
(잘 안 보여)
도둑이야! 이건 아무리 봐도 도둑입니다. 집에 도둑이 들다니, 야구 배트가 어디 있죠?
정희원:(벌떡 일어난다.)
(머리맡에 두었던 휴대폰을 인영에게 던진다.)
한영휘:으악, (휴대폰을 맞는다.)
자..잠시만!
정희원:(머리맡에 두었던 충전기도 뽑아서)
(케이블을 잡고 철퇴처럼 휘두른다.)
한영휘:자..잠시만. 제발 조용히 해봐.
난 이상한 사람이 아냐.
정희원:(퍽퍽퍽퍽퍽)
...
한영휘:아악악
정희원:...(퍽퍽퍽)
누구신데요?
(퍽)
한영휘:아, 아파..
(얼른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다.)
정희원:헉...
(눈을 비빈다.)
한영휘:네가 주워왔잖아..(ㅠㅠ)
정희원:내가 동물학대를...!
그렇다고 다짜고짜 건장한 성인 남성으로 변하면 어떡하니!
(맞은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문질러준다.)
한영휘:아니, 그게 내 인간형 모습인걸.
..어쩐지 잠결에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싶더니..
정희원:여자 혼자 사는 방에 그러고 있으면 크나큰 위협이 된다구.
한영휘:...나도 처음엔 당황해서 그랬어.
나는 내가 사는 곳의 멸망을 막기 위해 대표로 파견된 사자거든.
이곳에 온 후 불의의 사고를 당해 회복하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곳에서 휴식하고 있었는데, 눈을 떠보니 이 곳이라.
반사적으로 제압해버렸지 뭐야. 미안해.
정희원:음...
(대충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물 마시라고 줬던 것도 기억 못 하나 보네.
한영휘:그 땐 회복하느라, 진짜 개의 지능 상태였거든.
누군가 물을 줬던 건 기억해. 너였구나? 고마워.
(냄새로 확인한다.)
정희원:(쓰담쓰담)
지능이 있고 사람으로 변하는 강아지라니...
신기하네.
멸망은 무슨 말이야?
한영휘:강아지가 아니라 요괴야.
내가 사는 곳은, 당신들에게 이계라고 불리는 곳.
머지않아 멸망을 맞이할 거라는 신탁이 내려왔고.. 막을 방법을 우리 세계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어.
정희원:(짜리몽땅한 강아지의 몸을 빤히 내려다본다.)
한영휘:그래서, 신목의 문을 열고 이곳, 인계까지 오게 된 거야.
정희원: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렇구나. 이계구나.
학교 부지 뒷산의 신목을 생각해냅니다. 거대하고 영험한, 보는 이를 압도하는 기운의 신목. 그 주변에서는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자자했죠.
요괴란 게 귀신일까요?
정희원:어쩌다 다쳤니? 여긴 차가 많이 다녀서 위험한데...
한영휘:함께 이 세계에 사자로 온 일행이 몇 있었는데, '추격자'를 피하다가 완전히 흩어졌어. 나도 피하다가 그에게 부상을 당했고..
..이런 상황은 예상 못했는데 말야.(한숨을 내쉰다.)
정희원:(한숨을 내쉬는 짜리몽땅한 강아지를 본다.)
추격자?
한영휘:응. 시공을 넘는 추격자가 있어. 이계의 멸망을 야기하려는 자들..
..그들을 피할 준비를 해놨었는데..이상하게 습격당했어.
배후에 누군가 있을 지도 모르는 상태야..
정희원:그렇게 말해도 나는 도움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상처는 좀 괜찮니?
한영휘:하긴..너한테는 조금 당황스러운 이야기겠지.
조금 아프긴 하지만.. 괜찮아.
..아무튼..그런 상태라서. 동료를 찾을 때까지만 혹시 행동을 같이하면 안 될까?
염치없긴 하지만..막막한 상황이거든.
정희원:음...그게,
내일 열리는 축제에 참여해야 해서 조금 정신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괜찮을까?
그리고 축제에 강아지를 데려가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
한영휘:축제에서 놀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인간 모습으로 변하면 되니까 괜찮아!
정희원:여유야 있겠지만, 난 축제를 여는 쪽의 담당이라 누가 부르면 바로 달려가야 해.
그런가? 괜찮겠어? 그래도 강아지잖아.
(쓰담쓰담)
한영휘:난 요술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널 도와줄게. 분명 빨리 끝날 거야.
....(쓰담쓰담 받는다.)
난 200살부터 나이를 세지 않은 요괴.
단순한 강아가 아니야.
정희원:그거 멋지네. 기특하고.
(ㅋ)
강아인데...?
한영휘:강아지가 아니래도.
..!!
정희원:이런 모습이면...
한 살도 안 된 것 같은데 말이야.
한영휘:...........
오해야. 요괴의 생김새는 나이에 비례하지 않으니까.
난 한참 어른이라구.
정희원:흐음...
아까 인간 모습을 보니 그렇긴 하더라.
어쨌든 알겠어. 도와줄게.
나도 어제 사고를 당할 뻔했지 뭐니.
조금만 더 멍때리고 있었으면 분명 죽었을 거야.
그런 일이 또 생길 수도 있으니까, 너도 나를 도와주는 걸로 하자.
한영휘:....
어쩌면..이계를 멸망시키려는 세력과 관련되어 있을 지도.
그렇다면 더더욱 내가 너랑, 그 학교를 지켜야할 것 같아.
(끄덕인다.) 최선을 다해 도울게!
정희원:그래. (협상 체결!)
(강아를 쓰다듬는다.)
한영휘:(쓰다듬 받는다.)
상황이 정리된다면 다시 잡시다! 내일, 아니 오늘은 대망의 축제일이니까요.
정희원:하암, 피곤해.
잘 자. 강아지.
한영휘:강아지가 아니야. 한영휘야.
정희원:그렇구나. 사람 같은 이름이네.
한영휘:사람들이랑 비슷한 이름을 사용하니까.
넌 이름이 뭐야?
정희원:정희원이야.
(강아지를 들어올려 침대 위에 올려놓는다.)
(자신도 그 옆에 눕는다.)
그럼 잘 자. 한영휘.
한영휘:...같은 침대를 쓰는 건 좀..
(꾸물꾸물 내려간다.)
정희원:바닥에서 자고 싶어?
(높아보여서 내려준다.)
한영휘:본의 아니게 여자애한테 실례를 하고 있는데..
정희원:그런 짜리몽땅한 몸으로 말해도...
한영휘:옆에서 자는 건 더 그렇잖아.(우물쭈물)
..
(침대 밑으로 들어간다.)
정희원:잠깐, 거긴 먼지가 많을 거야.
강아지니까 괜찮은데...
한영휘:(그렇게 말하면 밖으로 나오고 몸을 말았다.)
바닥도 시원해서 괜찮아.
정희원:그래, 알겠어.
한영휘:(쿨쿨)
정희원:(자신도 몸 제대로 눕히고 잔다.)
희원이 눈을 뜨면, 침대 옆에서 한영휘가 선 채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영휘:희원아. 일어나.
정희원:(강아지 상태로 섰나?)
한영휘:(그렇다.)
정희원:강아지가 섰다...
말도 하네.
한영휘:강아지가 아니라니까.
한영휘라니까?
정희원:어제 그 대화가 꿈이 아니었던 걸까?
한영휘:...꿈이 아냐!
정말 실제 상황이라구..
정희원:(우뚝 선 아기강아의 볼록한 배를 보고)
확실히... 그런 것 같네.
한영휘:..?
어딜 보는 거야?
정희원:네 배.
한영휘:..
왜?
정희원:보통 강아지의 배 같은 거 볼 일 없으니까...
한영휘:하긴. 강아지를 안 키우면 그럴 수 있겠구나.
하지만 난 요괴라 일반 강아지랑은 좀 구조가 다를 거야.
정희원:구...조?
어떻게 다른데?
관절이 다른 거야?
한영휘:어...
정희원:오장육부도?
한영휘:자..자세히는 모르는데.
정희원:뇌 구조는 확실히 다를 것 같은데.
한영휘:아무튼 좀 다르다고 들었는데..
(왜 무섭지?)
정희원:(일어나서 네 배를 쓰다듬는다.)
흐음.
잘은 모르는구나.
관심이 가네.
한영휘:(;;)
(뛰어서 멀어진다.)
강아지가 아니라니까~~
정희원:으음. 알겠어.
준비할게. 거기서 기다려.
내가 강아지랑 대화하고 있는 걸 알면 부모님이 놀라실 거야.
한영휘:응.
(얌전히 기다린다.)
정희원:(씻고 부엌으로 간다.)
(부엌에서부터 맛있는 아침밥 냄새가 난다.)
한영휘:(기다리는 중..)
아침으로는 평범하게 잘 구운 베이컨과 달걀부침, 그리고 식빵입니다.
정희원:(식빵 위에 전부 올려서 냠냠...)
아침을 먹고 있자면, 부모님이 출장 소식을 전하네요.
정희원:언제 돌아오세요?
일주일 쯤 후에 돌아올 것 같다고 합니다.
정희원:알겠어요. 잘 다녀오세요.
(먼저 떠나는 부모님들을 배웅하고, 방 문을 연다.)
기다렸지?
한영휘:(한참 기다리고 있었다.)
(꼬르륵)
정희원:...배고파?
한영휘:응..
정희원:(방 구석에 둔 사료를 가리킨다.) 저건 안 먹니?
한영휘:..,
이런 건 먹어본 적 없는데..
정희원:으음...
한영휘:난 진짜 강아지가 아니라서..
(살짝 맛을 본다.)
음..
정희원:어때?
한영휘:(냠냠)
(금방 다 사라진다.)
미안한데 혹시 더 없을까?
정희원:잘 먹네.
어... 한 팩만 사둬서 더 없는데.
한영휘:...
정희원:이거 먹어. (자신이 먹던 식빵도 내민다.)
한영휘:고마워.
정희원:내가 좀 먹긴 했지만.
어차피 다 못 먹거든.
한영휘:(인간형으로 돌아와서 건네 받는다.)
(냠)
맛있다. 고마워!
정희원:갑자기 쑥 커버렸네.
응.
한영휘:이게 원래 모습이라니까~~
정희원:흐음...
그런데 그 옷이랑,
(귀를 바라본다.)
한영휘:?
정희원:(귀를 만져본다.)
한영휘:뭐..뭐해?
(멍청한 표정이 된다.)
정희원:진짜 귀인가...
한영휘:진짜 내 거지. 그럼!
정희원:아무튼, 그 옷은 갈아입어야 할 것 같아.
귀도 가리고.
한영휘:음.
(지금 희원의 차림새를 확인한다.)
정희원:(아직 잠옷이다)
한영휘:그럼 네가 갈아입고 나오면. 비슷한 걸로 갈아입어볼게.
(흘긋 밖을 보고)
집 밖에 나가 있을까?
정희원:응? 아빠 옷 빌려주려고 했는데, 필요 없어?
한영휘:응.
난 요술을 쓸 수 있으니까.
정희원:그렇구나... 편리하네!
그냥 방 밖에만 있으면 돼.
한영휘:그럼!(웃음)
정희원:조금만 기다려.
한영휘:(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간다.)
정희원:(자신의 방으로 가서 교복으로 갈아입는다.)
한영휘:(다시 기다림..)
정희원:(교복 입고 가방 챙겨 나온다.)
자, 이런 옷이야.
한영휘:(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것으로, 금세 옷은 시일 고등학교의 교복으로 변한다.)
(귀와 꼬리도 사라진다.)
입을 다물고 가만히 서 있는 그는 생각보다 무척 평범해서, 정말 같은 학교 학생 같습니다.
정희원:정말 부러운 능력이야...
완벽하네. 좋아.
가볼까?
한영휘:좋~아!
(어쩐지 신난 투로 밖으로 향한다.)
정희원:(강아 보듯 한다.)
(밖으로~)
한영휘:(등교를 하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인계 축제에서는 주로 뭐 해?
정희원:음... 먹을 것을 먹고, 이것저것 즐겨. 미니게임이라든지, 카페라든지, 유령의집 같은 거.
한영휘:미니게임?카페?유령의 집..?
(멍청한 얼굴로 바라본다.)
정희원:으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놀이들이야.
카페는 간식을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이고.
한영휘:다과 같은 거구나~ 재밌겠다.
(자동차 쌩 지나가는 거 구경한다.)
와 멋있다!
정희원:조심해. 저런 속도로 지나가는 자동차에 치이면 무조건 중상 이상이니까.
(신호등을 가리킨다.) 저거 보이지?
한영휘:(빤히 바라본다.)
응.
정희원:빨간 불이 들어와있을 때에는 여기 (횡단보도 앞 자신들이 서있는 자리를 가리키고) 서 있어야 해.
초록불이 들어오면 건널 수 있어.
한영휘:(얌전히 서 있는다. 그리고 초록불이 들어오면 걸음 내딛는다.) 이렇게?
정희원:응. 잘하네.
한영휘:헤헤.
정희원:차들이 다니는 도로로는 걸으면 안 돼.
(어쩐지 유치원생 대하는 기분이다.)
한영휘:응.(끄덕끄덕)
여기가 도로로인거지?
정희원:도로.
한영휘:(검은 도로 가리키고 건너온다.)
도로.
정희원:응.
한영휘:응.
정희원:저 검은 도로는 '차도'. 차가 다니는 도로.
한영휘:차..도..
(끄덕끄덕)
어렵구나. 인계는..
많이 배웠는데도.
정희원:우리가 걷는 이 알록달록한 보도블럭 위는 보행자들이 걷는 도로. '인도'.
한영휘:인~도
인도라는 나라도 있지 않아?(아는 척)
정희원:인계에 대해 배웠다니, 어쩐지 고루한 것만 배웠을 것 같네.
맞아, 인도라는 나라도 있지!
한영휘:(끙)
정희원:뜻은 전혀 다르지만.
한영휘:고루하다니~ 그래도 그 때 기준으로는 최신이었을 걸!
뜻은 다르지만 음은 같구나~
새파란 하늘, 여름의 습기가 맨살 위로 달라붙습니다.
정희원:응응.
자전거를 탄 동급생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는 희원을 발견하곤, 페달을 밟는 속도를 늦춰 인사를 건넵니다. 당신의 곁에 있는 낯선 이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네요.
유진: 전학생?아는 애야?
정희원:안녕 유진아.
응, 전학생이야.
유진: 처음 보네. 안녕?
그럼 난 먼저 가볼게! 페달을 밟아 앞으로 쭉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한영휘:(멀뚱히 그 모습을 바라본다.)
정희원:(손 흔들어준다.)
아무튼, 열심히 조잘거리다 보면 금방 학교가 보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몰려드는 인파를 보니 축제의 인기가 실감 나네요. 시일제, 흔들리는 깃발 위의 또렷한 세 글자가 한 명의 인간과 한 명의 요괴를 반깁니다.
익숙한 관리 부스로 들어가면, 축제 위원회장이 희원에게 위원회 목걸이를 나눠줍니다.
:: (GM):축제 첫날 탐사자의 업무는 전체 부스를 돌며 이상이 없나 확인하고, 일손이 부족하면 돕는 것입니다.
목걸이와 함께 담당 부스가 적힌 차트가 지급됩니다. 차트에 기재된 모든 부스를 돌고 빈칸에 전부 도장을 받으면 끝나는 간단한 일입니다.
위원회장: 밤 8시에는 캠프 파이어와 포크댄스가 시작되니,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얼른 끝내고 돌아와 줘.
정희원:응.
■ EVENT. 축제 도우미
:: (GM):지금부터 탐사자는 마술 연구부, 요리부, 미술부, 연극부 부스를 돕니다.부스에서는 간단한 미니 이벤트가 발생하며, 실패하더라도 큰 패널티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영휘:(위원회장과 대화하는 걸 지켜보다가, 슬금슬금 다가온다.)
이제 일하는 거야?
정희원:응. 같이 다닐래?
이제 한 바퀴 돌아야 해.
한영휘:응.당연하지. 난 널 지키기로 했으니까.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게!(옆에 붙는다.)
정희원:그래. (영휘를 데리고 마술 연구부로 간다.)
마술 연구부
:: (GM):마술 연구부의 부스는 벌써 손님맞이를 시작했는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여러 장의 트럼프 카드와 가랜드로 화려하게 꾸민 교실은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교실의 좌측에서는 풍선 아트가, 우측에서는 마술 공연이 한창입니다.
탐사자의 목에 걸린 위원회 목걸이를 본 부장이 아는 체합니다.
“안 그래도 위원회 측에 사람 좀 보내 달라고 하려 했어. 기왕 온 김에 우리 좀 도와줄래?”
정희원:아, 그래.
:: (GM):각 조사 장소로 향해서 마술 연구부의 일을 도울 수 있습니다.
정희원:(영휘도 데리고 총총...)
한영휘:(총총)
어디로 향하나요?
정희원:(좌측부터 간다.)
풍선 아트
:: (GM):부스의 좌측은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풍선을 만들 일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당신의 손에 바람 넣는 기구와 새 풍선이 쥐어집니다.
자리가 마련되자마자, 많은 손님이 풍선을 받기 위해 줄을 지어 서서 기다립니다. 예쁜 풍선을 만들기 위해선 행운 판정입니다.
총 10번의 판정을 진행합니다.
정희원:40
한영휘:70
정희원:(풍선을 펌프에 끼운다...)
기준치: 40/20/8
굴림: 2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준치: 40/20/8
굴림: 60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40/20/8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기준치: 40/20/8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40/20/8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정희원:
기준치: 40/20/8
굴림: 42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40/20/8
굴림: 46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40/20/8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준치: 40/20/8
굴림: 45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40/20/8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한영휘:(가끔씩 터지는 소리에 깜짝 깜짝 놀란다.)
(네가 터뜨린 만큼 도로 불었다.)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기준치: 70/35/14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기준치: 70/35/14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한영휘:
기준치: 70/35/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준치: 70/35/14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마술부원: 고생했어! 그럭저럭 잘했네!
:: (GM):보상으로 왕관 풍선을 원하는 색으로 2개 받습니다.
정희원:(하도 터트려서 앞머리 몇가닥이 위로 솟았다.)
한영휘:아하하핫.
(별로 터뜨리지는 않았다만. 아예 작살난 풍선 하나를 밟고 미끄러질 뻔한다.)
헉.
정희원:조심해.
한영휘:응!
인계는 위험하네.(;)
정희원:음...
(적당히 1살짜리 강아지의 지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술부원을 보며)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네. 나 검은 색으로 하나 줄래?
한영휘:(그런 생각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한다.)
난 파랑색으로 주라!
검은색과 파랑색 왕관 풍선을 획득합니다.
정희원:그럼~ (도장도 받고, 부실 밖으로 나온다.)
(왕관 풍선을 머리에 쓰고 요리부로 간다.)
이렇게 쓰는 거야.
한영휘:와.
이걸 이렇게 쓰는 건가~~
(머리에 얹는다.)
정희원:응응.
요리부
요리부의 부스는 일일카페입니다. 돌아다니느라 지친 사람들이 목을 축이기 위해 하나둘씩 모이고 있습니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요리부 사람들이 희원을 보자 일제히 움직임을 멈춥니다.
살았다, 싶은 표정이네요.
:: (GM):뺨에 밀가루 반죽을 묻힌 요리부 부장이 희원을 반깁니다.
정희원:후후.
:: (GM):“서빙 인력이 부족해서요, 잠시만 도와주시겠어요?”
한영휘:헤엑
정희원:그래요.
(영휘는 왜 저러지?)
한영휘:(사람 너무 많고 일도 많아서 놀람)
:: (GM):응한다면, 앞치마를 내밉니다.
자, 테이블 1, 2, 3에 서빙을 합시다. 어느 곳부터 할까요?
정희원:자, 영휘야. 여기가 카페라는 곳이야. (앞치마를 매어주며)
한영휘:(얼떨결에 앞치마가 매어진다.)
다과..아니었어?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정희원:비슷하지.
한영휘:일단 갈까~!
화이팅!!!
정희원:응. 가자.
(테이블 1로 간다.)
첫 번째 테이블
혼자 온 듯 쓸쓸한 표정을 지은 사람이 테이블 앞에 앉아있습니다.
희원이가 테이블 위에 커피를 내려놓자마자, 그 사람은 한 모금 마시더니 한껏 더 쓸쓸한 표정을 짓습니다.
정희원:...
“커피가 흙처럼 써요. ‘맛있어져라’ 주문을 외워주면 먹을 만할 것 같은데….”
정희원:(테이블 2로 간다.)
어떻게 할까요?
저기요
한영휘:무시해도 되는 거야?
(;)
정희원:응.
두 번째 테이블
한영휘:(불쌍해서 해주고 옴)
주문은 케이크입니다.
받자마자 왁팍팍팍 한 접시를 비운 주문자는 갑자기 비굴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묻습니다.
“계산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서요. 조금만 깎아주시면 안 될까요?”
정희원:안 됩니다. 지불해 주세요.
주문자: 제발요~네?
정희원:음... 그럼 부장에게 직접 가셔서 여쭤보세요.
주문자: 칫.. 빡빡하긴. (도망을 시도한다.)
정희원: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도망가지 마세요~
주문자: 흐극흐읍흐읍
성공적으로 먹튀범을 검거합니다! 마지막 테이블만 남았네요.
정희원:(세 번째 테이블로 간다.)
세 번째 테이블
두 명의 초등학생이 광고지를 들고 발을 까닥거리고 있습니다.
정희원:(뭐지?)
“여기에 집사오빠랑 메이드 언니는 없나요? 집사메이드 카페라고 해서 온 건데…. 집사 오빠랑 메이드 언니가 없으면 공주님이 될 수 없어요!”
정희원:음...
(이번엔 고민한다.)
한영휘:(광고지 확인한다.)
도와줄까?
정희원:그래.
한영휘:좋았어!
(손을 튕겨, 둘의 옷을 집사와 메이드로 바꾼다.)
공주님! 이 쪽으로 오시죠!
정희원:(모신다.)
아기공주: 고마워. 세바스찬. 수잔.
(도도하게 다리를 꼰다.) 파르페와 커피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정희원:알겠습니다. 공주님. (수잔은 주문을 넣으러 사라진다.)
한영휘:(헉)
(급히 초등학생의 어깨를 주무른다.)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신가요~
아기공주: 딱히 없어.
그보다 내 신발 어때?!
한영휘:진짜 간지납니다!
아기공주: 그게 아니잖아!
한영휘:(희원을 흘긋흘긋 바라본다.)
정희원:(파르페와 커피를 들고 온다.)
한영휘:진..진짜 멋있습니다!
정희원:주문하신 파르페와 커피 나왔습니다. 공주님.
아기공주: 고마워. 수잔.
정희원:구두가 공주님을 닮아서 아름답네요.
아기공주: (발그레)
한영휘:이렇게 하는건가..(중얼)
아기공주: 수잔은 계속 내 옆에 있어
정희원:네 공주님.
(^^)
한껏 초등학생들의 환상을 맞춰주고 나면, 즐거워하며 그들은 떠납니다.
꾹, 케이크 모양의 도장이 차트에 찍힙니다.
수고했다는 말을 뒤로 한 채 희원이와 한영휘는 요리부를 떠나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한영휘:다음은 귀신의 집으로 가볼까~
뭔진 모르겠지만! 하하.
미술부
:: (GM):문화제의 꽃, 귀신의 집은 바로 미술부의 담당입니다. 특히 올해 귀신의 집은 폐쇄 병동 컨셉으로, 리얼한 분장과 퀄리티 높은 세트로 축제 시작 전부터 주목받던 부스입니다. 아직 개장하지 않아 사람이 없습니다.
붕대를 둘둘 감은 부장이 나와 탐사자에게 말합니다. “밝을 때 시작하면 안 무서울 거라고 해서 늦게 열기로 했거든요. 해가 지면 개장이에요. 준비는 다 끝났는데…. 아, 그 전에 테스트 팀이 되어주시겠어요?”
정희원:(확실히 퀄리티가 높네...) 아, 그러죠.
희원이가 응한다면, 부장은 자연스럽게 한영휘와 희원이의 손목을 묶어줍니다. 묶어주는 이유는, 한 명이 너무 무서워서 버리고 도망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네요.
:: (GM):“시작 전에 잠깐!”
부장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가져와 두 사람을 귀신의 집앞에 세워둔 채 찰칵, 찍어줍니다.
정희원:(이러니까 인기가 많은 걸지도...)
(브이한다.)
한영휘와 희원이는 손목이 묶인 엉성한 포즈로기념촬영을 당했습니다.
정희원:(당핶군)
희원이는 잘 찍혔네요.
카메라는 금방 사진을 뱉고, 부장이 몇 번 팔랑거리자 완성됩니다.
한영휘는 신기한 듯 계속 기웃댑니다.
정희원:(영휘에게 보여준다.)
신기하지? 네가 가지고 있을래?
한영휘:신기하다.
응! 나 가질래.
정희원:응. 가져. (건네준다.)
한영휘:고마워.
(종이에 들어온 둘을 보고는 웃었다.)
아무튼, 그렇게 두 사람은 귀신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발을 들이자마자 싸한소독약 냄새가 퍼집니다.
유난히 강한 냉방 때문에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네요.
정희원:냄새까지 구현했네.
무시무시한 음향 효과에 드라이아이스 연기까지, 제법 잘 만든 세트장입니다.
roll 1d12
정희원:11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희원이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잡아당깁니다.
뒤돌아보면, 어라?
아무도 없습니다.
한영휘:왜 그래?
정희원:응? 영휘 네가 당긴 거 아니야?
한영휘:..(절레절레)
...
정희원:이런 장치도 만들어뒀나 보네.
왜 그래?
한영휘:그러니까..
귀신이 있는 집인 거야?
정희원:응. 그런 컨셉이야.
아, 컨셉이 뭐냐면...
한영휘:컨셉..?
roll 1d12
정희원:(설명해준다.)
3
한영휘:아하~ 가짜인거지.
정희원:응. 전부 이 학교 학생들이 연출해낸 것 뿐이야.
쿵!
갑자기 위에서부터 인체 모형이 떨어집니다.
깜짝이야!
한영휘:어우.
이것도 연출인 거지.
정희원:응.
한영휘:꽤 잘 만들었는데?
roll 1d12
정희원:그렇네.
8
한영휘:넌 미동도 없다?(신기한 듯)
좀비 분장을 한 의사와 마주칩니다.
가위바위보에 이기면 지나갈 수있게 해주겠다는군요.
행운 대항입니다!
정희원:갑작스러워서 조금 놀라긴 했어.
의사: 킥킥..
정희원:가...가위바위보?
기준치: 40/20/8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한영휘: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정희원:(떨떠름하게 한다.)
의사:
기준치: 40/20/8
굴림: 68
판정결과: 실패
"보자기"로 간단하게 이기네요.
한영휘:가위바위보 하니까 덜 무섭다.
(웃으며 간다.)
정희원:그렇네. 이건 피드백해줘야겠는걸.
roll 1d12
정희원:10
누군가가 흐느껴 울고 있습니다.
누구지?
일단 희원이는 아니고, 한영휘도 아닙니다.
왜 이렇게 서럽게 울고 계시는 거예요?
??
한영휘:...어디서 들리는 소리람?
(귀를 쑤신다.)
정희원:기물 뒤나 커튼..천막 뒤에서 내고 있는 것 같아.
한영휘:흐음~~
정희원:괜찮네. 나름 분위기 조성이 되는 것 같아.
한영휘:그러게. 진짜 적이 나올 것 같아.
싸워야할 것 같고!
정희원:정말로 싸우면 안 된다?
한영휘:당연하지.하하.
그래도 넌 진짜 겁이 없다.
그래 보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희원:그런 말 자주 들어.
한영휘:어느 쪽이야?
정희원:글쎄~
없는 쪽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한영휘:생각하는 건 뭐야~ (웃으면서 나온다.)
두 사람이 귀신의 집을 완주하면 부장이 노트와 펜을 든 채 싱글벙글 웃으며 맞이합니다.
“어떤가요? 후기를 들려주세요. 개선할 점도 말씀해주시면 개장 전에 참고할게요!”
정희원:전반적으로 퀄리티가 좋던걸요? 아, 다 좋았는데, 가위바위보가 조금 깼어요. 거기선 차라리 추격전을 하는 편이 괜찮을 것 같네요.
부장: 퀄리티가 좋나요~~!(대놓고 기뻐한다.) 가위바위보보다는 추격전..참고하겠습니다!
아주 단순한사람입니다.
아무튼, 후기를 들은 부장은 도장을 꺼내 우선 희원이와 한영휘의 손등에 찍어줍니다
정희원:(만족한다.)
부장: 완주하신 분들께 기념으로 도장을 찍어드리고 있어요
귀여운 꼬마 유령 모양의 도장입니다.
이어서 부장은 빈 차트에도 도장을 꾹 찍어줍니다.
수고했다는 말을 뒤로 한 채 희원이와 한영휘는 미술부를 떠나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정희원:네, 감사해요.
(음악부던가~)
마지막 장소. 연극부
정희원:(아차~)
소강당에서는 연극부의 연극 준비가 한창입니다.
앞으로 약 30분 후, 본 공연이 시작 된다는군요.
부장이 희원이를 발견하자 헐레벌떡 달려옵니다.
정희원:(꾸벅)
부장: 마침잘 왔어. 세트 몇 개를 무대 뒤로 옮겨놔야 했는데, 후배 몇이 깜빡했지 뭐야. 지금 도와줄래?
정희원:네, 물론이죠.
(마찬가지로 영휘 데리고 총총)
부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옮겨지다 만 무대 세트가 보입니다.
무거운 짐을 옮기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네요.
한영휘:이런 건 도와주기 쉽지~
정희원:끙차.
근력
기준치: 55/27/11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한영휘: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정희원:허억. (힘겹게 옮긴다.)
한영휘:(간단하게 옮긴다.)
괜찮아?
뭔가 혼 빠지는 소리가..
정희원:괜,괜찮아.
난 힘 쓰는 건 영 안 맞아서.
한영휘:남은 건 내가 할게.
정희원:응, 고마워!
그는 무리 없이 다른 연극부원들과 함께 무거운 세트를 실어 나릅니다.
그때, 몇몇 학생들이 천장을 바라보며 비명을 지릅니다.
무대용 조명장치 하나가 희원이가 있는 방향으로 추락합니다.
희원이는 문득 데자뷰를 느낍니다.
분명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희원:...!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3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희원이는 본능적으로 옆으로 몸을 던져 피합니다.
와장창!
요란한소리와 함께 장치가 박살 납니다.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정희원: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3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또다...)
(위를 바라본다.)
주변에 있던 연극부원들의 시선이 쏠립니다.
한영휘는 희원이에게 다친 곳은 없는지 황급히 확인합니다.
한영휘:(그를 확인하고는, 마찬가지로 주위를 살핀다.)
부장:괜찮아? 보건실로 가지 않아도 되겠어?
정희원:난 괜찮아.
파편도 그렇게 안 튀었어요.
부장:으윽.. 나 때문에.. 미안해..
정희원:아니에요! 천만에요.
치우는 게 관건이겠어요.
부장: 이상하네, 어제 점검했을 땐 튼튼했는데...
응. 일단 얼른 치워볼게..
그 말은 꼭, 누군가가 희원이를 해치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것처럼 들리는군요.
부장:아무튼, 많이 놀랐을 테니 조금 쉬었다 가. 저것만 치우면 바로 리허설에 들어갈 거라 보고 가지 않을래?
부장은 강당에 마련된 자리를 가리킵니다.
희원이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정희원:(영휘를 본다.) 어떡할래? 한 번 보고 갈래?
한영휘:상태는 괜찮아?
정희원:응. 괜찮아.
한영휘:그럼 보고 가자. 재밌을 것 같아.
정희원:그래. 그러자.
리허설 볼게요!
연극이 끝나고, 조명이 켜집니다.
한영휘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신중하게 무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장:어땠어? 괜찮았니?
정희원:(박수친다.) 네, 이런 애틋한 로맨스는 반드시 잘 먹힐 거예요.
다들 연기를 잘 하시던걸요.
부장이 도장을 꺼내 빈 차트에 찍어줍니다.
꾹, 나무 모양의 도장이 차트에 찍힙니다.
한영휘:(한참 무대 위를 바라보다가 웃는다.) 멋지던데요~
(엄지 치켜올린다.)
수고했다는 말을 뒤로 한 채 희원이와한영휘는 강당을 떠납니다.
정희원:(총총총...)
꽤 네 상황과 비슷해 보이던걸.
신목이나 멸망 같은 거.
한영휘:그러게. 그리고 말야.
이계에도 똑같은 전설이 있거든.
어떻게 인계에서 이런 연극을 만들었을까?
정희원:으음...
글쎄, 인세에 무녀가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는걸?
한영휘:단순히 전설이 아니었던 걸까.
(웃는다.)
담당 부스를 전부 돌고 나면, 어느덧 하늘은 어둑어둑합니다.
도장이 전부 찍힌 차트를 받은 축제 위원회장이 희원이의 등을 두드려줍니다.
정희원:(기지개 쭉...)
시간이 빠르네.
이대로 오늘의 일이 끝나나 싶었는데, 아직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는군요.
위원회장:힘들 텐데 미안해. 외부인이 학교 뒷산으로 들어갔다는 제보가 있어서, 분명 못 들어가게 막아놨는데 어떻게 들어갔는지 모르겠네. 대신 확인해주지 않을래?
정희원:아아...
알겠어요.
그것만 하고 쉬어도 되는 거죠?
위원회장:응! 그것만 하면 정말로 할 일 없으니까~
정희원:네. 그럼 다녀올게요.
(영휘 데리고 간다.)
한영휘:(쫄쫄 따라간다.)
시일고의 뒷산은 작고 고도가 낮지만, 관리되지 않아 수풀과 나무가 무성합니다.
이사장이 관리비를 빼돌렸다는 뒷말도 돌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뒷산에 ‘신목’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신성한, 혹은 저주받은 나무가 존재하는 산에 괜스레 손을 댔다간 저주받을지도 모른다고, 희원이 역시 동네의 몇몇 어른들이 수군대는 걸 듣지않았나요?
실제로, 신목 근처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학생들은 산에 접근하는 걸 꺼렸습니다.
한영휘는 산 입구에 진입하자,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갑니다.
한영휘:외부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네.
정희원:넌 이 산에서 온 거지?
응? 정말?
한영휘:응.
비슷한 산에서 여기로 왔지~
올라가는 모습이 굉장히 익숙합니다.
그는 마치 오랜 세월 산에서 지낸것처럼, 평지를 걷듯 무난하게 위로 향합니다.
한영휘:(슬쩍 희원도 확인한다.)
정희원:(잘 올라가고 있지만 조금 힘에 부쳐한다.)
한영휘:(슬슬 내려온다.)
업어줄까?
정희원:아니...괜찮아!
그렇게 높은 산도 아니고.
그보다 외부인은 어디 쯤에 있을 것 같은데?
한영휘:음.. 잠시만, 여기 확인해 보고.
뒤따라걷다 보면, 우뚝 선 웅장한 크기의 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높이 뻗고, 굵은 뿌리를내린 채 자라고 있는 이 나무는, 분명히 신목입니다.
그 주위에는 낡은 금색 새끼줄이 이리저리 늘어져 있습니다.
그는 새끼줄을걷으며 신목 앞으로 다가갑니다.
그는 손바닥을 펼쳐 거친 나무의 표면에가져다 대고, 한참 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로 제자리에 서 있습니다.
정희원:(얌전히 기다린다.)
한영휘:(잠시 그리 있다가, 이내 도로 희원에게 돌아온다.)
신목한테 외부인에 대해 물어봤어.
신목은 이 산의 주인이라. 다 알고 있거든.
정희원:정말?
신기하다.
뭐라고 하셔?
한영휘:두 번째 신목 밑에 있대. 10분 정도 걸으면 돼!
정희원:(10분...)
응. 알겠어.
한영휘:(힐끔)
정희원:왜 외부인이 거기로 갔지...?
(눈 마주치면 갸웃한다.)
한영휘:글쎄..나도 잘 모르겠는데.
진짜 안 업어줘도 돼?
정희원:응. 괜찮아. ... 강아지한테 업히는 건 조금...
한영휘:..
저기, 강아지 아니라구.
내가 어딜 봐서 강아지로 보여. (건장)
정희원:그렇지만, 강아지일 때 처음 봤으니까 어쩔 수 없다구?
첫인상이란 건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한영휘:흐으음...
그렇다면야~어쩔 수 없지만.
난 너 드는 것 쯤 일도 아닌~
강한 요괴라고.
(걸어간다.)
정희원:(졸졸 따라간다.) 나도 아직 건강한 여고생이니까 말이지.
한영휘:(빤히 본다.)
음!
하긴 충전기 던질 때 보니까 건강하더라.
정희원:후후.
어두운 곳에서 둘이 걷자, 방울이 짤랑이는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정희원:(방울 소리?)
분명 희원도 목걸이를 가지고 있지만, 이 소리는 다른 곳에서 들리고 있네요.
조용한 곳에서는 제법 크게 들립니다.
정희원:(방울 소리의 근원지를 찾는다.)
한영휘에게서 들리고 있습니다.
정희원:너 방울 달고 있어?
한영휘:응?
(품에서 방울 꾸러미를 꺼낸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9개의 방울이다.)
응. 소리가 들렸나보네.
정희원:그 소리였구나.
어쩐지 익숙한 방울이다 싶었는데, 이건 희원 가진 방울과 같은 모양이네요. 뭐, 방울 모양이 다 거기서 거기지만….
한영휘:이건 내 힘이 담긴 방울이야.
정희원:힘이라면...요력?
한영휘:응. 문을 여는 것 뿐 아니라..많은 일들이 가능하지.
정희원:그렇구나~
하늘은 점점 어둑해집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두 번째 신목 밑에는 아직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명의 아이들이쪼그려 앉아있습니다.
희원이와 한영휘를 발견한 아이들은 울먹이다 두 사람의 방향으로 달려와안긴 채 목 놓아 울어 버리네요.
아무래도,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길을 잃어버린 모양입니다.
정희원:아, 아이들이었네.
괜찮니? 이런 곳에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되지.
아이들은 산속에서 길을 잃고 걷고 있었다고 합니다.
한참 우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한영휘:안 와봤으면 큰일 날 뻔 했네.
(애들을 달랜다.)
정희원:괜찮아, 괜찮아. (아이를 안고 토닥여준다.)
돌아가자. 부모님도 걱정하시겠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훌쩍이는 아이들을 챙깁니다.
정희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나무 위에서 검게 일렁이는 작은 그림자를 봅니다.
두 눈이 밝게 빛난다고 생각했을 때,
정희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작스레 발밑이 푹 꺼지고, 몸이 앞으로 기울어집니다.
저항할 수 없는압력에 의해 희원이의 몸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칩니다.
무릎은 쓸리고, 발목이 시큰거려, 걷기는커녕 일어서기도 힘듭니다.
설상가상으로 신고 있던 운동화 한쪽은 어딘가로 도망가버렸네요.
이상한일입니다.
한영휘:(아이를 업고 있다가 깜짝 놀라 달려온다.)
정희원:아앗.
아야...
어제의 일부터 오늘 연극부에서 있었던 사건까지, 어째서 이런 불운이 자꾸만 닥치는 걸까요?
한영휘:(달려와서 네 상태를 살핀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정희원:또 위협에 말려든 것 같아.
(눈살을 찌푸린다.) 발목을 삐었나 봐. 일어나기가 힘들어.
한영휘:..,뭔가 이상한 점은 없었어?
정희원:그림자...
그림자를 봤어.
한영휘:분명 널 노리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나도 전혀 느끼질 못해서..
그림자?
정희원:어제도, 바로 직전에도.
응.
한영휘:...(잠시 생각하듯 가늠하다가, 슬 아이의 손을 잡고 내려둔다.)
이번엔 진짜 업혀야 해!
정희원:정말, 이젠 어찌할 수가 없네.
부탁할게.
한영휘:(슬쩍 몸 아래로 기울인다.)
정희원:(업힌다.)
신발 한 짝이 사라졌는데...
혹시 보이니?
한영휘:헉.
(두리번두리번)
음.. (도리도리)
어디로 갔는지 감도 안 잡히는 걸..
정희원:(끙) 나중에 다시 와봐야겠네.
한영휘:내가 내려가면서 찾아볼게.
(슬슬슬슬.. 두 팔로 애들도 끼고 잘 내려간다.)
정희원:강하다는 거 사실이구나.
한영휘:오. 여기 있는 것 같애. (나동그라진 운동화 발견.)
그렇다니까~
정희원:앗, 여기까지 굴러왔네.
찾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한영휘:그러게. 여기까지 와서 신까지 잃어버리면 억울하지. (웃음)
아이 한 명이 희원의 발에 운동화를 끼워줍니다.
정희원:고마워.
산에서 내려와 아이들을 돌려보낸 뒤, 위원장에게 보고까지 끝마치면 오늘 희원이의 업무는 종료입니다.
정희원:(보고하고 온다.) 휴~ 오늘치 업무는 다 끝났어.
보건실에 좀 들려야겠는걸.
캠프 파이어가 시작했기 때문인지, 운동장은 시끌시끌합니다.
다른 구역에는 사람이 전혀 없지만요.
한영휘:(제 등에서 내려왔나?)
정희원:(그렇다. 조금 절뚝거린다.)
한영휘:(슬쩍 다시 업어주려는 듯 자세를 낮춘다.)
정희원:여기서는 조금 부끄러운데~
한영휘:왜?
정희원:그야, 친구들 많은 데에서 낯선 남학생에게 업히고 있으면...
자꾸 캐묻는단 말이야.
한영휘:아하. 그렇구나. 인계나 이계나..(웃고는)
그럼 얼른 안에 들어가자. 보는 눈이 없으면 괜찮겠지.
정희원:으음... 알겠어. 어서 가줄 거지? (없힌다.)
한영휘:응!
(업은 채로 홀랑 학교 안에 들어간다.)
보건실이 어디야?
정희원:1층 맨 안쪽. (손으로 가리킨다.)
한영휘:(1층 맨 안쪽의 보건실로 들어간다. 온통 어두운 학교 안에서, 두리번 거린다.)
너무 어두운데. 이건.
(잠시 침대에 내려주며) 내가 요술로 불 켜볼게.
정희원:아하하.
편리하네. 좋아.
한영휘:(요술로 불을 켠다.)
정희원:와, 신기하다.
볼 때마다 신기하네.
도깨비불 모양새입니다.
한영휘:헤헤. 그래?
정희원:(건드려본다.)
한영휘:안 돼!
정희원:뜨거워?
살짝 뜨겁습니다.
한영휘:응. 불보단 나아도, 많이 뜨겁다고.
정희원:(손 턴다.) 그렇네.
한영휘:조심해~
여기 약은 다 희한하게 생겼네.
정희원:응, 괜찮아.
맞아. 인세에는 그런 요술이 없지만, 대신 의학이 많이 발달해서...
온갖 상처나 부상에 대응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하게 많아.
거기...빨간약 좀 갖다줄래?
한영휘:요술이 없는 대신, 여러가지로 발전하는구나.
인계란 신기하네..
정희원:맞아.
한영휘:(두리번 거리다가, 빨간 약을 가지고 네 옆에 다가온다.)
정희원:(까진 무릎에 소독용 에탄올 스프레이를 뿌린다.)
여기 발라줘.
한영휘:(스프레이 뿌리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무릎에 빨간약을 붓는다.)
정희원:아앗...
붓는 게 아니야.
(흐르는 빨간약을 닦아낸다.)
한영휘:아냐?
정희원:응. (아프다)
한영휘:(슬슬 바르는 부분으로 문댄다.)
이렇게 하면 안 돼?
정희원:그렇게 문대는 것도 아니야.
나 아파.
(빨간약을 뺏는다.)
한영휘:으으응?
정희원:봐, 여기에 상처가 있다고 치면... (반대쪽 무릎 보여주며)
한영휘:응응.
(옆에 앉아서 경청중)
정희원:상처 위에, 빨간약을 얇게 덧대는 식으로 바르는 거야.
상처 안에 너무 들어가게 해서는 안 돼.
(시범 보여준다.)
(이미 상처는 조져졌지만.)
한영휘:연고라고 막 바르면 안 되는 거구나.
정희원:그럼.
한영휘:(이해하고는, 상처 위로 얇게 발라본다.)
(이미 상처는 조져졌지만)
정희원:음... 잘했어.
이제 저기, (냉장고 가리킨다.) 저기서...
팩...
주머니?
주머니 같이 생긴 걸 꺼내와줄래?
발목에 냉찜질을 해야겠어.
한영휘:응!
(냉장고에서 얼음팩을 꺼내온다.)
발목에 대주면 돼?
정희원:응. 부탁해.
조금만 이러고 있다가 나가자.
한영휘:(슬 바닥으로 내려가서 네 발목에 얼음을 댄다.)
정희원:발 올릴까?
한영휘:지금도 별 상관 없어.
정희원:(침대 위로 발 올린다.)
한영휘:어래.
(슬슬 따라올라온다.)
정희원:(시큰~~~~~~)
한영휘:(꾸욱 얼음팩을 눌러준다.)
정희원:너무 누르지 마...
한영휘:으응.
살살..
정희원:정말, 섬세함이 없네.
한영휘:...(;;)
(적당한 세기를 찾아서 얼음팩을 갖다댄다.)
이제 괜찮아..?
정희원:(ㅋㅋ)
응.
고마워.
(얼음 찜질을 하며 드디어 한 시름 놓은 것처럼 멍하니 도깨비불로 밝혀진 천장을 보다가)
신경 쓰이네.
한영휘:뭐가?
정희원:네 방울 꾸러미 말이야.
꼭 하나가 빠진 것 같지 않아?
한영휘:오. 어떻게 알았어?(신기하다는 듯 미소지었다.)
예전에 소중한 사람한테 하나를 나눠줬거든.
정희원:그래? 신기하네. 나에게는 한 개 짜리 방울이 있거든.
그래서 의식됐던 걸까?
한영휘:그래?
어쩌면 내가 방울을 준 사람이랑 너랑..
관계가 있을 지도 몰라.
너랑 되게 닮았거든. 그 사람.
(손 안에서 얼음이 점점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며, 선생님과 닮은 네 얼굴을 잠시 응시한다.)
정희원:그래? (눈 마주치면 깜빡인다.)
우연이려나.
(셔츠 안으로 넣어뒀던 목걸이를 끄집어낸다.)
한영휘:....(네가 보여주는 목걸이를 보고 나면, 파란 눈이 커져선, 느릿하게 꿈뻑인다.)
이건, 내 방울이네.
혹시 누구한테 받은 건지.. 말해줄 수 있어?
정희원:그럼 우연은 아닌가 봐.
으음... (기억을 다시 되짚어 본다.)
한영휘:(눈 꿈뻑꿈뻑)
정희원: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떠오르는 게 있나?)
방울은 가보처럼 정희원의 할머니에게, 어머니에게, 정희원에게 물려내려 왔습니다.
정희원:어머니께 물려 받았어.
어머니는 할머니께 물려 받았고.
할머니도 증조할머니께 물려 받으셨겠지.
한영휘:.....증조할머니는 지금 살아계셔?
정희원:(고개를 젓는다.)
한영휘:...(잠시 침묵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게 됐네. 그래도..
이렇게 너랑 만난 것도, 인연인 가봐.
정희원:음... 인계와 이계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가 보네.
(미소짓곤 네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한영휘:이계가 좀 더 빠르니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색하게 웃고는)...(부비적 머리를 비빈다.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손길만은 좋았다.)
(손 아래서 얼음이 새어나가듯, 완전히 녹아 물이 된다. 다른 형태가 된 그것을 잠시 쥐었다.)
정희원:얼음이 벌써 녹았네.
(몸을 일으키고 다시 침대에 걸터앉는 자세를 취한다.)
캠프파이어 구경하러 가볼래?
한영휘:그러게.
발목은?
정희원:아까보단 괜찮아. 진통제를 먹으면 괜찮을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 진통제를 찾는다.)
한영휘:(멀뚱히 바라본다.)
정희원:(약과 물을 삼킨다.)
(꿀꺽)
한영휘:(눈 꿈뻑 꿈뻑)
정희원:신기하니?
한영휘:응.
나도 먹어볼까?
정희원:그러고 보니 너도 다쳤었지.
상처는 어디에 있어?
한영휘:아. 그 상처..
허리. 이젠 괜찮아.
정희원:요술로 치유했어?
한영휘:대강 치유도 했고. 난 원래 튼튼하거든.
(어깨 으쓱인다~)
정희원:(어린이용 딸기맛 진통제나 한 알 뜯어서 물과 함께 내민다.)
그럼 이걸로 먹어봐.
한영휘:(힐끔)
(물이랑 진통제 먹는다.)
..
정희원:어때?
한영휘:맛있다!
(+.+)
좀 더 줘.
정희원:안 돼. 아프지 않은데 먹었다간 부작용이 오니까.
한영휘:으음~ 약학은 역시 복잡하구나.
배웠는데도 잘 모르겠다니까.
(기지개 켜고는 일어난다.)
정희원:인계에서는 상식이지.
정 맛난 게 먹고 싶다면 돌아가는 길에 사줄게.
한영휘:좋아~(거절 안한다.)
이제 가볼까? 잠시 캠프파이어 멀리서 구경하고 가자.
정희원:그래. (보건실에서 나가려다가...)
(보건실 문 앞에 선다.)
(그리고 스위치 위에 손을 올리고,)
(보건실 불을 켰다가 끄고서는 웃으며 복도로 나간다.)
한영휘:...
뭐야?
(껐다 켜본다.)
(껐다 켜본다.)
정희원:아하하.
한영휘:...(켰~다가 꺼본다.)
너 왜 말 안 해줬어?!(쫓아간다.)
정희원:네가 요술로 밝혀주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도망은 멀리 못 간다.)
한영휘:그럼 그렇게 말하면 되잖아~~(나란히 걷는다.)
정희원:후후후.
(캠프파이어 보러 가자!)
캠프 파이어가 시작했기 때문인지, 운동장은 시끌시끌합니다.
불을 둘러싼 채 옆에 있는 사람과 춤추는 시간인가 봅니다.
포크 댄스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뜨거운 불의 열기에 뺨은 붉게 물듭니다.
한영휘:(한 발짝 떨어져서 구경한다.)
정희원:(마찬가지로 한 발짝 떨어져있다.)
한영휘:저건 인계의 춤이야?
정희원:응. 그렇네.
포크 댄스라고 하는 거야.
웬일로 케이팝이 안 나오네.
한영휘:포크 ..댄스? 케이팝?
정희원:후후, 그런 게 있어.
아, 바뀌었다.
한영휘:(신기하게 구경한다.)
정희원:이게 케이팝이야.
한영휘:오오.. 신나는 것 같기도.
(랩 구간에 집중한다.)
(따라부르는데 개못한다.)
정희원:(ㅋ)
...
(애들 구경하는 척 딴청 피운다.)
한영휘:(흠흠흠흠)
인계 노래 재밌다.
정희원: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여기서 살래?
한영휘:암어포리러배이배
그러고 싶지만,
난 멸망을 막으러 온 사자니까..
만약 모든 일이 해결된다면, 또 놀러올게.
정희원:으음. 그랬지.
마음이 꽤 급하겠어.
...오늘 뭔가 알아낸 건 있어?
한영휘:짐작 가는 건 몇 개 있는데, 아직 완전히 알아낸 건 아니라서.
일단 널 노리는 녀석이, 비슷한 세력인 건 대충 짐작이 가.
정희원:그렇구나...
으음, 앞으로 얼마나 더 여기에 있을 것 같아?
한영휘:음.. 그리 오래 머물지는 않을 거야.
길어도 3일? 동료들을 찾지 못해도, 신목 관리를 내버려둘 수 는 없으니까..
정희원:그렇구나. 짧네.
뭔가 알아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한영휘:그러게. 이계의 위협이 완전히 없어진다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 것 같아.
뭐랄까.
이미 너랑 만난 덕분에, 해묵은 미련이 좀 씻겼거든.
정희원:그래? (고개 기울인다.)
한영휘:응. (슬 네 목걸이를 가리킨다.)
난 오래도록 그 주인을 찾고 기다렸어.
죽었다는 걸 알았으니까.. 이제 그럴 필요는 없겠지.
정희원:그랬구나. (안타까운 듯 눈썹을 늘어트린다.)
한영휘:몇 백년은 지난 이야기니까..괜찮아.
점차 캠프파이어의 불꽃이 잦아듭니다.
밤이 깊네요.
정희원:점점 해산하는 분위기네.
슬슬 집으로 돌아갈까?
한영휘:(고개를 끄덕인다.)
귀가합니다. 교문을 벗어나 멀어질수록 선명하게 울리던 노랫소리가 희미해집니다.
이제 완전히 밤입니다. 하늘에 뜬 달은 유독 밝지만, 완전히 둥근 모양은 아닙니다. 그래도 내일이면 만월이 뜨겠네요.
한영휘:(학교 근처를 벗어나면.) 도로 업어줄까?
정희원:응. 역시 발목이 신경쓰이네. (자연스럽게 팔 뻗는다.)
한영휘:(두 번째라고, 능숙하게 훅 들어 업는다.)
(너를 업은 채로 걷다가, 하늘을 바라보고 의아해 한다.)
태양은 아닌 것 같은데. 저거 뭐지?
정희원:?(함께 본다.)
뭘? ...달 말하는 거야?
한영휘:아. 저게 달인가.
선생님 얘기로만 들었는데. 신기하네.
(달을 빤히 바라보며 걷는다.)
정희원:예쁘지?
한영휘:응. 온통 검은데, 저것만 빛나니까.
정희원:옛날 같았으면 별도 보였을 텐데.
네 선생님은 더 멋진 풍경을 보셨을 거야.
한영휘:요즘은 별?은 없구나.
정희원:응. 이런 도시에서는 대기가 탁해져서 좀처럼 안 보여.
그나저나... 이계에 밤이라는 개념이 없는 거야?
한영휘:...(물끄러미 하늘에 시선을 붙박았다.)
우리는 항상 태양만이 떠있으니까.
정희원:그렇구나.
한영휘:어두운 밤은 있지만, 달도 별도 없지.
정희원:그럼 무엇이 밤을 밝혀?
한영휘:아무것도 밝히지 않아.
요술이나, 만든 조명 정도?
정희원:그렇구나.
삭막한걸.,
한영휘:그래도 항상 활기찬 곳이니까~
정희원:낮에 즐거우면 됐나?
가보고 싶다.
한영휘:안전해지면 한 번 초대해줄게.
정희원:응. 그렇게 될 수 있길 바랄게.
마침내 두 사람은 집에 도착합니다.
한영휘:어쩐지 조용하네?
(스위치를 누른다.)
정희원:(불 켜는 방법을 완전히 터득했군)
응. 이제부터 일주일간 부모님이 집에 오시지 않거든.
한영휘:오오..(널 업은 채로, 네 방까지 날라놓고는.)
정희원:(침대 위에 털~썩)
한영휘:나 좀 구경해도 돼?
궁금한데.
인간의 집..
정희원:그래. 얼마든지.
한영휘:(슬쩍 어슬렁거리러 간다.)
정희원: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네요. 뭔가 재밌는 것이라도 찾았나 봅니다.
정희원:(강아진가...)
(휴대폰으로 밤하늘 사진이나 찾아놓는다.)
('이계'에 대해서도 검색해 볼까?)
(토도돗...)
검색하면, 평소 희원이 알던 정보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희원:
지능
기준치: 75/37/15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오히려 인터넷보다도, 이 집에 정보가 많지 않을까요.
창고와 같은 서재, 그곳에 쌓인 낡은 문헌은 분명히 전해 내려오는 옛 고서들이었죠.
그러고 보니, 희원도 어릴 땐 재미 삼아 창고를 오가며 오래된 책들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방울도 거기서 얻었던가요?
정희원:(슬그머니 방 밖으로 나온다.)
한영휘~
한영휘:...(서재에서 슬쩍 고개만 내밀고는, 네게 다가온다.)
어. 희원아.
정희원:책 읽고 있었어?
(느릿느릿 서재로 향한다.)
한영휘:응. 여기 우리 세계 얘기도 많더라고.
..내가 모르던 정보가 많아서. 오늘은 여기 계속 있어도 될까? 정신 없이 읽고 있었네.
정희원:같이 읽자. 나도 궁금해.
한영휘:날밤 샐 것 같은데~? 괜찮으면.
정희원:난 속독이 재능이라 괜찮아.
(여유롭게 웃는다.)
한영휘:좋아. (웃으며 서재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곁에 자리를 내어주고, 책을 읽는다.)
정희원:(책을 골라와서는 곁에 앉는다.)
한영휘:(한참을 책을 읽는다. 몰두하듯 시간이 가는 것도 몰랐다.)
정희원:(아주 어렸을 때 읽었던 내용이라 다시 읽자니 새롭다.)
(읽기를 마치면 책을 덮고 영휘를 본다.)
한영휘:(제 세계에 대한 진실들은 지금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일이다.)
(책 속에 빠져들 듯이 집중하고 있다. 아마, 밤이 가는 것도 모를 것이다.)
정희원:(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자리를 뜬다.)
희원이는 개운하게 기상합니다.
어제 다쳤던 다리의 통증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희원:(발목 빙글빙글)
몸이 젊으면 좋다니까.
(서재로 슬그머니 간다.)
서재는 가지런히 정리되어있으며, 한영휘가 마지막으로 읽은 것처럼 보이는 낡은 책 한권만이 바닥에 단정하게 놓여 있습니다.
정희원:어라... 없네.
(책 확인해 본다.)
제목은 ‘이계탐험록’입니다.
정희원:으음... 어디 갔지?
(책 들고 영휘 찾으러 간다.)
멋대로 눌러앉을 땐 언제고 멋대로 떠나버린 걸까요?
어딜 봐도 없네요.
간다면 간다고 기별이라도 해줬다면 좋았을 텐데요.
아무튼, 그런 배은망덕한 녀석은 잊고 등교할 준비나 합시다.
오늘도 축제일을 보조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예정이니까요.
정희원:정말...하룻강아지라니까.
(조금 아쉬운지 툴툴대고는 등교 준비를 한다.)
학교에 도착하면, 어제와 마찬가지로 위원장이 반깁니다. 곤란한 표정입니다.
밤새 누군가의 소행인지, 축제 세트의 일부가 파손되었다는군요. 위원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엔 엉망으로 찌그러진 공연용 스피커들이 놓여 있습니다.
정희원: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3
판정결과: 실패
정말 심하게도 망쳐놨네요. 축제 내내 되는 일이 없습니다.
위원장은 울상이 된 표정으로 말합니다.
위원장: 아무튼, 후원해주시는 측에서 새로 기자재를 보급해주시기로 했으니 다행이지. 다른 친구들이랑 이것 좀 밖으로 내다 놔줄래?
정희원:(알겠다고 말하고는 치우기 시작한다...)
위원회 측 사람 몇이 팔을 걷고 다가옵니
다.
정희원:oO(또 연관되어 있는 일일까?)
망가진 스피커를 나르기 위해 움직이던 그때, 문득 위원장이 말합니다.
위원장: 그런데 왜 어제 내내 같이 있던 친구랑은 따로 왔어?
아까 봤는데.
정희원:응?
어디서 봤는데?
위원장: 아까 축제 부스에 있었는데. 지금은 지나쳐오느라 모르겠어.
정희원:왜지...
그 애, 휴대폰이 없어서 연락이 힘들거든.
그래서 엇갈린 모양이야.
위원장: 아하. 그랬구나.
단순히 먼저 집을 떠나 축제에 오고 싶었던 것뿐일까요?
그렇다면 왜 말도 하지 않고 왔을까요.
어디선가 비명이 들려, 생각이 강제로 끊깁니다.
야외에 놓인 요리 부스 한구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분명 바베큐를 굽는 부스였죠. 불이 난 걸까요?
정희원:앗...
(망가진 스피커를 나르려던 박스를 든 채 그 방향을 보기만 한다.)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소란이 일어납니다.
어떤 부스는 기둥이 무너져내리고, 교내 부스 중 하나는 창문이 깨지고, 멀쩡히 잘 달려있던 무거운 간판이 떨어집니다.
혼란한 가운데 희원이는 똑똑히 목격합니다.
아수라장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어디론가 뛰어가는 한영휘를요.
정희원:역시 흔한 일은 아니네...
(혼란을 틈타 박스를 내려놓고 한영휘를 쫓아간다.)
한영휘는 굳은 표정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전용 약식 추격 룰을 사용합니다. 총 세 번의 민첩 판정을 거쳐 두 번 이상 성공 시 한영휘를 붙잡습니다. 한영휘를 놓칠 경우, 다시 혼란이 일어납니다.
정희원: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4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1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엉망이 된 축제를 뒤로하고, 희원이는 한영휘의 뒷모습을 따라갑니다. 인파를 헤치고, 모퉁이를 돌고 돌아, 희원이는 학교 뒤편 쓰레기 소각장에 도착합니다
한영휘는 희원이를 등지고 서서 한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희원이가 채말을 걸기도 전에, 노기를 머금은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한영휘:역시, 네 짓이지? 그만두지 못해?
…희원이한테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영휘는 희원이가 따라가는걸 눈치채지도 못했는걸요.
정희원:(영휘가 보는 방향을 빤히)
이채: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래?
그에 응하듯,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가이어집니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면, 한영휘의 맞은편에는 검은 인영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흐물거리던 인영은 점점 형태를 이루더니, 뱀과 여우를 섞은듯한 외형의요괴로 변합니다.
긴 머리카락이 베일처럼 늘어져 흩날리고, 얇은 눈매는으스스하게 올라서 있습니다.
한영휘는 표정을 굳히고 경계합니다.
내내 숨기고 있던 꼬리와 귀가 돋아나고, 눈매에는 요기가 서립니다.
두 요괴가 꼿꼿하게 마주 서자, 형형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한영휘와 낯선 요괴는 당장이라도 엉겨 붙어 싸울 것처럼 대치합니다.
둘 다 이계에서 온 요괴가 아니었던 건가요?
대체왜 이렇게 흉흉한 표정으로 대립하는 거죠?
정희원:(저 요괴가 원인이군...)
감정이 격양된 두 요괴 주변에 검은 안개가 장벽처럼 피어오릅니다.
안개에 닿은 벽과 바닥이 순식간에 부식됩니다.
인간은 가까이 가기만 해도크게 다칠 게 분명합니다.
장벽 너머로 목소리만 들려옵니다.
한영휘:이곳에 혼란을 일으킨 건 네 짓이잖아,
네 기운을 내가 못 느낄 것 같아? 흩어진 사자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
이채:후후,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니 변명할 수도 없겠네. 그래, 전부 내가 저지른 짓이고, 그런 피라미들은 다 죽였지.
한영휘:이런 짓을 저지르고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이채:들어봐, 난 전부 우리의 세계를 위해서 한 거야.
한영휘:...그게 무슨 소리지?
이채:너나 다른 사자들같이 인간에게 무른 자들이 방해해서, 이계는 멸망을 맞이할 테니까.
우리는 이렇게 멸망할 수 없어, 살아남아야 해. 인간을 싸고도는 너희는 전부 세계의 배신자라고!
한영휘:..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대체??
인간이나 요괴나 뭐가 다르다고..
이채:웃기지 마. 너도 이제 진실을 알고 있잖아? 이계는 틀렸어. 멸망을 막을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고. 인계의 주민을 이계로 보내고 우리가 인계를 차지하는 것 외엔 없다는 거, 알고 있잖아!
한영휘:그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당장 사용할 필요는...,
이채:넌 우리보다 인간이 소중한 거지?
한영휘:……아니야, 단지 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니까!
이채:말은 그렇게 해도 역시 나를 방해할 생각이구나. 지난 이틀간 널 관찰했어! 넌 이계의 멸망을 막을 방법을 찾긴커녕, 인간이랑 붙어서 시시덕거렸지. ‘선생님’의 피를 이은 아이가 그렇게 소중하니?
이럴 줄 알았으면 역시 그때 한 번에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신목의 수호자인 널 대체할 자는 없으니 여태 살려두었는데, 결국에는. 이게 다 인간 때문이야, 인간이 널 망쳤어.
한영휘:.., 진정해. 일단 이계로 돌아가자.
다시 방법을 찾아보자고. 이러지마.
이채: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면 이제 상관없어. 너 같은 거, 인간들이랑 같이 사라져버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을 둘러싼 검은 안개의 장벽이 굉음과 함께순식간에 날아갑니다.
희원이 역시 휘몰아치는 날카로운 바람에 넘어질 뻔합니다.
정희원:(ㅇㅅㅇ;;;)
무언가 ‘열려선 안 될 문’이 억지로 열리는 듯한 소리와 한영휘의 다급한, 그만두라는 외침이 들립니다.
회색 연기가 뭉게뭉게 퍼져나옵니다.
화재가 아닙니다.
해골처럼 비쩍 마른 몸체, 번들거리는 표면, 어떤 생명체의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웁니다.
희원이는 인간의 근본적인 공포심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괴물’이라고 불리우는 존재가 소환되었단 사실을 깨닫습니다.
정희원: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채:여기서 인간이랑 같이 죽어버려!
그러나, 이채의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희원이를 등지고 선 괴물은그대로 아가리를 벌려 단숨에 이채를 집어삼킵니다.
아작, 아작, 아드득, 생살과 뼈를 씹는 기이한 소음과 함께 귀를 찢는 비명이 소각장에 울려 퍼집니다.
정희원:(ㅇㅁㅇ;;;;;)
SAN Roll
기준치: 49/24/9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2
뒤틀린 팔과 다리가 완전히 삼켜진 그때, 무심코 뒤를 돌아본 한영휘와 희원이의 눈이 마주칩니다.
왜 이곳에 있는 건지, 우리의 대화를 전부 들은 건지, 한영휘의 머릿속에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 같지만, 대화하며 미적거릴 시간은 없습니다.
당장 도망쳐야 합니다!
한영휘:(네 손을 잡고 급히 뛰어간다.)
정희원:와앗.
한영휘:산으로 갈 거야.
정희원:알겠어. (끌려가듯 달려간다.)
방금 저 요괴는 정말로 먹힌 거야?
한영휘:..,(고개를 끄덕인다.)
뒤이어 굉장한 속도로 괴물이 쫓아옵니다.
한영휘가 품에서 방울을 꺼내자, 딸랑, 낭랑한 소리가 울립니다.
그와 동시에 보이지 않는 끈에 묶이기라도한 듯, 괴물은 몸을 꿈틀거리며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속박의 주문입니다.
잠깐이나마 시간을 벌었네요.
정희원:따르지도 않는 괴물을 왜 소환했담? 바보네.
(한 시름 놓는다.)
한영휘:(산까지 멈추지 않고 달려가선, 중턱에서 겨우 멈춘다.)
...,그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지.
희원아. 우린 저 괴물.. 사냥개한테 '인식' 당헀어.
저 녀석은 집요해서, 우릴 잡아먹을 때까지 쫓아올 거야. 그게 다른 세계라도..
정희원:그럼 어떡해? 네 요기로 기척을 숨길 수는 없어?
한영휘:다행히 이채가 먹힐 때, 요력을 써서.. 완전한 인식은 막았으니까. 근처에 있던 인간을 쫓아오고 있는 것 뿐이야.
그러니까 사냥개를 쫓아내려고 해. 우리한테서 아득히 멀어지면, 자동으로 인식이 풀릴 거야.
정희원:방법이 있다니 다행이네.
유서 써야 하나 고민했어.
한영휘:넌 무슨 그런 말을 침착하게..
...인계에서 인명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사냥개를 멀리 떠나보낼 방법은 없으니, 신목을 이용할까 해.
정희원:이계로 가는 거야? (갸웃)
한영휘:문을 열고, 사냥개를 들인 뒤에 통로를 닫아버릴까 해.
이계에 진입하지 못하고 거기에서 헤매도록.
정희원:으음... 괜찮은 방법인 거 맞지?
한영휘:...사실, 이 방법 밖에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만약 우리를 완전히 인식한다면 끝이니까. 그 전에 다른 차원으로 보내는 수밖에는..
저 녀석은..정말이지 강한 요괴야.
정희원:그래...
알겠어. 그렇다면야.
한영휘:.., 고마워. 위험에 빠뜨려서 미안해.
정희원:아니야, 죽을 뻔하다는 점만 빼면 재밌으니까.
한영휘:너도 참..
(손을 내민다.) 놓으면, 결행하는 거야.
정희원:(장난스레 미소짓더니 끄덕이고, 손을 붙잡는다.)
그 손은 긴장으로 차갑게 식어 있습니다. 그 손은 굳세게 당신의 손을 맞잡습니다.
곧이어, 사냥개에게 걸린 속박의 주문이 풀립니다.
그와 동시에 한영휘의 작전이 개시됩니다.
한영휘는 동물로 변해 잽싸게 나무를 타고 가지와 가지사이를 뛰어넘어 먼저 신목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발이 느린 희원이만 홀로 사냥개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길은험하고 체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과연 미끼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요?
희원, 강제 민첩 판정입니다.
정희원: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재빠르게 돌과 수풀, 그루터기를 뛰어넘어 앞으로 달려갑니다. 뒤에서부터 기이한 울부짖음이 빠르게 다가오지만, 깊게 생각할 겨를은 없습니다. 무조건 달려야 합니다
제대로 신목으로 간 게 맞겠죠? 만약 작전이 전부 가짜라면,정말 괴물에게 잡아먹힐 텐데요.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희원이와 괴물 사이의 간격은 줄어들긴커녕 점점더 가까워집니다.
코스를 바꿔서 달려보는 건 어떨까요?
마침 길이 세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정희원:
기준치: 40/20/8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갑자기 방향을 전환해 왼쪽으로 몸을 던집니다. 하지만, 사냥개는 그것조차 예상했다는 듯 빠르게 왼쪽으로 몸을 틀어 달려갑니다. 간격은 오히려 더 가까워졌습니다.
넘어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자세로 계속해서 달립니다.
한계는 예전에 돌파했습니다. 이렇게 쉴 틈 없이 달려본 게 언제가 마지막이었죠?
산소 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자, 머리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다시,
정희원:
기준치: 40/20/8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눈앞에 구덩이가 보입니다. 다행히, 빠져서 바닥을 구르기 전에 가볍게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간격이 벌어집니다.
나뭇가지가 팔을 긁고, 신발이 벗겨지기 직전입니다.
아, 그제서야 익숙한 인영이 보입니다.
간신히 신목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가까스로지만요. 저 멀리에서 신목에 손을 짚고 있는 영휘가 보입니다.
끝이 보이네요.
정희원:
민첩
기준치: 55/27/11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오금이 저리고, 입안이 바짝바짝 탑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시야가 뿌옇고, 발바닥이 불타는 것 같습니다. 달리고 달려서, 나무에 부딪히기 직전, 당신은 옆으로 몸을 날려 피합니다.
그런 당신을 영휘가 받아줍니다.
한 뼘 차이로 사냥개는 나무에 충돌하며 빨려 들어갑니다.
어마어마한소리와 함께 바람, 흩날리는 나뭇잎, 먼지와 벌레들까지 함께 삼켜집니다.
기운이 빠진 희원이까지 끌려가는 걸 한영휘가 잡아줍니다.
보이지 않는 출입구는 달려드는 사냥개를 반갑게 맞이하고, 손님을 삼킨마법의 문은 재빠르게 닫힙니다.
바람이 잠잠해지고, 삽시간에 주변이 고요해집니다.
아, 이걸로 끝났습니다.
정희원:(헥헥)
한영휘:후우우.., (안도감에 긴 한숨을 토해낸다.)
정희원:끄... 끝났어? (@ㅁ@)
한영휘:(ㅋㅋ) 아...괜찮아?
응. 이제 끝났어.
정희원:하아, 정말,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달려본 적이 없어서, (땅 위에 풀썩 앉는다.)
한영휘:(풀썩 앉은 네 등을 두드려준다.)....고마워. 덕분에, 사냥개를 돌려보낼 수 있었어.
..(그리고, 네 눈을 본다.)
눈이라기엔 그 안에 있는 본질을 읽어낸 것 같습니다.
한영휘:(네가 숨 고르는 것을 기다리듯이, 지그시 응시한다.)
정희원:(땀 범벅이 된 얼굴로 마주본다.)
한영휘:이채 때문에 오늘 급하게 나왔어.
평소보다 요기가 강하게 느껴지길래. 저렇게 망가졌을 지는 몰랐지만.
정희원:친구였어?
한영휘:..
응. 난 그렇게 생각했어.
정희원:아이고.
(잠시 기침한다. 숨을 적당히 고르면 호흡이 점차 안정된다.)
한영휘:(점차 안정되는 낯을 응시하고는,)..있잖아.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절차가 하나 필요해.
더 달리지는 않아도 되고.(웃음)
정희원:순간 긴장했다...
뭔데?
한영휘:우리가 사냥개에게 인식당한 걸 기억하는 한, 언제든지 다시 쫓길 수 있거든.
그러니까, 그 부근의 모든 기억을 지워야 해.
정희원:아아.
그럼 너랑 만난 기억도 지워지는 건가?
한영휘:그래. 아쉽지만.
위험해지는 것보단 나을 거야.
정희원:으음...
그래도 그건 싫은데.
어떻게 인수인계 못 하려나. (고민에 빠진다.)
한영휘:아하하.
인수인계가 뭐야?
정희원:자신의 업무를 후임에게 넘겨준다는 의미인데...
비유야. 이해 되지?
너랑 만난 기억이 없어도 언젠가 이계에 가야 한다는 것 만큼은 기억해 두고 싶으니까.
한영휘:응. 인계 용어인가봐.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서로 알아보진 못하겠지만,
이 방울이. 우릴 이어주고 있으니까. (네 목걸이를 슬 가리킨다.)
정희원:그런가, 이거면 되는 건가?
요술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일지 아직 다 파악한 게 아니라서, 말뿐만인 건 아닌지 조금 불안한 걸.
한영휘:방울끼리는 끌어당기는 힘이 있거든.
..기억이 지워진다고 해도.
내가 오래도록 느꼈던 감정들은 방울 안에 전부 담겨 있으니까.
지금, 만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기억이 전부 지워져도 방울의 힘은 사라지지 않을 거야.
정희원:그런 거구나.
(빤히 본다.)
한영휘:(눈 깜빡)
정희원:새삼스럽지만... 너 되게 착한 강아지구나.
내가 그 선생님을 닮았다거나 해서 그런 건가?
한영휘:난 강아지가 아냐. 요괴지.
내가 뭔가..착한 일을 했나?(볼을 긁적인다.)
정희원:자신과 그다지 관계 없는 세계의 사람에게 이렇게 까지 친절하게 대해주는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해.
발목, 네가 낫게 해 준거지?
한영휘:....아. 그건 분명 그랬지.
하지만 너도 그랬잖아. 다쳤던 나를 돌봐줬고.
정희원:강아지니까 아무래도 무시하기 어렵구. (농조.)
한영휘:아하하.
동물에게 친절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래.
선생님을 닮은 것도 신경 쓰였지.
성격은 근데 많이 달라서..
(농조로 말하며 절레절레 고개 흔든다.)
정희원:왜 고개를 젓는 거니?!
한영휘:아아. 완전 다른 사람이라구~
전혀 겹쳐 볼 수는 없다고~
(웃음 터뜨린다.)
정희원:완전히 내 성격을 못 쓰겠다는 듯한 제스처였어. (괜히 눈 가늘게 뜨고 봤다가)
한영휘:그런 뜻은 아니었어~~
진짜야!
정희원:그래? 그럼 말구. (돌아온다.)
한영휘:(돌아온 눈 크기를 보고 안심한다.)
만약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기억할 수 있을 거야.
그리움만 간직하고 있다면. ..
(물끄러미 바라본다.)
정희원:그리움? (갸웃)
한영휘: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마음 말야.
개로 한 번 변할까. 넌 이 모습을 더 좋아하던데.
정희원: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아. 기억이 없는 상태로도 간직할 수 있는 걸까 조금 의문이 들었을 뿐이라...
응. 떠나기 전에 쓰다듬을래.
한영휘:글쎄. 나도 그건 잘 모르겠네.
일단 내 그리움은 잔뜩 몇 백년 분이 담겨있으니까. 괜찮지 않으려나~ 하하.
정희원:왓, 무거워...
한영휘:(가벼워진다.)
정희원:(아니야. 그 상태일 때에도 무거웠어.)
한영휘:(헉..)
정희원:(강아로 변한 강아를 쓰다듬는다.)
보들보들하네.
한영휘:(얌전히 쓰다듬 받는다.)
정희원:(쓰담쓰담...긁긁긁긁)
한영휘:(고롱고롱 헥헥)
정희원:(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양쪽 턱도 쓰다듬어 주고)
한영휘:(헥헥헥헥)
정희원:(등도 쓰다듬어주고 배도 뒤집어서 쓰다듬어 주고)
한영휘:간지러워.하하.
정희원:제일 강아지 같은 자세로 사람 말 하니까 웃기다.
(쓰담쓰담쓰담쓰담...)
(겨드랑이 잡고 들어올린다.)
무거워.
한영휘:(들린다.)
난 강아지가 아니라니까.
정희원:그럼 좀 더 멋있는 모습이 되지 그랬니.
지금은 완~전 아기강아지인걸.
(동그란 코에 쪼~옥)
한영휘:끙..
(헉)
다시 만날 때는 자라 있을 지도 몰라.
이계는 빠르거든?
정희원:그래, 알겠어. (뺨 붙여서 보드라운 털에 부비다가 내려준다.)
한영휘:(스윽 내려와서는 꼬리 흔든다.)
나도 아쉽네. 기껏 인간 친구가 생겼는데.
그것도 선생님의 딸내미의 딸내미의 딸내미의 딸내미인..
정희원:별 수 없지~ (완전히 만족해버린 얼굴이다.)
한영휘:너무 만족시켜버린 것 아냐? 하하.
(도로 돌아온다.)
정희원:후후. 즐거웠다.
(다시 올려다보고는) 기억을 지워주는 것도 네 몫이지?
한영휘:응. 난 이계로 돌아가서 내 기억을 지울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까이로 다가간다.)
정희원:이계의 안내원은 복슬복슬한 네가 아니면 안 되니까~
그 무거운 100년치 그리움 잘 갖고 있어야 해? 물론 그 몫이 내 건 아니지만.
한영휘:인간 모습은 복슬복슬하지 않아~!
그래. 그래도 난 너랑 다시 만나고 싶어.
즐거웠으니까.
정희원:응. 그럼 다행이네.
나도야.
한영휘:(입꼬리를 올려 미소 짓고는, 네 이마에 가볍게 검지를 톡 두드린다.)
딸랑, 명쾌한 방울 소리가 들립니다. 그와 함께 멀어지는 의식 속에 희미한 작별 인사가 스쳐 지나갑니다.
한영휘:이 방울의 사용법. 내 힘의 원천은 그리움이야.
언젠가, 그리워하게 된다면..
.
.
벤치 위에 앉아있습니다. 깜빡 졸았네요. 밤하늘은 새까맣습니다.
인파가 가득한 축제는 벌써 마무리에 접어들어, 사람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렇죠, 시일제의 끝이라면 역시.
“지금부터 불꽃놀이가 시작된대.”
옆자리에 앉아있던, 모르는 얼굴의 사람이 당신의 옆에서 말을 겁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당신은 이 사람의 어깨에 기댄 채로 졸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아는 사람이었던 걸까요? 모르겠어요, 어쩐지 머릿속이 안개가 가득찬 것처럼 뿌옇습니다. 조금 더 이대로 자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장난으로 불꽃이 전부 망가져서 이번 시일제의 불꽃놀이는 없을 뻔했는데.”
그때,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고 검은 하늘을 바라봅니다. 고개를 꼿꼿하게 든 수많은 사람 사이, 단 한 사람만이 하늘을 보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네가 열심히 준비한 축제잖아?"
불꽃이 터집니다. 정말로 아름다워요.
말 그대로 불이 이루어낸 꽃,
오색찬란한 그 꽃잎이 하나씩 떨어져 나갑니다. 떨어지는 불씨 하나가 탐사자의 무릎 아래 내려앉습니다. 반딧불이입니다. 곳곳에 내려앉는 수많은, 알록달록한 색의 반딧불이를 보며 사람들이 감탄합니다.
정희원:다행이네.... 예뻐라.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번 불꽃놀이는 정말 특별하네요.
그 사람은 당신이 그 말을 전하자, 만족한 듯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당신을 한참 바라봤으면서, 등을 돌려 멀어집니다.
기시감이 불현듯 당신을 덮쳐옵니다.
어떤 감정은 흩날리는 불씨가 되어 마음의 밑바닥에서 타들어 갑니다.
정희원:(멍하니 보다가 불러세운다.) 저기!
어깨 빌려줘서 고마워.
누군가와 만나고자 했던 것 같은데, 그 누군가의 이름도, 얼굴도, 존재 여부조차 기억나질 않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오늘 처음 보는 사람임이 분명한데, 생소하고도 익숙한 이별입니다.
정희원:(안 들렸나, 그냥 가네... 뺨 긁적이곤 다시 고개 돌린다.)
허전한 마음을 뒤덮는 오색찬란한 하늘의 불꽃놀이, 죽은 별은 꽃이 되어 부서집니다.
하늘에 새겨진 별의 무덤과 그곳에 바쳐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그 눈부심에 만월은 빛을 잃고 가려집니다
그러고 보니, 어떤 세계에는 달이 없다고 했습니다.
달이 없는 그 세계에 떨어지면 이런 기분일까요.
언젠가 당신을 둘러싼 모든 일상과 멀어지는 기이한 곳에 찾아간다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걸까요.
달이 없는 곳에도 사람이 부족함 없이 살아간다면, 제법 멋진 곳일지도 모릅니다. 특이한 괴물이 잔뜩 있거나, 이상한 음식이 제공되더라도, 그곳에서 즐기는 축제나 불꽃놀이는 특별할지도 모르죠.
어떤 기억이 물에 젖은 솜처럼 가라앉는 와중에, 누군가의 멀어지는 등과 하늘에 펼쳐지는 불꽃놀이만 당신의 눈에 선명하게 각인됩니다.
축제의 마지막 불꽃은 재회의 상징, 굳건한 지표로, 불꽃놀이가 끝날 때까지 함께한 사람들은 만나고자 한다면 반드시 다시 만난다고 합니다.
달은 분명히 있습니다. 당신이 눈에 담은, 함께 본 그날의 만월은…….
잠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사흘간 당신은 줄곧 혼자였잖아요?
혼자 일을 하고, 혼자 연극을 보고, 혼자 바보같이 땅을 굴러서 다리를 다치고, 정말이지, 지긋지긋하도록 구르기만 했네요.
아, 정말이지.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界),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당신의 눈앞에 꿈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거예요.
분명히 말이죠, 찾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답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이 빛을 따라와.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줄게. 분명 다음에도 만날 수 있을 거야.
재회를 약속하며, 이 망각이 유한하길 바랍니다.
당신에게 찾아올 인연의 미래를 위하여.
이것은 어떤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 또한, 하나의 제안입니다.
:: (GM):탐사자, KPC 생환
탐사자는 인계에 남고, KPC는 이계로 돌아갑니다.
사물함 속으로 빨려 드는 종이를 보며 문득 스쳐가는 생각입니다.
그는 분명 당신의 선조에게 방울을 줬고, 선조는 지병이 있었으나 삶을 연장했습니다.
요력이 생명력과도 이어진다면, 방울을 돌려줬을 때 목숨들을 부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마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면, 목걸이를 받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겁니다.
이계에서의 생활을 잊는 날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정희원:(목에 걸었던 방울을 손에 쥐고 사물함 안을 바라본다.)
(아직 그 자리에 있을까...?)
모든 이야기는 한 가을날의 꿈으로,
이거 꼭 돌려줘야할까?
희원에게 처음 만난 사람을 위해 다시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을 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강한 요괴가 아니던가요?
자신을 보내준 이유가 있을 텐데 말이죠.
그럼에도 외로운 기시감이 마음에 걸립니다.
방울이 계속해서 빛나고, 당신을 끌어당기는 것은
아직 당신에게 미결된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희원:(끙)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떠나기 전에 얘기했어도 되는 거잖아~
왜 이제서야 신경이 쓰인담.
(휴대폰의 시간을 확인하고, 아직 조금의 여유는 있는 듯하여 주머니에 넣는다.)
(돌려주러 가자.)
익숙한 어지러움이 희원을 집어삼킵니다.
딸랑, 딸랑. 목에 내걸린 방울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희원은 또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신목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요?
거대한 짐승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한영휘:…선생님?
정희원:으와앗, 신목마저...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앉은 한영휘가 보입니다.
짐승에게 뜯긴 것처럼, 왼쪽 팔이 없습니다.
정희원:헉.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1
괜찮아? (영휘 앞으로 달려간다.)
끝도 없이 흐르는 붉은 피 속에서,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피로 그려진 원 안에서,
한영휘:(천천히 고개를 들어 네 얼굴을 확인한다.)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응급처치도, 아니…
희원이가 사는 세계의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그는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는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밟히는 것이 누군가의 시신인지, 폐허 더미의 일부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황량하고 끔찍한 이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라곤 한영휘와 희원이뿐입니다.
정희원:정신이 드니?
선생님이야.
한영휘: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 정희원이잖아.(웃음을 터뜨린다.)
정희원:뭐야, 멀쩡하네.
한영휘:그럼..
...이런 광경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안 무서워?
정희원:처음 보는 광경이라 조금 놀라긴 했지만...
괴물은... 갔어?
한영휘:그래. 사라졌어..
완전한 멸망을 안겨주고 어딘가로 사라졌어. 여기에 살아 있는 생명은..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갔겠지.
(느릿하게 숨을 몰아쉬고는 점점 눕듯이 몸을 기울인다.)
정희원:많이 힘드니? (팔이 없어진 자리를 자신의 옷가지 하나를 풀어 묶어준다.)
방울을 가져왔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나서 문득 자신의 손까지 흠뻑 젖은 피를 보면 숨을 삼킨다.)
희원이는 당신의 귓가에 속삭이던 가느다란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방울의 사용법에 대해서 가르쳐주던, 낯설고도 귀에 익은 목소리…
어째서 그 목소리가 생각난 건지 알 수 없습니다만, 지금의 당신은 방울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희원:(자신의 목에 걸린 방울을 빼낸다.)
한영휘:이걸 전해주러 온 거구나..,
정희원:응.
(그래서... 구체적인 사용법이 뭐지?)
한영휘:(제 남은 손을 내민다.)
정희원:(손 위에 올려준다.)
그 순간, 사방으로 둥근 바람의 파형이 퍼져 나갑니다.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한 번 일그러지더니 휘말립니다.
가을바람이 폐허가 된 세상을 부드럽게 뒤덮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기억해냅니다.
당신은 눈 앞의 사람과, 만난 적 있습니다.
함께 보낸 9월의 일부를 떠올립니다.
정희원:...!
함께한 축제, 기억을 지우던 그 순간, 그리고 마지막의 선명한 불꽃놀이까지.
어쩌면 얽히고 엉킨, 피를 타고 내려온 아주 오래된 과거까지도 생각해냈을지 모릅니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처럼 멀어지던 그는 결국 당신에게 돌아올 거라 확신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의 인연입니다.
문득 희원은 깨닫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방울은 계승되어 왔다고.
희원과 영휘를 제외한 세계의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갑니다.
:: (GM):방울의 사용법
‘시대의 계승자’ 탐사자의 특성, 시나리오 전용 기능치 <인연>이 추가됩니다. 탐사자는 방울의 소유자인 KPC조차 지니지 못한 능력을 얻습니다. <인연>의 기본 수치는 50이지만, 마력 1을 투자해 10씩 올릴 수 있습니다. 최대치는 100입니다. 판정 성공 시, 탐사자는 KPC를 포옹하는 것으로
그와, 맺힌 세계에 걸린 저주와 속박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정희원:(마력 5점 소비합니다.)
전혀 기억 못 하고 있었네. 강아지!
한영휘:강..강아지?
난 강아지가 아니라 요괴야.
정희원:후후. 강아지라고 할 때마다 그렇게 말한단 말이지.
으음, 이 오래 전의 기억은 당연히 내 것이 아니고... ('선생님'의 기억이 얼핏 떠오르는 것을 스쳐보낸다.)
아직 의 이계 탐험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이대로 사라지는 건 너무 아쉬운 걸.
(누운 상태의 영휘를 끌어안아준다.)
인연 Roll
기준치: 100/50/20
굴림: 1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날 약속했던 것처럼, 그리고 어제 오늘 네가 내게 해줬던 것처럼, 넌 여전히 내 이계 안내원이야. 알겠지?
방울은 환한 빛을 내며 녹아내립니다.
금빛 구슬이 맞닿은 두 사람의 심장부에 스며듭니다.
스러진 세계를 밝히는 따뜻하고 고요한 힘, 그것은 인연입니다.
그 빛은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인연과 운명의 끈에 대하여, 움켜쥔 손을놓지 않는다면, 한없이 잡아당기고 잡아당겨 언젠가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고,
세계를 절단하는 완전한 이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계와 연이 닿는 건, 이게 마지막입니다.
한영휘:(막연한 그리움이 오래된 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이제와서야 깨닫게 된다.)
..(황망함과 반가움에 실소를 터뜨리며, 그제서야 너를 제대로 마주 봤다.)
그렇게 호언장담해놓고. 잊고 말았네.
..그래도, 다시 만나서 기쁘다.
(환하게 웃었다.)
정희원:(머리를 쓰다듬어준다.)
한영휘:복슬복슬하지 않다고.
정희원:그래도 꽤 느낌 좋아.
(미소짓는다.)
한영휘:(깊은 포옹 이후에, 피투성이였던, 수복된 팔을 뻗었다. 네 손을 잡아 일으킨다.)
이번에도, 안내는 내 몫이겠지.
잘 따라와야 해~
정희원:아니야. 업어 줘야 해.
한영휘:힘들어?
정희원:그냥...
업히는 게 좋아~
한영휘:(자세를 낮춘다.)
정희원:(업힌다.)
한영휘:(풀썩 업고 일어선다.)
이건 변하질 않는 것 같기도..
정희원:(귀와 귀 사이에 턱을 올린다.)
음음, 확실히 쌩쌩해진 것 같네.
한영휘:(안정적이다.)
...,네 덕분이지.
...
정희원:그렇네. (부정하지 않는다.)
한영휘:전부 끝난 거라고 생각했어.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닮은 너를 봐서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더 중요한 게 있었다고는..
정희원:감동 받았어?
울어도 괜찮아.
내 행동이 정답이라고 확신하고 왔던 건 아니지만, 이런 기억을 되찾다니 나도 꽤 놀랐는걸.
한영휘:울기에는 행복한걸?
(꼬리나 흔들었다.)
그러게. 그간 잘 지냈어?
오랜만이다. 희원아.
정희원:나에게는 1년의 시간이었어. 보다시피 잘 지냈지.
멸망이 닥쳐와도 인계를 침범하자는 생각은 안 했구나.
착하네.
한영휘:그런 생각은 이채나 하는 거지.
정희원:으응. 착해.
한영휘:좋은 기억도 있었고.
사람들한테 어떻게 그러겠어?
...그래도, 아까는 조금,
막막하긴 했다!
정희원:외로웠겠다. 혼자 남아서는.
한영휘:네가 와줬잖아.
지금도 꿈 같은 일이야.
정희원:후후.
영휘에게 업힌 채, 신목 너머로 발을 내딛습니다. 방울이 스며든 가슴이 따뜻합니다.
여태까지 건너왔던 신목의 길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통로를 건너며 정신을 잃지 않습니다.
어둡고 컴컴한, 끝을 알 수 없이 긴 터널이 펼쳐집니다.
한영휘:이것 봐.
정희원:불쾌한 감각이 없네.
(두리번거리다가 영휘가 가리킨 것 본다.)
한영휘의 목소리를 듣고 그 방향을 보면, 희미한 녹색 빛이 모여드는 광경을 볼수 있습니다.
하나, 둘 모여들던 빛은 이윽고 한 무리의 반딧불이 떼가 됩니다.
그들은 원을 그리며 당신을 따라옵니다.
그 빛은 너무나도 따뜻하고 편안해, 이곳에 있던 많은 이들이 등을 켜고 당신을 배웅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안심해도 좋아요.
이 빛을 따라가면 분명 길을 잃지 않을 테니까.
터널의 끝, 한점의 빛으로 가득 찬 입구가 보일 무렵 반딧불이는 하나씩사라집니다.
고양이 요괴 타타는 야옹 울고, 여우 요괴 미호는 다정하게 투덜거리고, 아, 방금은 쿠라마 할멈의 웃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계에서 보내는 인사입니다.
안녕, 안녕히.
신목 밖으로 마지막으로 내딛는 발걸음과 함께 수많은 목소리가 우글우글 메아리치다 흩어집니다.
희미한 풀잎 향조차 함께 멀어집니다.
시야에 어지러운 빛으로 들어차며 세계가 빙글 돌아갑니다.
넘어지기 전, 희원이의 어깨를 한영휘가 잡아줍니다.
한영휘:(본인도 넘어지기 직전이었음)
정희원:아앗.
한영휘:자. 이제 내려야 해.
정희원:응.
(마지막으로 머리 헤집고)
(내려온다.)
한영휘:잠시 또 작별이네.
금방, 다시 만나자.
정희원:응.
언제든지 만날 수 있게 준비해 둬~
나는, ... 시험 공부 때문에 조금 정신 없을 수도 있지만.
한영휘:아하하.
그래.. 너 어렸었지.
정희원:분명 작년에 봤을 땐 너도 강아지였는데, 불공평하네. (농담.)
한영휘:음..
사실 변신 모습은 별로 안 바뀌었어.
이상하다.. 나이를 더 먹어야 되나.
정희원:화석인 주제에 얼마나 더 성장해야 할 셈이야.
한영휘:내가 소형견이었다고??
정희원:아핫.
...어울린다! (웃는다.)
한영휘:뭐가 어울린단 거야~~
아무튼! 나도 여러모로 일을 해결 보고 있을테니까.
시험 잘 쳐!
정희원:응~ (손 흔든다.) 또 보자.
한영휘:(이번에는, 산뜻하게 손을 흔들었다.)
새까만 어둠과 적당히 찬 공기, 머나먼 곳에서 들리는 경적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아, 이곳은 인계입니다.
어둑한 학교 뒷산에 반딧불이는 보이지않습니다.
뒤돌아보면, 신목이 있던 자리에는 평범한 나무 한 그루만이 우뚝 서 있습니다.
문득 당신은 직감합니다.
아주 오래 걸리겠지만, 이계는 예전의 평화로운모습을 되찾을 것이며, 결국에는 모두 행복해질 것이라고요.
이것은 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결말입니다.
자, 다음 이야기를 적는 건 당신의 소임입니다.
작은 노트에 지금까지의, 혹은 미래의 일을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것은 머나먼 훗날, 이계로 발걸음을 내디딜 또 다른 당신에게 전해주는 편지가 되어줄 거예요.
끊어지지 않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엉키더라도 이어지는 이야기.
고작 하나의 끈이 매듭지어졌을 뿐,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은 절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다시 만납시다.
그날은 우리들의 축제가 될 거예요.
:: (GM):정희원 생환, 한영휘 구제 생환앞으로의 미래를 그려주세요.
시나리오를 떠난 이야기의 주인은 당신입니다.